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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 유선대 암장 '코난발가락(5.11a)' 레드포인트 완등 - 2021년 10월 23일(토)

계절이 가을을 거치지 않고 겨울로 직행하는 듯하다. 갑작스러운 기온 강하로 몸이 움츠러들고 허리통증까지 재발하여 지난 한 주간이 몹시 힘겨웠다. 등반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그저 양지바른 한적한 곳에서 쉬엄쉬엄 게으른 등반이나 하고 싶었다. 아침 햇살이 암벽에 비추면 강촌의 유선대 암장은 환하게 빛난다. 그 모습을 상상하고 햇볕에 찜질한다는 기분으로 등반하면 자연스레 몸이 치유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침 나절에 도착한 강촌은 짙은 안개에 갇혀 있었다. 햇볕이 없으니 체감 온도는 기대와 달리 쌀쌀했다. 하는 수 없이 안개가 걷히고 따스한 햇볕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근처에 있는 구곡폭포와 문배마을을 두어 시간 동안 산책하고 강선사로 돌아오니 갑갑한 안개는 어느덧 사라지고 반가운 햇살이 쨍하게 비춰주어..

암빙벽등반 2021.10.24

구곡폭포와 문배마을 - 2021년 10월 23일(토)

서울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하여 강촌으로 향했다. 북한강변이 가까워지자 주위가 온통 안개 속이었다. 유선대 암장에서 즐겁게 등반하기 위해서는 안개가 걷히고 햇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기다리는 동안 구곡폭포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강촌에 여러 차례 왔지만 정작 구곡폭포는 대학시절 이후에 처음으로 구경할 수 있었다. 겨울철에는 빙벽등반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상하게도 구곡폭포에서 등반할 기회는 그동안 잘 닿지 않았었다. 옛 추억을 더듬어 보면서 희미한 안개 속에 호젓한 숲길을 거닐었다. 문배마을까지 다녀오니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따스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국내트레킹 2021.10.24

거인암장 - 2021년 10월 16일(토)

갑자기 쌀쌀해진 기온 탓인지 평소의 주말과 달리 거인암장은 한산했다. 3암장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곧장 '나우리(5.10a)' 루트에 붙었는데,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동작에서 무리를 했는지 하강 후 허리통증이 시작되었다. 정확히 1년 전의 인수봉 등반에서 극심한 허리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나홀로 먼저 하산해야 했던 뼈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맘때 다시 고개를 드는 허리통증을 이제부터는 더욱 현명하게 잘 다스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기분 나쁜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나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등반 욕심일랑은 한 켠에 제쳐두고 우선은 허리통증을 다스리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친구가 준비해 온 핫팩을 허리에 붙인 채 쉬운 난이도의 루트에서 무리하지..

암빙벽등반 2021.10.17

명성산 - 2021년 10월 11일(월)

한글날의 대체공휴일인 월요일에 계획에 없던 명성산 산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이번 3일 간의 연휴 중 처음 이틀은 장마철 같이 비가 내렸다. 많은 비가 내려 야외 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일요일엔 출근해서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주말 이틀 동안 마음 먹었던 클라이밍을 하지 못하니 몸이 근질근질 했다. 자연암벽은 젖어 있을 것이기에 포천인공암벽장에서 열심히 매달려 볼 생각으로 아침 개장시간인 9시에 맞춰 도착했건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휴일이었다. 대안으로 워킹 산행이나 하기로 마음 먹고 즉흥적으로 결정한 곳이 바로 가을철 억새로 유명한 명성산이었다. 한북정맥과 철원평야 사이에서 장쾌한 눈맛을 선사하는 마루금을 걷는 게 좋아서 한적한 겨울철에 가끔 올랐던 명성산을 사람들이 붐비는 억새철에 간다는 게 썩 마..

국내트레킹 2021.10.12

강촌 '물깨말 산마루길'과 '밤나무 추억길' - 2021년 10월 9일(토)

한글날 이른 아침에 서울을 빠져나와 두 시간여 만에 강촌의 강선사 앞에 도착한다. 대체공휴일 지정으로 기분 좋은 3일 연휴의 시작일인데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간간히 이슬비마저 흩날린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비가 오지 않을 것이란 일기예보를 믿고 유선대 암장에서 등반할 계획으로 강촌에 왔는데 정작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날씨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니 불편한 현실이지만 빨리 받아들이기로 하고, 북한강 물줄기가 내려다보이는 데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에 하늘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산책길에 나서기로 작정한다. 그동안 유선대에서 암벽등반만 하느라 둘러보지 못했던 강촌의 '물깨말 산마루길'과 '밤나무 추억길' 코스를 따라서 천천히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코스 모두 춘천을 대표하는 둘레길인 '..

