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501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4년 2월 24일(토)

오전엔 감기 기운이 가시지 않아서 몸이 무겁고 조금은 힘에 겨웠다. 쉬운 난이도의 루트를 몇 차례 올라 땀을 어느 정도 흘리고 나니 몸이 좀 풀리는 듯했다. 오후엔 그런대로 벽에 매달릴만 했다. 리드 등반 루트를 12개 올랐다. 오후 3시 무렵부터는 악우들과 함께 볼더링 문제를 풀면서 놀았다. 몸상태가 온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운동한 덕에 감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듯했다. 오늘은 안쪽의 리드벽이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최근에 루트 셋팅을 새롭게 한 듯한 창문쪽의 톱로핑벽이 예전보다 많이 북적거렸다. 온몸이 뻐근할 정도로 열심히 매달렸다는 뿌듯함은 남았으나, 고난도 루트엔 붙어볼 마음조차 동하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이었다.

암빙벽등반 2024.02.25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2월 18일(일)

태백산 눈꽃산행을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온 직후라서 조금 피곤했지만, 가능하면 주말 등반을 거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했다. 일기예보는 저녁 무렵부터 비가 올 거라 하여 낮 시간엔 등반이 가능할 듯했다. 첫 오름짓에선 손을 호호 불면서 등반할 정도로 바위가 차가웠다. 오전엔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런대로 암벽에 붙을만 했다. 햇볕 없는 겨울 등반은 즐거움이 반감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점심을 먹고나니 더이상 벽에 붙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금세라도 비가 쏟아질듯 잔뜩 찌푸린 하늘과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주변 공기는 일찍 철수하자는 우리들의 결정을 쉽게 거들어 주었다. 남은 오후 시간엔 감악산 둘레길에 인접한 신암저수지와 조소앙 선생 기념관 주변을 산책했다. 비는 오후 3시 경부터 본격적으로 쏟아..

암빙벽등반 2024.02.18

불암산 [산머루산다래-실버 암장] - 2024년 2월 12일(월)

설날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설 명절엔 내가 귀향하지 않은 대신 어머니께서 상경하셔서 처음으로 우리집에서 명절을 쇠셨다. 진즉부터 추운 설 명절만이라도 장남집에서 쇠실 것을 권유 드렸었다. 하지만 명절 때 고향집을 떠날 수 없다고 그동안은 완강히 버티셨다. 팔순이 한참 지나 노쇠해진 후에야 어쩔 수 없이 당신의 고집을 꺽으신 모양새를 보면서 한편으론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에 우리집에 오신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 화목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큰누나가 집에 와서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하여 나는 맘 편히 산에 갈 수 있었다. 오전 10시 반에 당고개역에서 악우들을 만나 산머루산다래 암장의 양지바른 곳에..

암빙벽등반 2024.02.13

불암산 암장들 [산머루산다래, 실버, 거봉] - 2024년 2월 3일(토)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컵 축구 경기의 열기가 뜨거운 요즘이다. 토너먼트 첫 경기였던 사우디와의 16강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조규성 선수의 천금 같은 동점골 덕택에 연장까지 이어진 혈투에도 불구하고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에서는 조현우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에 힘입어 4:2 승리를 따냈다. 심야에 펼쳐졌던 그 경기를 끝까지 관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았다. 간밤에 호주와 격돌한 8강전 역시 사우디전 못지 않은 매우 드라마틱한 경기였다. 이번엔 답답한 마음을 참으면서 끝까지 TV를 시청한 보람이 있었다. 호주전 경기의 킥오프 시간은 0시 30분이었다. 1대 0으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에 손흥민 선수가 얻어낸 PK를 황희찬 선수가 시원한 동점골로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전..

암빙벽등반 2024.02.04

강촌 유선대 암장 - 2024년 1월 27일(토)

주초부터 목요일까지는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기승을 부렸다. 내심 주말에 악우들에게 예고했던 야외 암벽등반 계획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망설임이 있었다. 햇볕이 없거나 낮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실내 인공암벽을 찾기로 하고 우선은 강촌의 유선대 암장으로 등반지를 결정하여 공지했다. 유선대 암장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를 대비한 플랜 B로는 예전에 둘러본 적이 있는 춘천 봄내체육관의 인공암벽장에서 운동하는 것을 염두에 두기로 했다. 다행히 금요일 오후부터는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왔고, 토요일에도 춘천지역의 일기예보는 맑음이었다. 겨울 햇살을 받아 환하게 반짝이고 있을 유선대 암벽에서 악우들과 함께 등반할 수 있는 희망이 부풀어 오른 것이다. 아침 8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9시..

