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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산책 - 2022년 추석

이번 추석엔 귀성길과 귀경길 모두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어야 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지 않은 첫 명절이라서 그랬던 모양이다. 명절 연휴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나이지만 고향집에서 옛 추억을 더듬어 보는 순간은 남다른 감회에 젖게 된다. 오랜만에 고향 마을 주변을 산책해 보았다. 어릴 때 죽마고우 동무들과 뛰놀던 강산은 많이도 변해 있었다. 아직까지는 말년을 고향에 돌아와 보내고 싶은 마음일랑 들지 않는다. 고향산천의 변화된 모습이 내 눈에 그리 좋게만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므로 절대로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단정짓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수구초심이란 말이 괜히 생겨났겠는가?

나의 이야기 2022.09.12

강촌 둘레길 - 2022년 9월 3일(토)

예상보다 힘겨웠던 조각상 릿지 등반을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강촌시가지로 내려와서 먹은 춘천닭갈비와 막국수의 맛은 일품이었다. 과식을 절제할 의지는 부족하여 식후 산책을 다녀온 후에 귀경하기로 했다. 강촌 주변엔 걷기 좋은 산책로가 즐비하다. 강촌테마랜드 주변을 둘러보다가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시냇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강변 산책로를 따르다가 구곡폭포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걸었다. 한적하기 그지 없는 숲길이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을 산책하는 시간이 더없이 평화로웠다. 돌아오는 길에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며 징검다리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여유로운 시간도 누려 보았다.

국내트레킹 2022.09.04

강촌 조각상 릿지 - 2022년 9월 3일(토)

어느덧 9월의 첫 주말이다. 강촌의 바윗길 중에서 아직까지 올라보지 못한 조각상 릿지 등반에 나선다. 역대급 태풍이라는 '힌남노'가 북상 중이어서 내일부터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아직 태풍의 낌새를 느낄 수 없는 춘천의 아침 하늘은 전형적인 초가을 빛깔이다. 북한강변의 청명한 기운을 받으며 강촌레일바이크 주차장에서부터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났다는 해방감과 폐부 깊숙히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정말 좋다. 등반을 서두르지 않기로 하고 강촌 시가지 입구의 편의점에 들러 모닝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본다. 조각상 릿지 출발점까지는 편의점에서 10분이면 충분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손가락 테이핑까지 마무리하고 암벽으로 향한다. 조각상 릿지는 총 4피치로 그리 길지 않..

암빙벽등반 2022.09.04

8월의 클라이밍 - 북한산 국제클라이밍센터

올 여름엔 유난히 힘겨운 일들을 많이 겪었다. 인생이란 게 어차피 희노애락의 반복이라지만 안 좋은 일들이 겹치는 순간을 견뎌내기는 그리 만만치 않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쁨과 슬픔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일희일비 하지 않게 된다는 좋은 면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자신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서글픔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무더위와 장마가 기승을 부린 8월도 어느덧 저물어 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8월 중에 안 좋은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야외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인 가을철의 활동적인 등반을 기대하면서 우이동에 새롭게 문을 연 북한산 국제클라이밍센터에서 운동할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큰 위안이 되었다. 이제 힘든 일들도 어느 정도 정리..

암빙벽등반 2022.08.28

삼성산 숨은암장 - 2022년 8월 27일(토)

평소에 경기도 남부의 암장들이 궁금했었다. 관악산과 삼성산 등지에 흩어져 있는 암장들 중에서 숨은암장을 먼저 가보기로 마음 먹고 몇 주 전에 등반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당일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결행하지는 못하고, 추후에 적당한 기회를 봐서 숨은암장에 다녀오겠다는 마음만 품고 있었다. 오늘은 처서가 지나고 본격적인 가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어 산에 가기 더 없이 좋은 날씨 속에 맞이한 주말이기에 북한산과 도봉산의 바윗길이 붐빌 것은 뻔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체력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이번 주말의 등반지는 몸상태 점검과 기분전환을 동시에 해보자는 생각에 상대적으로 한산할 것을 기대하면서 삼성산의 숨은암장으로..

