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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형제봉 능선 - 2021년 7월 3일(토)

오후부터 본격적인 장맛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다. 오전엔 대학입시 관련 업무 차 출근해야 했다. 업무가 끝난 직후에 대학에서 제공해준 점심도시락을 미리 준비해 둔 배낭에 챙겨서 곧장 북한산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찾아간 까닭에 접근로마저 생소한 테라스의 노송 아래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녹음 짙은 숲과 확트인 전망이 함께 한 덕인지 도시락 속의 샌드위치와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형제봉 능선을 따라서 대성문에 도착할 때까지는 비가 잘 참아주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성문 안쪽의 벤치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보온병 속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이 행복했다. 산성주릉을 따라 보국문을 거쳐 대동문에 이르자 서서히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성벽 안쪽의 등산로 주변에서 싱그러운 들꽃들이 간간히 반겨주었다..

국내트레킹 2021.07.04

인왕산과 안산 자락길 - 2021년 7월 1일(목)

서울의 날씨가 이번 주 초 3일 동안은 꼭 동남아시아 같았다. 매일 내리던 소나기는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에서 겪었던 스콜처럼 맹렬히 쏟아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뚝 그쳤다. 7월의 첫날이자 목요일인 오늘은 모처럼 소나기 예보가 없는 날이다. 지난 주까지 한 학기를 무사히 잘 마무리지었다. 이번 주부터는 여름방학이라지만, 본격적으로 매진해야 할 연구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다음 학기를 위한 강의 준비도 지금부터 신경써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피곤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한 박자 쉬어가기로 한다. 어제는 실내암장에서 가장 경사각이 쎈 벽의 지구력 문제를 처음으로 완등했다. 그동안 꾸준히 운동한 보상으로 상반기의 마지막 날을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개운함을 맛보았다. 그 여운을 즐기기 위해 오늘은 암장..

국내트레킹 2021.07.01

인수봉 거룡길 - 2021년 6월 27일(일)

비 개인 다음 날 아침의 하늘은 한결 더 높고 푸르다. 구름 조각들이 듬성듬성 남아 있지만 등반하기 더없이 좋은 날씨다. 아침 8시 즈음에 도선사주차장에 도착한다. 기범씨가 새벽 등산을 마치고 빠져나가는 차의 빈 자리를 매의 눈으로 발견하여 곧바로 주차한다. 오늘 등반이 잘 풀릴 듯한 예감과 설레는 가슴을 안고 인수봉 남벽 앞으로 접근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작년 10월 중순에 고통스런 허리 통증을 처음으로 겪었던 장소가 바로 인수봉이었다. 등반 도중에 악우들을 암벽에 남겨두고 나 홀로 조심스레 하산해야 했던 그날 이후로 오늘이 첫 인수봉 등반이다.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고, 비 온 후에 맑게 개인 하늘이 더욱 푸르듯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내 몸은 한결 더..

암빙벽등반 2021.06.28

감악산과 파평산 - 2021년 6월 26일(토)

이른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린다. 거인암장에서 등반하기로 한 계획을 수정하여 플랜B를 가동하기로 한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동안 먼저 감악산 정상까지 우중산행을 다녀온다. 빗줄기는 정오가 지났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비가 내리고 있는 중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잠시 둘러본 거인암장의 사정도 등반을 하기엔 여의치가 않다. 파평산 체육공원으로 이동하여 늦은 점심을 먹은 후에 파평산 정상까지 여유로운 산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오후 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실내암장에서 같이 운동하던 기철씨와 일본인 대학원생인 코헤이씨가 처음으로 동행한 산행에서 즐겁고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비록 계획했던 암벽등반을 하지는 못했지만 날씨에 순응하여 우중산행을 다녀옴으로써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트레킹 2021.06.28

설악산 소토왕골 암장 - 2021년 6월 20일(일)

어제의 미륵장군봉 '미륵2009' 루트는 내게 다소 도전적인 바윗길이었다. 그곳에서의 등반을 안전하고 즐겁게 잘 마쳤다는 안도감과 설악의 맑은 기운 때문이었는지 간밤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잠을 잘 자고 난 후에는 컨디션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아침에 설악동에서 소토왕골 암장으로 접근하는 발걸음이 어제보다는 한결 가벼워졌다. 미륵장군봉은 강원도 인제군에 속하는 장수대 부근에 있다. 장수대탐방안내소가 설악산국립공원의 후문이라면, 속초시 설악동의 신흥사 입구는 설악산의 정문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번 설악산 등반은 후문을 통해 입성하고, 정문을 다음 날 통과한 격이다. 설악동주차장의 많은 차량들과 관광객들은 어제 장수대 인근의 한적함과는 사뭇 다르게 주말 관광지인 설악산의 활기를 전해준다. 비룡교..

