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한양도성 따라 인왕산에서 남산까지 - 2021년 12월 16일(목)

빌레이 2021. 12. 16. 20:51

'서울두드림길'은 서울시에서 지정한 도보 중심의 길을 통칭한 것으로 서울둘레길, 한양도성길, 근교산자락길, 한강/지천길, 생태문화길로 크게 구분된다. 인구밀도 높고 대규모 공원이 없는 서울에도 거주지 인근에 걷기 좋은 길이 풍부해졌다는 게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근자엔 각 둘레길을 스탬프 찍어가면서 완주하여 서울시장 명의의 완주인증서를 받는 이들도 많은 모양이다. 아직까지 완주인증서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나는 마음 내킬 때마다 서울두드림길 곳곳을 발길 닿는 대로 틈틈이 걷거나 산책했었다.

 

집과 직장에서 쉽게 닿을 수 있는 한양도성길 중 성곽이 보존되어 있는 구간은 대부분 밟아 보았다. 인왕산, 북악산(백악산), 낙산, 남산(목멱산)의 마루금을 따라 차례로 이어지는 한양도성은 지금까지도 잘 보전되어 있거나 대부분 복원되어 있는 상태이다. 종로나 광화문에 나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 한양도성길을 따라 걸어서 간 적도 많았다. 오늘 같이 성적처리를 마무리 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맞이한 학기말이면 나만이 즐길 수 있는 소확행 중의 하나가 있는데, 북한산둘레길과 한양도성길 같은 산길을 따라 걸어서 역사와 문화적 향기를 충전할 수 있는 도심 나들이를 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동안 꺼렸던 시내 출입이지만 평일 오후 시간이니 괜찮을 듯했다. 가급적 사람들이 운집한 실내는 피하기로 하고, 자하문(창의문)부터 인왕산 자락길을 따르다가 기린교를 보기 위해 수성동계곡에 잠시 들른 후, 그동안 미답지로 남아 있는 한양도성길 시가지 구간을 밟으며 남산 정상까지 올랐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이었지만 그동안 궁금했던 서대문(돈의문) 터와 남대문(숭례문)을 지나 남산에 이르는 구간의 한양도성길 루트가 확실해졌다. 정동교회를 지나 덕수궁 돌담길 옆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우연히 발견하고 관람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 점심 후에 1020번 버스를 타고 자하문고개(윤동주문학관)에서 하차했다.
▲ 윤동주문학관 앞을 지나서 인왕산 자락길로 접어든다.
▲ 잠시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 인왕산 자락길 중에서 전망이 제일 좋은 곳이다.
▲ 전망대에서 보면 북악산(백악산) 아래의 청와대가 잘 보인다.
▲ 인왕산엔 자락길과 둘레길이 있다. 자락길은 산 중턱의 차도 옆으로 난 길이고, 둘레길은 자락길 아래에 새로 조성된 길이다. 수성동계곡을 보기 위해 자락길에서 둘레길로 내려왔다.
▲ 인왕산 둘레길엔 진경산수화로 유명한 조선시대 화가들 뿐만 아니라 이중섭 같은 현대 화가들의 흔적도 볼 수 있다.
▲ 지난 여름에 아내와 함께 왔던 수성동계곡을 다시 찾았다. 그땐 인왕산에서 안산으로 넘어 갔었다.
▲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라는 세종마을 주택가에서 수성동계곡이 시작되는 곳에 아름다운 기린교가 있다.
▲ 기린교를 건널 수는 없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멋진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하다.
▲ 인공적인 돌다리 하나가 주변의 자연암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 기린교를 처음 건설한 사람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 수성동계곡을 그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기린교가 등장한다.
▲ "쉬지 않고서는 멀리 갈 수 없다"는 문구가 인상적인 벤치가 멋지다.
▲ 아름다운 수성동계곡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지 싶다.
▲ 인왕산 자락길로 올라가면서 기린교에 다시 눈길이 간다.
▲ 인왕산의 마루금을 타고 이어지는 한양도성길을 따라 서대문(돈의문) 터로 내려간다.

