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노적봉 '님은 먼 곳에' 또는 '아미고스' - 2024년 6월 2일(일)

빌레이 2024. 6. 3. 05:10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함께 가게 될 윤선생님 팀에 합류하여 노적봉에 올랐다. 아침 8시를 조금 넘긴 시간, 북한산성 등산로 입구에서 윤선생님, 기영형, 재창씨가 은경이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오늘 함께 등반할 가을씨와 진하씨는 약속장소를 잘못 인지하여 우이동으로 가는 바람에 뒤늦게 합류하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윤선생님은 노적봉 정중앙의 가장 긴 바윗길인 '별이 있던 그 자리(구 경원대길)' 루트를 글루인 볼트로 몸소 리볼팅 하신 분이다. 오늘은 당연히 그 길을 등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먼저 등반 중인 팀의 인원이 너무 많았다. 글루인 볼트로 가장 안전하게 정비된 바윗길인 만큼 노적봉에서 인기가 높을 수 밖에 없고, 이런 사실이 정작 우리팀에게는 좋지 않게 작용한 것이다. 할 수 없이 중앙벽 좌측으로 이동하여 윤선생님께서 선택하신 '님은 먼 곳에' 루트 첫 피치를 오르는 것으로 등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윤선생님께서 선등하시고, 기영형이 쎄컨, 다음으로 재창씨, 가을씨, 은경, 진하씨, 순으로 오르고 내가 라스트를 맡았다. 지난 번 4월 초순에 등반했던 '광클사랑' 우측에 인접한 루트라서 낯익은 바윗길이지만, 높은 긴장감으로 선등하던 그때와 달리 라스트를 맡으니 까다로운 구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마음 편한 등반을 즐길 수가 있었다. 우리팀의 등반 궤적이 '님은 먼 곳에' 첫 피치로 출발해서 '아미고스'의 마지막 피치를 통해 정상에 올랐다는 건 확실한데, 중간 피치가 어느 길을 통과했는지 분간하기는 어려웠다. 윤선생님은 전체적으로 7~8피치로 끊어서 올라야 할 길이의 루트를 다섯 마디로 압축해서 등반하셨다. 그 바람에 각 피치는 40미터 내외로 길게 이어졌다. 라스트로 오른 나에게는 어려운 구간을 최대한 자유등반 방식으로 오를 수 있었다는 게 무엇보다 큰 만족감으로 찾아왔다.        

 

▲ 북한산성 입구에서 중성문을 통과하여 노적사로 올라가는 중이다. 가을씨와 진하씨가 우이동으로 가는 바람에 헐레벌떡 뛰어와 뒤늦게 합류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 노적사 입구의 오르막을 올라 노적사 코앞에서 좌측의 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 노적봉 중앙벽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별이 있던 그 자리(구 경원대길)' 루트에 이미 한 팀이 붙어 있고, 여러 명이 등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 '님은 먼 곳에' 루트 첫 피치 40미터를 윤선생님이 재빠르게 올라가시고, 기영형이 쎄컨으로 등반 중이다. 첫 볼트에서 언더크랙으로 진입하는 부분이 살짝 까다로웠다.
▲ 윤선생님의 등산학교 제자들인 가을씨, 재창씨, 진하씨가 출발점 그늘 아래에서 관전 중이다.
▲ 둘째 피치를 직상하면 '님은 먼 곳에' 루트의 볼트따기 구간인 듯했고, 윤선생님께서는 자유등반 가능한 사선 방향의 크랙을 따라 오르셨다. 라스트를 맡은 내게도 오늘 루트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구간이었다.
▲ 둘째 피치를 위에서 내려다 본 장면. 볼트 간격이 촘촘한 직상 루트는 아무래도 볼트따기로 올라야 할 듯 보였다. 진하씨가 등반 중이고 라스트로 대기 중인 내 모습이 보인다.
▲ 오늘 우리팀의 막내인 진하씨의 등반 모습. 기영형과 나의 같은 대학 후배라는 이유로 "K대학 나온 사람은 다 그래?"라고 윤선생님께서 자주 놀리셨지만, 진하씨는 MZ세대다운 발랄함으로 재치 있게 받아치곤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 올해 봄에 등산학교를 졸업했다는 재창씨가 셋째 피치 초반부의 크랙구간을 올라서고 있다. 3피치는 초반의 까다로운 크랙구간에서는 발홀드를 잘 찾으니 밸런스 잡기가 괜찮았고, 후반부의 짭짤한 슬랩구간도 미끌리지는 않았다.
▲ 재창씨와 가을씨가 등반에 열중하는 동안 올려다본 하늘이 유난히 청명했다.
▲ 둘째 피치 확보점에서 대기하는 동안 제법 세찬 바람이 불었다. 시원함을 넘어선 한기가 느껴져 착용한 바람막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 재창씨가 넷째 피치를 올라서고 있다. 넷째 피치는 그런대로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는 구간이었다.
▲ 넷째 피치의 확보점은 우리가 출발한 '님은 먼 곳에' 루트와 '광클사랑A/B' 루트의 종점이다.
▲ 마지막 피치를 앞두고 넓은 테라스에서 대기 중이다. 생기 발랄한 젊은 친구들과 함께 등반하는 재미가 남달랐다.
▲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이 시원했다. 시야가 좋아서 저 멀리 한강 물줄기까지 선명히 보였다.
▲ 대기하는 동안 방풍림 역할을 톡톡히 해준 소나무숲을 지나서 다섯째 피치는 '아미고스' 루트의 마지막 피치인 고난도 페이스 구간을 통과해서 올랐다. 크럭스에서 슬링을 잡고 올라서야 했다. 라스트인 나도 최대한 자유등반 방식으로 돌파해보고자 용을 써봤으나 볼트따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구간이었다.
▲ 어느 한 피치도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시종일관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등반을 완료하고 정상을 딛는 순간의 뿌듯함이 있었다. 7~8 피치로 올라야 할 루트를 5피치만에 정상까지 등반하느라 모든 피치가 40미터 내외로 길었다. 선등해주신 윤선생님 덕택에 모처럼 알차고 보람찬 등반을 즐길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는 바이다.
▲ 등반 루트로의 하강은 하지 않고 걸어서 하산했다. 여러모로 안전과 시간 단축을 고려한 윤선생님의 판단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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