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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백양사 - 2021년 12월 24일(금)

광주의 처갓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천안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장만한 아들집으로 가는 길에 장성 백양사에 들렀다. 장성호의 상류 지점에 위치한 백양사이기에 중간에 잠시 장성호국민관광지에 있는 임권택 감독의 시네마테크 주변도 둘러보았다. 단풍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명 관광지이지만 겨울날 찾은 백양사는 적막할 정도로 조용했다.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서 빛나고 있는 백학봉 아래의 약사암과 영천굴까지 다녀왔다. 약사암에서 햇볕바라기 하면서 내려다본 백양사의 전경이 평화로웠다. 내려오는 길에 백양사 경내의 찻집에서 마신 쌍화차의 깊은 맛이 기억에 남았다.

국내트레킹 2021.12.25

담양호 용마루길 - 2021년 12월 23일(목)

크리스마스를 앞둔 때라서 그런지 홀로 외로이 노년을 보내고 계시는 어머님과 장인어른을 찾아뵈야지 싶었다. 어느 정도 학기말 업무가 정리된 홀가분한 시점이라 잠시 짬을 낼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새벽길을 달려 나주의 고향집에 도착하여 어머님과 함께 점심까지 시간을 보내고, 오후엔 광주에서 홀로 살고 계시는 장인어른을 모시고 담양호의 용마루길을 산책했다. 편안한 여생을 즐기셔야 할 두 분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힘든 나날을 견디셔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자주 연락드리고 잠깐이나마 시간 날 때 찾아뵙는 도리 밖에는 없는 듯하다. 오후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걸을 수 있었던 용마루길은 어르신들 모시고 가족과 함께 산책하기엔 더없이 좋은 치유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트레킹 2021.12.25

북한산둘레길과 우이천변길 - 2021년 12월 18일(토)

맑은 하늘에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강추위로 아침을 시작한다. 국민들의 일상생활까지 통제하고 싶어하는 관공서는 오후엔 대설주의보까지 내릴 것이니 외출을 자제하라는 명령성 안전안내문자를 중복해서 발송한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니 가볍게 무시하기로 한다. 망설일 것 없이 동계 산행 채비를 철저히 갖추어 집밖으로 나온다. 북한산둘레길을 따르다가 칼바위능선길로 오른다. 손발이 시릴 정도로 추운 겨울날이지만 청명한 하늘아래 양지바른 테라스에서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온몸에 온기가 퍼진다. 이 순간 이 보다 더 값진 것을 상상할 수는 없다. 햇볕바라기와 커피의 온기로 따스해진 몸에 추위는 어느새 아득히 물러난다.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 순간 칼바위 정상 아래에서 처음 걸어보는 능선길로 하산한다. 4·19..

국내트레킹 2021.12.19

한양도성 따라 인왕산에서 남산까지 - 2021년 12월 16일(목)

'서울두드림길'은 서울시에서 지정한 도보 중심의 길을 통칭한 것으로 서울둘레길, 한양도성길, 근교산자락길, 한강/지천길, 생태문화길로 크게 구분된다. 인구밀도 높고 대규모 공원이 없는 서울에도 거주지 인근에 걷기 좋은 길이 풍부해졌다는 게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근자엔 각 둘레길을 스탬프 찍어가면서 완주하여 서울시장 명의의 완주인증서를 받는 이들도 많은 모양이다. 아직까지 완주인증서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나는 마음 내킬 때마다 서울두드림길 곳곳을 발길 닿는 대로 틈틈이 걷거나 산책했었다. 집과 직장에서 쉽게 닿을 수 있는 한양도성길 중 성곽이 보존되어 있는 구간은 대부분 밟아 보았다. 인왕산, 북악산(백악산), 낙산, 남산(목멱산)의 마루금을 따라 차례로 이어지는 한양도성은 지금까지도 잘 보전..

국내트레킹 2021.12.16

거인암장 - 2021년 12월 11일(토)

이제는 암벽등반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정리하고 차분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추워진 날씨 탓에 자연암벽에 붙고 싶은 마음이 선뜻 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올 한 해를 갈무리하는 쫑바위는 해야지 싶었다. 미세먼지 가득하고 해가 거의 나오지 않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익숙한 거인암장에서 뜻깊은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지난 2월에 2021년 암벽시즌의 첫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을 수 있게 해 주었던 거인암장에서 12월에 쫑바위까지 하게 된 셈이다. 그러고 보니 2월과 12월에 내가 암벽등반을 경험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지 싶다. 문학적 구성법의 하나인 수미쌍관법(首尾雙關法)을 적용한 것처럼 올 한 해 동안 나의 클라이밍은 거인암장에서 그 시작과 끝을 장식하게 되었다. 돌아..

