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491

설악산 소토왕골 '산빛JK' - 2024년 6월 16일(일)

비가 오락가락 했던 어제 날씨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는 듯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하기 이를 데 없는 하늘 아래 소토왕골로 향한다. 비교적 이른 아침인 7시 40분 즈음에 암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수십 명이 등반 준비 중이었다. 우리팀은 아무도 없는 골짜기 맨 안쪽으로 이동했다. '산빛JK'와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루트를 등반할 계획이었다. 매 피치가 하드프리 암장의 단피치처럼 등반성 높은 '산빛JK' 루트 세 피치를 완료하고 하강했다. 이때까지는 암벽이 그늘져 있어서 좋았다. 간밤에 과음한 탓에 몸상태는 별로였다. 잠시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한 후에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루트 첫 피치에 붙었으나, 따가운 햇살을 온몸에 받으면서 확보점에 매달려 있다는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하강하여..

국립등산학교 인공암벽장 - 2024년 6월 15일(토)

울산바위의 빼어난 절경을 원없이 감상할 수 있었던 북설악 신선대를 다녀온 후, 암벽등반 승인 건에 대한 체크인 요청 문자에 응하기 위해 설악동으로 이동했다. 암벽 이용 당일에 등반 해당 지역에 있어야 체크인 버튼이 활성화 된다는 안내문자 탓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권역 내에서 휴대폰 위치추적 시스템을 활성화 시켜야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할 수 있는데, 이 절차 또한 복잡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산에 들어서는 순간 자연을 즐기고 오로지 등반에만 집중하기 위하여 휴대폰 전원을 꺼 놓는 습성이 있는 나 같은 부류들에겐 여간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다.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소심한 복수를 하는 셈 치고 전화 상으로 비 때문에 등반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공단 직원들에게 체크인을 요청했다. 오후..

노적봉 '님은 먼 곳에' 또는 '아미고스' - 2024년 6월 2일(일)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함께 가게 될 윤선생님 팀에 합류하여 노적봉에 올랐다. 아침 8시를 조금 넘긴 시간, 북한산성 등산로 입구에서 윤선생님, 기영형, 재창씨가 은경이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오늘 함께 등반할 가을씨와 진하씨는 약속장소를 잘못 인지하여 우이동으로 가는 바람에 뒤늦게 합류하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윤선생님은 노적봉 정중앙의 가장 긴 바윗길인 '별이 있던 그 자리(구 경원대길)' 루트를 글루인 볼트로 몸소 리볼팅 하신 분이다. 오늘은 당연히 그 길을 등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먼저 등반 중인 팀의 인원이 너무 많았다. 글루인 볼트로 가장 안전하게 정비된 바윗길인 만큼 노적봉에서 인기가 높을 수 밖에 없고, 이런 사실이 정작 우리팀에게는 좋지 않게 작용한 것이다. 할 수 없이 ..

암빙벽등반 2024.06.03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6월 1일(토)

가까운 단피치 암장에서 여유로운 등반을 즐기고 싶었다. 토지 소유 기관의 출입금지 조치로 암장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감악산 등산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파주 웅담리 암장을 찾았다. 운 좋게도 숲이 우거져 그늘지고 고요한 암장이 그 어느 때보다 등반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등반공지를 하지 않았는데도 준수씨와 성배씨가 어젯밤에 따로따로 전화 연락을 주어 오늘 등반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나의 첫 박사 제자인 나영이가 대전의 연구소에서 올라와 참석한 간밤의 회식자리에서 술을 피할 수 없었던 내 몸상태를 걱정했으나 예상보다는 괜찮았다. 벤치에 드러누워 잠시 쉬는 시간이 편안했다. 준수씨가 살뜰히 챙겨온 모기기피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성배씨는 처음으로 프로젝트 등반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

암빙벽등반 2024.06.03

강촌 유선대 암장 - 2024년 5월 25일(토)

이번 학기 들어 가장 빡빡한 일정으로 한 주간을 보낸 탓인지 그제 저녁부터 몸이 물 먹은 솜이불처럼 무거워졌다. 그간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임계점을 넘겨 몸살감기가 찾아든 것이다. 주말 등반을 거를까 싶었지만 집안에 있으면 더욱 늘어질 듯하여 악우와 함께 강촌의 유선대 암장을 가기로 한다. 내게는 굳이 등반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강촌이다. 때마침 임플란트 시술로 고생 중인 악우도 맘 놓고 운동을 할 처지가 아니어서 등반은 흉내만 내고 철수한다. 남은 오후 시간은 운악산 출렁다리와 현등사를 구경하는 산행을 가기로 한다. 오늘처럼 암벽 앞에서 등반 의욕이 발동하지 않은 건 참 드문 현상이다. 이마저도 물 흐르듯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평온한 마음으로 진중하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

