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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벽에서 인수릿지로 - 2026년 9월 26일(토)

어제는 추석이었다. 며칠 후 출산을 앞둔 며느리와 아들은 명절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네 집에서 차분히 쉬면서 출산을 준비하라고 미리 일러두었다. 딸과 사위만 우리집에 와서 이번 추석은 평소의 명절과는 달리 단촐하게 보냈다. 때마침 온가족이 예전에 비디오로 수 차례 감상하여 우리집 지정 가족영화로 등극한 을 오후 시간에 TV에서 방영했다. 역시나 명작은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전해준다. 우리 부부와 딸 부부가 함께 시청함으로써 사위도 가족의 옛 추억을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영화의 배경인 짤츠부르그 인근을 여행했던 아련한 기억까지 곱씹어 볼 수 있었던 아름답고도 정겨운 시간이었다. 추석날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비는 다음 날 새벽까지 계속된다는 예보였다. ..

암빙벽등반 2026.09.27

파주 새벽암장 - 2026년 9월 20일(일)

어제는 주말인데도 인수봉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크로니' 루트 10피치를 정코스로 완등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제법 힘겨웠던 등반의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하산 후의 피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애초엔 오늘 등반지로 불곡산 독립봉암장을 공지했었다. 그런데 함께 등반할 예정이던 기영형과 지선씨가 회사일과 집안일로 참가하지 못하게 되었다. 08시 정각에 미아역에서 기석형,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만나 등반지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기석형도 어제 울산을 다녀와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프로치가 빡센 독립봉암장은 다음으로 미루고, 차가 암벽 바로 앞까지 진입 가능한 새벽암장에서 부담없이 놀아보기로 했다. 새벽암장은 오래 전에 딱 한 번 등반해본 경험이 있다. 높이가 10미터 내외인..

암빙벽등반 2026.09.21

인수봉 '크로니' 완등 - 2026년 9월 19일(토)

인수봉의 여러 고전적인 바윗길 중에서 '크로니'는 정상에 이르는 가장 길고 자연스런 등반선을 가진 매력적인 루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말의 인수봉에서 크로니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코스로 등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크로니길 루트는 인수봉 남동면의 크랙과 밴드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당연히 다른 루트와 교차되는 구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바윗길이 붐비는 시간에 제 코스를 고수하며 오르다 보면 여러 난관에 봉착하곤 한다. 돌이켜보면 나도 대여섯 차례 크로니길의 일부 구간을 올랐던 기억은 있으나, 정코스로 완등한 건 딱 한 번뿐이고, 그것도 후등이었다. 언젠가 선등으로 크로니길을 정코스로 완등하고 싶은 소망은 항상 내 마음 한구석에 내재되어 있었으나, 이런저런 연유로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

암빙벽등반 2026.09.21

도봉산 선인봉 '남측길' - 2026년 9월 13일(일)

새벽에 눈을 뜨니 아내가 밖에 비가 내린다고 한다. 부랴부랴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어젯밤에만 해도 없던 비 예보가 떠있다. 오전 10시까지는 약한 비가 뿌린다는 것이다. 08시로 공지했던 악우들과의 약속시간을 1시간 늦추기로 한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이슬비가 내려 우산을 썼는데, 도봉산 입구에 도착하니 비는 멈춰 있다. 지난 5월 하순의 '요세미티 가는 길' 등반 때에도 오늘과 비슷한 변덕스런 날씨였던 게 떠오른다. 광륜사 삼거리에서 09시 정각에 기석형, 지선씨, 성훈씨, 은경, 나, 이렇게 5명의 악우들이 모인다. 인공암벽에서 함께 운동하는 성훈씨와는 오늘 처음으로 줄을 묶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비에 대한 걱정은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선선한 초가을 날씨가 되어 등반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암빙벽등반 2026.09.14

북한산 노적봉 '광클사랑C' - 2026년 9월 12일(토)

우이동에서 07시 30분에 도선사로 올라가는 택시에 탑승한다. 도선사광장주차장이 정체될 정도로 이른 아침부터 등산객들과 클라이머들로 북적댄다. 뭔가 모를 분주한 모습의 등산학교 학생들과 관련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우리는 어느 보살님과 동승한 덕택에 도선사 경내까지 진입하여 하차한다. 용암문으로 향하는 등로에 접어들자 비로소 한적한 산속에 들었다는 평온함이 깃든다. 쉬엄쉬엄 서두를 것 없는 발걸음으로 노적봉 '광클사랑C' 루트 초입에 도착한다. 어프로치에 1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많은 클라이머들이 인수봉으로 몰린 까닭인지 노적봉 바윗길엔 고요한 평화로움이 감돌고 있다. '오아시스의 미인' 루트 바로 오른쪽에서 나란히 진행하는 '광클C' 루트는 오늘이 첫 등반이다. 첫 두 피치는 날등의 가장..

