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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새천년길 - 2021년 5월 29일(토)

인공암벽과 한 피치의 자연암벽에서 스포츠클라이밍으로 꾸준히 운동해 온 보람을 멀티피치 등반에서 찾고 싶다는 바램과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내 허리 상태를 감안해서 어프로치가 긴 등반은 자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염려가 마음 속에서 교차했다. 하지만 이 좋은 계절에 설악이나 대둔산 같은 대자연 속에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우선은 가능하면 가볍고 단촐하게 장비를 챙겨서 접근 길이가 짧은 대둔산의 '새천년길' 등반부터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두기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새천년길'을 처음으로 등반한 후에 찾아든 만족감은 예상보다 컸다. 총 다섯 피치의 '새천년길'을 오르는 동안 기암괴석이 즐비한 대둔산의 절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

양주 독립봉암장 - 2021년 5월 23일(일)

어제는 남한산성의 범굴암에서 뜻하지 않게 안전벨트를 깜박 하고 준비해 가지 않은 탓에 계획했던 암벽등반을 하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양주시 불곡산에 있는 독립봉암장을 찾았다. 작년에 몇 차례 등반한 적이 있는 암장이기 때문에 올해는 첫 방문인데도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이전까지는 기범씨와 함께 독립봉암장에 왔던 덕택으로 맘 편히 톱로핑 방식으로만 등반했었다. 오늘은 내가 선등으로 등반해야 하는 날이니 만큼 부담감이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암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우리팀은 슬랩등반 연습을 먼저 하기로 했다. 슬랩의 맨 좌측 루트에서 두 차례씩 오르내리는 연습을 끝낼 즈음부터 클라이머들이 슬랩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적한 직벽으로 이동하여 '소녀시대(5.10b)' 루트부..

암빙벽등반 2021.05.23

남한산성 한 바퀴 돌기 - 2021년 5월 22일(토)

화창한 날씨에 남한산성의 불당리에 있는 범굴암에서 암벽등반을 즐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암장에 도착했을 때 바위는 간밤에 내린 비로 젖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쉬운 루트라도 올라볼 생각으로 장비를 착용하려는데 내 안전벨트가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짐을 꾸릴 때 나도 몰래 빠트렸던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잠시 나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으나, 이내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이니 암벽등반은 깨끗이 포기하고, 기분 전환한다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남한산성길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로는 처음 걸어본 남한산성은 예상보다 훨씬 멋진 트레일이었다. 북문에서 시작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성벽길을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북문으로 오는 데에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성벽..

국내트레킹 2021.05.22

원주 칠봉암장 - 2021년 5월 19일(수)

내가 칠봉암장에 처음으로 왔던 날은 가을이 한창 깊어가던 작년 10월 24일이었다. 그때는 암벽에 붙은 첫 동작에서 극심한 허리통증이 유발되어 클라이밍은 전혀 하지 못하고 칠봉유원지 주변과 문바위봉의 산길을 천천히 산책하는 것으로 허리통증을 달래며 하루를 보내야만 했었다. 나에게는 그리 유쾌할 리 없는 칠봉암장에서의 첫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 바꾸고 싶다는 소망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트라우마나 징크스는 가능하면 빨리 극복해서 이겨내야 한다는 평소의 신념을 클라이밍에서도 실천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근 7개월만에 다시 찾은 칠봉암장에서 보낸 오늘 하루는 모든 면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함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소망을 몇 배로 보상받은 듯한 그런 감..

암빙벽등반 2021.05.20

꽃향기 가득했던 북한산 산행 - 2021년 5월 15일(토)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대면수업을 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스승의 날은 이제 그 형식조차 사그라들고 있는 듯하다. 내가 학생 시절이었던 과거의 스승의 날 행사는 좀 과한 면이 없지 않았다. 강단에 선 이후로도 부자연스런 스승의 날 행사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어색했었다. 그래서 올해의 스승의 날이 조용히 넘어가는 게 오히려 홀가분하고 편한 마음이다. 그래도 이 즈음이면 자연스레 나와 얽힌 사제지간의 정을 떠올리게 된다. 그제는 졸업해서 어엿한 직장에 취업한 제자들이 찾아와서 정담을 나누는 기쁨을 누렸고, 어제는 전화 상으로나마 은퇴하신 은사님의 근황을 여쭐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어느 누구의 선생으로 불리기엔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한 점 투성이지만, 스승의 날이니 만큼 내게 주어진 소명이나마..

