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70

불암산 활바위 '민생길' - 2026년 10월 17일(토)

불암산 활바위 암장은 오늘처럼 마땅히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지 않을 때 별다른 부담 없이 찾기 좋은 등반지다. 불암산역에서 덕암초등학교 옆길을 따라 경수사를 향해 걷고 있는데, 뒤따라 올라온 차 속에서 가을씨가 창문을 내리고 인사를 건네왔다. 재작년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함께 다녀온 이후로 처음 보는 가을씨와의 만남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그렇잖아도 가끔은 보고 싶던 얼굴을 이렇듯 우연히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신기한 일이지 싶었다. 가을씨는 홍대클라이밍센터 암벽반 동기인 강헌씨와 팀을 이뤄 '암운장구' 루트를 올랐다. 우리팀은 바로 우측에서 나란히 이어지는 '민생길(민수생각)' 루트를 등반했다. 활바위 암장의 여러 멀티피치 중에서 오늘 유일하게 비어 있는 곳이라 처음으로 올라본 민..

암빙벽등반 2026.10.18

대관령자연휴양림 금강소나무숲 - 2026년 10월 15일(목)

예상보다 길었던 어제의 설악산 단풍산행은 힘겨웠다. 노곤해진 몸을 회복시키기에 대관령자연휴양림 내에 있는 숙소는 안성맞춤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사방으로 숲이 둘러싸여 있고, 계곡 물소리와 산새 소리가 정겹게 울렸다. 아내와 함께 금강소나무숲을 걷는 시간이 더없이 상쾌했다. 푸르른 솔숲길 정상인 대통령쉼터까지 오르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어제의 화려했던 설악산 단풍과 딱딱한 돌길과는 반전 매력을 지닌 부드러운 흙길과 솔바람 소리만이 정겹게 이어지는 한적한 숲길은 그야말로 치유의 길이었다. 전망대에서는 동해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졌다. 산림복합체험센터에서 '숯테라리움'과 '천연숯가습기'를 만드는 체험까지 즐겁게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트레킹 2026.10.16

설악산 천불동 단풍산행 - 2026년 10월 14일(수)

금주 주말은 우리 부부의 34주년 결혼기념일이다. 이를 기념하여 설악산 단풍산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단풍시즌에 유독 혼잡한 설악산 주말 산행은 엄두가 나지 않기에 주중에 시간을 내보기로 한다. 수요일 새벽 05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설악산 천불동 단풍을 구경하고 대관령자연휴양림에서 1박 하는 일정이다. 암벽등반에 빠진 이후로 천불동 계곡이나 공룡능선 일대의 속깊은 풍광을 본 지도 꽤 오래전 일이 돼버렸다. 아내에게도 천불동 계곡의 단풍만큼은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하지만 긴 등산을 거의 하지 않는 아내의 체력이 걱정거리여서 망설여지기 일쑤였다. 신흥사 통일대불 앞을 08시에 통과하는 것으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단풍철이니 만큼 평일인데도 소공원에서 비선대를 오가는 등로 상에 산..

국내트레킹 2026.10.16

인수봉 '패시', '의대', '인덕' - 2026년 10월 11일(일)

금요일인 한글날부터 이어진 3일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의 노적봉 등반에 이어 오늘도 기범씨가 이끄는 팀에 합류하여 인수봉에 오른다. 오아시스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오전엔 '패시' 루트에 다녀왔다. 기범씨, 경욱씨, 한주씨, 기영형, 은경, 나, 이렇게 6명이 오늘의 등반팀이다. 점심 후에는 '의대' 루트 두 피치와 '인덕' 루트를 연결해서 등반했다. 몇 차례 오른 적이 있는 '패시'의 오버행 구간은 여전히 긴장감 넘치고, '인덕' 루트의 사선 크랙 또한 불편한 건 여전했다. 그래도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마찰력 좋은 바위맛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휴일에도 근무하려는 기영형을 강권하여 오랜만에 함께 등반한 것이 기뻤다. 이틀 동안의 보람찬 등반을 이끌어준 기범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암빙벽등반 2026.10.12

노적봉 '코바위', '뫼우리2' - 2026년 10월 10일(토)

도선사에서 용암문으로 향하는 등로 상의 단풍이 절정이었다. 숲 사이로 보이는 운해 또한 장관이었다. 수락산 전체가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군함처럼 보였다. 노적봉 서남벽 아래의 베이스캠프에 먼저 도착하여 망중한을 즐기는 시간이 여유로웠다. 곧이어 도착한 기범씨와 정우씨가 합류했다. 정우씨는 이집트에서 3년 남짓 근무하다 최근에 국내로 복귀했다고 한다. 작년 가을에도 정우씨와 함께 노적봉에서 등반했던 기억이 있다. 1년만의 재회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기범씨는 작년에 물이 흘러서 오를 수 없었던 코바위 좌측의 크랙 루트인 '뫼우리2'와 버트레스의 날등으로 이어지는 '코바위' 루트를 오늘의 등반지로 정했다. 먼저 베이스캠프에서 두 피치를 등반하여 코바위 코밑의 테라스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코바위' 루트..

