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하기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파주의 암장으로 향하는 길에 운전을 조심해야 할 정도로 짙은 안개가 간간히 시야를 가린다. 적성면소재지의 카페에 들러 모닝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암장으로 향하는 짧은 오솔길을 걷던 중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운무에 휩싸인 맞은편 산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가을날의 신선함을 보여주는 아침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익숙한 암장에서의 등반은 여유로워서 좋다. 2암장의 '자유', '수호천사', '자성' 루트에서 몸을 풀고 'JK(5.10d)'를 두 번째 도전만에 만족스럽게 완등한다. 처음부터 퀵드로우세트를 볼트에 클립하면서 완등한 것이니 '핑크포인트'가 아닌 진정한 '레드포인트' 완등이다. 오후엔 3암장에서 등반했다. '선물(5.10c)'을 가볍게 완등하고, '여우비(5.10d)' 루트에 붙었는데 체력이 소진된 탓에 몇 차례의 행도깅을 해야만 했다. 톱로핑 상태에서 한 차례 더 '여우비'에 붙어서 크럭스 구간의 홀드와 동작을 찾아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가슴에 착용하는 등강기인 '크롤(CROLL S)'을 톱로핑 상태에서 빌레이 볼 때 로프를 당기는 용도로 처음 사용해 보았는데,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크롤은 작고 가벼워서 멀티피치 등반 시에 어센더를 대신할 장비로도 제격일 듯 싶었다. 완력을 요하는 여러 루트들을 등반한 덕택에 전완근에 펌핑이 오고 어깨가 뻐근해져 오는 피곤함을 오랜만에 느꼈다. 열심히 등반한 후에 찾아오는 육체적 피곤함은 정신적 충만감으로 보상 받는 기분 좋고 건강한 피곤함일 것이다.
'암빙벽등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촌 유선대 암장 - 2024년 11월 2일(토) (0) | 2024.11.04 |
---|---|
숨은벽 릿지 - 2024년 10월 31일(목) (4) | 2024.10.31 |
인수봉 '인수B' - 2024년 10월 9일(수) (0) | 2024.10.09 |
인수봉 '비원' - 2024년 10월 6일(일) (0) | 2024.10.06 |
여주 예솔암 - 2024년 10월 4일(금) (0) | 2024.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