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501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5년 1월 11일(토)

어제와 그제는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는 맹추위 속이었다. 오늘 오후부터는 추위가 조금 풀릴 거라는 예보지만 여전히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9도이고, 낮 최고기온도 0도에 머무를 거라고 한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생각에서 인천 마전역에 있는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를 찾기로 했다. 클라이머들의 생각은 비슷한 듯하다. 개장시간인 10시 직전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이 암장을 찾아온 이들이 많았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클라이머들로 붐볐던 탓에 여유롭게 등반을 즐긴다는 건 애초에 기대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신부님,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한 팀이 된 우리는 비어 있는 루트를 찾아다니면서 부지런히 매달린 덕택에 ..

암빙벽등반 2025.01.12

파주 웅담리 암장 - 2025년 1월 1일(수)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달 동안은 전 국민이 충격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대는 형국이었다. 2024년 12월 3일에 선포된 비상계엄령 사태의 후폭풍과 12월 29일, 일요일 아침에 터진 무안공항 비행기 폭발 사건의 충격적인 여파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암울한 상황에서 맞이한 새해 첫날이다. 오늘은 음력으로 쇠는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마냥 밝고 희망찬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사망자 179명의 명복과 애통해 하실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살면서 이러한 비극을 겪지 않으면 좋으련만, 우리네 인생사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흘러가는 것은 없다. 안타까운 심정과 함께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지금 ..

암빙벽등반 2025.01.02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4년 12월 28일(토)

겨울방학이 됐으니 이제는 내 몸을 다스려야 한다. 연말의 각종 행사와 분주한 학사일정 탓에 요즘의 내 몸상태는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야 할 정도로 몸무게가 늘어나 있다. 한창 가벼울 때의 체중에 비해 5kg 정도가 무거운 상태이다. 생활 패턴을 단순하게 하고 건강부터 챙겨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예전의 좋은 생활 습관을 되찾아야만 클라이밍에도 다시 재미가 붙을 거란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다. 안전벨트와 로프를 사용한 지가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아직은 야외에서 자연암벽에 붙을만큼 추위에도 충분히 적응되지 않았다. 오늘의 바깥 기온은 영하 7도에서 영상 1도 사이라고 한다. 실내암장에서 리드등반을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 하에 1년에 서너 차례씩은 찾게 되는 인천의..

암빙벽등반 2024.12.29

조령산 새터암장 - 2024년 11월 23일(토)

학기말로 접어드는 11월 하순은 내게 있어 1년 중 여러모로 가장 분주한 시기이다. 일주일에 두어 차례 나가던 실내 암장에서의 운동도 최근에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주말 등반은 가급적이면 거르지 않기로 다짐한다. 가벼울 수 없는 몸상태를 감안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 삼아 떠날 수 있는 등반지를 물색해 본다. 그동안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던 조령산의 새터암장이 떠오른다. 여름철 등반지로 인기 높은 곳이지만, 상대적으로 한가한 늦가을날에 찾아가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루의 최저 기온이 영상에 머물고 바위에 햇살이 비춰 준다면 요즘처럼 쌀쌀한 날에도 충분히 암벽등반을 즐길 수가 있다. 오늘의 맑은 날씨와 남향의 새터암장은 이러한 등반 조건에 제대로 부합하는 듯 보였다. 아침 ..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11월 16일(토)

주초부터 시작된 감기가 잘 낫지 않는다. 처음엔 콧물이 주르르 흐르더니 이제는 목이 컬컬하고 가끔 기침이 나온다.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 받아 복용 중인데도 별다른 차도가 없다. 이럴 땐 감기는 병원에 가면 7일, 병원에 안 가면 일주일 걸린다는 세간의 우스갯소리를 믿고 감기를 무시해버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 듯하다. 그래서 감기 생각은 제쳐두고 망설이던 주말 등반을 거르지 않기로 한다. 가까운 파주의 웅담리 암장에서 어렵지 않은 루트들만 오르내렸더니 오히려 몸이 풀리는 것 같다. 오후 3시부터 내린다던 비가 한 시간 정도 일찍 오는 바람에 충분한 운동은 되지 못했지만, 기분 전환은 제대로 한 셈이다. 암장 주변은 온통 낙엽 투성이여서 산길이 미끄러울 지경이었다. 한편, 올해의 단풍은 아파트 단지 내에..

