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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조비산 암장 - 2025년 11월 22일(토)

봄날처럼 화창하고 포근한 날씨 속에서 등반을 즐기려는 이들로 조비산 암장은 이른 시간부터 붐볐다.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지만 자연암벽에서의 북적대는 분위기는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따스한 우측 안쪽 벽의 쉬운 루트들에 먼저 매달린다. 역시나 오버행 구간에서는 지구력이 많이 부족해진 걸 실감한다. 그래도 5개 루트는 채우고 점심을 먹자는 마음가짐으로 몸풀이 등반을 이어간다. 점심 후엔 동굴 우벽에서 두 루트를 등반한 후, 모처럼 아무도 없는 좌벽으로 이동했다. '쌍용1(5.10c)' 루트의 난이도를 5.10a로 잘못 알고 올랐다가 두세 차례의 행도깅 끝에 가까스로 줄을 걸 수 있었다. 톱로핑 방식으로 다시 올라보니 역시나 5.10c 난이도가 맞는 듯했다. 내친김에 바로 왼쪽의 '첫나들이(5.10d)' 루트..

암빙벽등반 2025.11.23

불암산 활바위 암장 - 2025년 11월 15일(토)

불암산 활바위 암장에서 아주 여유로운 등반을 즐길 수 있었던 하루가 감사했다. 오전 10시에 불암산역(구 당고개역)에서 기영형과 은경이를 만나 덕암초등학교를 거쳐 경수사 진입로를 따라 올랐다. 활바위 암장 초입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전형적인 늦가을의 신선함이 깃든 쌀쌀한 대기가 상쾌하고 하늘은 청명했다. 베이스캠프에서 곧바로 출발하는 '소풍2' 루트 7피치를 먼저 등반했다. 크랙과 슬랩이 적절히 혼재된 피치들이 아기자기하게 오르는 재미가 있었다. 점심 직후에 은경이는 문상 때문에 먼저 하산하고, 기영형과 둘이서만 천지암장의 싱글피치 루트 5개에 매달린 후, 오후 4시가 넘어가자 오늘 등반을 마무리지었다. 다들 오랜 세월 동안 함께 등반해온 구력을 지닌 악우들이기에 모든 순간이 편안하고 여유로웠다.

암빙벽등반 2025.11.16

인수봉 '구조대길' - 2025년 11월 12일(수)

인수봉 북면 하단의 암벽 밑동부터 귀바위 꼭대기까지 총 12피치로 이어지는 '구조대길'은 등반 거리가 인수봉에서 가장 긴 바윗길일 것이다. 나는 암벽등반 초보 시절인 2010년도에 산악회 선배님들을 따라서 딱 한 번 이 구조대길을 올라본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당시엔 구조대길이 개척된 직후라서 우리팀 리더가 바윗길 초입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헤맨 까닭에 일몰 시간에 쫒기어 루트 중간에서 탈출해야만 했었다. 언젠가는 구조대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등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 소원을 풀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무릎 상태가 온전치 않은 기범씨가 수요등반 공지를 구조대길로 올렸을 때, 내심 걱정스러웠으나 무사히 완등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바빠진 수술 스케쥴로 인해..

암빙벽등반 2025.11.13

강화도 아만바히 암장 - 2025년 11월 8일(토)

하루종일 잔뜩 흐린 하늘에 비까지 살짝 뿌렸던 악조건 속에서도 강화도 아만바히 암장에서 하루를 잘 놀고 왔다. 우리팀이 도착했을 때엔 이미 여러 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왁자지껄 활기찬 모습으로 등반을 막 시작하려는 중이었다. 내심 한적하고 오붓한 등반을 희망했으나, 그런 바람은 초장부터 무리한 욕심이었음이 드러나고 말았던 것이다. 레이저포인터로 홀드 하나하나를 가리키면서 훈수를 두는 마우스 클라이머들 속에서도 묵묵히 우리들의 등반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던 자세는 스스로를 칭찬해줄만 했다. 작은 홀드에 다양한 동작과 파워를 요하는 특색 있는 루트들이 즐비하여 등반하는 내내 즐거웠다. 오버행을 넘어설 때 과감성이 부족했지만 그런대로 잘 극복했다는 만족감은 있었다. 앞으로도 몇 차례 다시 찾아와 열심히 매달린다면..

암빙벽등반 2025.11.09

명지산 단풍 - 2025년 11월 7일(금)

가평 명지산은 내가 암벽등반에 빠져들기 전부터 가끔 오르던 산인데 언제 등산했는 지에 대한 기억은 아스라하다. 마지막으로 명지산 정상을 밟아본 것이 내 블로그에 2015년 3월 21일로 기록되어 있으니, 그간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최근 명지산 계곡에 데크길이 잘 조성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내와 함께 짧은 가을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가평군 북면 익근리의 명지산생태전시관에서 트레킹을 시작하여 계곡을 따라 명지폭포까지 다녀왔다. 올라갈 때는 계곡 좌측의 데크길을 이용했고, 내려올 때는 포장이 잘 된 임도를 따랐다. 예전에 없던 계곡 건너편의 데크길에서 내려다보는 협곡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단풍 절정기는 조금 지났지만 만추의 정취를 만끽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명지폭포를 위에서 ..

