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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암장 'JK(5.10d)' 레드포인트 완등 - 2021년 9월 5일(일)

클라이머들이 이런 맛에 다들 프로젝트 등반을 하는 모양이다. 현재의 내 클라이밍 실력으로는 도무지 완등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거인암장의 'JK(5.10d)' 루트를 오늘은 세 번째 도전 만에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올랐다. 완등한 순간의 기쁨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었다.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자유등반 방식으로 완등하는 것을 일컫는 레드포인트(red point) 등반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자유등반 난이도로는 한 단계 차이일 뿐이지만 5.10c와 5.10d는 체감 난이도가 상당히 달랐다. 자연암벽에서 5.10c까지는 컨디션이 좋은 날 온사이트로 완등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달포 전인 지난 7월의 마지막 날에 붙어 보았던 5.10d 난이도의 'JK' 루트는 나의 ..

암빙벽등반 2021.09.05

선인봉 '남측길' - 2021년 9월 4일(토)

9월의 첫 주말이다. 나아질 줄 모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 하는 개강 첫 주간이지만 여러모로 할일은 더 많아진 2학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학기와 같이 여전히 전면 비대면 수업 형태로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캠퍼스에서 개강의 활기찬 기운이나 설레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비대면 수업과 화상회의 등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으니 조용함 속에서 내부적인 분주함만 고스란히 남았을 뿐이다.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계절만은 어김 없이 가을을 향해 달리고 있다. 공기의 맛과 하늘 빛깔이 달라졌다. 코로나블루를 떨쳐 내고 산에 가기 정말 좋은 청명한 날씨를 놓치지 않고 등반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다. 도봉산 선인봉의 '남측길'을 등반해서 처음으로 선인봉..

암빙벽등반 2021.09.04

춘천 인어바위 암장 - 2021년 8월 28일(토)

의암댐을 사이에 두고 삼악산 맞은편에 있는 드름산 절벽에 최근 개척되어 인기가 높은 인어바위 암장을 처음으로 찾아가 보았다. 몇 차례 등반한 적이 있는 의암바위 암장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좌측의 호수 방향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가니 인어바위 암장에 금방 닿을 수 있었다. 등산로 입구의 공터에 주차하고 10분이 채 걸리지 않은 거리였다. 암장을 둘러보고 느낀 소감은 춘클릿지, 의암바위, 인어바위를 엮어서 드름산 암벽공원을 조성하고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계신 '춘천클라이머스' 회원분들의 아름다운 열정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암장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빌레이 포인트나 휴식 장소 등 주변이 완전히 정돈되지 않은 부분은 눈에 띄었으나 개척하신 분들의 노고가 ..

암빙벽등반 2021.08.28

포천 인공암벽장 - 2021년 8월 22일(일)

최근 암장 운동을 게을리 했다. 직장 일이 바빠진 이유가 크다지만 피곤해진 몸을 이기지 못하고 나태해지는 정신 상태를 스스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반성할 일이다. 비가 오락가락 한 날씨 때문에 자연 암벽에 붙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 대신 찾아간 포천 인공암벽장이었다. 오름짓에 흥이 날 리 만무했다. 몸은 굼뜨고 등반 의욕은 생기지 않았다. 여느 때와 달리 클라이밍에 별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침에 소나기처럼 내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커피 마시던 순간이 괜찮았다. 체육공원 내의 벤치에서 소풍 나온 듯 행복한 점심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둘레길을 따라 여유로운 식후 산책을 다녀왔으니 이만하면 충분히 감사한 휴일을 보낸 것이다.

암빙벽등반 2021.08.22

북한산 우중 산행 - 2021년 8월 21일(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호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빗줄기는 굵어졌다. 우산을 쓰고 산행하기엔 버거울 정도였다. 오랜만에 우비를 입고 세차게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산 등산로와 둘레길 이곳 저곳을 마음 내키는 대로 걸어 다녔다. 집을 나설 때까지 주중의 업무가 좀 과했던지 등에 담이 들어 불편했었는데 산길을 걸었더니 한결 나아졌다. 적당한 곳에서 산행을 멈추고 안전하게 비를 피하면서 장맛비처럼 퍼붓는 비를 구경하는 시원함과 재미를 만끽했다. 오후에 잠시 맑은 하늘이 드러난 순간 작은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풍성한 물줄기와 폭포를 발견하는 기쁨도 있었다. 하산주와 곁들인 족발은 그야말로 역대급 맛이었다.

