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475

불암산 실버암장 - 2024년 9월 16일(월)

새벽 5시 경에 눈을 떠보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 저녁 때 확인한 일기예보 상에는 비가 없었다. 그래서 선인봉 등반을 가기로 하고 아침 8시에 도봉산 광륜사 앞에서 악우들을 만나기로 이미 약속이 된 상태였다. 일단 선인봉 등반은 불가할 듯하여 단톡방에 의견을 남기니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인 듯했다. 대안을 찾던 중 불암산 실버암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10시 즈음에 당고개역에서 가까운 상계나들이철쭉동산의 팔각정에서 악우들을 만나 실버암장으로 향했다. 날씨는 어느새 말끔히 개어 있었고, 암장엔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 주었다. 기범,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오붓하게 '실버의 혼(5.10a)', '하늘계단(5.10b)', '동천A/B(5.10c)'를 차례로 등반했다. 실버암장이 처음..

암빙벽등반 2024.09.17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9월 15일(일)

요즘 일기예보는 종잡을 수가 없다. 어제부터 시작된 추석연휴 기간이 5일이지만, 변덕스런 날씨 탓에 맘 편히 등반 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늘도 갑작스런 소나기에 대비할 수 있는 등반지를 찾아야만 했다. 파주의 웅담리 암장은 어프로치가 짧고 베이스캠프에 타프를 치면 비와 햇빛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이곳에 가기로 했다. 기범, 기원, 은경, 나, 이렇게 넷이서 함께 등반했다. 오늘 처음 본 기원씨는 기범씨의 등산학교 제자로 내 아들과 동갑내기인 젊은 친구이다. 요즘 한창 자연암벽의 매력에 빠져들어 즐겁게 등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는 바람이 잘 통하는 3암장 앞에 소나기와 모기의 습격을 대비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2암장과 3암장의 루트들을 오가며 등반했다. 장마철을 방불케 하..

암빙벽등반 2024.09.16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8월 31일(토)

8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 입장에서는 가고 싶은 등반지가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별다른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파주의 웅담리 암장이다. 자꾸 늘어지고 가라앉는 요즘의 몸상태가 등반의욕을 꺽어버린 탓인지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놀다가 오고 싶었는데, 이 마저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3암장에서 3개 루트, 2암장에서 2개 루트를 오른 후에 점심을 먹었다. 오후엔 3암장에서 5.10d 이상의 루트에 도전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른 섹터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늘진 3암장으로 모여든 바람에 맘 편히 등반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1암장과 2암장의 암벽은 한낮의 따가운 햇살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쪽에서 등반을 이어갈 의욕도 발동하지 않아서 일찍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

암빙벽등반 2024.09.03

인수봉 '건양, 변소금지' - 2024년 8월 28일(수)

평일에 인수봉을 오를 수 있다는 건 클라이머들에게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수봉에서 평일 등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개강 직전의 여름방학 마지막 주라서 오늘은 특별히 기범씨가 이끄는 수요등반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아침 7시 직전에 도착한 도선사 앞 주차장은 예상대로 한가로웠다. 주차전쟁으로 날선 신경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주말 아침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여유로움이다. 어디에 주차하면 좋을지를 망설일 정도로 널널한 주차 공간이 오히려 생경했다. 지리하게 이어지던 폭염과 열대야도 오늘부로 서서히 물러날 모양이다. 이른 아침의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등산로 입구의 데크에서 기범씨를 비롯한 김선생님과 구선생님, 민경씨를 반갑게 만났다. 어프로치를 하는 발걸음까지 가..

암빙벽등반 2024.08.29

인수봉 '비원, 심우, 벗길' - 2024년 8월 24일(토)

주초에 대상포진과 파상풍 2차 예방접종을 맞은 후로 몸상태가 몹시 좋지 않은 한주간을 보냈다. 당연히 습도 높은 날씨에 이렇다할 등반욕구가 발동하지 않은 주말이 다가왔다. 때마침 금요일 오후에 기범씨가 인수봉에 함께 가자고 하여 부담 없이 따라 나설 수 있었다. 기범,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인수봉에 가면 자연스레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하지만 캐리의 다음 순서인 '봔트'길을 오늘 오를 수는 없다. 기범씨가 손목 부상 중이고, 크랙 루트엔 물이 줄줄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전엔 동벽의 '비원'길을 3 피치로 끊어서 등반하고, 점심을 먹었다. 오후 시간엔 '심우'길과 '벗'길에서 등반했다. 은경이가 문상 때문에 일찍 ..

