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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수락산 여름산행 - 2023년 6월 24일(토)

세상 사는 일이 참 쉽지 않다. 내 계획대로 내 입맛에 맞게 일이 술술 잘 풀리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그것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세상은 결코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유유히 흘러갈 뿐이라는 진리를 항상 마음에 새기면서 일상을 헤쳐 나아가야 한다. 머리 속으로는 이러한 삶의 태도를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내게 닥친 현실을 지혜롭게 극복해내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다. 지난 월요일까지 성적처리를 마치고 모처럼 학기말의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운해진 마음도 잠시 실내암장에서 운동을 시작한 저녁 무렵부터 오른쪽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간 온몸에 누적된 피로가 어깨 통증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난 것일 게다. 이제 기다리던..

국내트레킹 2023.06.25

가평 연인산 용추구곡 - 2023년 6월 17일(토)

한낮의 기온이 섭씨 32도에 이르는 때이른 불볕 더위가 찾아왔다. 강촌의 유선대 암장에서 열심히 등반하겠다는 의지는 더위 탓인지 한나절도 못 가서 꺽이고 말았다. 점심을 먹고 하산하여 오후엔 강촌에서 가까운 가평의 연인산 계곡을 찾았다. 내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2012년 6월에 용추계곡을 들머리로 하여 연인산 정상에 다녀온 기록이 있었다. 용추계곡이 예전보다 산뜻하게 단장되었다는 소식을 최근에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접한 후 한번쯤 다녀오고 싶었는데 때마침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용추구곡 중 제 2곡인 무송암 근처의 길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내곡분교까지 왕복 10킬로미터 남짓을 걸었다. 차례로 이어지는 용추구곡의 안내판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발바닥이 뜨거워지고 피로가 몰려오는 듯하면 계곡에 발..

국내트레킹 2023.06.19

강촌 유선대 암장 - 2023년 6월 17일(토)

내심 가까운 북한산 노적봉에서 멀티피치 등반을 하고 싶었으나 허리 상태가 온전치 않았다. 아무래도 무거운 장비 둘러메고 어프로치 하는 시간이 고통일 듯했다.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하는 한낮의 땡볕도 부담스러웠다. 가볍게 기분전환 하는 셈치고 이른 아침 강촌의 유선대 암장으로 향했다. 한가로이 등반하면서 놀다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 중앙벽에서 간단히 몸을 풀어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등반의욕이 별로 동하지 않았다. '시동(5.11b)' 루트에 세 차례 붙었는데도 깔끔하게 완등하지 못했다. 오늘은 오전에만 등반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하산하여 가평 연인산의 시원한 계곡을 찾아가기로 했다.

암빙벽등반 2023.06.19

청송 주산지

내연산 선일대 릿지와 죽장면 학담암장에서의 1박 2일 등반을 마치고 포항을 떠나 서울로 돌아가는 길 중간에 청송의 주산지를 구경하기로 했다. 모 등산학교에서 등반교육을 진행하는 바람에 우리팀은 학담암에서 맘 편히 등반을 즐길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일찍 철수하여 생긴 여유 시간에 주산지에 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아주 오래 전에 주왕산 계곡은 와본 기억이 있지만 주산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왕버들 나무가 물속에 잠겨 있는 이색적인 풍광을 직접 두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국내여행기 2023.06.09

내연산 청하골 12폭포

포항시에 속하는 내연산은 예전부터 내가 꼭 가보고 싶은 산들의 목록 중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관음폭포 주변의 빼어난 경관을 담은 사진과 진경산수화로 유명한 겸재 정선의 그림 속 풍경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탓에 그동안 쉽사리 기회가 닿질 않았다. 선일대 암벽을 오르는 바윗길을 등반하기 위해 접근하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접한 내연산 청하골의 풍광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깍아지른 절벽과 그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의 청아한 물빛은 마치 신선들이 노니는 무릉도원 같았다. 내연산의 12폭포를 모두 두눈에 담지는 못했지만 절경 속에서 꿈 같은 등반을 즐겼다는 것이 더없는 행복이었다.

