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꽃샘추위가 반가울리 없는 토요일 아침이다. 계절을 역행하는 쌀쌀한 날씨와 경북지역의 큰 산불로 인해 선뜻 산에 갈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주말산행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집을 나선다. 당고개역에서 학림사 진입로를 따라 수락산에 든다. 길가에서 만개한 진달래꽃이 반겨주는 가운데 때아닌 눈송이가 하나 둘 휘날린다. 귀임봉에서 도솔봉으로 향하는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눈발은 짙어진다. 한겨울의 눈보라처럼 시야를 가릴 정도의 함박눈이 쏟아진다. 수락주릉에 올라서서 덕릉고개 방향으로 꺽는다. 눈보라를 정면에서 맞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불암산 둘레길에 접어드니 언제 눈이 내렸나 싶게 평온한 봄날이다. 변화무쌍한 일기 탓에 겨울과 봄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