암빙벽등반 2026.10.12

강촌 유선대 암장 - 2026년 10월 9일(금)

한글날인 오늘부터 3일 동안 연휴가 이어진다. 왼쪽 어깨 부상으로 3주 가까이 등반다운 등반을 하지 못한 만큼 연휴 내내 바위에 매달리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양쪽 어깨 모두 회전근개 부분 파열 상태이므로 몸은 움츠러들고 정신은 나약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 내일과 모레 이틀 동안 연속으로 노적봉과 인수봉 등반 약속이 잡혀있다. 연휴 첫날인 오늘은 사전에 몸상태를 점검해 본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익숙한 강촌 유선대 암장을 찾기로 한다. 예상대로 우리팀 외에는 하루종일 아무도 오지 않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유선대 암장에서 힐링 등반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오전에 처음으로 암벽에 붙었을 땐 모든 루트가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암빙벽등반 2026.10.12

오랜만의 대구 나들이

항상 마음 속엔 함께 있는데 이런저런 연유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가족과 친한 친구들 중에서도 시간이 맞지 않거나 멀리 떨어져 있어 쉽게 얼굴을 보기 힘든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한데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너무 오래 대면하지 못하면 마음까지 멀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리움이 망각으로 변하기 전에 마음 속에 있는 사람들은 잠시라도 얼굴을 봐야한다. 서울에서 멀게 느껴지는 대구라도 부지런을 떤다면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기에 이번 개천절 연휴가 적절할 듯했다. 몽블랑 산군에서 알파인 등반을 함께 했던 것으로 시작된 허선생님과의 인연도 어언 16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다. 그동안 1~2년에 한두 차례 정도 대구에 놀러갔었는데, 최근에 다녀온 기억은 언제 쯤인지 가물가물하다. 내 블로그 기록을 들..

나의 이야기 2026.10.05

백화산 주행봉 - 2026년 10월 4일(일)

허선생님 지인분의 농막에서 하룻밤을 묵고 귀경하는 길에 충북 영동에 들러 백화산을 올라보기로 한다. 백화산은 풍광이 수려하여 SNS 상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핫플로 등극한 월류봉 둘레길 중간에 위치한 영동의 명산이다. 정상인 한성봉(933m)과 주행봉(874m)을 모두 오르는 가장 긴 코스를 따른다면 7시간은 족히 걸릴 듯한 쉽지 않은 산이다. 오늘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주행봉으로 바로 올라서서 백화산의 백미로 꼽히는 칼바위능선을 구경하기로 한다. 주행봉에 이르는 등로는 예상보다 길고 가팔랐다. 주행봉에서 한성봉으로 향하는 칼바위능선의 풍광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깍아지른 암릉길 좌우로 절정을 맞이한 구절초꽃이 한창이었다. 주변의 시원한 조망과 발아래 펼쳐지는 들꽃 군락지가 오후의 햇살을 받아 환상적..

국내트레킹 2026.10.05

팔공산 병풍바위 암릉 - 2026년 10월 3일(토)

개천절 새벽 04시, 어둠 속에서 서울 탈출을 시작한다.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에 다녀올 계획이다. 오늘은 12년 전에 허선생님 부부와 함께 올랐던 추억이 깃든 팔공산 이백리길을 등반하고, 오후 시간에 허선생님과 만날 예정이다. 기억을 더듬어 탑골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염불암을 통해 병풍바위에 접근할까 하다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동화사 주차장에서 출발하기로 결정한다. 양진암까지 가는 포장된 임도를 따라 올랐어야 했는데, 등로 초입에 서있는 병풍바위 이정표를 발견하고, 이 길로 가도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솔길에 접어든다. 내원암 우측 능선길을 따라 오른다. 8부 능선 즈음부터 길은 점점 희미해지고, 가파른 바윗길이 나타난다.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눈 앞으로 병풍바위와 팔공산 주능선이 선명하게..

암빙벽등반 2026.10.05

설교벽에서 인수릿지로 - 2026년 9월 26일(토)

어제는 추석이었다. 며칠 후 출산을 앞둔 며느리와 아들은 명절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네 집에서 차분히 쉬면서 출산을 준비하라고 미리 일러두었다. 딸과 사위만 우리집에 와서 이번 추석은 평소의 명절과는 달리 단촐하게 보냈다. 때마침 온가족이 예전에 비디오로 수 차례 감상하여 우리집 지정 가족영화로 등극한 을 오후 시간에 TV에서 방영했다. 역시나 명작은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전해준다. 우리 부부와 딸 부부가 함께 시청함으로써 사위도 가족의 옛 추억을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영화의 배경인 짤츠부르그 인근을 여행했던 아련한 기억까지 곱씹어 볼 수 있었던 아름답고도 정겨운 시간이었다. 추석날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비는 다음 날 새벽까지 계속된다는 예보였다. ..

암빙벽등반 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