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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 2025년 1월 4일(토)

참으로 오랜만에 기영형, 대섭, 은경, 나, 이렇게 넷이서 함께 산행을 했다.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면서 도봉산에 올랐다. 우이동에서 출발하여 우이남능선의 테라스에 둥지를 틀고 앉아 한참을 쉬었다. 시원한 조망이 눈을 즐겁게 하고 따스한 겨울햇살이 내리쬐어 아늑한 공간이 된 자연 속의 카페에서 좋은 사람들 사이에 정담이 오고가니 기쁨이 흘러 넘쳤다. 우이암을 거쳐 도봉주릉에 올라 자운봉, 만장봉, 신선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양지바른 쉼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정겨운 오솔길을 따라 도봉계곡을 거쳐 천천히 하산하는 발걸음이 편안했다.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 공백기가 길다해도 엊그제 만난 것처럼 편안한 산우들과의 도봉산 신년 산행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트레킹 2025.01.05

파주 웅담리 암장 - 2025년 1월 1일(수)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달 동안은 전 국민이 충격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대는 형국이었다. 2024년 12월 3일에 선포된 비상계엄령 사태의 후폭풍과 12월 29일, 일요일 아침에 터진 무안공항 비행기 폭발 사건의 충격적인 여파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암울한 상황에서 맞이한 새해 첫날이다. 오늘은 음력으로 쇠는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마냥 밝고 희망찬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사망자 179명의 명복과 애통해 하실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살면서 이러한 비극을 겪지 않으면 좋으련만, 우리네 인생사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흘러가는 것은 없다. 안타까운 심정과 함께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지금 ..

암빙벽등반 2025.01.02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4년 12월 28일(토)

겨울방학이 됐으니 이제는 내 몸을 다스려야 한다. 연말의 각종 행사와 분주한 학사일정 탓에 요즘의 내 몸상태는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야 할 정도로 몸무게가 늘어나 있다. 한창 가벼울 때의 체중에 비해 5kg 정도가 무거운 상태이다. 생활 패턴을 단순하게 하고 건강부터 챙겨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예전의 좋은 생활 습관을 되찾아야만 클라이밍에도 다시 재미가 붙을 거란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다. 안전벨트와 로프를 사용한 지가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아직은 야외에서 자연암벽에 붙을만큼 추위에도 충분히 적응되지 않았다. 오늘의 바깥 기온은 영하 7도에서 영상 1도 사이라고 한다. 실내암장에서 리드등반을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 하에 1년에 서너 차례씩은 찾게 되는 인천의..

암빙벽등반 2024.12.29

북한산 - 2024년 12월 25일(수)

아기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 아침이다. 교회의 성탄예배에 참석하는 게 좋겠지만, 산에 올라 답답한 심신에 해방감을 불어 넣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지난 주말까지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입시 업무로 신경이 곤두 선 나날을 견뎌야 했던 탓이다. 국민대학교 정문에서 형제봉 능선을 따라 대성문에 이르는 등로를 택했다. 일선사 아래의 아늑한 공간에서 호젓한 점심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대성문을 통과한 후에는 잔설이 남아 있는 성벽길을 따라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보국문을 거쳐 대동문에 닿았다. 하산길은 진달래능선을 따라 우이동까지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로 잡았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공휴일인데도 산객은 드물었다. 5시간 정도 걸었던 북한산 산행이 조금이나마 내몸에 활력을 북돋아 주었다.

국내트레킹 2024.12.25

[서울둘레길 2.0] 10코스(우면산) - 2024년 12월 17일(화)

양재 시민의 숲에서 우면산으로 이어지는 서울둘레길 10코스를 걸어보기로 한다. 지난 주 목요일에 9코스를 끝냈으니 4일 만에 다시 찾은 '매헌시민의숲'이다. 급할 것 없으니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둘러보려 하는데 공사로 인해 임시 휴관 중이다. 양재천을 건너 우면산 능선길로 진입한다. 우면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둘레길은 예술의 전당 방향으로 꺽여서 내려가는 경로이다. 최근에 완공된 우면산 자락길과 만나서 나란히 진행한다. 국립국악원 이후로 2단계 자락길 공사가 한창인 구간에서는 길을 찾는 데 잠시 애를 먹기도 한다. 사당역까지 그리 힘들지 않은 길이 편하게 이어진다. 영하 3도에서 영상 3도를 오가는 쌀쌀한 기온 속에서도 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딱히 할 일이 정해져 있지 ..

