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암벽과 한 피치의 자연암벽에서 스포츠클라이밍으로 꾸준히 운동해 온 보람을 멀티피치 등반에서 찾고 싶다는 바램과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내 허리 상태를 감안해서 어프로치가 긴 등반은 자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염려가 마음 속에서 교차했다. 하지만 이 좋은 계절에 설악이나 대둔산 같은 대자연 속에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우선은 가능하면 가볍고 단촐하게 장비를 챙겨서 접근 길이가 짧은 대둔산의 '새천년길' 등반부터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두기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새천년길'을 처음으로 등반한 후에 찾아든 만족감은 예상보다 컸다. 총 다섯 피치의 '새천년길'을 오르는 동안 기암괴석이 즐비한 대둔산의 절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