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감악산 둘레길 순환코스(20.5 km) - 2021년 12월 4일(토)

빌레이 2021. 12. 5. 10:14

감악산 자락을 온전히 한 바퀴 도는 궤적의 둘레길 순환코스는 경기도 북부의 양주시, 연천군, 파주시에 걸쳐 있다. 양주시에 속하는 신암저수지를 기점으로 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하루종일 이 길을 걸었다. 서두르지 않고 유유히 걷는 발걸음으로 아침 9시 즈음에 시작한 트레킹이 해 질 무렵인 오후 5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트레일 런을 하는 어떤 블로거님이 달포 전인 지난 10월 중순에 이 코스를 3시간 50분만에 주파하셨다는 기록을 인터넷에서 접하고, 나는 한적한 겨울날에 나그네처럼 천천히 이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이 발동했었다. 이 순환코스는 지난 10월 30일에 신암저수지에서 임꺽정봉의 암벽데크길을 다녀오던 길에 눈여겨 봐 두었던 길이기도 하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더이상 암벽등반이 어려운 이번 주말에 이 도보여행을 결행했던 것이다.

 

생각보다 너른 품을 지니고 있는 감악산 둘레길 순환코스를 몸소 걷는 동안 이 길을 관리하는 세 지자체의 특징을 여실히 살펴 볼 수 있었다. 맨 먼저 걷기 시작한 양주시의 '임꺽정길'은 둘레길 이정표나 중간 쉼터가 아주 잘 관리되고 있었다. 다만 사람들의 흔적이 드문 탓에 낙엽이 많이 쌓인 곳은 길이 아주 미끄러웠다. 연천군 지역인 '하늘동네길'은 마을길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그런지 이렇다할 쉼터를 찾기가 힘들었고, 이정표도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파주시 지역에 속하는 '천둥바윗길', '손마중길', '청산계곡길' 구간은 범륜사와 출렁다리 주변이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는 까닭에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낙엽 쌓인 산길도 사람들의 잦은 왕래로 인해 잘 다져져 있으니 걷기가 한결 편했다. 하루종일 청명한 하늘에 햇살이 풍성했고, 맑은 공기 속에서 걷는 내내 길은 고요하고 한산했다.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제법 긴 순환코스를 완보(完步)했다는 잔잔한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었던 축복 같은 감악산 둘레길 걷기였다.    

 

