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등산로가 평소의 주말보다 붐빈다는 건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 도래했다는 방증이다. 평상시에 산을 멀리하던 사람들도 등산객들 틈에 끼고 싶도록 유혹하는 자연 환경이 바로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 가을 하늘, 가을 단풍이다. 오늘 하루 도선사에서 백운대 정상에 이르는 주등산로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백운대를 오르내리는 일반 산객들 뿐만 아니라 트레일런닝을 즐기는 크루들과 인수봉을 등반하고자 하는 클라이머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등산로를 가득 채웠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어서 아침 7시 30분에 우이동에서 악우를 만나 택시를 타고 도선사주차장에 도착했다. 곧바로 어프로치를 시작하여 8시 30분 즈음에 인수봉 대슬랩 앞에서 부지런히 장비를 착용한 후, 두 피치를 등반하여 재빨리 오아시스에 올랐다. '인수A변형' 코스엔 이미 3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붙어 있었다. 다행히 우리가 그 뒤를 이어서 등반할 수 있었고, 이렇다 할 지체 현상을 겪지 않은 채 여유로움 속에서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인수봉 정상을 밟은 시각은 12시 10분 전이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데도 정상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이들이 많았다. 한가롭게 점심을 먹고 서면으로 하강을 완료한 시각은 12시 30분, 이대로 내려가기엔 너무 이르다는 판단 하에 '인수C' 코스를 올라보기로 했다. 내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일명 '모사길'로 불리는 '인수C' 코스는 정확히 10년 전인 2014년 9월 27일에 등반했던 기록이 남아 있었다. 피치마다 쌍볼트 확보점들이 새롭게 설치된 전체 4피치의 '인수C' 코스를 세 마디로 끊어서 등반하고, 인수릿지와 만나는 '인수C' 코스 종착점에서 두 번을 하강하여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오랜만에 하산길은 백운산장을 거치는 경로를 선택했다. 천천히 하산하면서 산딸나무 열매도 보고, 윤선씨, 기범씨, 성배씨의 등반팀 등 낯익은 많은 클라이머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오늘 등반한 피치를 생각해 보니 총 12피치가 넘었다. 모처럼 인수봉에서 긴 바윗길을 등반했다는 뿌듯함이 남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