 

▲ 잠시 인왕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성곽을 굽어본다.
▲ 성곽이 잘 보존되어 있는 구간은 산책로도 좋다.
▲ 서대문 독립공원으로 갈 수 있는 암문이다.
▲ 성벽의 흔적이 사라지고 시가지가 시작되는 곳에 한양도성 안내센터가 있다. 이곳엔 안내책자도 잘 구비되어 있다.
▲ 이곳에서 성벽은 잠시 사라진다.
▲ 시내 주택가를 통과하는 곳의 갈림길에선 이정표를 잘 찾아야 한다.
▲ 가끔은 보도블록에서도 한양도성길 표시를 만날 수 있다.
▲ 주택가에서 다시 성벽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곳이다.
▲ 경희궁 서편인 월암근린공원에서 잠시 성벽이 이어진다. 성벽 안쪽에 기상청 서울관측소가 있다.
▲ 강북삼성병원 옆이 돈의문(서대문)이 있던 자리이다.
▲ 돈의문은 흔적을 찾을 수 없고, 그 자리에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 예년 같으면 인파가 몰려 연말 분위기로 술렁였을 돈의문 마을이지만, 한산했다.
▲ 잠시 돈의문 마을을 구경했다.
▲ 아기자기한 모습의 한옥들이 눈을 즐겁게 했지만, 실내에 들어갈 때마다 QR체크를 해야 해서 외관만 구경했다.
▲ 돈의문박물관마을을 빠져나오면 서대문역에서 광화문네거리로 이어지는 대로(새문안로)가 나타난다.
▲ 새문안로를 횡단하여 정동길로 간다.
▲ 정동길은 시내길로는 드물게 걸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다.
▲ 유서 깊은 정동교회를 지난다.
▲ 정동길 로터리에서 장미꽃 조각이 반겨주는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사진 좌측은 덕수궁 돌담길이다.
▲ 미술관 입구의 장미꽃 조각 작품은 최정화 조각가의 '장미빛 인생'이다.
▲ 미술관 정원에 있는 청동 인물상은 배형경 조각가의 '생각하다'이다.
▲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청사로 사용했던 근대 건축물이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현재 유명한 천경자 확가의 작품을 비롯한 전시물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 덕수궁 돌담길 앞의 조각품이 인상적이어서...
▲ 미술관을 빠져 나와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남대문으로 향한다.
▲ 한양도성길은 정동교회에서 살짝 돌아가야 하지만 나는 덕수궁 앞으로 왔다.
▲ 한양도성의 정문격인 남대문(숭례문)은 다른 성문에 비해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성벽을 잃은 성문은 외로울 수 밖에 없다.
▲ 이제 남대문을 뒤로 하고 남산으로 간다.
▲ 남산 가는 길에 우측으로 서울역이 건너다 보인다.
▲ 남산공원 입구에서 성벽은 다시 시작된다. 한양도성길은 이 계단길로 가지 않고 힐튼호텔 앞의 인도를 따른다.
▲ 대학시절 처음으로 대중가수의 콘서트를 보았던 기억이 생생한 힐튼호텔 앞을 지난다.
▲ 자연스레 다시 성벽이 시작되고...
▲ 남산타워도 이제 선명히 보인다.
▲ 백범광장 전망대에서 성곽을 조망하고...
▲ 한양도성길은 백범광장을 지나 남산도서관 앞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앞으로 이어진다.
▲ 이시영 선생 동상.
▲ 백범 김구 선생 동상.
▲ 안중근 의사 기념관.
▲ 안중근 의사의 글씨가 새겨진 돌비석들을 둘러 보면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게 된다.
▲ 지금 이 시대의 국가 안위는 무엇일까?
▲ 안중근 의사 동상.
▲ 여러 도보길 중 오늘은 한양도성 순성길을 따른다.
▲ 박물관처럼 성곽의 축성 과정을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 젊은 시절에 첫눈 내리던 날 무작정 올랐던 남산의 그 계단길을 따라 한양도성길은 이어진다.
▲ 성벽 사이로 석양이 지고, 한강물도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 남산 정상의 봉수대가 서울 성곽의 정점일 듯.
▲ 현실적으로 해외여행이 막힌지 벌써 2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남산 정상의 이정표가 오늘따라 쓸쓸해 보인다.
▲ 남산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젊은 연인들이 여전히 많지만, 나 같이 산책 삼아 올라온 이들도 꽤 있었다.
▲ 남산 정상의 팔각정 너머로 지는 해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 남산 정상 아래의 버스정류장에서 충무로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귀가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