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24

불암산 실버암장 - 2026년 5월 17일(일)

불암산 실버암장은 제법 높은 화강암 직벽과 여러 개의 슬랩 등반 루트까지 갖춘 독특한 암장이다. 크랙 등반의 다양한 동작을 연습할 수 있는 동시에 타포니(Tafoni) 현상으로 인해 형성된 특이한 구조의 홀드를 만져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석형, 기영형, 은경, 지선, 나, 이렇게 5명의 악우들이 먼저 직벽에 매달려서 화끈하게 힘을 써야 하는 크랙 등반을 연습하고, 점심 후에는 어느 정도 짭짤한 슬랩 등반까지 즐길 수 있었다. 기영형은 에너자이저처럼 열클하는 날이었고, 기석형과 지선씨도 처음 접하는 암장이라서 그랬는지 즐겁게 등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어제 인수봉 등반의 여파로 은경이는 고질적인 어깨 부상이 도져서 직벽에 매달리지 못했고, 내 몸도 생각보다 기운이 없었다...

암빙벽등반 2026.05.18

인수봉 '인수B' 크랙 코스 - 2026년 5월 16일(토)

오늘은 모든 것이 잘 풀린 날이었다. 하늘은 청명했고, 무엇보다 기영형,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단촐하게 줄을 묶은 등반은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평소 주말의 인수봉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윗길 또한 한산했다. 주말의 인수봉 등반을 계획할 때면 항상 붐비는 바윗길에 대한 염려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그저 복불복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울 수 밖에 없는데, 오늘도 우리가 '크로니'와 '생공사' 루트 초입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예닐곱 명으로 구성된 팀이 공터를 다 차지한 채 등반 준비 중에 있었다. 우리팀은 나무 그늘 아래의 협소한 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팀은 우리와 달리 '생공사' 루트에 붙을 거라 했다. 애초에 이번 등반 계획..

암빙벽등반 2026.05.16

불암산 활바위 '소풍2', 천지암장 - 2026년 5월 10일(일)

어제는 어버이날 주간을 맞이하여 집으로 찾아온 아들과 딸 부부와 함께 모처럼 외식도 하면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화창한 날씨에 산에 가지 않은 토요일이 약간은 어색했으나, 다음 날 불암산 등반 약속이 있으니 아쉬움 없이 맘 편하게 자식들과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매우 뜻깊은 하루였다. 오늘은 불암산역에서 09시에 6명의 악우들이 모였다. 등반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라서 많은 클라이머들이 인수봉이나 선인봉의 바윗길을 찾을 것이란 예상을 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한적하리란 기대로 불암산 활바위 암장을 등반지로 공지했던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맘 편한 등반을 함으로써 지난 주의 대둔산과 천등산 원정 등반..

암빙벽등반 2026.05.11

논산 탑정호 - 2026년 5월 3일(일)

2박 3일 일정으로 떠나온 대둔산과 천등산 등반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새벽부터 제법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지난 이틀 동안 만족스런 등반을 즐겼으니, 사흘째 날에 등반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없었다. 그래도 그냥 서울로 올라가기엔 뭔가 아쉬워서 우산 쓰고 산책이라도 할 수 있는 코스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곳이 탑정호였다. 대둔산 서북쪽이 속해 있는 충남 논산시의 탑정호 출렁다리와 둘레길을 한 번은 구경하고 싶다는 소망이 나의 뇌리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논산 시내의 별다방에서 모닝커피와 함께 간단히 조식을 해결하고 찾아간 탑정호 둘레길은 말끔하게 잘 조성되어 있어서 우중에도 큰 부담없이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코스였다. 우리들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호수 위의 출..

천등산 '한번쯤' - 2026년 5월 2일(토)

대둔산 입구의 숙소에서 새벽부터 일찍 서두른 덕택에 우리팀과 홍클팀 모두가 자신들이 선택한 천등산 바윗길에 일착으로 붙을 수 있었다. 우리팀은 괴목동천을 건너면서 올려다보았을 때 맨 좌측 릿지에 속하는 '한번쯤' 루트를 오르기로 했다. 기영형네 팀이 '한번쯤' 바로 우측에서 나란히 이어지는 '세월이 가면' 루트를 등반했고, 동석씨네 팀이 우리팀 바로 좌측에서 올랐다. '어느 등반가의 꿈', '세월이 가면', '한번쯤', 이렇게 세 루트는 나란히 진행하면서 종착점을 공유하는 멀티피치 바윗길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두 개 루트는 올라본 경험이 있으나, '한번쯤' 루트는 이번에 처음으로 등반하게 되었다. 총 6피치 중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마지막 한 피치를 제외한 다섯 피치는 나름대로 특색 있고 등반성 좋..

