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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봉산 - 2023년 1월 28일(토)

오랜만의 예봉산 산행이다. 지난 번 서울둘레길 3코스인 강동-송파구 구간을 걸을 때였다. 예봉산 정상에 선명하게 보이던 레이더 기지가 궁금했었다. 그곳이 한창 공사 중일 때 올라본 뒤로는 예봉산에 갈 기회가 없었다. 이른 아침에 전철을 타고 팔당역으로 간다. 전철 1호선인 회기역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타는 동안 추위에 떨어야 했다. 추운 겨울날에는 플랫폼이 노출되어 있는 1호선은 가급적이면 이용하지 않는 게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하 10도 이하의 기온이지만 햇볕 내리쬐는 산길에 접어드니 추위는 서서히 가시는 듯했다. 양지바른 쉼터에서 두 번이나 쉬면서 그 어느 때보다 느리게 예봉산 정상에 올랐다. 강우 레이더 관측소가 들어선 이후로는 처음으로 찾은 예봉산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 ..

국내트레킹 2023.01.29

철원 한탄강 물윗길 - 2023년 1월 27일(금)

작년 11월 초의 제천 청풍호 모임에서 약속했던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을 다녀왔다. 절벽을 따라 인공적인 잔도가 설치된 철원의 주상절리길이 최근 관광지로 유명해져서 주말엔 많은 인파로 붐빈다고 하여 금요일에 날짜를 잡았다. 염회장님, 이상무님, 안사장님을 순담매표소 앞 주차장에서 9시 30분에 만났다. 내 차는 이곳 주차장에 남겨두고 이상무님 차에 네 명이 동승하여 물윗길 출발지인 태봉대교로 이동했다. 태봉대교에서 트레킹을 시작하여 송대소, 승일교, 고석정을 거쳐 순담매표소까지 8 km 남짓 이어지는 물윗길을 세 시간 가까이 천천히 걸었다. 물윗길 종점인 순담매표소에서 이어지는 잔도길인 주상절리길을 걷고 싶다면 다시 표를 끊어야 한다. 점심 시간이 넘은지라 우리 일행은 아침에 주차해 두었던 내 차에 올..

국내트레킹 2023.01.29

불암산 - 2023년 1월 21일(토)

나흘 간의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이번 설부터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작년에 아들이 결혼한 후로 앞으로의 명절은 나주의 고향집이 아닌 우리집에서 쇠기로 했다. 아내와 나는 아들 내외와 함께 일주일 전에 고향에 계시는 어머님과 가족들을 만나고 성묘도 다녀왔다. 그래서 이번 설 연휴를 맞이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울 수 밖에 없다. 귀성길 교통정체는 이제 남의 일처럼 신경쓸 필요가 없다. 연휴 첫날 오전에 가까운 불암산을 찾았다. 맹추위의 기세가 꺽이지 않은 탓에 정상을 향해 오르기 보다는 양지바른 곳을 찾아다니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학도암을 구경하고 별내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에서 햇볕바라기를 하다가 헬기장을 거쳐 자락길을 따라서 상계역으로 하산했다.

국내트레킹 2023.01.29

파주 웅담리 암장 - 2023년 1월 8일(일)

미세먼지가 많더라도 낮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 자연 암벽에서 등반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파주의 암장으로 향했다. 이미 다른 팀들이 자리 잡은 암벽을 지나서 가장 안쪽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하지만 그곳은 찬바람이 불어오고 바닥엔 잔설이 남아 있었다. 차가운 바위에 붙어보니 좀처럼 손시림이 가시질 않았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다른 암벽으로 이동하여 질척거리는 흙바닥 위에 낙엽을 깔고 두 코스에서 등반한 후에 일찍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리 즐겁지 않은 등반을 어떤 의무감 속에서 계속 이어갈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암벽은 어디로 도망가지 않을 것이고, 날씨는 좋아질 것이기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암빙벽등반 2023.01.09

서울둘레길 6코스(금천-구로-영등포-강서구 18.2km) - 2023년 1월 7일(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사람의 생각도 세월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수 년 전 서울둘레길 전구간이 완공 되었을 때, 산길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6코스는 아예 걸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서울둘레길 1코스부터 8코스까지 전체 156.5km를 완주했다는 인증서를 받기 위해 스탬프 찍으면서 계획적으로 걷는다는 것도 내 체질에 맞지 않는 방식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평지의 도보길을 걷는 것에도 나름의 재미가 붙었다. 3주 전에 걸었던 서울둘레길 3코스인 강동-송파구 구간도 대부분 완만한 산길과 하천변을 따르는 코스였지만 젊은 날의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이후로 유일한 미답지인 6코스를 답사하여 서울둘레길 전 구간을 완주해 보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새해 첫날의 자연 암벽 등반 - 2023년 1월 1일(일)