국내트레킹 2023.06.09

도봉산 선인봉 - 2023년 6월 6일(화)

현충일에 선인봉에서 기범씨와 정우씨랑 함께 등반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찾은 선인봉 바윗길은 사뭇 위압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후등으로 '청암'길에 붙은 직후로는 서서히 예전에 화강암 슬랩을 등반했던 감각이 돌아오는 듯했다. '학교', '경송B', '한솔' 등의 루트가 모여 있는 그늘진 섹터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오후엔 크랙에 물이 흐를 정도로 소나기가 내렸다. 예상보다 일찍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기범씨와 함께 등반할 수 있어서 좋았고, 자연바위 특유의 까칠한 화강암의 질감을 맛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암빙벽등반 2023.06.07

포항 죽장면 학담암 - 2023년 6월 4일(일)

어제는 내연산 등반을 마치고 인근의 동해안 화진해수욕장 부근에 자리한 숙소에서 잘 쉬었다. 오늘 아침엔 숙소 창문을 통해서 동해의 수평선 위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참으로 오랜만에 감상할 수 있었다.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오늘은 오전에만 등반하기로 했다. 포항에 왔으니 궁금했던 죽장면의 학담암장을 구경하자는 생각으로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했으나, 길가엔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포항의 등산학교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던 탓에 우리팀이 편안히 등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맨 오른쪽 벽에 있는 두 개의 루트에 붙어서 학담암의 맛만 보는 것에 만족하고 청송의 주산지를 구경하기 위해 일찍 철수했다.

포항 내연산 선일대 릿지 - 2023년 6월 3일(토)

내연산 관음폭포 계곡의 절경은 언젠가 한번은 꼭 내 두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협곡의 깍아지른 절벽과 시원한 폭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은 유명 산수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안과 수술의 여파 탓인지 더욱 분주해진 일상은 주말 등반의 여유마저 앗아가 버렸다. 우물쭈물 하다 보니 올해 봄 등반시즌은 물 건너 가버렸다. 유월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올해의 첫 멀티피치 등반을 결행할 수 있게 되었다. 모처럼 맞이한 주말 등반지로 별안간 뇌리에 떠오른 곳이 포항 내연산 선일대 릿지였다. 서울에서 다소 먼 거리여서 잠시 망설였으나, 오랜만에 찾아온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일단은 머릿속에 떠오른 바를 행동에 옮겨보기로 작정을 했다.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8시 반이 되기 전에 내연산 보경사 앞을 통..

파주 웅담리 암장 - 2023년 5월 20일(토)

설악산이 열리고 인수봉과 선인봉의 바윗길에도 많은 클라이머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말이라서 하드프리 암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할 것을 기대했는데, 예상이 빗나가지 않아서 기분 좋았다. 나무 그늘이 시원한 2암장에서 먼저 몸을 풀었다. 'JK(5.10d)' 루트의 작은 홀드들을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는 걸 체감하면서 스스로 만족스러운 몸상태를 가꾸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3암장으로 이동한 오후 시간엔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었다. '여우비(5.10d)' 루트에 어렵사리 줄을 걸었으나 전반적으로 완력이 부족한 걸 실감해야 했다. 초반부의 루프 구간을 넘어서는 손과 발 홀드를 찾고 무브를 해결할 수 있어서 그나마 작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찔레꽃이 만발하고 녹음이 짙어가는 호..

암빙벽등반 2023.05.21

파주 웅담리 암장 - 2023년 5월 14일(일)

어젯밤엔 실로 오랜만에 조용필의 콘서트를 다녀왔다. 워낙 감동적인 공연이어서 현장에서의 떼창을 자제하고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만큼 오늘 아침까지 몸은 피곤했으나 기분만은 최고조였다. 그동안 이러 저러한 일들로 주말에 암벽등반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가까운 파주의 암장에서 오랜만에 몸을 풀었다. 어느새 녹음이 짙어진 산하가 싱그러웠다. 안과 수술 이후로 아직까지 몸이 원하는 만큼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그저 즐기자는 생각으로 마음이 끌리는 루트를 골라 즉흥적으로 붙었다.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암장이 가까이 있다는 게 감사한 하루였다.

암빙벽등반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