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491

인수봉 '인수B' - 2024년 10월 9일(수)

우리 민족의 위대한 유산인 한글이 창제된 것을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인수봉의 '인수B' 코스를 등반하기로 한다. 지난 9월 28일에 '인수A'와 '인수C' 코스를 모두 하루에 등반한 후, 올가을이 가기 전에 '인수B' 코스까지 올라보리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공휴일인 한글날이 주중 한가운데에 끼어 있으니 멀리 행차하기도 부담스러운 노릇이어서 자연스레 가까운 인수봉으로 등반지를 정하게 되었다. 사흘 전에도 인수봉에서 '비원' 코스를 올랐으니, 너무 자주 인수봉에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내친 김에 염두에 두고 있던 '인수B' 코스까지 등반해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대슬랩 좌측에서 출발하여 용암슬랩을 따라 오르는 것으로 등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오..

암빙벽등반 2024.10.09

인수봉 '비원' - 2024년 10월 6일(일)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이었다. 다행히 비 예보는 없어서 등반하는 데엔 별다른 지장이 없을 줄 알았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나의 몸상태도 흐린 날씨 만큼이나 좋지 않았다. 인수봉 동벽을 향해 어프로치 하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기만 했다. 인기 있는 루트들은 모두 점령 당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팀은 상대적으로 주변이 한산한 '비원'길을 오르기로 했다. 기범씨의 선등으로 귀바위 아래의 종착점까지 네 마디로 끊어서 올랐다. 내가 쎄컨을 보고, 은경, 해진씨, 김선생님 순으로 등반했다. 5.11대의 고난도 슬랩 구간은 볼트를 밟지 않고는 도저히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궂은 날씨를 신경쓸 겨를 없이 오롯히 등반에 집중하면서 바윗길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구간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정..

암빙벽등반 2024.10.06

여주 예솔암 - 2024년 10월 4일(금)

아직까지 가보지 않은 새로운 암장을 물색하던 중 눈에 들어온 곳이 여주의 예솔암이다. 지류인 섬강이 본류인 남한강과 만나는 합수 지점에 위치한 예솔암은 일명 뚝바위로도 불리는 강변의 암벽에 개척된 암장이다. 여주시의 대표적인 둘레길인 '여강길' 2코스에 속하는 자산강변길을 따라 30분을 어프로치 하니 암장에 닿을 수 있었다. 소암은 그런대로 등반이 가능한 상태였지만, 중암과 대암 주변은 잡초가 무성하여 현재 상태에서는 도저히 등반할 수 없는 악조건이었다. 제초작업을 하지 않는한 안전하게 빌레이 볼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듯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강변 풍광은 으뜸이었으나, 암벽등반을 하기 위해서 다시 찾고 싶은 암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암에서 등반이 가능한 4개의 루트를 등반한 후, ..

암빙벽등반 2024.10.05

북한산 노적봉 '반도A' - 2024년 10월 3일(목)

이틀 전,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 날'에 영등포에서 대학 동창생들과 부부동반 점심 모임을 가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선한 가을 날씨가 좋아서 아내와 함께 청계천과 성북천을 길게 산책한 후, 신혼살림을 차린 딸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모처럼만에 친구들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함이 넘친 하루였으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소 쌀쌀한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었던 까닭인지 어제 아침부터 감기 기운이 찾아들었다. 오늘의 등반을 염두에 두고 어젯밤에 초기 감기약을 섭취한 후 숙면을 취했더니 몸상태는 한결 나아졌다. 용암문에서 위문으로 가는 탐방로가 낙석으로 인해 통제된 후 다시 개방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노적봉 등반을 계획했었다. 기범씨가 K등산학교 강사로 활동하면서 '반도A' 코스를 최근에..

암빙벽등반 2024.10.03

인수봉 '인수A변형, 인수C' - 2024년 9월 28일(토)

북한산 등산로가 평소의 주말보다 붐빈다는 건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 도래했다는 방증이다. 평상시에 산을 멀리하던 사람들도 등산객들 틈에 끼고 싶도록 유혹하는 자연 환경이 바로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 가을 하늘, 가을 단풍이다. 오늘 하루 도선사에서 백운대 정상에 이르는 주등산로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백운대를 오르내리는 일반 산객들 뿐만 아니라 트레일런닝을 즐기는 크루들과 인수봉을 등반하고자 하는 클라이머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등산로를 가득 채웠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어서 아침 7시 30분에 우이동에서 악우를 만나 택시를 타고 도선사주차장에 도착했다. 곧바로 어프로치를 시작하여 8시 30분 즈음에 인수봉 대슬랩 앞에서 부지런히 장비를 착용한 후, 두 피치를 등반하여 재빨리 오아시스에 올랐다. ..

