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474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5년 2월 22일(토)

안온한 실내에서 바라본 창밖은 화창하기 그지 없으나 낮에도 쌀쌀한 영하의 기온이 계속 이어진 한주간이었다.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조바심과 봄은 아직 멀었다는 실망감 탓이었을까? 전반적으로 내 몸이 가라앉고 모든 일에 의욕이 동하지 않은 나날이 이어졌다. 주말 클라이머의 바이오리듬에 종속된 나의 생활 패턴은 이번 주말도 자연암벽에 붙고 싶다는 마음을 제일 먼저 일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밖에 나가서 추운 기운을 이겨낼 활기가 도무지 차오르지 않는다. 자연스런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면서 억울하지만 받아들이기로 하고 스스로와 타협한다. 실내암장에서 부담 없이 몸을 움직여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인천 마전역에 있는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를 찾았다. 이번 겨울 들어 세 번째 방문이다. 별다른 기대감 없이 습관처럼..

암빙벽등반 2025.02.23

고창 할매바위 - 2024년 2월 15일(토)

남도라서 서울보다는 좀 더 포근할줄 알았다. 하지만 흐린 날씨 속의 할매바위는 종일토록 쌀쌀하기 그지 없었다. 새벽 5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오전 10시 30분 무렵부터 할매바위 암벽에 붙을 수 있었다. 좌벽의 쉬운 루트를 오르는 것으로 몸을 풀어보는데, 처음엔 손을 호호 불면서 등반할 정도로 손이 시려웠다. 가끔씩 초크백에 담은 핫팩을 만지면서 올라야 했다. 오전에 6개 루트에서 부지런히 매달렸다. 추워서 등반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의 할매바위 나들이임에도 불구하고 등반 욕구가 마구마구 샘솟지는 않았다. 점심 직후엔 산책 삼아 처음으로 할매바위 정상을 다녀왔다. 북향의 주변 산하엔 아직까지 잔설이 남아 있었다. 오후에도 완력을 요하는 오버행 루트엔 붙지 않았다. 직벽 루트에서 네 차례 오..

파주 웅담리 암장 - 2025년 1월 18일(토)

햇빛 찬란한 겨울날 아침은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상관 없이 포근했다. 찬바람도 거의 없었고 오후부터 기온은 영상 7도까지 상승했다. 대자연 속에서 겨울 암벽등반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그 덕택에 악우들과 함께 파주의 웅담리 암장에서 알차게 등반하며 만족스런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아늑한 2암장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햇살을 받아 암벽에 비친 나목의 그림자는 예술작품이 따로 없었다. 자연암벽에서의 스포츠클라이밍이 처음인 이신부님이 함께 해서 더욱 뜻깊은 등반이었다. 첫 경험의 설레임을 동반한 호기심과 등반에 대한 열정이 신부님의 환한 미소와 해맑은 표정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 모습에 나 역시 기쁘고 보람찬 기분이 들었다. 2암장에서 3개 루트, 1암장에서 2개 루트, 3암장에서 3개 루트에 매..

암빙벽등반 2025.01.19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5년 1월 11일(토)

어제와 그제는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는 맹추위 속이었다. 오늘 오후부터는 추위가 조금 풀릴 거라는 예보지만 여전히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9도이고, 낮 최고기온도 0도에 머무를 거라고 한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생각에서 인천 마전역에 있는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를 찾기로 했다. 클라이머들의 생각은 비슷한 듯하다. 개장시간인 10시 직전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이 암장을 찾아온 이들이 많았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클라이머들로 붐볐던 탓에 여유롭게 등반을 즐긴다는 건 애초에 기대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신부님,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한 팀이 된 우리는 비어 있는 루트를 찾아다니면서 부지런히 매달린 덕택에 ..

암빙벽등반 2025.01.12

파주 웅담리 암장 - 2025년 1월 1일(수)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달 동안은 전 국민이 충격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대는 형국이었다. 2024년 12월 3일에 선포된 비상계엄령 사태의 후폭풍과 12월 29일, 일요일 아침에 터진 무안공항 비행기 폭발 사건의 충격적인 여파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암울한 상황에서 맞이한 새해 첫날이다. 오늘은 음력으로 쇠는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마냥 밝고 희망찬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사망자 179명의 명복과 애통해 하실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살면서 이러한 비극을 겪지 않으면 좋으련만, 우리네 인생사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흘러가는 것은 없다. 안타까운 심정과 함께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지금 ..

