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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출장 - 2021년 11월 17일(수)~19일(금)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로 근 2년 동안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 출장도 거의 다니지 못했다. 최근 위드코로나(with coronavirus) 정책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여수에서 개최된 학회에 대학원생 세 명과 함께 참석했다. 2박 3일간 열린 학회는 온라인과 현장 참석을 병행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아직은 예전 학회에서와 같은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순 없었으나 제한적으로나마 오프라인 상에서 연구자들이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눈앞에 펼쳐진 여수 앞바다를 호텔 룸 안에서 온전히 볼 수 있는 숙소의 위치가 정말 좋아서 머무는 동안이 즐거웠다. 바닷가에서 해가 떠오르고 지는 장엄한 일출과 일몰을 호텔에서 편하게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특별했다. 바다를 볼..

국내여행기 2021.11.21

거인암장 '거인길' 등반 - 2021년 11월 14일(일)

토요일인 어제보다 한결 온화해진 날씨였다. 집에서 가깝고 익숙한 거인암장에서 가볍게 오름짓을 즐기기로 했다.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바빠진 업무 탓에 제대로 된 운동을 못한 터라 몸이 무거웠다. 조용한 2암장에서 여러 차례 몸풀이 등반을 하고 나니 어느 정도 몸에 활기가 돋는 듯했다. 거인암장에 온 이후 처음으로 멀티피치 등반에 나섰다. 2암장과 3암장 사이의 '거인길' 4피치를 올랐다. 첫 피치는 루프를 통과하는 게 크럭스였다. 등반거리가 30미터를 훌쩍 넘긴 3피치는 자일 꺽임이 심해서 고생스러웠다. 중간 볼트에서 슬링을 길게 연결해야 했는데, 처음 오르는 루트이고 등반 흔적도 거의 찾을 수가 없어서 등반선을 읽어 내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4피치 정상에서의 풍광은 시원스러웠다. 갈색으로 변해가는 ..

암빙벽등반 2021.11.15

북한산과 도봉산의 만추 - 2021년 11월 12(금), 13일(토)

매년 11월은 몹시 바쁘다. 그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한주간을 보냈다.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 애쓰던 야근도 해야 했다. 금요일 오후엔 갑갑한 연구실을 탈출하여 일부러 북한산의 산길을 돌고 돌아서 퇴근했다. 정릉계곡에서 내원사를 거쳐 칼바위능선길을 따라 집으로 왔다. 한적한 산길을 걸으니 답답한 마음이 좀 달래지는 듯했다. 플라스틱 구슬처럼 빛나는 보라색의 작살나무 열매들이 산길 주변에 유난히 많았다. 쌀쌀한 바람 속이었지만 맑은 공기로 폐부를 정화시키면서 산길을 걸어서 퇴근할 수 있다는 게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토요일엔 도봉산에 올랐다. 우이남능선의 테라스에서 맞이한 따스한 햇볕을 두 팔 벌려 환영하듯 온몸으로 받아낸 순간의 행복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20년 가..

국내트레킹 2021.11.13

[독후감] 김기섭 시집 <달빛 등반>

김기섭 시인의 시집 은 자연암벽에서 즐기는 멀티피치 등반을 좋아하는 클라이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가 매우 클 수 밖에 없는 산악시들로 짜여져 있다. 내가 한창 멀티피치 바윗길을 찾아다니던 때에 가슴 설레이게 등반했던 설악산의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경원대길', '별을 따는 소년들', '몽유도원도' 등의 암릉길은 모두 저자인 김기섭 시인의 주도로 개척되었다. 북한산의 '시인 신동엽길', '녹두장군길', '김개남장군길', '별이 있던 그자리' 등과 도봉산의 '배추흰나비의 추억길'도 역시나 김기섭 시인이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긴 세월 동안 인수봉을 비롯한 대자연 속의 여러 바윗길을 등반하면서 켜켜히 쌓였을 시상이 시집 속에 오롯히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집 속의 여러 ..

나의 이야기 2021.11.08

간현암장 - 2021년 11월 7일(일)

청량리역에서 서원주역까지 무궁화호 열차로 왕복하는 교통편을 이용하여 간현암에 다녀왔다. 기범씨가 등산학교 제자들과 함께 가는 등반여행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오갈 수 있는 간현암장이 주말의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등반지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도한 자연 훼손이 자행되고 있는 관광지 개발 공사의 현장 한가운데에 암벽이 놓여 있고, 갈 때마다 항상 시장통처럼 붐벼서 내게는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 곳이다. 한적한 대자연 속의 등반지를 선호하는 내가 등반에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과거의 경험이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었다. 다만, 최근에 새롭게 피치를 추가하고 보수했다는 총 6피치의 바윗길인 '간현암릿지'는 한번쯤 오르고 싶었다. 다닥다닥 붙은 루트들 앞에서 차례를 기..

