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따갑고 무더운 여름 한낮에 내설악의 남교리에서 십이선녀탕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복숭아탕까지 왕복하는 여유로운 산책을 다녀왔다. 이번 여름에 이보다 더 좋은 피서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풍부한 수량의 맑은 계곡물이 힘차게 흐르고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골바람이 불어주는 그늘진 숲길을 걷는 동안 제대로 된 삼림욕을 즐긴 듯한 만족감이 있었던 것이다. 전날의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솜다리의 추억'길 암벽등반의 피로를 풀기 위해 동해안의 한적한 해변길을 걸어볼 생각이었다. 서핑족들이 자주 찾는 송지호 해변과 화진포해수욕장 주변의 산책로를 탐색했으나 뙤약볕에 노출된 그 길은 5분 이상 걷기가 힘들었다.
대안으로 진부령 고개를 넘어서 남교리의 십이선녀탕계곡을 찾아가자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아주 오래 전에 15킬로그램 이상 되는 대형 배낭을 짊어지고 서북주릉에서 캠핑하기 위해 오르던 그 길을 반바지 입고 맨손으로 가볍게 걸어 올라가니 그렇게 시원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남교리에서 복숭아탕까지 4.2km 거리의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왕복하는 데에 3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십이선녀탕계곡의 수려한 풍광을 보면서 선선한 골바람이 불어주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그 길을 걷고 나니 이 폭염을 잘 견딜 수 있는 힘이 솟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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