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438

수락산 봄꽃과 함박눈 - 2025년 3월 29일(토)

다시 찾아온 꽃샘추위가 반가울리 없는 토요일 아침이다. 계절을 역행하는 쌀쌀한 날씨와 경북지역의 큰 산불로 인해 선뜻 산에 갈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주말산행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집을 나선다. 당고개역에서 학림사 진입로를 따라 수락산에 든다. 길가에서 만개한 진달래꽃이 반겨주는 가운데 때아닌 눈송이가 하나 둘 휘날린다. 귀임봉에서 도솔봉으로 향하는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눈발은 짙어진다. 한겨울의 눈보라처럼 시야를 가릴 정도의 함박눈이 쏟아진다. 수락주릉에 올라서서 덕릉고개 방향으로 꺽는다. 눈보라를 정면에서 맞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불암산 둘레길에 접어드니 언제 눈이 내렸나 싶게 평온한 봄날이다. 변화무쌍한 일기 탓에 겨울과 봄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국내트레킹 2025.03.29

남산자락숲길 - 2025년 3월 28일(금)

어느 가을날 버티고개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오르면서 반대 방향은 서울숲까지 길게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언젠가는 한 번 걸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버티고개에서 개나리산으로 유명한 응봉산을 거쳐 서울숲에 이르는 이 코스는 요즘같은 봄철이 제격일 듯했다. 아내와 함께 서울식물원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6호선이 버티고개역을 통과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 즉흥적으로 이 길을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이 둘레길의 정확한 명칭은 '남산자락숲길'이다. 오늘은 버티고개에서 매봉산과 금호산을 거쳐 무학봉까지 걸었다. 기대한 대로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한창이었다. 내친 김에 서울숲까지 가면서 응봉산 일대의 개나리축제도 둘러보고 싶었으나 일몰시간이 가까워지고 도심을 통과하는 구간이 많아 신당역에서 ..

국내트레킹 2025.03.29

서울식물원과 궁산 - 2025년 3월 28일(금)

사계절 중에서 봄은 아마도 가장 기다려지는 계절일 것이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뎌내느라 움츠렸던 생물들이 활기를 되찾는 계절이기에 봄은 여느 계절보다 더 큰 기대감을 품고 있다. 유난히 변덕스런 날씨 탓에 올해는 봄이 올듯 말듯 밀당을 하는 형국이다. 봄을 기다리는 조바심의 근원은 어서 빨리 봄꽃을 보고싶은 욕구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화원에서라도 봄의 따스한 기운을 먼저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서울식물원을 찾아갔다. 강서구 마곡동의 한강변에 드넓게 자리한 서울식물원에서 비로소 환한 봄을 맞이한 기분이 들었다. 서울식물원과 궁산을 잇는 둘레길을 발견하여 소악루와 겸재정선미술관을 구경할 수 있었던 것도 큰 기쁨이었다.

국내트레킹 2025.03.29

[서울둘레길 2.0] 20코스(북한산 강북) ~ 21코스(북한산 도봉) - 2025년 3월 9일(일)

개강 첫 주의 분주함과 쌓인 피로로 마냥 쉬고만 싶은 일요일 아침이다. 창밖을 밝게 비추는 햇살이 집안에서 늘어지게 쉬고 싶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아내와 상의하여 마지막으로 남겨 놓은 서울둘레길 20코스와 21코스를 해치우고 완주 인증서도 받아보기로 한다. 우리집 바로 뒤의 북한산둘레길과 겹치는 서울둘레길 20코스는 아내와 내가 수십 차례는 걸었던 구간이니 새로울 것은 없으나, 우이동의 솔밭공원부터 걸어보기로 한다. 인근의 백운시장에서 꽈배기와 팥도너스, 떡 등의 간식거리도 산다. 혈당 높이는 음식이라고 의식적으로 피했던 것들이라서 그런지 쉬어가던 참에 먹은 간식이 곱절은 맛깔스럽다. 서울둘레길 21코스 도봉산 구간의 둘레길은 휴일 봄날을 즐기려는 단체 나들이객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시장통을 방불..

[서울둘레길 2.0] 16코스(봉산·앵봉산) ~ 17코스(북한산 은평) - 2025년 3월 7일(금)

어제는 왼쪽 손목이 아파서 고생한 하루였다. 정형외과에서 석회가 끼어 통증을 유발한 것이란 진단을 받았다. 주사 치료를 받고 하룻밤 자고 나니 그런대로 움직일만 했다. 마침 강의가 없는 날이니 서울둘레길을 걸으며 컨디션을 회복해 보자는 마음이 동했다. 아내와 함께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하차하여 지난 주에 걸었던 15코스의 후반부에 속한는 불광천 구간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16코스에 접어들며서부터 봉산과 앵봉산의 긴 능선이 이어지는 산길이 좋았다. 17코스가 연결되는 구파발역에서 잠시 알바를 한 후에 은평뉴타운을 가로지르는 구파발천변길로 이어지는 서울둘레길에 다시 진입할 수 있었다. 그 이후 구간은 익숙한 북한산둘레길 구름정원길 코스여서 길 찾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루종일 대기질..