▲ 신암저수지 위에 주차를 하고 산림초소가 있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난 임도를 따라오면 '부도골 쉼터'가 나온다. 여기에서 좌측으로 가면 시계방향으로 돌 수 있는 '청산계곡길'이다. 나는 우측의 '임꺽정길'로 들어서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 양주시에 속하는 '임꺽정길' 구간은 각종 이정표와 쉼터가 잘 설치되어 있다.
▲ 감악산 숲길은 종류가 다양해서 길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궤적의 순환코스를 걷고자 한다면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와 주변을 산책하는 숲길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다음엔 저수지 3개를 끼고 도는 녹색 궤적의 감악산 숲길 코스도 걸어보면 좋을 듯하다.
▲ 아침햇살이 비추는 '독점쉼터'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는 순간이 행복했다.
▲ 동계 하루 산행용으로 새롭게 구입한 37리터 배낭의 착용감이 마음에 들었다.
▲ 임꺽정길 구간엔 독점쉼터와 같이 잘 단장된 휴식 공간이 몇 개 더 있었다.
▲ 둘레길 순환코스를 걷다보면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 상의 갈림길을 수차례 만나게 된다.
▲ 최근에 눈이 내린 모양이다. 인적이 뜸한 '임꺽정길'은 낙엽 쌓인 길이 매우 미끄러워서 조심스러웠다.
▲ 둘레길을 걷다가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정상부를 바라보는 것이 즐거웠다. 임꺽정봉이 계곡사이로 보인다.
▲ 양주시에서 설치한 안내판. 다른 지자체에 비해 산길 안내도 디자인은 양주시의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 계곡에서 임꺽정봉이 빼꼼히 보이는 '온당쉼터'의 모습이다.
▲ 원당저수지에서 감악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가로지르면 임꺽정길의 종착지인 동광정사에 이르게 된다.
▲ 동광정사의 모습이 보인다. '하늘동네길' 구간이 시작되는 곳이다.
▲ 동광정사에서 올려다본 감악산 정상부의 모습이다.
▲ 동광정사에서는 반듯하게 깍아지른 병풍바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동광정사에서 원당저수지로 내려가다가 좌회전해서 진행하면 연천군과 양주시의 경계에 서있는 고압선 철탑이 정면에 보인다.
▲ 철탑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돌아본 감악산 정상 풍경이다.
▲ 철탑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오늘의 유일한 알바를 했다. 포장된 마을길을 따라오다가 우측의 능선길로 진입했어야 했는데, 길이 너무 또렷해서 그냥 진행하는 바람에 송전탑 시그널이 보이는 좌측 능선으로 올랐다.
▲ 송전철탑 앞에 세워진 이정표를 만나서 다시 순환코스에 진입했다.
▲ 거대한 송전탑 아래에서 바라본 감악산 정상부 풍경이다.
▲ 철탑에서 바라보면 하늘아래 첫 동네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또렷히 보인다.
▲ 백련사 방향으로 진행한다.
▲ 백련사에 내려서기 직전에 만나는 낙엽송 숲이 멋졌다.
▲ 석탑이 아니라면 절집 같지 않았던 백련사의 모습이다.
▲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이름 지어진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해야 한다.
▲ 도롯가에 있는 어떤 집의 축대가 이채로웠다.
▲ 고갯길을 넘어서도 하늘아래 첫 동네는 계속 이어지고 둘레길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연천군 지역에서 감악산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 초입이 이곳인데, 성모마리아상과 병풍바위를 거쳐서 가는 경로이다. 여기에서 산길로 진입할까 망설였으나, 그랬다면 둘레길 완보는 멀어졌을 것이다.
▲ 하늘 아래 첫 동네가 끝나는 지점에서야 둘레길 이정표를 만날 수 있었다.
▲ KBS 감악산 중계소로 올라가는 도로를 따라서 진행해야 한다.
▲ KBS 중계소로 향하는 길 중간에 돌아본 풍경이다. 이쯤에서 다시 산길에 진입해야 한다.
▲ 도로 우측의 리본을 보고 산길로 진입하는 이 곳이 '천둥바윗길'의 시작점인 듯하다.
▲ 산길에서 만나는 노송 아래의 쉼터가 반가웠지만 햇볕이 들지 않아서 점심은 양지바른 다른 곳에서 먹었다.
▲ '천둥바윗길' 중간의 양지바른 쉼터이다.
▲ 이 곳 쉼터에서 오후의 햇살을 듬뿍 받으며 잠시 쉬어갔다.
▲ 어느덧 오전에 보았던 감악산 정상부의 뒷편에 와 있었다.
▲ 쉼터 옆에는 배낭을 걸기에 적당한 소나무가 있었다.
▲ 천둥바윗길의 응달진 곳에는 고드름이 심심찮게 보였다.
▲ 천둥바윗길부터는 다시 이정표가 친절한 길잡이 노릇을 해 주었다.
▲ 감악산 둘레길 순환코스의 전체 구간을 표시한 지도를 봉암사 앞에서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 파주시에서 설치한 지도답게 양주시와 연천군 지역은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 산촌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손마중길이 시작된다.
▲ 손마중길은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는 범륜사에서 시작하여 여기에 이르기에 명칭 만큼은 낯이 익다.
▲ 손마중길에 들어서서 양지바른 길모퉁이가 나오자 햇볕바라기 하면서 또 한참을 쉬었다.
▲ 잘 가꾸어진 잣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통과하는 기분이 상쾌했다. 손마중길을 걷는 동안엔 길 이름 때문이었는지 젊은 시절에 즐겨 들었던 정태춘의 <손님>이란 노래를 자연스레 읊조리게 되었다.
▲ 잣나무 숲을 통과하면 선고개로 이어지는 넓은 임도가 나온다.
▲ 여러 산길이 교차하는 선고개에는 팔각정 쉼터가 있다.
▲ 팔각정 쉼터에서 바라본 선고개 마루의 갈림길이다.
▲ 여기부터는 살짝 피로감이 몰려 왔지만 일몰 전에 걷기를 끝내기 위해 힘을 내서 범륜사로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 운계전망대에 와본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부터는 낯익은 곳이다.
▲ 범륜사 앞의 운계폭포 위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운계전망대가 보인다.
▲ 범륜사에서 출렁다리로 가는 길 중간에 좌측의 청산계곡길로 들어선다.
▲ 청산계곡길 초반부는 정상에서 하산하는 루트와 겹쳐서 뒤늦게 하산하는 산객들 몇몇과 교행해야 했다.
▲ 정상으로 향하는 등로에서 갈라지는 지점이다.
▲ 아침에 출발했던 '부도골 쉼터'가 드디어 이정표에 보이기 시작했다.
▲ 정상으로 향하는 등로의 갈림길을 지나자 마자 나타난 암벽 아래에서 마지막 휴식 시간을 가졌다. 암벽 상단부에 쌍볼트가 몇 개 설치되어 있고, 중간 볼트는 없는 것으로 보아 한창 개척이 진행 중인 암장인 듯하다.
▲ 서쪽으로 기우는 햇님이 암벽을 캔버스 삼아 그린 나무 그림이 아름다웠다.
▲ 계곡 바로 옆에 있는 쉼터와 암벽은 여름철에 찾아도 좋을 듯했다.
▲ 청산계곡길은 그 이름답게 계곡을 따라서 이어진다.
▲ 계곡이 끝나는 이 지점에서 둘레길은 임도로 이어진다.
▲ 다리가 뻐근하고 경미한 허리통증도 시작되는 산행 말미에 걷기 편안한 내리막길이 이어져서 좋았다.
▲ 이제 해는 기울어 석양 빛에 물든 임꺽정봉 부근의 하늘금만 또렷하다.
▲ 드디어, 마침내 오늘의 감악산 둘레길 순환코스의 출발점이었던 '부도골 쉼터'에 도착했다. 잔잔한 성취감이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