양주 불곡산 - 2024년 12월 14일(토)

아침에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허리가 삐끗한 것처럼 기분 나쁜 통증이 시작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요통이기에 사소한 몸동작까지도 조심하면서 천천히 산행 준비를 한다. 영하 4도에서 영상 3도 사이를 오가는 오늘 기온이 쌀쌀할 듯하여 핫팩까지 챙긴다. 양주시청에서 불곡산 등산로에 접어들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 했던 허리 상태가 체온 상승과 함께 조금은 나아지는 느낌이다. 예상보다 많은 산객들로 혼잡한 상봉까지의 등산로를 재빠르게 통과한다. 상투봉을 거쳐 낙석 흔적이 또렷한 암릉길을 타고 올라 임꺽정봉에 오른다. 확트인 조망을 감상한 후 악어능선을 따르는 하산길을 잡는다. 코끼리바위 부근의 양지바른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기암괴석들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산을 내려온다. 둘레길에 ..

국내트레킹 2024.12.15

[서울둘레길 2.0] 9코스(대모산·구룡산) - 2024년 12월 12일(목)

수서역 6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우측으로 대모산 입구인 서울둘레길 9코스 초입이 보인다. 새롭게 재단장할 모양인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바로 옆의 임시 등산로 초입에서 스탬프를 찍고 능선길로 들어선다. 따스한 햇살이 간간히 비춰 주지만 대모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에서 벗어나 산허리길로 접어드니 응달이 많아진다. 불국사를 지나 양지바른 식탁과 벤치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구룡산 구간도 서울둘레길은 정상을 거치지 않는 산허리길이다. 능인선원의 거대한 금불상과 연화상이 나목들 사이로 반짝이는 풍경이 이채롭다. 산길을 벗어나 '양재시민의 숲'으로 이어지는 보도는 공사중인 구간이 많아서 둘레길 이정표를 찾는 데 애를 먹는다. 양재천으로 흘러드는 여의천을 따라 윤봉길의사 기념관..

수락산 - 2024년 12월 7일(토)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가 하룻밤 새 일어나고, 그 후폭풍으로 대통령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는 한주간이다. 우리의 소중하고 행복한 일상이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음을 역설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의 국익과 공익을 빙자한 사익 추구가 난무한 어지러운 세상 속이다. 현명한 대통령일지라도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국제 정세인데, 어리석은 지도자의 순간적 오판으로 인한 우리 국민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사뭇 크다. 애국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진정한 애국자는 찾아보기 힘든 요즘이다. 무겁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보기 위해 수락산을 찾는다. 남양주시 청학리에서 오르는 등로는 상대적으로 호젓한 산길이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간간히 불어오지만 아낌 없이 쏟아지는 밝..

국내트레킹 2024.12.08

북한산 눈산행 - 2024년 11월 30일(토)

매스컴에서는 이번 첫눈이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117년 만에 내린 11월 최대 폭설이라고 했다. 지난 수요일 하룻 동안에만 내가 사는 서울 강북구엔 20cm가 넘는 적설량을 보였었다. 이른 아침 출근하면서 올려다 본 북한산은 온통 하얀 설산으로 변해 있었다. 그 후로도 눈은 계속 이어져 누적 적설량이 40cm를 훌쩍 넘겼다. 그야말로 화끈하게 내린 첫눈이었다. 오늘은 저녁 때 장인어른 제사가 있는 날이어서 오후 3시 전에는 집에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다. 모처럼 맞이한 주말의 눈산행을 포기할 수 없어서 아침 일찍 북한산으로 향했다. 빨래골을 통해 산에 들어선 후 삼성암 위의 전망바위에서 아침햇살에 빛나는 하얀 설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응달진 협곡인 범골은 한주간 동안 내린 눈이 그대로..

국내트레킹 2024.12.01

[서울둘레길 2.0] 7코스(일자산) ~ 8코스(장지천·탄천)

이번 겨울의 첫눈은 강렬했다. 11월 마지막 주초부터 서울에 내린 눈은 첫눈의 설레임보다 눈으로 인한 일상의 불편과 피해를 먼저 걱정해야 할 정도의 폭설이었다. 누적 강설량이 40cm가 넘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17년 이래 최고로 많이 내린 첫눈이라고 했다. 주말로 접어드는 금요일인 오늘까지도 주변은 온통 하얀 빛깔이었다. 설산으로 변한 북한산으로 눈산행을 가고 싶었으나, 통제된 등산로가 많아서 아직은 위험해 보였다. 둘레길은 괜찮을 듯하여 아내와 함께 서울둘레길 트레킹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고덕역에서 걷기를 시작하여 서울둘레길 7코스인 일자산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산길 중간에서 아이젠을 착용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잔설이 얼어붙은 등산로는 미끄러웠다. 단풍은 아직까지 화려한데 그 위로 하얀 눈이 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