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58

강진 한나절 여행 - 2024년 11월 10일(일)

간밤에 악우들은 월출산 입구의 숙소에서 묵고, 나는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나주의 고향집에서 잤다. 때마침 큰누나와 작은누나, 작은매형이 고향집에 와 있어서 가족들이 명절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오늘 새벽에 막내 동생까지 합류하여 참으로 오랜만에 어머니와 우리 4남매는 한상에 빙 둘러앉아 아침식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아무런 약속 없이 4남매가 만났으니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는 모든 기상 여건이 암벽등반을 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래서 2년만에 다시 찾은 월출산의 연실봉과 매봉에서 아주 만족스런 등반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말 이틀 내내 월출산에서 암벽등반을 원없이 즐겨보리라던 기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나주의 고향집에서 아침밥을 먹고..

국내여행기 2024.11.11

서산-태안 1박 2일 가족여행 [2024년 10월 26일(토)~27일(일)]

지난 9월 초순에 딸이 결혼함으로써 나는 명색이 여섯 명으로 구성된 가족의 가장이 되었다. 요즘 시대에 가장의 권위 같은 건 퇴색된 지 오래라고 하지만, 가족 구성원 간에 사랑이 흘러 넘치는 행복한 가정을 가꿔 나가고 싶은 소망마저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두가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마저 얼굴 마주할 기회가 드물다면 행복한 가정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우리 부부가 함께 떠나는 첫 번째 가족여행을 계획한다. 숙소는 고급 호텔처럼 새롭게 단장되었다는 만리포연수원으로 정했다.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현 직장의 연수원이지만 이번이 첫 방문이다. 처음으로 방문한 연수원 시설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지난 주에 열린 개교기념일 행사에서 20주년 장기근..

국내여행기 2024.10.27

석모도에서 만난 봄 - 2024년 3월 23일(토)

강화도 서쪽 섬인 석모도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각적인 봄을 만날 수 있었다. 상리암장에서 악우들과 함께 봄맞이 암벽등반을 즐겨보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아지랭이 피어오르는 봄날의 따스한 대기는 아침안개로 시작하여 서서히 문을 열었다. 봄바다를 살짝 가리운 옅은 해무는 파스텔톤으로 빛날 봄날의 서막이었다. 상주산 중턱에 자리한 암벽엔 따사로운 봄볕이 아낌 없이 쏟아졌다. 숲에서는 활짝 피어난 진달래꽃과 생강꽃이 봄날의 환희를 발하고 있었다. 등반을 마치고 석모도의 대표적 관광지인 보문사 앞에서 서해의 일몰이 함께 한 저녁을 먹었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저녁 시간의 보문사 경내는 한적하고 고요한 산사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보름달과 진배없는 둥근 달과 총총한 별빛이 어우러진 봄밤의 정취에 취하지 않을 ..

국내여행기 2024.03.24

영월 동강과 서강 - 2024년 2월 17일(토)

어제는 환상적인 태백산 눈꽃 산행을 기분 좋게 마친 후, 원래 약속된 숙소인 태백에 있는 이상무님 지인분의 쎄컨드 하우스로 이동하던 중 네비게이션이 엉뚱하게 영월의 비슷한 지명으로 안내하는 바람에 동강변의 숙소에 여장을 풀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뜻하지 않게 잡은 동강변의 숙소는 여러모로 훌륭했다. 간밤엔 내년 2월에 예정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와 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비롯한 알쓸신잡 얘기들로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영월군 동쪽과 서쪽을 흐르는 동강과 서강 하류를 구경할 수 있었다. 아침 산책길에선 숙소 주변을 휘돌아 흐르는 동강변을 거닐었다. 맛깔난 다슬기해장국으로 아점을 해결한 후에는 서강변에 위치한 한반도지형을 둘러보았다. 주천강, 평창강, 동강이 서로 다른 곳에서 발원하여 남한강으로..

국내여행기 2024.02.17

생일날의 한탄강 여행 - 2024년 1월 12일(금)

오늘은 음력으로 쇠는 내 생일날이다. 어느새 환갑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실 앞에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가족과 친구들이 나를 특별히 기억해 주는 날인 만큼 생일은 기쁜 날이 아닐 수 없다. 조금은 여유로운 방학 중이라서 평일인데도 생일이라는 핑계로 잠시 짬을 낼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드라이브를 겸한 짧은 겨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여행지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한탄강 일대로 정했다. 한탄강(漢灘江)은 클 한(漢), 여울 탄(灘)의 한자를 써서 '큰 여울의 강'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 한 시간 반 정도면 닿을 수 있는 포천의 화적연을 시작점으로 하여 연천의 재인폭포, 좌상바위, 아우라지 베개용암, 신답리 고분을 차례로 둘러보는 코스를 ..