국내트레킹 2021.05.15

파주 거인암장 - 2021년 5월 9일(일)

일주일 전의 노적봉 등반에서 암벽까지의 접근 거리가 먼 멀티피치 등반이 아직은 온전치 않은 내 허리 상태에 큰 무리가 따른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앓고 있는 척추관협착증에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장시간 동안 산길을 오르내리는 것이 대단히 해롭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험 삼아 한 번은 내가 좋아하는 멀티피치 등반을 시도해 보고 싶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노적봉 등반을 다녀온 이후에 사나흘 동안은 경미한 허리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은 거의 회복되었지만, 대자연 속의 멀티피치 등반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로프나 등반장비를 악우들에게 부탁해가면서까지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접근거리가 긴 등반을 계속한다는 건 염치 없는 행동이다. 이제는 현재의 내 건강과 몸 상태..

암빙벽등반 2021.05.09

불곡산 악어능선과 포천인공암벽장 - 2021년 5월 5일(수)

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어린이날인 오늘 새벽까지 이어졌다. 지난 주말에 이어 비가 온 직후에 젖어 있을 바윗길을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등반에 나서게 되었다. 양주시의 불곡산에 있는 '악어의 꿈길' 릿지를 향해 아침 일찍 어프로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날씨는 괜찮아 보였다.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먹구름이 바람을 따라 오락가락 하면서 불곡산 등산로 주변은 시시각각 음지와 양지로 변하길 거듭했다. 양지바른 첫 피치에서 시작한 등반은 음지로 변한 둘째 피치의 확보점에서 후등자 빌레이를 보는 순간부터 난관에 봉착하기 시작했다. 2피치 확보점에 서있는 동안 제법 쌀쌀한 강풍이 매섭게 불어제쳤다. 몸에 한기까지 느껴져 더이상 등반을 이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복주머니 바위 꼭대기로 올라서야 하는 3..

암빙벽등반 2021.05.05

노적봉 써제이길 - 2021년 5월 2일(일)

서울에는 어제 오후부터 오늘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아침부터 맑은 하늘에 밝은 햇살이 비춰주니 산에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화창한 아침이다. 대관령에는 34년 만에 '5월 눈'이 내렸고, 설악산에는 20cm의 눈이 쌓였다고 한다. 도선사에서 용암문을 거쳐 노적봉의 써제이길 출발점까지 가는 등로 주변이 온통 신록의 향연 속이다. 새벽까지 내리던 생명수 같은 봄비에 깨끗이 몸을 씻은 나무들은 하나 같이 찬란한 연둣빛 이파리들로 단장하고 성장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오월이 열리자 마자 갑자기 울창해진 듯한 숲은 그 속을 걷고 있는 산객들까지 푸르게 물들일 기세로 부풀어 올랐다. 그동안 하드프리 암장과 인공암벽을 돌아다니면서 운동했던 것이 암벽등반 시즌을 위한 준비 단계였다면, 이제는 나도 활동..

암빙벽등반 2021.05.02

북한산둘레길과 북악하늘길 - 2021년 5월 1일(토)

푸른 오월의 첫 날이자 첫 주말에 봄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모처럼 우중산행이나마 길게 해보자는 마음을 먹는다. 암벽등반은 내일 날씨가 화창하게 개일 것을 기대하면서 하루 미루기로 한다.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하여 좀 서두르기로 한다. 이른 아침 7시에 집을 나선다. 북한산둘레길을 따라서 화계사까지 걷다가 칼바위 능선을 향해 오른다. 삼성암 위의 전망바위에서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오늘의 산행 경로를 대충 그려본다. 최근 3개월 동안 허리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시작한 체중 조절에 성공하여 몸무게가 근 10kg이 줄었다. 허리 둘레도 2~3 인치가 줄어서 등반용 안전벨트를 새로 장만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모처럼 종로5가에 있는 등반장비점까지 도보로 가보자는 계획을 즉흥적으로 세운다..

국내트레킹 2021.05.01

원주 여심바위 - 2021년 4월 24일(토)

간현암벽장에서 가깝지만 자동차로 접근하는 길이 완전히 다른 여심바위를 처음으로 다녀왔다. 지금은 주변이 공사장이고 자전거도로를 위한 데크 다리가 암벽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였으나, 등반 루트들은 내 수준에서 즐기기엔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총 16개 바윗길 중에서 난이도 5.10c까지의 11개 루트를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자연바위의 까칠한 감촉이 전해지는 질감의 직벽과 오버행 구간들로 구성된 루트들 하나 하나가 특색 있게 오르는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갈 때는 이른 아침인 6시 45분에 출발했는데도 동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기까지 길이 막히는 바람에 여심바위 앞까지 2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등반을 마치고 미리 준비해 간 음식으로 베이스캠프에서 저녁식사까지 해결한 다음 판대천을 따..

암빙벽등반 2021.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