대둔산 '새천년길' - 2026년 5월 1일(금)

푸르른 오월의 첫날이다. 올해부터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바뀌면서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때마침 노동절이 금요일이라 꿀처럼 달콤한 3일 동안의 연휴가 찾아왔다. 돌아오는 월요일에 휴가를 낼 수 있다면, 어린이날까지 최장 5일을 쉴 수도 있다. 이번 연휴는 악우들 4명이 대둔산과 천등산으로 2박 3일 일정의 등반여행을 다녀오기로 작정했다. 숙박지는 기영형의 주선으로 홍대클라이밍센터 회원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우리는 교통체증을 감안하여 새벽 5시에 서울을 출발한 덕택으로 막힘없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추부 읍내의 해장국집에서 여유롭게 맛깔난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대둔산 용문골 입구에서 '새천년길'로 어프로치를 시작한 때가 09시 무렵이었는데, 그때 기영형과 통화한 바에 의하면 07시에 서울을 출발한 ..

백운대 '시인 신동엽길' - 2026년 4월 26일(토)

청명한 하늘 아래 봄바람은 보드랍고 바지런한 산새들의 지저귐은 청아하다. 신록이 차오르는 봄숲은 푸르른 몸집을 키우는 데 한창이다. 요즘처럼 등반하기 좋은 시절에 주말 날씨가 쾌청하다는 건 여간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아름다운 계절에 백운대 남서벽의 유서 깊은 루트인 '시인 신동엽길'을 오르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5년 10월 17일에 이 루트를 6피치까지 등반했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기회가 된다면 '신동엽길'을 완등하여 백운대 정상을 밟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슴 한켠에 늘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계획했던 두세 차례의 신동엽길 등반 계획은 매번 무산되기 일쑤였다. 워낙 인기 높은 바윗길인지라 매번 정체현상으로 인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

암빙벽등반 2026.04.26

무의도 하나개 해벽 - 2026년 4월 19일(일)

무의도는 이제서야 벚꽃이 한창이었다. 하나개 해수욕장에서 암장으로 가는 둘레길 주변도 서울보다는 시절이 조금 늦은 듯했다. 아직까지 진달래꽃이 시들지 않았고, 제비꽃과 각시붓꽃 등속도 간간히 눈에 들어왔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오전 9시 즈음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수 있었다. 기석형은 하나개 암장이 처음이고, 지선씨는 등반 교육생 시절에 한 차례 왔었다고 했다. 오늘의 하나개월(애스트로맨월) 중앙부는 정말 많은 클라이머들로 북적였다. 우리팀 4명은 바다쪽 데크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3개 루트에서 등반을 시작했다. 우측부터 '별천지(5.10b)', '2월 29일생(5.10b)', '정다운(5.10b)' 루트를 차례대로 올랐다. 어수선한 중앙벽엔 붙지 않기로 하고, 동굴처럼 아늑한 호룡..

암빙벽등반 2026.04.19

불암산 활바위 암장 - 2026년 4월 18일(토)

활바위 암장 일대는 대규모 산악회원들로 인해 시끌시끌하던 지난 주말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하루 종일 우리팀 외에 한두 팀만 보일 정도로 한적하고 고즈넉하기까지 했다. 신록이 우거진 그늘 아래의 베이스캠프에서 기석형, 기영형, 은경, 나, 이렇게 넷이서 스몰 토크 나누면서 등반을 준비하는 시간이 더없이 평온했다. 지난 주엔 천지암장의 단피치 루트만 등반했던 터라 오늘은 멀티피치로 활바위 정상부에 다녀오기로 했다. 크랙 코스가 주를 이루는 '청출어람' 루트를 일곱 피치로 끊어서 여유롭게 등반할 수 있었다. 하강 후에는 갑자기 한여름처럼 올라간 기온 속에서 평소보다 길게 점심을 겸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어학 전공자인 기석형으로부터 그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언어의 역사와 어원에 대한 재미난 얘기를 듣는 ..

암빙벽등반 2026.04.19

자락길 주변의 봄꽃

평소 아내의 산책 코스인 자락길 주변에 꽃들이 만발했다 하여 동행해 보았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산벚꽃 등이 순서를 가리지 않고 피어 있고, 벌써 무성한 연초록 잎으로 단장한 나무들도 보인다. 구경꾼 입장에선 그저 황홀할 뿐이다. 양지바른 화단에 피어난 할미꽃과 꽃잔디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봄날이다.

풍경사진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