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함께 가게 될 윤선생님 팀에 합류하여 노적봉에 올랐다. 아침 8시를 조금 넘긴 시간, 북한산성 등산로 입구에서 윤선생님, 기영형, 재창씨가 은경이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오늘 함께 등반할 가을씨와 진하씨는 약속장소를 잘못 인지하여 우이동으로 가는 바람에 뒤늦게 합류하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윤선생님은 노적봉 정중앙의 가장 긴 바윗길인 '별이 있던 그 자리(구 경원대길)' 루트를 글루인 볼트로 몸소 리볼팅 하신 분이다. 오늘은 당연히 그 길을 등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먼저 등반 중인 팀의 인원이 너무 많았다. 글루인 볼트로 가장 안전하게 정비된 바윗길인 만큼 노적봉에서 인기가 높을 수 밖에 없고, 이런 사실이 정작 우리팀에게는 좋지 않게 작용한 것이다. 할 수 없이 중앙벽 좌측으로 이동하여 윤선생님께서 선택하신 '님은 먼 곳에' 루트 첫 피치를 오르는 것으로 등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윤선생님께서 선등하시고, 기영형이 쎄컨, 다음으로 재창씨, 가을씨, 은경, 진하씨, 순으로 오르고 내가 라스트를 맡았다. 지난 번 4월 초순에 등반했던 '광클사랑' 우측에 인접한 루트라서 낯익은 바윗길이지만, 높은 긴장감으로 선등하던 그때와 달리 라스트를 맡으니 까다로운 구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마음 편한 등반을 즐길 수가 있었다. 우리팀의 등반 궤적이 '님은 먼 곳에' 첫 피치로 출발해서 '아미고스'의 마지막 피치를 통해 정상에 올랐다는 건 확실한데, 중간 피치가 어느 길을 통과했는지 분간하기는 어려웠다. 윤선생님은 전체적으로 7~8피치로 끊어서 올라야 할 길이의 루트를 다섯 마디로 압축해서 등반하셨다. 그 바람에 각 피치는 40미터 내외로 길게 이어졌다. 라스트로 오른 나에게는 어려운 구간을 최대한 자유등반 방식으로 오를 수 있었다는 게 무엇보다 큰 만족감으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