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23년 상반기는 여느 해보다 힘겨운 나날이었다. 작년 하반기에 치른 아들 결혼식과 장인어른 장례식을 비롯한 굵직한 가정사를 단기간 내에 감당해내야 했던 피로감이 뒤늦게 몰려온 듯했다. 내 몸의 취약점 중의 하나인 눈에 문제가 생겼다. 예전 같으면 실명의 위기에 몰렸을 망막 박리증이 발병한 것이다. 다행히도 발달된 현대 의학의 수혜를 받을 수 있었다. 망막수술 직후에 2주 동안 침대에서 엎드려 지내야 하는 고역을 치른 후에도 수술의 여파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컸다. 평소의 소신은 사라지고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고 우선은 버텨내고 보자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직장일과 클라이밍에서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도 무심한 시간은 흘러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