암빙벽등반 2025.01.02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4년 12월 28일(토)

겨울방학이 됐으니 이제는 내 몸을 다스려야 한다. 연말의 각종 행사와 분주한 학사일정 탓에 요즘의 내 몸상태는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야 할 정도로 몸무게가 늘어나 있다. 한창 가벼울 때의 체중에 비해 5kg 정도가 무거운 상태이다. 생활 패턴을 단순하게 하고 건강부터 챙겨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예전의 좋은 생활 습관을 되찾아야만 클라이밍에도 다시 재미가 붙을 거란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다. 안전벨트와 로프를 사용한 지가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아직은 야외에서 자연암벽에 붙을만큼 추위에도 충분히 적응되지 않았다. 오늘의 바깥 기온은 영하 7도에서 영상 1도 사이라고 한다. 실내암장에서 리드등반을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 하에 1년에 서너 차례씩은 찾게 되는 인천의..

암빙벽등반 2024.12.29

조령산 새터암장 - 2024년 11월 23일(토)

학기말로 접어드는 11월 하순은 내게 있어 1년 중 여러모로 가장 분주한 시기이다. 일주일에 두어 차례 나가던 실내 암장에서의 운동도 최근에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주말 등반은 가급적이면 거르지 않기로 다짐한다. 가벼울 수 없는 몸상태를 감안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 삼아 떠날 수 있는 등반지를 물색해 본다. 그동안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던 조령산의 새터암장이 떠오른다. 여름철 등반지로 인기 높은 곳이지만, 상대적으로 한가한 늦가을날에 찾아가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루의 최저 기온이 영상에 머물고 바위에 햇살이 비춰 준다면 요즘처럼 쌀쌀한 날에도 충분히 암벽등반을 즐길 수가 있다. 오늘의 맑은 날씨와 남향의 새터암장은 이러한 등반 조건에 제대로 부합하는 듯 보였다. 아침 ..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11월 16일(토)

주초부터 시작된 감기가 잘 낫지 않는다. 처음엔 콧물이 주르르 흐르더니 이제는 목이 컬컬하고 가끔 기침이 나온다.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 받아 복용 중인데도 별다른 차도가 없다. 이럴 땐 감기는 병원에 가면 7일, 병원에 안 가면 일주일 걸린다는 세간의 우스갯소리를 믿고 감기를 무시해버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 듯하다. 그래서 감기 생각은 제쳐두고 망설이던 주말 등반을 거르지 않기로 한다. 가까운 파주의 웅담리 암장에서 어렵지 않은 루트들만 오르내렸더니 오히려 몸이 풀리는 것 같다. 오후 3시부터 내린다던 비가 한 시간 정도 일찍 오는 바람에 충분한 운동은 되지 못했지만, 기분 전환은 제대로 한 셈이다. 암장 주변은 온통 낙엽 투성이여서 산길이 미끄러울 지경이었다. 한편, 올해의 단풍은 아파트 단지 내에..

암빙벽등반 2024.11.16

영암 월출산 연실봉-매봉 [2024년 11월 9일(토)]

월출산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땅끝이 가까운, 서울에서 머나먼 곳에 떨어져 있기에 더욱 그리운 것은 아닐까?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에 걸쳐 있는 월출산이건만, 지금은 폐교가 된 나의 모교인 나주시 소재의 초등학교 교가에도 "정기찬 월출산을 바라보면서"라는 가사가 등장했었다. 실제로 시야가 좋은 날에는 다른 산줄기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월출산의 삐쭉빼쭉한 하늘금을 나주의 고향집에서도 볼 수가 있었다. 그렇게 친숙한 월출산이기에 어린 시절부터 자주 올랐었다. 서울에서 거주한 세월이 어언 30년을 훌쩍 넘긴 탓에 이제는 선뜻 찾아가기 버거운 산이 되었지만, 여전히 월출산은 내 마음 한구석에 고향집처럼 굳건히 살아 숨쉬고 있는 추억과 그리움의 산이다. 간밤에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설치고, 새벽 ..

백운대 'SR 형제길' - 2024년 11월 3일(일)

'SR 형제길'은 백운대 남서벽의 가파른 암릉을 밑단부터 정상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이은 경로를 가진 바윗길이다. 이 바윗길 우측 사면에서 크랙을 따라 이어지는 '시인 신동엽길'과 나란히 진행하는 총 10피치의 'SR 형제길'은 완력을 요하는 오버행 인공등반 구간과 제법 짭짤한 슬랩 위의 크럭스 구간이 쉬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산 일대의 다른 어떤 바윗길보다 등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듯하다. 막상 등반을 해보니 인터넷 상에서 검색해 봐도 다수로 구성된 등반팀이 'SR 형제길'을 개운하게 완등했다는 등반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를 감안하여 우리팀은 도선사주차장을 07시 30분에 출발해서 백운산장과 위문을 통과하여 'SR 형제길' 초입에 09시가 채 지나기 전에 도착했다...

암빙벽등반 202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