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492

인수봉 '오이지(O.E.G.)', '의대', '영(0)' - 2025년 4월 23일(수)

어제는 하루종일 적잖은 봄비가 내렸다. 오늘 약속된 수요등반이 취소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날씨였다. 새벽에 눈을 떠보니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반가운 햇살을 받으며 도선사주차장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는 중에도 사방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범씨는 하루재를 넘어가서 인수봉의 상태를 보고 오늘의 등반코스를 결정할 것이라 했다. 암벽의 물길마다 물이 흐르는 것은 당연하고 크랙도 젖어 있을 게 뻔해 보였다. 대슬랩 좌측의 '오이지슬랩' 한 피치를 오르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시작했다. 빤빤하고 짭짤한 슬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평일인데도 많은 클라이머들이 속속 대슬랩으로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오아시스로 이동하여 간단히 챙겨서 '의대길'에 붙었다...

암빙벽등반 2025.04.24

[정우씨 환영등반] 인수봉 - 2025년 4월 16일(수)

이집트 건설현장에서 근무 중인 정우씨가 휴가를 나왔다. 빠듯한 국내 일정 중에 잠시 짬을 내어 인수봉 등반을 함께 하게 되었다. 구선생님은 감기 증세가 심하여 등반할 수 없는 몸상태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나와서 정우씨를 비롯한 일행들과 잠시나마 반가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도선사주차장 위의 데크는 평소에 민경씨와 함께 등반하는 분들까지 서로 인사가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물들었다. 하루재를 지나 나타난 인수봉의 전경 또한 화창한 날씨에 걸맞게 그 어느 때보다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 해외에서 고생하느라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정우씨는 인수봉까지 접근하는 중에도 거친 숨을 몰아 쉴 정도로 힘겨운 모습이었지만,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해맑은 표정만은 여전했다. 정우씨가 귀국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로..

암빙벽등반 2025.04.17

인수봉 - 2025년 4월 9일(수)

이틀 전인 월요일부터 인수봉 바윗길이 열렸다. 올해 들어 첫 인수봉 등반을 나서는 터라 살짝 설레는 마음이다. 하루재를 향해 오르는 등로에서 진달래, 개나리, 노랑제비꽃이 차례로 반겨준다. 하루재를 넘어서자 나타난 인수봉의 우람한 자태는 여전하다. 크로니길 아래의 베이스캠프에 올라서기까지가 버겁지만 기분만은 상쾌하다. 기범씨의 지도로 구선생님과 나의 장비를 세세히 점검하고 오토블록(Auto-Block) 매듭을 이용한 하강법을 정확히 익히는 것으로부터 등반을 시작했다. 다음으로 인수B길 항아리 크랙 좌측의 스플릿터(Splitter) 크랙까지 등반했다. 마지막으로 베이스캠프 위의 직상 크랙에서 톱로핑으로 크랙등반 자세를 연습했다. 좌측의 슬랩에서 연습하기 위해 기범씨가 두 줄로 구축해 놓은 톱로핑 시스템에서..

암빙벽등반 2025.04.11

수락산 대주암장 - 2025년 4월 6일(일)

금요일인 그저께 점심시간엔 동료 교수들과 캠퍼스를 산책하면서 봄꽃을 구경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어제는 하루종일 봄비가 내렸다. 제법 많이 내린 비는 두세 시간만에 둘레길 우중 산행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오늘은 비가 멎었으나 아침부터 구름 낀 하늘로 시작했다. 수락산 벽운계곡 주변은 진달래꽃이 한창이었다. 지난 겨울에 남양주시 청학리에서 수락산 정상을 찍고 배낭바위 능선으로 하산하면서 둘러본 적이 있는 대주암장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힘겹지만 처음으로 등반할 암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은 설렌다. 발목이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동행해준 은경이와 암벽에서는 항상 믿음직한 기범씨가 함께 오붓하게 팀을 이루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대주산악회 회원분들이 우리보다 일찍 오셔서 종일토록 베이스캠프를 정..

암빙벽등반 2025.04.07

수락산 내원암장 - 2025년 4월 2일(수)

이번 학기엔 수요일에 강의와 회의, 세미나 등의 일정이 잡혀있지 않다. 무엇보다 한적한 수요일에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 기대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올해의 첫 수요등반을 수락산 내원암장에서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인수봉과 선인봉 등 북한산 일대의 암벽장들은 봄철 해빙기 이용 금지 기간에 걸려 있는 상태이다. 기범씨, 구선생님, 나, 이렇게 셋이서 오붓하게 팀을 이루었다. 평일이라서 다른 팀들이 안 올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많은 클라이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교 동문산악회에서 단체로 오신 김선생님도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등반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예상보다는 잘 오를 수 있었다. 그만큼 등반이 즐거웠던 하루였다.