국내트레킹 2021.10.10

인수봉 남벽 - 2021년 10월 4일(월)

개천절 대체공휴일로 지정된 월요일에 인수봉 남벽을 찾았다. 오전부터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비가 오면 곧바로 철수하기로 작정하고 어프로치길에 올랐던 것이다. 여정길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때부터 습기를 가득 품은 세찬 골바람이 불었다. 기범씨가 '짬뽕'길과 '여정'길에 자일을 설치한 후에 은경이와 내가 톱로핑으로 한 차례씩 오르고 나니 빗방울이 간간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따뜻한 기범씨표 원두커피 한 잔씩을 마신 후에 미련 없이 하산하여 우이동에서 즐거운 점심시간을 갖는 것으로 3일 연휴의 끝자락을 즐겁게 마무리 지었다.

암빙벽등반 2021.10.04

원주 간현암장 - 2021년 10월 3일(일)

개천절 날의 간현암장은 정말 혼잡스러웠다. 아침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 후로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뙤약볕이 간현암벽을 뜨겁게 달궜다. 정신 없이 붐비는 암장에서 등반하고 싶은 의지가 피어 오를 리 만무했다. 사람들을 피해다니면서 다섯 개의 루트만 올랐다. 예정했던 대로 오전 등반만 마치고 점심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관광지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간현유원지는 공휴일을 맞아 방문한 관광객들로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당분간 적어도 휴일엔 간현암벽에 다시 찾아 올 일은 없을 듯하다.

암빙벽등반 2021.10.03

원주 여심바위 '서준로드(5.11a)' 레드포인트, '삼손(5.10d)' 온사이트 완등 - 2021년 10월 2일(토)

개천절 대체공휴일이 포함된 3일 동안의 연휴 첫날에 원주의 여심바위에서 보낸 하루가 더없이 알차고 행복한 날이었다. 등반 난이도 5.11a의 '서준로드' 루트를 네 번째 시도 만에 레드포인트(red point) 방식으로 완등했고, 바로 옆 루트인 '삼손(5.10d)'을 온사이트(onsight)로 완등하는 기쁨을 누렸다. 자연암벽에서 5.10d 난이도의 루트를 온사이트(onsight) 방식으로 내가 완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초크 자국이 남아 있는 하드프리 암장에서 루트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첫눈에 보고 추락 없이 완등하는 것을 의미하는 온사이트 등반 방식의 조건이 완벽히 충족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요즘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얻게 되는 루트 관련 정보도 온사이트 등반의 순결함을 저해하는..

암빙벽등반 2021.10.03

강촌 유선대 암장 - 2021년 9월 25일(토)

강촌의 유선대 암장을 2주만에 다시 찾았다. '코난발가락(5.11a)' 루트가 내 눈 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지난 번에 '시동(5.11b)'을 완등했던 짜릿한 순간의 기분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추석연휴 동안 망가진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오랜만의 명절 귀성길인지라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소규모로 가졌던 가족 친지들과의 반가운 만남의 자리에서 과식과 과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귀성과 귀경길의 교통체증은 여전하여 장시간의 운전으로 인한 피곤함은 누적되었다. 직장으로 복귀한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동안의 업무량 또한 과중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일레븐대 루트의 완등을 기대한다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그렇지만 해보지도 않고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자는 평소의 태도를..

암빙벽등반 2021.09.26

거인암장 - 2021년 9월 19일(일)

추석 연휴 둘째 날을 맞아서 거인암장엔 많은 등반자들이 몰렸다. 3암장에도 여러 명이 터를 잡는 바람에 오전에는 상대적으로 한적한 2암장에서 놀았다. 오랜만에 '자성(5.10c)'에서도 몸풀이 등반을 했다. 등반 파트너인 은경이도 'JK(5.10d)' 루트를 두 번째 시도에서 완등한 날이었다. 나와는 다른 홀드와 무브로 크럭스를 돌파했다. 셋째 볼트에 자일을 클립할 때 제트-클립핑(Z-clipping)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둘째 볼트를 언클립(unclip)하는 것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완등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뒤이어 나도 'JK' 재등에 성공했다. 지난 번에 처음으로 완등할 때보다는 홀드가 한층 더 확실히 잡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인암장의 5.11대 난이도 루트에 새롭게 도전하고 싶었으나, 다른 팀들 ..

암빙벽등반 202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