새해 아침이 밝았다. 2023년은 육십간지로 40번째인 계묘년(癸卯年)이다. 천간 계(癸)는 물을 상징하는 흑색, 지지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여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이건만 새해 첫날의 일출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모양이다. 추위를 무릅쓰고 산에서 일출을 보고자 하는 패기는 예전에 사라졌다. 아늑한 거실의 소파에서 TV 중계 화면 속의 일출을 감상하고, 고향집의 어머님께 전화로 새해 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계묘년의 첫날을 시작한다. 전화 인사를 올려야 하는 양가 부모님 네 분 중에 이제는 어머니 한 분만 살아계신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 불현듯 쓸쓸함이 찾아든다. 불과 최근 3년 사이에 장인, 장모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던 것이다. 송년산행으로 수락산에 다녀온 어제는 하루종일 구름 낀 ..

암빙벽등반 2023.01.01

수락산 송년 산행 - 2022년 12월 31일(토)

유난히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2년 한 해도 어느덧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머물러 있는 것은 없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다 지나간다. 시간의 흐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속도가 붙는 듯하다. 희노애락으로 점철된 우리네 삶에서 큰 의미를 찾으려고 한들 무슨 대단한 것을 얻을 수 있겠는가? 다 부질없는 인생일 뿐이다. 그래도 내 앞에 놓여 있는 생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다. 산다는 건 사랑하는 것이란 진리를 잊지 않고, 하루 하루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을 얻고자 하는 노력을 멈출 수는 없다. 햇빛 찬란한 겨울산을 바라고 집을 나섰건만,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래 을씨년스런 분위기의 수락산을 오르면서 들었던 생각의 편린들이다. 당고개역에서 학림사를 거쳐 수락주릉에 오른..

국내트레킹 2022.12.31

2022년 한 해를 돌아보며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으레 등장하는 표현 중의 하나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나의 2022년은 여느 해보다 훨씬 더 다사다난 했던 1년이었다는 다소 진부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큰 일을 많이 치러야 했던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일도 많고, 그에 따른 어려움도 많았다. 오랫 동안 살던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단행했다. 공사 기간 동안 우리 부부는 용산의 한 호텔에서 '한 달 살기'를 했고, 장인어른은 악성 림프종이라는 암 판정을 받으셨다. 11월 말일에 하늘나라로 떠나실 때까지 장인어른의 고통스런 투병 생활과 가족들의 힘겨운 간병이 이어졌다. 슬프고 힘든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장인어른의 장례식 한 달 전인 시월 말에는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장인어른께는 첫 손자여서 유난..

나의 이야기 2022.12.30

양주 불곡산 - 2022년 12월 24일(토)

연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최강 한파와 남부지방에 내린 폭설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에 마음이 아프다. 집 밖으로 나오기 싫은 귀차니즘을 어렵사리 떨쳐내고 평소 주말보다 늦은 아침 9시 즈음에 서울을 출발하여 가까운 양주의 불곡산으로 향한다. 동부간선도로를 지나면서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하얗게 변한 도봉산과 수락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아이젠을 챙기지 못한 걸 깨닫는다. 강추위에 대한 대비만 신경쓰느라 미처 눈산행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래도 스틱 하나는 들고 왔으니 일단은 산행에 나선 후에 여의치 않으면 곧바로 하산하자는 생각으로 양주별산대놀이마당에서 불곡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접어든다. 예전엔 아이젠이..

국내트레킹 2022.12.25

서울둘레길 3코스(강동-송파 25.6km) - 2022년 12월 17일(토)

서울둘레길 3코스는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에서 출발하여 광진교 위로 한강을 건너고, 강동구의 고덕산과 일자산, 송파구의 성내천과 장지천을 거쳐 탄천에 합류한 후, 강남구의 수서역에서 끝나는 장장 25.6 킬로미터에 이르는 도보길이다. 언젠가는 걸어봐야지 하고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강추위로 산행이 망설여진 이번 주말에 결행하게 되었다. 하루에 완주하겠다는 목표의식보다는 그저 편하게 걷다가 허리통증이 오거나 걷는 게 즐겁지 않을 때에는 언제든 도중에 그만두고 따뜻한 카페를 찾아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설레임과 지리적으로 환해지는 즐거움이 더해져서 그런지 서울둘레길 이정표인 주황색 리본을 따라서 걷다보니 별다른 어려움 없이 완주하게 되어 잔잔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