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가을을 거치지 않고 겨울로 직행하는 듯하다. 갑작스러운 기온 강하로 몸이 움츠러들고 허리통증까지 재발하여 지난 한 주간이 몹시 힘겨웠다. 등반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그저 양지바른 한적한 곳에서 쉬엄쉬엄 게으른 등반이나 하고 싶었다. 아침 햇살이 암벽에 비추면 강촌의 유선대 암장은 환하게 빛난다. 그 모습을 상상하고 햇볕에 찜질한다는 기분으로 등반하면 자연스레 몸이 치유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침 나절에 도착한 강촌은 짙은 안개에 갇혀 있었다. 햇볕이 없으니 체감 온도는 기대와 달리 쌀쌀했다. 하는 수 없이 안개가 걷히고 따스한 햇볕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근처에 있는 구곡폭포와 문배마을을 두어 시간 동안 산책하고 강선사로 돌아오니 갑갑한 안개는 어느덧 사라지고 반가운 햇살이 쨍하게 비춰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