설악산 미륵장군봉 '미륵2009' - 2021년 6월 19일(토)

올해 들어 첫 설악산 등반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의 동홍천IC를 빠져나와 44번 국도로 접어든다. 비로소 설악에 간다는 설레임이 찾아든다. 새롭게 단장된 화양강휴게소에서 간단히 조식을 해결한다. 휴게소 앞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는 홍천강의 평화로운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침햇살 비치는 전망 좋은 통유리창 앞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참 좋다. 오늘의 미륵장군봉 등반도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되기를 내심 바래본다. 어머니의 팔순잔치와 학기말의 분주한 일상을 막 헤쳐나온 심신은 피로누적으로 지쳐 있는 상태다. 그래도 홀가분해진 마음만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천천히 굽이치는 홍천강의 물줄기처럼 평안하다. 장수대에서 미륵장군봉으로 접근하는 그늘진 숲길에 들어선다. 신선함을 가득 품고 있는 오솔길이 오랜만의..

파평산 산림공원과 거인암장 - 2021년 6월 5일(토)

금요일 저녁에 후배 교수들과의 술자리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인수봉 등반 약속이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개월만의 반가운 만남이어서 과음을 피할 수가 없었다. 역시나 오늘 아침 기상 직후의 내몸은 비몽사몽에서 쉽사리 깨어나지 못하여 곧바로 인수봉 등반에 나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날씨마저 흐려서 마음이 더욱 소극적으로 움츠러든 탓인지 주말의 산객들 틈에 끼어 하루재로 향하는 등산로를 따라 인수봉에 접근할 생각이 전혀 동하지 않았다. 대신 어프로치가 짧은 거인암장에서 쉬엄쉬엄 몸을 회복하면서 게으른 등반이나 하고 오자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파주로 향했다. 이럴 때 대안으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자연암장이 집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다. 아무도 없는 아침 시간에 도착한 거인암장 주변은..

암빙벽등반 2021.06.06

Climbing the world's tallest artificial wall - Luzzone Dam

스위스 티치노 지역의 Luzzone 댐에 설치되어 있는 인공암벽 루트를 오르는 영상이 볼만하다. 아찔한 550피트(167.64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벽에 설치된 루트는 총 5피치에 난이도는 6a+(5.10 b/c) 정도라고 한다. 650개 이상의 홀드를 잡아야 하는 이 루트는 인공암벽으로는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고. 영상을 보면 초중급 정도 수준의 클라이머라면 누구든 오를 수 있는 루트지만 고도감이 상당하다. 여기를 등반하기 위해서는 일인 당 20스위스프랑(약 2만5천 원)을 지불해야 한다. 콘크리트 댐에도 이러한 암벽 루트를 개발해 놓은 유럽인들의 개척정신과 열린 시각이 부러울 따름이다. 맨 아래에 있는 영상은 산양의 일종인 아이백스(ibex)가 생존에 필요한 염분과 미네랄을 섭취하기 위해 이탈리아..

용인 조비산암장 - 2021년 5월 30일(일)

어제 다녀온 대둔산 새천년길 등반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탓인지 몸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아침 일찍 대둔산 아래의 숙소를 출발하여 9시 즈음에 조비산 아래에 도착했으나, 암벽에 붙어보니 생각과는 달리 몸상태가 별로였다. 오전에만 등반하고, 점심 직후에 교통혼잡을 피해 일찍 상경하기로 했다. 조비산에 온 이후로 암장이 가장 한적했던 날이어서 마음껏 등반하지 못한 아쉬움은 조금 남았으나, 초급 난이도의 다섯 개 루트에서 몸풀기 삼아 등반하고 나니 그런대로 기분은 괜찮아졌다.

대둔산 수락계곡 - 2021년 5월 29일(토)

대둔산은 전북 완주군, 충남 금산군, 충남 논산시에 걸쳐서 자리하고 있다. 설악산이나 금강산 같은 골산의 절경을 간직하고 있어서 일반 산객들과 클라이머들이 주로 찾는 코스는 관광용 케이블카가 있는 대둔산 남쪽의 전북 완주군 지역이다. 충남에 속하는 대둔산 북쪽 지역은 전북 지역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북동쪽의 충남 금산군에 속하는 유명한 사찰인 태고사를 통해 낙조대까지 이어지는 경로는 몇 년 전에 올라 본 적이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둘러본 대둔산 북서쪽의 수락계곡은 논산시 벌곡면에 자리 잡고 있다. 새천년길과 신선암장에서의 암벽등반을 마치고 하산하여 이른 저녁식사 후에 소화를 위한 산책길에 나섰다. 앞마당이 풍성한 들꽃으로 장식된 태고사 입구 주변의 한정식집에서 밥을 먹고 근처에 있는 청림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