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본격적인 장맛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다. 오전엔 대학입시 관련 업무 차 출근해야 했다. 업무가 끝난 직후에 대학에서 제공해준 점심도시락을 미리 준비해 둔 배낭에 챙겨서 곧장 북한산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찾아간 까닭에 접근로마저 생소한 테라스의 노송 아래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녹음 짙은 숲과 확트인 전망이 함께 한 덕인지 도시락 속의 샌드위치와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형제봉 능선을 따라서 대성문에 도착할 때까지는 비가 잘 참아주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성문 안쪽의 벤치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보온병 속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이 행복했다. 산성주릉을 따라 보국문을 거쳐 대동문에 이르자 서서히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성벽 안쪽의 등산로 주변에서 싱그러운 들꽃들이 간간히 반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