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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 유선대 암장 - 2023년 4월 22일(토)

두 달 가까이 바위맛을 보지 못했다. 3월 첫 주에 간현암장을 다녀온 후로 오늘에서야 비로소 자연 암벽에서 등반할 수 있는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나에겐 안과수술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고, 악우의 집안에도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여 암벽등반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서로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란 문구를 상기시켜 주면서 힘든 시간을 잘 견뎌온 듯하다.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인생사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나이가 들었다는 징표인지도 모를 일이다. 수술 후 망가진 몸은 둔하고 단련되지 않은 손가락 끝은 따가웠지만 다시금 바위에 붙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즐거웠고 감사했다. 황량했던 나목들이 어느덧 찬란한 신록의 새옷으로 갈아입고 푸르른 생..

암빙벽등반 2023.04.23

불암산과 수락산 봄비산행 - 2023년 4월 15일(토)

전국적으로 봄비가 예보된 토요일 아침이다. 주말산행을 거르기 싫어서 오랜만에 우중산행 준비를 하고 나가보기로 한다. 상계역에서 출발하여 불암산자락길 아래의 철쭉동산을 잠시 둘러본다. 오늘부터 보름 동안 불암산철쭉제가 진행된다고 한다. 튜울립을 비롯한 다양한 봄꽃들로 장식된 정원과 축제장 주변을 잠시 구경한 후, 차분히 내리기 시작하는 봄비 속에 우산을 받쳐들고 불암산둘레길을 따라 덕릉고개 방향으로 걷는다. 당고개역이 내려다보이는 철쭉동산 위의 팔각정에 걸터앉아 봄비를 마주하고 마시는 커피 한잔의 맛이 일품이다. 이곳의 철쭉동산은 축제장보다 오히려 더 화려하게 피어 있다. 철쭉꽃이 만개한 덕릉고개의 생태이동통로를 지나 수락산둘레길로 접어든 후 동막골 체육공원 위의 팔각정에서 점심시간을 가진다. 우중산행 중..

국내트레킹 2023.04.16

고려산 진달래꽃 - 2023년 4월 14일(금)

수도권에서 가장 유명한 진달래꽃 군락지인 강화도의 고려산을 예전부터 한번은 제철에 올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해마다 진달래꽃이 만발한 이 시기엔 축제가 열려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이라서 그동안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었다. 그런데 안과수술 후에 험한 산을 오르는 게 부담스러워지니 이런 곳에도 가고 싶은 마음이 동했다. 마침 금요일에 짬을 낼 수 있어서 아내와 함께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축제 기간이어서 그런지 평일인데도 예상보다 사람들은 많았다. 임시주차장인 하도2리 마을회관에서 출발하여 정상부의 진달래군락지를 구경하고 백련사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주말의 많은 인파를 피할 수 있어서 비교적 여유롭게 진달래꽃밭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강화도는 전반적으로 서울보다는 시절이 좀 더 늦은 듯했..

국내트레킹 2023.04.16

감악산의 봄꽃과 야생화 - 2023년 4월 8일(토)

이틀 전에 내린 단비가 대지를 깨끗이 씻어 준 까닭에 산뜻한 감악산은 다채로운 봄의 생명력이 넘쳐나고 있었다. 산길 바닥에 깔려 있는 노란 민들레꽃을 밟지 않기 위해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지면 가까운 곳에서는 산괴불주머니, 개별꽃, 피나물꽃, 여러 빛깔의 제비꽃, 노란색과 보라색 꽃잎을 가진 각시붓꽃, 현호색, 야생 금낭화 등의 들꽃들 뿐만 아니라 연둣빛 새순으로 피어난 고사리 등속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을 들어 위를 보면 절벽 사이에 피어난 진달래꽃과 아름드리 나무를 별무리처럼 장식한 산벚꽃이 화사한 봄날을 축복해 주고 있었다. 화려한 봄꽃의 향연 속에 때이른 연둣빛 새이파리들까지 축제에 가세하고 있었다.

산행앨범 2023.04.09

감악산(동광정사-남선굴-병풍바위-정상-임꺽정봉) - 2023년 4월 8일(토)

감악산은 양주시 방향에서 접근했을 때 산의 풍모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듯하다. 멀리서도 눈에 띄게 도드라진 암봉인 임꺽정봉에서 정상을 지나 병풍바위까지 이어지는 정상부의 하늘금을 선명하게 마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악산둘레길 순환코스와 숲길코스를 모두 걸어본 경험치를 바탕으로 내린 나의 결론이다. 감악산 출렁다리가 있는 파주시 지역에서 시작하는 주등산로를 통해 정상에 오르는 많은 주말 산행객들을 피할 수 있어서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양주시에 속하는 감악산 등산로 중 신암저수지에서 출발해서 하늘데크길을 통해 임꺽정봉에 오르는 코스는 이미 밟아 보았다. 오늘은 동광정사를 들머리로 하여 남선굴과 병풍바위를 거쳐 정상을 찍고 임꺽정봉으로 이동해서 하산하는 경로를 염두에 두고 ..

