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두드림길'은 서울시에서 지정한 도보 중심의 길을 통칭한 것으로 서울둘레길, 한양도성길, 근교산자락길, 한강/지천길, 생태문화길로 크게 구분된다. 인구밀도 높고 대규모 공원이 없는 서울에도 거주지 인근에 걷기 좋은 길이 풍부해졌다는 게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근자엔 각 둘레길을 스탬프 찍어가면서 완주하여 서울시장 명의의 완주인증서를 받는 이들도 많은 모양이다. 아직까지 완주인증서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나는 마음 내킬 때마다 서울두드림길 곳곳을 발길 닿는 대로 틈틈이 걷거나 산책했었다.
집과 직장에서 쉽게 닿을 수 있는 한양도성길 중 성곽이 보존되어 있는 구간은 대부분 밟아 보았다. 인왕산, 북악산(백악산), 낙산, 남산(목멱산)의 마루금을 따라 차례로 이어지는 한양도성은 지금까지도 잘 보전되어 있거나 대부분 복원되어 있는 상태이다. 종로나 광화문에 나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 한양도성길을 따라 걸어서 간 적도 많았다. 오늘 같이 성적처리를 마무리 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맞이한 학기말이면 나만이 즐길 수 있는 소확행 중의 하나가 있는데, 북한산둘레길과 한양도성길 같은 산길을 따라 걸어서 역사와 문화적 향기를 충전할 수 있는 도심 나들이를 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동안 꺼렸던 시내 출입이지만 평일 오후 시간이니 괜찮을 듯했다. 가급적 사람들이 운집한 실내는 피하기로 하고, 자하문(창의문)부터 인왕산 자락길을 따르다가 기린교를 보기 위해 수성동계곡에 잠시 들른 후, 그동안 미답지로 남아 있는 한양도성길 시가지 구간을 밟으며 남산 정상까지 올랐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이었지만 그동안 궁금했던 서대문(돈의문) 터와 남대문(숭례문)을 지나 남산에 이르는 구간의 한양도성길 루트가 확실해졌다. 정동교회를 지나 덕수궁 돌담길 옆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우연히 발견하고 관람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