암빙벽등반 2022.08.28

안산 자락길 - 2022년 8월 14일(일)

오른쪽 무릎 뒷쪽 통증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한 시간 이상 걸으면 통증이 시작되어 걷기에 지장을 줄 정도이다. 소위 오금이라고 부르는 뒷무릎에 문제가 생긴 듯하다. 몸살감기 기운도 좀 있어서 클라이밍은 잠시 쉬기로 하고 걷기 좋은 안산 자락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서촌에서 시작하여 수성동 계곡을 통해 인왕산 둘레길을 걷다가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서 안산 자락길에 들어섰다. 작년 여름엔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었는데, 이번엔 시계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메타세콰이어 숲을 지나서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안산 정상에 올랐다. 광복절 하루 전날이라 사람들이 많았던 서대문독립공원으로 하산하는 길이 몹시나 힘겨웠다. 오금 통증이 심해져 절뚝거리며 천천히 내려와야 했다. 걷는 데 지장이 있으면 가고 싶은 곳에 맘 놓고..

국내트레킹 2022.08.24

Rooftown: Volume 1, 2, 3 (예술적인 자연바위 볼더링 영상)

인적이 드문 미국 애리조나의 오지에 숨어 있는 자연바위에서 고난도 볼더링 루트를 찾아내고 예술적인 동작으로 완등해 나가는 로컬 클라이머 Matt Gentile의 등반 모습을 Nathaniel Davison의 눈으로 담아낸 영상은 아름답고 놀라운 장면들로 가득하다. 리드 등반 시에 클라이머들이 가장 어려운 동작을 소위 "볼더링 무브"라고 부르는데, 그러한 볼더링 동작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은 대부분 동굴이나 바위턱의 천정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루프(roof) 구간에서 발생한다. 이 동영상 시리즈는 내가 지금까지 본 볼더링 영상 중에서 가장 많은 루프 구간 등반 장면이 나온다. 더욱이 최고의 찬사를 받기에 어느 곳 하나 부족함이 없는 빼어난 영상미를 갖춘 최상의 예술적인 작품이다. 특히 볼륨 2에서 악어..

경주 토함산 - 2022년 8월 1일(월)

울산에서 영덕 블루로드 해벽으로 향하는 네비게이션 경로 중간에 경주가 있었다. 동해에 접한 해벽은 오전에 쏟아지는 햇살이 따가울 것이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두를 필요는 없지 싶었다. 어차피 여행과 등반을 겸한 '여름 등반여행'이니 경주를 지나는 만큼 오랜만에 불국사를 둘러 보기로 했다. 불국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아침 8시 5분인데, 관람시간은 9시부터라고 했다. 석굴암을 먼저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토함산 자락을 굽이도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서 석굴암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30분 즈음이다. 석굴암도 9시에 문을 연다고 하여 기다리는 동안 토함산에 잠깐 다녀오기로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정상까지 올라갈 생각은 없었으나, 등로가 산책로처럼 유순하고 걷기 좋았다. 왕복 2.8 km 거리라는 ..

국내트레킹 2022.08.07

청도 운문사 - 2022년 7월 31일(일)

여름 휴가 기간에 떠난 등반여행의 둘째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영남알프스 신불산 자락에 있는 등억온천단지 내의 숙소에서 억새로 유명한 간월재에 다녀오고 싶었으나 산행 출발지인 배내고개부터 구름 속이어서 시야가 거의 없었다. 즉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운문사였다. 배내고개로 향하던 중에 갈림길 도로 표지판에서 청도를 보고 불현듯 운문사가 떠올랐던 것이다. 유홍준 씨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언젠가는 꼭 와보고 싶던 운문사였다. 과연 듣던 대로 운문사는 비구니승들의 절집답게 모든 것이 정갈하고 단아한 풍모를 간직하고 있었다. 진입로부터 시작된 명품 소나무숲과 운문사를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는 처진소나무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국내트레킹 2022.08.07

[여름 등반여행 3] 영덕 블루로드 해벽 - 2022년 8월 1일(월)

영남알프스 신불산 아래의 등억온천단지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영덕군 축산항 근처에 있는 블루로드 해벽을 찾아간다. 고속도로를 따라가는 경로는 아직 없는 모양인지 네비게이션은 경주와 포항을 거쳐 영덕에 이르는 국도로 안내한다. 중간 경유지인 경주를 통과하던 중에 즉흥적으로 불국사를 잠깐 둘러보고 가기로 한다. 불국사와 석굴암 모두 관람 시간인 9시 전에 도착한 까닭에 석굴암 입구까지 올라가서 주차하고 1시간 정도의 산행으로 토함산 정상에 다녀온다. 언제나 그렇듯 관광객들로 붐비는 석굴암과 불국사를 재빠르게 구경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블루로드 해벽으로 이동한다. 시간이 빠듯할 듯하여 차 속에서 간단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부지런히 달려서 축산항에 도착하니 오후 1시 즈음이다. 축산항에서 해파랑길을 따라 남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