국내트레킹 2021.08.22

인수봉 '인수B' - 2021년 8월 16일(월)

인수봉에서 고전적인 바윗길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인수B'길을 올랐다. 바람은 시원했으나 한낮의 태양빛은 여전히 뜨거웠다. 근 10년 만에 올라본 '인수B'길은 생소했다. 첫 피치는 '크로니'길 출발점에서 크랙으로 40여 미터를 올랐다. 둘째 피치는 '인수B'길의 좌측 루트인 '아미동'길과 우측 루트인 '생공사'길이 모이는 확보점까지 50미터 정도를 올랐다. 쌍볼트 확보점 직전에서 방심하다가 미끄러졌지만 리볼팅 이후 새롭게 설치된 볼트가 있어서 긴 추락을 면할 수 있었다. 다행히 부상도 없었다. 여기까지는 작년에 몇 번 올라서 그런지 익숙했다. 일명 항아리 크랙이라 부르는 셋째 피치는 예상보다 힘들었다. 예전엔 크랙 중간에 죽은 나무의 쐐기가 있어서 초반이 쉬웠는데 이제는 만만치 않은 구간이 되었다. 길게..

암빙벽등반 2021.08.16

도봉산 '배추흰나비의 추억' - 2021년 8월 14일(토)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동시에 내 기억의 불확실성을 인정해야 했다. '배추흰나비의 추억'길 리볼팅 작업을 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정확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블로그를 펼쳐보니 작년 3월의 일이었다. 이보다는 이삼 년 전으로 알고 있었는데 고작 1년이 조금 지난 것이다. 리볼팅 작업 이후로 '배추흰나비의 추억'길을 등반하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한 지가 꽤 됐던 모양이다. 무슨 일이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실제보다 오랜 세월처럼 느껴지는 듯하다. 대체공휴일 지정으로 광복절이 중간에 낀 3일 연휴의 첫 날이다. 그간 마음 속으로 품고만 있던 '배추흰나비의 추억'길을 매우 즐겁고 만족스럽게 등반할 수 있었다. 평소에 인기 높은 바윗길이라서 주말엔 혼잡스러울 것이란 선입견이 있었다. 선뜻 '배추흰나비의 추억'..

암빙벽등반 2021.08.14

포천 인공암벽장 - 2021년 8월 8일(일)

서울 시내의 야외 인공암벽장들은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조치 이후 폐쇄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집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는 포천의 인공암벽장은 선착순으로 50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여 개장 시간인 9시보다 20여분 일찍 도착했다. 우리 앞에 여러 명이 배낭을 줄세우는 것으로 등록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팀도 50명 이내에 들어 오랜만에 리드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점심시간엔 소화를 시키기 위해 체육공원에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를 산책했다. 능선 위에 올라서서 보니 그 등산로는 겨울철이면 가끔 길게 걸어서 익숙한 천보지맥길과 맞닿아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인공암벽장 주변은 하루 종일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었고, 오후 4시 무렵..

암빙벽등반 2021.08.08

북한산 칼바위에서 정릉계곡으로 - 2021년 8월 7일(토)

계절과 시간의 흐름처럼 어김 없는 것이 있을까? 아직도 한낮엔 폭염이 지속되고 있지만 어느덧 입추가 되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바람이 서늘하여 오늘이 입추란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어프로치가 길었던 설악산 등반의 후유증인지 경미한 허리통증이 감지되어 암벽등반은 쉬기로 했다. 가볍게 챙겨서 북한산 둘레길로 접어든 후 칼바위 능선 동쪽의 허리길을 따라 발길 닿는 대로 유유자적하며 그늘진 숲길을 걸었다. 적당한 쉼터를 만나면 쉬어 가고 전망 좋은 곳에서는 시원한 바람 맞으며 뭉개구름 피어 오르는 하늘과 그 아래에 놓인 산줄기의 풍광을 즐겼다. 새로 산 릿지화의 성능을 테스트 한다는 명목으로 쉬운 볼더링도 해봤다. 칼바위 정상부의 전용 쉼터를 들러 산성길에서 대성문을 통과하여 정릉계곡으로 하산했다. 냉..

국내트레킹 2021.08.07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 - 2021년 8월 3일(화)

햇살 따갑고 무더운 여름 한낮에 내설악의 남교리에서 십이선녀탕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복숭아탕까지 왕복하는 여유로운 산책을 다녀왔다. 이번 여름에 이보다 더 좋은 피서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풍부한 수량의 맑은 계곡물이 힘차게 흐르고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골바람이 불어주는 그늘진 숲길을 걷는 동안 제대로 된 삼림욕을 즐긴 듯한 만족감이 있었던 것이다. 전날의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솜다리의 추억'길 암벽등반의 피로를 풀기 위해 동해안의 한적한 해변길을 걸어볼 생각이었다. 서핑족들이 자주 찾는 송지호 해변과 화진포해수욕장 주변의 산책로를 탐색했으나 뙤약볕에 노출된 그 길은 5분 이상 걷기가 힘들었다. 대안으로 진부령 고개를 넘어서 남교리의 십이선녀탕계곡을 찾아가자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아주 오래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