국내트레킹 2023.04.09

봄비 다녀간 봄숲을 봄 - 2023년 4월 7일(금)

지난 이틀 동안 대지를 촉촉히 적셔 준 생명수 같은 봄비가 내렸다. 건조한 대기와 가뭄 탓에 이곳저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걱정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듯 물로 세상을 깨끗이 씻어 준 봄비가 지나간 후에 산책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집 주변의 북한산 자락에 펼쳐진 봄숲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진달래의 꽃잎은 떨어지기 시작했으나 곧바로 새 이파리들이 올라오고, 연달래꽃이 연이어 만발했다. 산벚꽃과 신록이 함께 어우러진 봄숲은 풍요로웠다. 주택가 근처에선 개나리꽃과 복사꽃이 반겨 주었고, 화단엔 때이른 금낭화가 피어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봄풍경은 안과수술 후에 회복기를 보내고 있는 나의 오른쪽 눈을 위해 더 없이 좋은 선물이었다.

국내트레킹 2023.04.07

초안산 하늘꽃정원, 우이천 벚꽃, 북서울꿈의숲과 오패산의 봄 풍경 - 2023년 4월 첫 주말(1일~2일)

올해 4월 1일 만우절은 토요일이다. 만우절에 거짓말 같이 봄꽃들이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피었다. 코로나로 인한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것을 기념해 주려는 듯 이번 4월의 첫 주말은 그 어느 해보다도 화려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안과수술 후 회복 기간 중이다. 망막박리로 인한 유리체 절제술과 백내장 수술을 동시에 받은 오른쪽 눈에는 가스가 주입되어 있는 상태이다. 가스가 다 빠지고 생체액이 완전히 차오를 때까지 절대 안정을 취하면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수술 후 2주가 경과한 지금은 20% 정도의 가스가 남아 있는 느낌이다. 완전히 드러눕는 자세만 피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주의사항을 지키면서 가벼운 산책을 한다면 회복이 더 빠를 듯한 기분이었다. 수술한 눈을 보호하기 위한 안대를 착용하고 아내..

국내트레킹 2023.04.02

[독후감] 불편한 편의점 1, 2권

안과수술을 받고 퇴원한 후 일주일 동안은 시력을 이용한 활동을 거의 할 수 없었다. 거의 하루종일 침대에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통해 라디오 방송이나 음악을 듣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중단편 소설을 낭독해 주는 오디오북을 통해 간접적인 독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눈에 가스를 주입한 망막박리 수술 후에는 안구가 내벽에 잘 붙게 하기 위해서는 가스가 모두 빠지고 생체액이 채워질 때까지 엎드리거나 고개를 숙여야 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 불편한 자세를 일주일 넘게 감수하고 나니 한쪽 눈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회복 중의 눈을 위해서 깊은 사고를 요하는 독서보다는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았다. 때마침 딸의 책장에 꽂혀 있는 이 눈에 들어왔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책 속에 빠져들었다...

나의 이야기 2023.04.01

북한산 봄꽃 산행 - 2023년 3월 31일(금)

어제는 안과수술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진료를 받는 날이었다. 대부분의 수술이 그렇듯 의사 선생님이 수술을 잘 하는 것 못지 않게 환자가 퇴원 후에 주의사항을 철저히 지켜서 사후관리를 잘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가 열흘 전에 받은 망막수술은 수술 자체보다는 수술 직후부터 엎드리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어제의 진료 결과는 여러모로 내게 희망을 안겨 주었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 후의 회복상태가 좋아서 완전히 드러눕는 자세만 피하면 될 거라고 하셨다. 박리된 망막이 안구내벽에 완전히 붙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2~3주 정도는 소요될 예정이므로 이제부터는 조심스레 산책은 나갈 수 있을 듯했다. 열흘 넘게 실내에서 불편한 자세로만 생활하다 보니 병원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희..

국내트레킹 2023.03.31

[청와대-백악마루-부암동-백사실계곡-세검정] - 2023년 3월 18일(토)

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했다. 그 전까지 대통령궁 역할을 담당했던 청와대 경내와 담장 뒷길로 북악산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가 작년 5월부터 국민들에게 완전히 개방되었다. 54년만에 개방된 것이라고 한다. 사전 예약한 관광객들로 붐비는 청와대 경내는 아직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다만 청와대 뒤로 이어진 새롭게 개방된 북악산의 남쪽 등산로가 궁금할 뿐이었다. 묵혀 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간단히 꾸려서 집을 나선다. 정릉에서 1020번 버스를 타고 창의문 다음 정류장인 청운중학교에서 하차한다. 길 건너에 청와대전망대로 오르는 등산로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바로 보인다. 횡단보도를 건너 금단의 구역이었던 길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살짝 설레인다. 청와대 서쪽 담장 밖을 따..

국내트레킹 202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