국내트레킹 2025.11.09

강촌 유선대 암장 - 2025년 11월 1일(토)

중국 칭다오 등반여행을 다녀온 후로 왠지 모르게 몸과 마음이 모두 힘겨웠다. 그동안 나의 등반 리듬도 흐트러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균형감인데, 어딘지 모르게 삶의 밸런스를 잃은 듯한 최근의 내 모습이 조금은 한심스러웠다. 때마침 오늘은 11월의 첫날이니 만큼 더이상의 나태함은 던져버리고, 이제는 다시 새롭게 내 삶의 생기를 되찾아야 한다는 자각이 있었다. 몸건강을 위해서는 열정과 의욕이 감퇴하여 뒤죽박죽된 클라이밍 루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반짝이는 햇살을 듬뿍 받으며 등반한다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았다.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오롯히 등반에 집중할 수 있는 강촌의 유선대 암장을 찾은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

암빙벽등반 2025.11.03

파주 웅담리 암장 - 2025년 10월 26일(일)

수술 부위가 덧나면 안 되기 때문에 가까운 파주의 암장에서 무리하지 않고 게으른 등반이나 즐겨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예보에 없던 이슬비가 살짝 뿌렸다. 암장에 도착해보니 주차된 차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등반자들이 얼마나 많은 지 일단 구경이나 하자며 맨몸으로 1암장부터 3암장까지 둘러보는데, 3암장에서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다. 기영형과 윤선생님께서 홍대클라이밍센터 회원분들과 함께 한창 등반 중이었던 것이다. 서로 반갑게 인사 나눈 후, 우리도 자연스럽게 윤선생님 팀에 합류했다. 장비를 막 착용했는데 등반을 못 할 정도의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장비를 해체하고 천막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서서히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젖은 바위를 보면서 오늘은 그냥 돌아설까 하다가 몸이나 풀고 ..

암빙벽등반 2025.10.27

불암산 애기봉 암릉길 - 2025년 10월 25일(토)

몸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도 이렇듯 좋은 가을날에 산에 가고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 농양 제거 수술 이후에 아직은 조심스러운 몸으로 불암산을 올라보기로 한다. 상계역에서 출발하여 불암산자락길을 거쳐 서울둘레길로 접어든다. 대학암장 위의 봉우리에 올라서 편안한 커피타임을 갖는다. 하계동 달동네가 재개발 중인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개발에서 소외된 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발길을 재촉하여 태릉에서 올라오는 능선길에 합류한다. 능선길 중간에서 빠져나와 천보사를 거쳐 불암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몇 주 전의 피크암장 등반 때 공사중이던 암릉길을 확인하고픈 생각에서 정한 발걸음이다. 불암사 아래의 공용주차장에서 곧장 애기봉 방향으로 오른다. 애기봉에서부터 시작된 암릉길은 최근에 공사를 ..

국내트레킹 2025.10.27

[2025 중국 라오산 등반여행 - 에필로그]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집안의 장남이자 가장인 내가 이번 추석연휴에 중국 등반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한 건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나주의 고향집에 노모가 생존해 계시니 찾아뵈야 마땅하고, 결혼하여 분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들과 딸 내외를 위한 명절날 어른 노릇도 챙겨야 하는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의 중국 여행을 혜량해 주었다. 삶을 좀 더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서는 현실의 이런저런 사정들을 극복하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데,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다. "20년 후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더 실망할 것이다. 그러므로 돛줄을 던져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마크 트..

인수봉 '의대-인덕' - 2025년 10월 22일(수)

인수봉 일대는 일주일 전에 비해 추색이 완연해 보였다. 아침 기온도 한 자릿수로 떨어져 제법 쌀쌀했다. 지난 주 토요일에 농양 제거 수술을 받은 몸이지만 무리하지 않는 등반은 괜찮을 듯하여 수요등반에 참여하기로 했다. 약속시간을 08시 정각에서 30분 늦춘다는 기범씨의 어젯밤 공지를 내가 놓치는 바람에 도선사광장주차장에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행보다 먼저 천천히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잘 된 것이라 여겼다. 천천히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도 구경하면서 어프로치 하는 기분이 상쾌했다. 양지바른 '취나드B' 루트 앞에서 쌍화차 한 잔을 마신 후에 장비를 착용하는 여유도 부려볼 수 있었다. 지난 주의 수요등반 때와 비슷하게 오아시스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암빙벽등반 202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