암빙벽등반 2024.05.26

도봉산 '배추흰나비의 추억' - 2024년 5월 18일(토)

이른 아침 7시부터 도봉산 광륜사 삼거리에서 악우들을 만나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만월암을 거쳐 '배추흰나비의 추억' 루트 출발점 아래의 공터에 도착한 시간은 8시 반 무렵이다. 우리들 외에는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숲 속에서 산새 소리 들으며 느긋하게 장비를 착용한다. 오늘은 우리팀이 '배추흰나비의 추억' 루트를 독차지 한 듯하여 3피치부터 등반하려던 당초의 계획을 바꾸어 첫 피치부터 차근차근 올라보기로 한다. 내가 선등하고 은경, 성배 순으로 오른다. 비교적 쉬운 1, 2피치를 재빨리 끝내고 3피치로 옮겨간다. 내심 3피치 후반부의 크럭스인 직상 세로 크랙을 자유등반 방식으로 돌파하고 싶었으나, 선등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인공등반 방식으로 오른 것이 못내 아쉽다. '배추흰나비의 추억' 루트 하일라이트..

암빙벽등반 2024.05.19

설교벽과 인수릿지 - 2024년 5월 4일(토)

온 천지가 푸르고 싱그러운 5월의 첫 주말, 어린이날과 대체휴일이 포함된 3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 아침이 밝았다. 화창한 날씨가 3일 동안 지속된다면 좋으련만,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오늘 하루만 맑음이고 어린이날인 내일부터는 제법 많은 봄비가 3일 내내 이어질 거라는 일기예보이다. 욕심 같아선 연휴 내내 바위에 붙어서 등반하고 싶지만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오늘 하루만이라도 화창한 것에 감사하면서 내심 최대한 길게 아름다운 산의 품에 안겨 놀아보리라는 다짐을 하고, 올해 처음으로 나서는 인수봉 등반 코스로 접근 거리와 등반 길이가 모두 긴 설교벽과 인수릿지를 잇는 등반 궤적을 뇌리에 그려본다. 아침 7시에 다섯 명의 악우들이 우이동에서 만나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휴일이면 항상 붐비는 인..

암빙벽등반 2024.05.05

수원 광교호수공원 인공암벽장 - 2024년 4월 21일(일)

대둔산 수락계곡으로 아침 하이킹을 다녀온 후에 수원의 광교호수공원으로 이동했다. 서울로 가는 길 중간에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찾아낸 인공암벽장이 광교호수공원 내에 자리한 까닭이다. 진즉부터 한 번은 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제서야 기회가 닿은 셈이다. 신대호수와 원천호수 사이의 드넓은 공원에 자리한 암장은 멀리서 바라본 모습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다른 인공암벽들과 달리 스피드벽, 직벽, 오버행벽이 세 개의 다른 건물로 분리되어 있어서 그런지 다분히 인상적이었다. 중앙에 자리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타원형 기둥 모양의 건물은 중세시대 성곽의 망루처럼 보였다.  직벽이 설치된 내부는 지붕이 있어서 비 오는 날에도 등반이 가능했다. 돌을 쌓아 축성한 성벽이 연상되는 외부 마감재 또..

대둔산 수락계곡 - 2024년 4월 21일(일)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계획한 등반여행의 애초 계획은 1박 2일 동안 대둔산 '새천년길'과 천등산 '민들레길'을 등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이번 주말 날씨는 일주일 전의 예보와 달리 전국에 비가 오는 것으로 변하고 말았다. 천등산의 암벽 루트들은 어제 대둔산 관광지구 아래의 숙소로 가는 길에 잠깐 비가 그친 틈을 놓치지 않고 괴목동천에서 먼 발치로나마 구경할 수 있었다. 간밤에도 대둔산 지역은 이슬비가 멈추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대둔산 정상부는 구름에 잠겨 있었다. 암벽등반은 깨끗이 포기하고 대둔산의 논산시 지역에 속하는 수락계곡을 산책하기로 했다. 두어 차례 와본 적이 있는 수락계곡의 산책로는 이번에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선녀폭포와 수락폭포를 품은 계곡은 신록으로 물들어 더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