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출장 일정을 마무리 하고 나주의 고향집에 사시는 어머님을 뵙고 하룻밤을 보냈다. 오늘 아침 일찍 고창으로 이동하는데 사방이 짙은 안개에 가려 있어서 운전하는 게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할매바위 근처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안개가 걷히지 않아 등반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아니었다. 그래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운산의 속살바위와 투구바위 암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자연암벽에서의 스포츠클라이밍 성지답게 규모도 크고 고난도 루트들도 많았다. 내년엔 좀 더 열심히 운동해서 선운산 암장을 자주 찾아와 즐거이 등반할 수 있기를 내심 다짐하면서 선운산을 내려왔다.
오후엔 할매바위의 쉬운 루트들을 차례대로 등반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바위에 매달리는 동안 바쁜 업무 탓에 운동을 게을리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뼈저리게 자각할 수 밖에 없었다. 등반 욕심은 버리고 쉬운 난이도의 루트를 여러 차례 오르는 것으로 몸을 풀고 나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할매바위 주변은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카페가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암벽엔 야광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내 눈에는 그리 가치 있는 예술작품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자연암벽이 자연미를 상실한다면 인공암벽과 다를 것이 없다. 선운산 도솔제 아래에도 인공폭포 공사가 한창이었다. 요즘 지자체 주도로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과도한 자연 훼손이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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