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단피치 암장에서 여유로운 등반을 즐기고 싶었다. 토지 소유 기관의 출입금지 조치로 암장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감악산 등산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파주 웅담리 암장을 찾았다. 운 좋게도 숲이 우거져 그늘지고 고요한 암장이 그 어느 때보다 등반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등반공지를 하지 않았는데도 준수씨와 성배씨가 어젯밤에 따로따로 전화 연락을 주어 오늘 등반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나의 첫 박사 제자인 나영이가 대전의 연구소에서 올라와 참석한 간밤의 회식자리에서 술을 피할 수 없었던 내 몸상태를 걱정했으나 예상보다는 괜찮았다. 벤치에 드러누워 잠시 쉬는 시간이 편안했다. 준수씨가 살뜰히 챙겨온 모기기피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성배씨는 처음으로 프로젝트 등반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한창 프로젝트 등반의 묘미에 빠져 열정을 불태우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의 도전정신과 패기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성배씨가 폭풍 검색으로 찾아낸 당구대 모양의 철판 위에 삼겹살을 구워 먹는 특이한 식당에서 즐거운 뒷풀이 자리를 가졌다. 청명한 하늘에 아름다운 뭉개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하늘까지 모든 것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유월의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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