암빙벽등반 2024.11.16

영암 월출산 연실봉-매봉 [2024년 11월 9일(토)]

월출산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땅끝이 가까운, 서울에서 머나먼 곳에 떨어져 있기에 더욱 그리운 것은 아닐까?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에 걸쳐 있는 월출산이건만, 지금은 폐교가 된 나의 모교인 나주시 소재의 초등학교 교가에도 "정기찬 월출산을 바라보면서"라는 가사가 등장했었다. 실제로 시야가 좋은 날에는 다른 산줄기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월출산의 삐쭉빼쭉한 하늘금을 나주의 고향집에서도 볼 수가 있었다. 그렇게 친숙한 월출산이기에 어린 시절부터 자주 올랐었다. 서울에서 거주한 세월이 어언 30년을 훌쩍 넘긴 탓에 이제는 선뜻 찾아가기 버거운 산이 되었지만, 여전히 월출산은 내 마음 한구석에 고향집처럼 굳건히 살아 숨쉬고 있는 추억과 그리움의 산이다. 간밤에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설치고, 새벽 ..

백운대 'SR 형제길' - 2024년 11월 3일(일)

'SR 형제길'은 백운대 남서벽의 가파른 암릉을 밑단부터 정상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이은 경로를 가진 바윗길이다. 이 바윗길 우측 사면에서 크랙을 따라 이어지는 '시인 신동엽길'과 나란히 진행하는 총 10피치의 'SR 형제길'은 완력을 요하는 오버행 인공등반 구간과 제법 짭짤한 슬랩 위의 크럭스 구간이 쉬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산 일대의 다른 어떤 바윗길보다 등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듯하다. 막상 등반을 해보니 인터넷 상에서 검색해 봐도 다수로 구성된 등반팀이 'SR 형제길'을 개운하게 완등했다는 등반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를 감안하여 우리팀은 도선사주차장을 07시 30분에 출발해서 백운산장과 위문을 통과하여 'SR 형제길' 초입에 09시가 채 지나기 전에 도착했다...

암빙벽등반 2024.11.04

강촌 유선대 암장 - 2024년 11월 2일(토)

등반 계획이 제대로 꼬인 하루였다. 기범씨가 '춘클릿지'에서 외국인 2명의 가이드 등반에 나서기로 했었다. 은경이와 내가 동행하기로 하고, 강촌역에서 9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 셋은 7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8시 30분 전에 강촌에 미리 도착하여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평택 미군기지에서 근무한다는 2명의 외국인은 우여곡절 끝에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른바 노쇼(no-show)를 당한 기범씨의 실망감이 가장 컸을 테지만, 곁에서 이를 지켜보는 내 마음도 그리 편할 수는 없었다. 세 사람이 상의한 끝에 '춘클릿지'에 대한 생각은 깨끗이 잊기로 하고, 그 대안으로 '조각상 릿지'를 등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등반 출발점에 도착해 보니 이미 여러 명이 대..

암빙벽등반 2024.11.04

숨은벽 릿지 - 2024년 10월 31일(목)

노란색이나 갈색으로 물든 단풍도 예쁘긴 하지만, 꽃처럼 아름다운 단풍은 뭐니뭐니 해도 빨간색 계열로 물든 게 으뜸이다. 올 가을엔 설악산에 갈 기회가 없었지만, 오늘 북한산에서 만난 선홍빛깔 단풍은 설악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실내 암장에서 운동하다가 알게 된 이신부님과 함께 숨은벽 등반에 나서는 길이었다. 도선사주차장에서 하루재를 향해 올라가는 등로 상에서 정말 멋진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화사한 붉은 빛깔로 물든 단풍나무가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는 그 찬란한 자태는 가히 일품이었다. 사람이 만든 아무리 거대한 꽃다발일지라도 이 순간 자연 속의 단풍이 발하는 아름다움을 능가하지는 못 할 것이다. 하루재에서 백운산장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에서도 멋진 단풍이 심심찮게 반겨주어..

암빙벽등반 2024.10.31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10월 12일(토)

등반하기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파주의 암장으로 향하는 길에 운전을 조심해야 할 정도로 짙은 안개가 간간히 시야를 가린다. 적성면소재지의 카페에 들러 모닝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암장으로 향하는 짧은 오솔길을 걷던 중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운무에 휩싸인 맞은편 산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가을날의 신선함을 보여주는 아침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익숙한 암장에서의 등반은 여유로워서 좋다. 2암장의 '자유', '수호천사', '자성' 루트에서 몸을 풀고 'JK(5.10d)'를 두 번째 도전만에 만족스럽게 완등한다. 처음부터 퀵드로우세트를 볼트에 클립하면서 완등한 것이니 '핑크포인트'가 아닌 진정한 '레드포인트' 완등이다. 오후엔 3암장에서 등반했다. '선물(5.10c)'을 가볍게 완등하고, '여우비..

암빙벽등반 202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