암빙벽등반 2026.09.13

진천 농다리와 초평호 - 2026년 9월 8일(화)

계룡산 수통골을 산책한 후에 그곳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서울로 향했다. 오늘 일정은 바쁠 것이 없으니 올라가는 길에 진천 농다리를 구경해 보기로 한다. 중부고속도로 위를 달리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미호천과 농다리를 지나치면서 한번쯤은 자세히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을 뇌리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농다리 일대는 잘 조성된 관광지였다. 평일인데도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놀러온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농다리를 건너서 초평호 둘레길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정말 좋았다. 앞으로도 서울 올라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정체된다면 가끔 들러도 좋을 명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트레킹 2026.09.10

고향 방문과 계룡산 수통골

자식들이 모두 출가한 이후로 명절 땐 예전과 달리 귀향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 전에 성묘를 겸하여 고향집에 다녀오기로 한다. 새벽에 서울을 출발하여 광주의 망월동 묘지공원에 안장된 장인 장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이른 점심 시간에 고향집에 도착하여 어머니와 작은아버지 내외분을 모시고 나주시 왕곡면의 육회비빔밥 맛집에서 만족스런 식사를 대접해 드렸다. 동생 내외도 합석하여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가족 상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맛집과 카페가 대도시 못지 않게 사람들로 붐비는 풍경이 이채로웠다. 오후 시간엔 아버지께서 안치된 선영에 성묘하고 화분도 놓아 드렸다. 다음 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엔 호남고속도로 유성나들목에서 가까운 계룡산 수통골에 들렀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 시절..

나의 이야기 2026.09.10

불암산 대학암장(3암장) - 2026년 9월 6일(일)

상계역에서 08시 정각에 악우들을 만난다. 불암산둘레길과 겹치는 서울둘레길 3코스 화랑대역 방향으로 접근하여 대학암장을 찾아간다. 아침에 기영형이 몸살감기 증세로 불참할 거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다시 늦게라도 참석하겠다고 하여 반가운 마음이다. 형이 암장에 잘 찾아올 수 있도록 둘레길에서 벗어나 암장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을 촬영하여 보내준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찾는 대학암장이다. 안전하게 크랙등반을 연습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지난 번엔 2암장과 3암장에서 각각 한 차례씩 등반했었다. 오늘은 기석형과 지선씨에게는 처음인 3암장에서 놀기로 한다. 두 번째 루트에 줄을 거는 동안 기영형이 합류하여 하루종일 우리팀 5명이 대학암장을 독차지하고 즐겁게 등반할 수 있었다. 처음엔 독감을 앓고 난 후의 내 몸..

암빙벽등반 2026.09.09

불암산 피크암장 - 2026년 9월 5일(토)

이런저런 이유로 3주만에 주말 등반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동안 여름 막바지의 무더위를 극복하지 못하고 때아닌 A형 독감에 감염되어 일주일 이상을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독감을 이겨내느라 독한 약을 장복한 탓인지 무기력증을 털어내고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도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면역력과 함께 회복력까지 약해지는 걸 실감하고 나니 조금은 우울한 기분이었다. 내게 있어서 가라앉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에 산과 등반보다 더 좋은 명약은 없을 것이다. 초가을로 접어든 요즘 날씨는 인수봉의 바윗길로 나를 유혹하지만, 오늘은 마음 편하게 치유의 등반을 즐기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적할 듯한 불암산의 피크암장에 가기로 결정한다. 불암사 주차장에서 에이스암장을 거쳐..

암빙벽등반 2026.09.05

이탈리아 밀라노의 건축물

이탈리아 도시를 여행하는 일은 눈이 즐겁다. 유명 관광지나 성당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건축물에 장식되어 있는 조각 작품들을 눈여겨 보는 것만으로도 여느 나라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구경하는 것보다 더 나은 감흥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밀라노는 로마를 비롯한 다른 유서 깊은 이탈리아 관광 도시들에 비해 구경할 게 별로 없는 매우 현대적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 띈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단단한 대리석을 진흙 다루듯 섬세하게 가다듬어 탄생시킨 조각품들이 3천 개가 넘는다는 두오모 성당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하고 놀라운 예술작품이었다. 무엇보다 기둥으로 둘러싸인 긴 복도인 이탈리아식 회랑을 특별히 좋아하는 나에게 스포르체스코 성을 둘러보던 때를 회상하는 순간은 아련한 행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해외여행기 202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