암빙벽등반 2025.04.02

선인봉 '박쥐-표범-청악' - 2025년 3월 22일(토)

비로소 기다리던 따스한 봄날이 도래했건만 개강 이후의 과로가 누적된 탓인지 내 몸은 물 먹은 솜처럼 무겁기만 하다. 오늘 등반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망설이면서 스스로도 반신반의 하게 되는 복잡한 심경이다.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하니 그저 악우들 얼굴이나 보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선다. 약속 장소인 도봉산 광륜사삼거리에 약속 시간인 08시 직전에 도착한다. 그런데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은경이는 나보다 더 몸이 안 좋아 보인다. 곧이어 기범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정시에 도착하니 반가운 마음에 두 약골들은 잠시나마 생기를 되찾은 듯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한다. 기범씨와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줄을 묶는 날인 만큼 몸이 좋지 않더라도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활력을 되찾아 보자는 다짐을 하면서 어프로치..

암빙벽등반 2025.03.23

원주 여심바위 - 2025년 3월 15일(토)

지난 주말에 가기로 하고 날씨 탓에 실천하지 못 했던 원주의 여심바위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왔다. 종일토록 흐릴 거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의외로 햇살이 좋아서 충분히 봄날을 만끽할 수 있었다. 처음에 응달진 루트에 매달렸을 때만 해도 바위가 차가워서 손이 시려울 정도였으나, 두어 차례 오르내린 후에는 괜찮아졌다. 암장 주변을 흘러가는 강물의 반짝이는 윤슬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비록 둔한 몸짓으로 만족스러울 만큼의 등반은 아니었지만 '봄길'을 유유자적 걷는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암빙벽등반 2025.03.16

파주 웅담리 암장 - 2025년 3월 8일(토)

이틀 전의 팔목 통증으로 인해 주말등반을 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정형외과에서 주사 치료를 받은 것이 효과가 좋았다. 어제부터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어졌다. 원래는 원주의 여심바위에 가고싶었는데, 그쪽 일기가 내 몸상태만큼이나 고르지 않은 듯하여 집에서 가까운 파주의 암장을 가기로 했다. 개강을 하자마자 봇물 터지듯 쏟아진 업무 탓에 암장 운동을 할 겨를이 없었던 만큼 등반이 잘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쉬운 루트라도 매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함으로 다가온 하루였다. 무엇보다 등반 중에도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밝고 화사했던 봄볕이 더없이 좋은 치유의 선물이었다.

암빙벽등반 2025.03.09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5년 2월 22일(토)

안온한 실내에서 바라본 창밖은 화창하기 그지 없으나 낮에도 쌀쌀한 영하의 기온이 계속 이어진 한주간이었다.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조바심과 봄은 아직 멀었다는 실망감 탓이었을까? 전반적으로 내 몸이 가라앉고 모든 일에 의욕이 동하지 않은 나날이 이어졌다. 주말 클라이머의 바이오리듬에 종속된 나의 생활 패턴은 이번 주말도 자연암벽에 붙고 싶다는 마음을 제일 먼저 일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밖에 나가서 추운 기운을 이겨낼 활기가 도무지 차오르지 않는다. 자연스런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면서 억울하지만 받아들이기로 하고 스스로와 타협한다. 실내암장에서 부담 없이 몸을 움직여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인천 마전역에 있는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를 찾았다. 이번 겨울 들어 세 번째 방문이다. 별다른 기대감 없이 습관처럼..

암빙벽등반 2025.02.23

고창 할매바위 - 2024년 2월 15일(토)

남도라서 서울보다는 좀 더 포근할줄 알았다. 하지만 흐린 날씨 속의 할매바위는 종일토록 쌀쌀하기 그지 없었다. 새벽 5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오전 10시 30분 무렵부터 할매바위 암벽에 붙을 수 있었다. 좌벽의 쉬운 루트를 오르는 것으로 몸을 풀어보는데, 처음엔 손을 호호 불면서 등반할 정도로 손이 시려웠다. 가끔씩 초크백에 담은 핫팩을 만지면서 올라야 했다. 오전에 6개 루트에서 부지런히 매달렸다. 추워서 등반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의 할매바위 나들이임에도 불구하고 등반 욕구가 마구마구 샘솟지는 않았다. 점심 직후엔 산책 삼아 처음으로 할매바위 정상을 다녀왔다. 북향의 주변 산하엔 아직까지 잔설이 남아 있었다. 오후에도 완력을 요하는 오버행 루트엔 붙지 않았다. 직벽 루트에서 네 차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