암빙벽등반 2021.12.12

감악산 둘레길 순환코스(20.5 km) - 2021년 12월 4일(토)

감악산 자락을 온전히 한 바퀴 도는 궤적의 둘레길 순환코스는 경기도 북부의 양주시, 연천군, 파주시에 걸쳐 있다. 양주시에 속하는 신암저수지를 기점으로 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하루종일 이 길을 걸었다. 서두르지 않고 유유히 걷는 발걸음으로 아침 9시 즈음에 시작한 트레킹이 해 질 무렵인 오후 5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트레일 런을 하는 어떤 블로거님이 달포 전인 지난 10월 중순에 이 코스를 3시간 50분만에 주파하셨다는 기록을 인터넷에서 접하고, 나는 한적한 겨울날에 나그네처럼 천천히 이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이 발동했었다. 이 순환코스는 지난 10월 30일에 신암저수지에서 임꺽정봉의 암벽데크길을 다녀오던 길에 눈여겨 봐 두었던 길이기도 하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더이상 암벽등반이 어려운 이번 주말..

국내트레킹 2021.12.05

북한산둘레길(솔샘길-명상길-평창마을길-옛성길-구름정원길) - 2021년 11월 26일(금)

과로 탓인지 몸이 버겁다는 신호를 보낸다.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 이틀 동안 초기감기약을 복용했는데도 별다른 차도가 없다. 이럴 때 나는 산에 가야 한다. 산이 나의 병원이고 산행이 나의 치료약인 셈이다. 일이 밀려있지만 어차피 주말에 출근해야 하니 그때 못 갈 산을 오늘 땡겨서 가기로 한다. 집에서 나와 곧장 북한산둘레길에 들어선다. 둘레길 구간 중 유일하게 미답지인 '옛성길'을 밟아보기 위하여 평소와 달리 시계방향으로 진행한다.  가끔 다니던 '명상길'을 거쳐서 딱 한 번 걸어본 적이 있는 '평창마을길'로 들어선다. 고급 주택가 사이로 난 포장도로의 연속인 이 구간을 더울 때 걸어서 그랬는지 다시 걷고 싶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따스한 햇볕을 벗삼아 멋진 집들을 구경하면서 걸으니 ..

고창 선운산 암장 산책과 할매바위 등반 - 2021년 11월 20일(토)

여수 출장 일정을 마무리 하고 나주의 고향집에 사시는 어머님을 뵙고 하룻밤을 보냈다. 오늘 아침 일찍 고창으로 이동하는데 사방이 짙은 안개에 가려 있어서 운전하는 게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할매바위 근처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안개가 걷히지 않아 등반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아니었다. 그래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운산의 속살바위와 투구바위 암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자연암벽에서의 스포츠클라이밍 성지답게 규모도 크고 고난도 루트들도 많았다. 내년엔 좀 더 열심히 운동해서 선운산 암장을 자주 찾아와 즐거이 등반할 수 있기를 내심 다짐하면서 선운산을 내려왔다. 오후엔 할매바위의 쉬운 루트들을 차례대로 등반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바위에 매달리는 동안 바쁜 업무 탓에..

여수 출장 - 2021년 11월 17일(수)~19일(금)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로 근 2년 동안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 출장도 거의 다니지 못했다. 최근 위드코로나(with coronavirus) 정책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여수에서 개최된 학회에 대학원생 세 명과 함께 참석했다. 2박 3일간 열린 학회는 온라인과 현장 참석을 병행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아직은 예전 학회에서와 같은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순 없었으나 제한적으로나마 오프라인 상에서 연구자들이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눈앞에 펼쳐진 여수 앞바다를 호텔 룸 안에서 온전히 볼 수 있는 숙소의 위치가 정말 좋아서 머무는 동안이 즐거웠다. 바닷가에서 해가 떠오르고 지는 장엄한 일출과 일몰을 호텔에서 편하게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특별했다. 바다를 볼..

국내여행기 2021.11.21

거인암장 '거인길' 등반 - 2021년 11월 14일(일)

토요일인 어제보다 한결 온화해진 날씨였다. 집에서 가깝고 익숙한 거인암장에서 가볍게 오름짓을 즐기기로 했다.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바빠진 업무 탓에 제대로 된 운동을 못한 터라 몸이 무거웠다. 조용한 2암장에서 여러 차례 몸풀이 등반을 하고 나니 어느 정도 몸에 활기가 돋는 듯했다. 거인암장에 온 이후 처음으로 멀티피치 등반에 나섰다. 2암장과 3암장 사이의 '거인길' 4피치를 올랐다. 첫 피치는 루프를 통과하는 게 크럭스였다. 등반거리가 30미터를 훌쩍 넘긴 3피치는 자일 꺽임이 심해서 고생스러웠다. 중간 볼트에서 슬링을 길게 연결해야 했는데, 처음 오르는 루트이고 등반 흔적도 거의 찾을 수가 없어서 등반선을 읽어 내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4피치 정상에서의 풍광은 시원스러웠다. 갈색으로 변해가는 ..

암빙벽등반 202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