포천 운악산 - 2025년 3월 1일(토)

3월의 첫날인 삼일절이다.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오늘부터 대체공휴일로 지정된 월요일까지 3일 동안의 연휴가 이어진다. 개강 직전에 맞이한 황금 연휴인 것이다. 포근한 봄향기를 만끽할 수 있을만한 남녘으로 2박 3일 일정의 등반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작은 소망은 불순한 일기 탓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서울을 탈출하고픈 욕망을 조금이나마 채워보기 위해 가까운 포천의 운악산을 찾기로 한다. 모든 시설이 깔끔하게 개선된 47번 국도변의 운악광장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잔뜩 찌푸린 하늘이었다. 하지만 최고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돈다는 예보에 걸맞게 춥지 않은 기운 속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행을 출발할 수 있었다. 제법 가파른 궁..

국내트레킹 2025.03.02

[서울둘레길 2.0] 13~14코스(안양천), 15코스(노을·하늘공원) - 2025년 2월 27일(목)

하늘은 청명했다. 봄바람은 시원했다. 어제의 황사로 인해 답답했던 공기 중의 초미세먼지 상태까지 좋아졌다. 포근한 봄날인데도 아지랑이 하나 없이 거칠 것 없는 시야를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선물처럼 찾아온 하루였다. 개강 전 마지막으로 서울둘레길을 걷기엔 더이상 바랄 게 없는 완벽한 날씨였다. 강북구의 우리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석수역까지 가는 길은 예상보다 멀었다. 서울시와 안양시가 경계를 이루는 석수역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안양천을 통해 한강으로 합류하는 물길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서울둘레길 13코스와 14코스를 아내와 함께 걷는 시간이 편안했다. 서울둘레길 15코스 시작점인 가양대교 남단에 도착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피곤하긴 했지만 다음 번에 다시 한강을 건너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

고군산군도(선유도) - 2024년 2월 16일(일)

새만금방조제가 완성된 후로 육로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고군산군도는 진즉부터 한번은 가고싶은 여행지로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전북 군산시의 유명한 관광지라서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긴 하지만 드라이브가 아닌 두 발로 걸어서 선유도 일대를 구경하고 싶었다. 어제는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창의 할매바위에서 온몸이 뻐근할 정도로 빡세게 등반했다. 오늘까지 암벽등반을 계속해야할 의욕이 넘치지 않으니 이참에 고군산군도 트레킹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고창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서울로 올라가는 경로 상에 있는 군산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격이니 별다른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직선으로 쭉 뻗은 새만금방조제와 주탑이 인상적인 고군산대교를 지나서 무녀도와 선유도를 잇는..

국내트레킹 2025.02.17

우이천에서 도봉산으로 - 2025년 2월 8일(토)

너무 추운 아침이었다. 영하 12도에 찬바람이 나부끼는 응달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는 되는 듯했다. 맑은 하늘에 따뜻한 햇살이 비출 것이란 예보만을 믿고 동내의를 입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아침 9시 즈음에 빨래골에서 칼바위 능선을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몸속으로 파고드는 추위의 고통을 감내할 인내심이 없었다. 삼성암으로 오르던 중 후퇴하여 마을버스를 타고 수유역으로 나왔다. 카페들이 아직 영업 전인지라 맥도날드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몸을 녹였다. 오늘은 산행을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이왕 채비를 하고 나온 터라 우선은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우이천변을 걷기로 했다. 아낌없이 쏟아지는 햇살을 등지며 얼마 동안 걷다보니 비로소 추위가 가시고 몸이 풀리는 듯했다. 우이천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의 백..

국내트레킹 2025.02.09

[서울둘레길 2.0] 11코스(관악산) ~ 12코스(호암산) - 2025년 2월 1일(토)

지난 주 토요일부터 6일 동안 이어진 설날 연휴 기간과 주말 사이에 낀 금요일인 어제는 사실상의 휴일 같은 분위기였다. 직장인들이 하루 휴가를 내면 최장 9일 동안 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까닭이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집 뒤로 북한산둘레길과 같은 길로 이어지는 서울둘레길 19코스를 걸었다. 그런데 눈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내렸다. 더 길게 걷고 싶었으나 둘레길을 얕잡아 보고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은 탓에 화계사 일주문에서 탈출해야 했다. 오늘은 눈산행을 염두에 두고 잘 준비하여 관악산과 호암산 둘레로 이어진 서울둘레길 11코스와 12코스를 걷기로 한다. 사당역 4번 출구에서 관음사로 향하는데 예전의 기억과 달리 관음사 경내를 거치지 않는 경로로 이정표가 안내한다. 별 생각 없이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