암빙벽등반 2024.08.25

울진 불영계곡 집게바위 - 2024년 8월 16일(금)

간밤엔 불영계곡캠핑장에서 숙박을 했다.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다니면서 현지의 캠핑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라서 우리나라의 캠핑장 사정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 등반여행 기간 동안엔 2박을 모두 불영계곡캠핑장에서 보내기로 했던 것이다. 오늘 아침엔 캠핑장에 가랑비가 내렸다. 타프 아래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차분히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기범씨가 내려준 에스프레소 커피의 그윽한 향기를 즐긴 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오전 10시 즈음부터 비가 그쳐서 캠핑장에서 가까운 집게바위 암장을 찾았다. 선유정에서 보이는 집게바위를 찾아가는 길부터가 재미 있었다. 계곡에 인접한 암장의 루트들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서울 홍대클라이밍센터의 윤선생님이 이렇게 외진 곳까지 오셔서 바윗길을 개..

설악산 유선대 '이륙공천' - 2024년 8월 15일(목)

광복절이 목요일인 덕택으로 직장인들은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4일 동안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예년 같으면 무더위가 한풀 꺽일 시기지만 올 여름은 유난히 장마와 함께 폭염까지 지리하게 이어지는 형국이다. 수그러들지 않는 열대야와 폭염 탓을 하면서 일에 집중하지 못한 채 다시 여름휴가를 떠난다 해도 뭐라 나무랄 수 없는 날씨의 연속인 것이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2학기를 준비해야 하므로 나도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휴가를 다녀오자는 심산으로 2박 3일 일정의 등반여행을 계획한다. 설악산과 울진에서의 등반이 포함된 이번 여행을 위해 암벽등반과 캠핑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챙겨서 새벽 3시 반에 집을 나섰다. 은숙, 성배, 은경, 이렇게 세 악우들을 픽업하여 속초로 향했다..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8월 10일(토)

지난 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파주 웅담리 암장을 찾았다. 집에서 가깝고 어프로치도 짧은 익숙한 암장에서 맘 편히 놀다 오자는 생각이 강했다. 이번엔 3암장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는데, 무엇보다 하루종일 우리팀이 3암장을 독차지하고 등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무 그늘은 시원했고,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사흘 전이 입추라는 걸 일깨워 주었다. 후텁지근하던 일주일 전과는 확실히 다른 신선함이 깃들어 있는 바람결이었다. 아무리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할지라도 계절의 변화만큼은 거스를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이 지리한 폭염의 횡포도 서서히 누그러질 때가 된 듯하다. 마음 속으론 벌써부터 초가을의 시원함을 기대하게 된다.    '일마(5.10b)' 루트는 첫 판임에도 불구하고 큰 어려움 없이 완등했다. 하..

암빙벽등반 2024.08.11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8월 3일(토)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굴할 수 없다는 자세로 성배,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파주의 웅담리 암장에서 열클한 날이었다. 간밤에 내린 소나기 탓에 암벽의 하단부가 젖어 있었지만, 손홀드는 그런대로 양호해서 등반의 재미를 느끼는 데엔 부족함이 없었다. 한 루트를 오르내리면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연속으로 다음 루트에 붙을 의지는 아예 꿈틀대지도 않았다. 하지만 땀을 흠뻑 내뿜고 난 직후엔 자잘한 불쾌함은 사라지고, 오히려 이상한 후련함마저 느껴졌다. 옆팀에서 계란판을 태워 주변에 연기가 자욱할 정도였지만 모기를 물리치는 데는 꽤나 효과적인 듯했다. 나는 'JK(5.10d)' 루트를 세 차례 도전 끝에 깔끔히 완등할 수 있어서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이열치열의 태도로 이 여름의 무더위를 멋지게 극복할 수 있..

암빙벽등반 2024.08.04

인수봉 - 2024년 7월 28일(일)

오늘 하루 인수봉은 우리팀과 윤선생님팀이 독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클라이머들도 다들 여름 휴가를 떠난 덕택인지 인수봉의 바윗길은 그 어느 때보다 한가했다. 미국 원정 등반을 함께 다녀왔던 윤선생님과 기영형, 가을씨, 아란씨를 인수봉에서 다시 만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손목 부상 중인 기범씨와 은경, 나 이렇게 셋은 '건양길'로 출발해서 '크로니길', '여정길'의 슬랩이 주를 이루는 구간만을 골라서 정상에 올랐다. 윤선생님팀은 대슬랩에서 시작하여 '크로니길', '하늘길' 등을 거쳐서 정상으로 향했다. 우리팀과 윤선생님팀이 나란히 진행하여 서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줄 수가 있었다. 구름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 오늘의 인수봉은 최고의 피서지였다.

암빙벽등반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