암빙벽등반 2024.09.28

인수봉 '은정, 모설, 심우, 벗' - 2024년 9월 18일(수)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일반 산객들과 클라이머들이 뒤섞인 도선사 주차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북적거렸다. 인수봉을 향해 오르는 대기 속엔 기분 좋지 않은 습기가 가득했다. 9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넘어가는 시기인데도 가을의 선선함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땀에 절은 몸을 이끌고 인수봉 동편 끝자락에 도착하니 이미 오늘 등반할 체력은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은숙, 기범, 은경, 승호, 나, 이렇게 5명이 함께 등반했다. 먼저 '은정'길 1피치를 올라서서 '모설'길 2, 3피치를 묶어서 올랐다. 오랜만에 오르는 코스라서 그런지 낯설고 힘겨웠지만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등반이었다. 점심 후에는 '심우'길 두 피치 크랙과 '벗'길 한 피치 슬랩에서 연습등반을 했다. 물기 머금은 바위 표면 탓인지 심..

암빙벽등반 2024.09.19

불암산 실버암장 - 2024년 9월 16일(월)

새벽 5시 경에 눈을 떠보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 저녁 때 확인한 일기예보 상에는 비가 없었다. 그래서 선인봉 등반을 가기로 하고 아침 8시에 도봉산 광륜사 앞에서 악우들을 만나기로 이미 약속이 된 상태였다. 일단 선인봉 등반은 불가할 듯하여 단톡방에 의견을 남기니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인 듯했다. 대안을 찾던 중 불암산 실버암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10시 즈음에 당고개역에서 가까운 상계나들이철쭉동산의 팔각정에서 악우들을 만나 실버암장으로 향했다. 날씨는 어느새 말끔히 개어 있었고, 암장엔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 주었다. 기범,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오붓하게 '실버의 혼(5.10a)', '하늘계단(5.10b)', '동천A/B(5.10c)'를 차례로 등반했다. 실버암장이 처음..

암빙벽등반 2024.09.17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9월 15일(일)

요즘 일기예보는 종잡을 수가 없다. 어제부터 시작된 추석연휴 기간이 5일이지만, 변덕스런 날씨 탓에 맘 편히 등반 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늘도 갑작스런 소나기에 대비할 수 있는 등반지를 찾아야만 했다. 파주의 웅담리 암장은 어프로치가 짧고 베이스캠프에 타프를 치면 비와 햇빛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이곳에 가기로 했다. 기범, 기원, 은경, 나, 이렇게 넷이서 함께 등반했다. 오늘 처음 본 기원씨는 기범씨의 등산학교 제자로 내 아들과 동갑내기인 젊은 친구이다. 요즘 한창 자연암벽의 매력에 빠져들어 즐겁게 등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는 바람이 잘 통하는 3암장 앞에 소나기와 모기의 습격을 대비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2암장과 3암장의 루트들을 오가며 등반했다. 장마철을 방불케 하..

암빙벽등반 2024.09.16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8월 31일(토)

8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 입장에서는 가고 싶은 등반지가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별다른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파주의 웅담리 암장이다. 자꾸 늘어지고 가라앉는 요즘의 몸상태가 등반의욕을 꺽어버린 탓인지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놀다가 오고 싶었는데, 이 마저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3암장에서 3개 루트, 2암장에서 2개 루트를 오른 후에 점심을 먹었다. 오후엔 3암장에서 5.10d 이상의 루트에 도전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른 섹터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늘진 3암장으로 모여든 바람에 맘 편히 등반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1암장과 2암장의 암벽은 한낮의 따가운 햇살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쪽에서 등반을 이어갈 의욕도 발동하지 않아서 일찍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

암빙벽등반 2024.09.03

인수봉 '건양, 변소금지' - 2024년 8월 28일(수)

평일에 인수봉을 오를 수 있다는 건 클라이머들에게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수봉에서 평일 등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개강 직전의 여름방학 마지막 주라서 오늘은 특별히 기범씨가 이끄는 수요등반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아침 7시 직전에 도착한 도선사 앞 주차장은 예상대로 한가로웠다. 주차전쟁으로 날선 신경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주말 아침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여유로움이다. 어디에 주차하면 좋을지를 망설일 정도로 널널한 주차 공간이 오히려 생경했다. 지리하게 이어지던 폭염과 열대야도 오늘부로 서서히 물러날 모양이다. 이른 아침의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등산로 입구의 데크에서 기범씨를 비롯한 김선생님과 구선생님, 민경씨를 반갑게 만났다. 어프로치를 하는 발걸음까지 가..

암빙벽등반 202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