암빙벽등반 2024.01.28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1월 13일(토)

새해 들어 첫 자연암벽 등반에 나섰다. 한겨울에도 맑은 날씨에 낮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다면 따스한 햇살을 정면으로 받는 남향의 암벽에서는 등반을 즐길 수가 있다. 이 모든 조건이 만족된 이번 주말에 적절한 등반지로 파주의 웅담리 암장을 선택했다. 찬바람을 피할 수 있어 가장 아늑한 2암장에서 5명의 악우들이 하루를 즐겁고 알차게 등반했다. 은경이와 나는 3, 4년 전부터 겨울시즌에도 가끔은 암벽등반을 감행해 왔었다. 하지만 준수씨는 자연암장 나들이 자체가 처음이고, 성배씨와 소영씨는 비시즌이라 할 수 있는 한겨울의 암벽등반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무슨 일이든 첫 경험은 가슴 설레임을 동반하기에 아주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위험 요소가 상존할 수 밖에 없는 자연암벽에서는 무엇보다 안전과 질서가..

암빙벽등반 2024.01.14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4년 1월 1일(월)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푸른 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난 '청룡의 해'라고 한다. 한글 발음으로 '값진 년'과 같아서 더욱 좋은 한 해가 될 듯한 예감이다. 신정 공휴일이니 인천의 디스커버리 클라임스퀘어에서 리드 등반을 즐기고 싶었다. 때마침 인공암벽에서 사용할 45미터 길이의 새 로프를 개시할 수 있는 기회했다. 그동안엔 60미터 로프를 인공암벽에서도 사용했었다. 선물로 받은 빌레이 안경도 처음으로 사용해 보았다. 안경 위에 착용했는데도 생각보다 잘 보여서 편리했다. 연말 휴가 기간 동안 실내암장에서 전혀 운동을 하지 않은 탓에 뜻하는 만큼 지구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오후에 5.10c 그레이드의 루트에 도전할 때는 오른쪽 전완근에 경미한 쥐가 나기도 했다. 등반 능력은 평소보다 ..

암빙벽등반 2024.01.01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3년 12월 25일(월)

간밤에 눈이 내렸다. 몇 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했다. 애초의 계획 상으로는 이번 연휴 때 어머님을 찾아뵈러 고향집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호남지방에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하여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갑자기 생긴 공휴일의 빈 시간을 클라이밍이나 등산 없이 허송하는 게 싫었다. 집 안에서 읽던 책이나 마저 읽을까 하다가 이틀 전에 갔던 인천의 디스커버리 암장에 다시 가서 운동하기로 했다. 암장으로 향하는 길엔 함박눈이 흩날렸다. 이런 날엔 눈산행을 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운전하면서 조금은 긴장했으나 대로여서 눈이 쌓이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젊은 클라이머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은 암장은 이틀 전보다 한결 붐비지 않았다. 좀 더 익숙해진 암장에서 여유로운 마음..

암빙벽등반 2023.12.26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3년 12월 23일(토)

주말 산행이나 암벽등반은 엄두도 못 내고 집 밖에 나가는 것마저 부담스러운 맹추위의 기세가 등등하다. 아침 기온은 영하 14도까지 떨어졌다. 실내에서 리드등반이 가능한 암장에서 운동하는 게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 마전역에 있는 '디스커버리클라이밍 클라임스퀘어 ICN'을 찾아 가기로 했다.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여 1시간 즈음 후에 암장의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개장시간인 10시보다 30분 전에 도착한 것이다. 암장에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으나, 영업 전이라서 그런지 5층 버튼이 작동되지 않는다. 잠시 차 안에서 기다린 후, 9시 50분 경에 입장할 수 있었다. 개장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휴식 라운지의 테이블은 순식간에 점령 당했다. 우리팀은 마지막 남은 테이블을 간신..

암빙벽등반 2023.12.23

파주 웅담리 암장 - 2023년 12월 10일(일)

이번 주말은 겨울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기온이 유지되었다. 12월 날씨로는 이례적이라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낮 기온이 영상 15도를 웃돌았다. 금요일 오후엔 석사학위 논문심사를 마치고 삼청동의 레스토랑에서 대학원 제자들과 함께 송년회를 겸한 모임을 가졌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두터운 외투가 갑갑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토요일인 어제 오후엔 평소 다니던 실내암장에서 개최한 클라이밍 페스티발에 참가했다. 개인적으로 편한 시간대에 같은 암장을 이용하는 클라이머들이 모처럼 한 날 한 시에 모여 즐겁게 어울릴 수 있었던 유쾌한 시간이었다. 단체전으로 진행된 경기에서 내가 속한 조가 5개 팀 중 1등을 차지하여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북극 주변의 찬공기를 가두어 주는 역할을 하는 제..

암빙벽등반 202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