암빙벽등반 2021.11.08

군포시 수리산 매바위 암장 - 2021년 11월 6일(토)

전철을 타고 군포시에 있는 수리산 매바위 암장을 처음으로 찾아갔다. 오래 전에 이 근처를 지날 땐 없었던 지하철 4호선 수리산역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철쭉동산, 군포시중앙도서관, 성불사를 차례로 거쳐 매바위 암장에 도착하는 데에 40분 정도가 걸렸다. 철쭉동산에서는 철 모르고 꽃망울을 터트린 철쭉꽃 몇 송이가 나의 첫 군포시 방문을 환영해 주는 듯했다. 암장에 터를 잡고 은경이와 내가 몸풀이 등반을 하고 있던 중에 기범씨가 엄선생과 함께 합류했다. 경기도 남부권에서는 유명한 암장이라 진즉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오늘은 매바위에서의 첫 등반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등반에 대한 욕심은 잠시 내려 놓고 소풍 나온 기분으로 따스한 햇살 속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암빙벽등반 2021.11.08

양주시 신암리에서 오른 감악산 - 2021년 10월 30일(토)

감악산 정상부의 하늘금은 파주시와 양주시의 경계선을 이룬다. 일반인들이 주로 찾는 감악산의 주등산로는 출렁다리와 법륜사에서 출발하는 파주시 지역에 속한다. 그동안 몇 차례 오른 적이 있는 감악산이지만 모두 파주시 방향에서만 올랐었다. 화악산, 운악산, 송악산, 감악산, 관악산을 경기 5악이라 하는데, 파주시 방향에서 오르면 감악산이 험준한 악산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양주시 신암리에서 하늘길 데크를 통해 임꺽정봉에 오른 감악산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산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감악산이 경기 5악에 속할 자격이 충분한 악산이라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신암저수지에서 숲길을 따라 선일재에 올라선 후 능선길을 따라 임꺽정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

국내트레킹 2021.10.31

감악산 새벽암장 - 2021년 10월 30일(토)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의 도로변에 위치한 새벽암장에 다녀왔다. 감악산 출렁다리로 가는 길가에 있어서 예전부터 눈여겨 보았던 곳인데 암벽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선뜻 등반하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았던 암장이다. 암장에 제일 먼저 도착하여 좌측의 쉬운 루트부터 차근차근 오르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런데 대규모의 산악회팀이 여러 대의 차로 와서 암장 코앞에 진을 쳤다. 아담한 암장이라 등반자들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많은 인원이 모이면 소란스럽기 마련인 상황에서 쉽사리 등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중앙벽의 고난도 오버행 루트에 붙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말 많은 구경꾼들 앞에서 등반하는 게 영 내키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전 등반만 마치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점심 후에 감악산으로 이동..

암빙벽등반 2021.10.31

북한산 소귀골의 단풍 - 2021년 10월 27일(수)

이틀 전 허리에 신경주사 치료를 받았다. 1년 전 오른쪽 부위에 한 방 맞은 이후로 두 번째다. 이번엔 왼쪽 부위에 맞았다. 허리 통증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으나 전반적인 몸상태가 회복되지 않았다. 목과 어깨에 담이 들어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일단은 산에서 길게 걷는 나만의 자연치료법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 평상시보다 두어 시간 일찍 퇴근해서 곧장 정릉계곡을 따라서 산에 들었다. 보국문까지 가는 동안 간간히 단풍이 보였지만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오후의 햇살이 가득 머물고 있는 등로 옆의 벤치에 앉아서 커피 한 잔과 함께 김기섭의 시집 을 펼쳐본 순간이 행복했다. 대동문을 거쳐 소귀골 계곡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단풍철에는 처음인 듯한 소귀골은 화려한 단풍의 경연장 같았다. 햇빛이 없..

국내트레킹 2021.10.28

남양주시 축령산과 서리산 - 2021년 10월 24일(일)

단풍철이면 북적이게 마련인 유명한 산들을 피하여 호젓한 가을산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남양주시에 있는 축령산과 서리산을 오랜만에 찾았다. 겨울철이면 천마지맥길을 자주 다녔던 때가 있었다. 마루금을 길게 걷는 도보산행에 재미를 붙였던 그 시절에 천마지맥에 속하는 주금산에서 곁가지로 뻗어내린 서리산과 축령산의 마루금을 이어서 걸었던 기억이 있다. 더웠던 어느 초여름날에 서리산에서 축령산으로 이어지는 임도처럼 넓은 산길에서 만났던 하얀나비들의 군무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함박눈이 날리는 것처럼 하늘을 수놓았던 하얀나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요절한 가수 김정호의 노래 를 들을 때면 무조건 반사처럼 떠오르곤 하는 영상이다. 축령산 휴양림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서리산을 먼저 오른 후, 축령산 정상을..

국내트레킹 202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