국내여행기 2024.01.14

구례 겨울 여행 - 2023년 12월 27일(수)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다. 어제는 나주 고향집에 계신 어머님을 찾아뵙고 하룻밤을 묵었다. 요늘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여행 삼아 구례를 방문하기로 했다. 고속도로 사정이 좋아져서 구례를 들렀다 가더라도 오늘 안에 집으로 귀환하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광주에서 여고를 다니던 시절에 지리산 왕시루봉에 올랐던 오랜 추억을 갖고 있는 아내에게 섬진강과 지리산을 품고 있는 구례의 관광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2022년 2월에 용서폭암장에서 등반할 때 구례를 여행 했었다. 그때의 기억이 정말 좋아서 아내와 함께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 당시에 돌아다녔던 일정을 상기하여 오산의 사성암에서 구례 여행을 시작했다. 오산 정상에서는 왕시루봉이 마주 보였다. 노고단에서 이어진 지리산 주능선 끝자락의 천왕봉도 ..

국내여행기 2023.12.28

운현궁과 송현동 - 2023년 12월 24일(일)

오후 시간에 성북천과 청계천을 따라서 걸었다. 아내와 함께 걷다가 지치거나 몸을 녹이고 싶으면 시가지로 올라왔다. 황학동 풍물시장을 처음으로 둘러 보았다. 종로 5가의 한 커피숍에서 잠시 쉬고 난 후에 종로 3가와 익선동을 배회하기도 했다. 안국동과 북촌으로 방향을 잡았다. 낙원상가를 통과해서 운현궁을 처음으로 구경했다. 학창시절에 감명 깊게 읽었던 김동인의 소설 이 떠올랐다. 소설의 주인공인 흥선대원군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북촌은 관광지답게 제법 많은 인파들로 활기가 넘쳤다. 우리 부부도 관광객들 틈에 끼어 꿀호떡을 사먹고 송현동 녹지공원도 구경했다. '솔빛축제'란 이름으로 전시된 조명 작품들의 야경이 볼만할 것 같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려는 인파들 틈에 섞이는 게 부담스러워 해가 지..

국내여행기 2023.12.26

연천 재인폭포 - 2023년 12월 10일(일)

한탄강은 임진강의 제1지류이자 한강의 제2지류로 휴전선 이북의 북한에서 발원하여 철원, 포천, 연천 지역을 차례로 흐른다. 한탄강이 특별한 이유는 여느 강과 달리 화산지대를 관류하여 제주도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과 주상절리로 구성된 협곡이 길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어느 겨울날 철원의 진산인 금학산 정상에서 시원스레 펼쳐진 철원평야를 조망하던 중 발견한 이색적인 풍광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평평한 지대에 움푹 패인 까만 협곡이 아름다운 곡선으로 굽이치던 장장 134.5km에 이르는 한탄강의 일부분을 본 순간이었다. 한탄강 일대는 2015년 환경부에 의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데 이어, 2020년 7월 7일엔 국내에서 4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국가지질공원과 유네스코 인증을 ..

국내여행기 2023.12.10

괴산호 유람선 - 2023년 10월 26일(목)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강줄기를 댐으로 막아서 생긴 괴산호에는 유람선이 다니고 있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막이옛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연하협구름다리에 닿게 된다. 이곳에서 상류로 향하는 유람선에 승선하여 선유대 등의 절경을 구경하고 유턴하여 주차장까지 이르는 코스의 주변 경관을 배 위에서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비단결처럼 잔잔하고 고운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유람선을 타고 있는 동안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뱃놀이 하던 옛 한량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국내여행기 2023.10.28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 - 2023년 10월 26일(목)

산막이옛길을 트레킹 하고 괴산호 유람선 관광을 즐긴 후에 늦은 점심을 먹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괴산읍에서 가까운 문광저수지를 둘러보았다. 요즘 한창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군락지가 문광저수지에 있다는 소식을 매스컴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평일인데도 주차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저수지 둑방을 따라 조성된 은행나무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다른 곳보다 유난히 일찍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들이 그런대로 볼만했다.

국내여행기 20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