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인수A변형, 인수C' - 2024년 9월 28일(토)

빌레이 2024. 9. 28. 21:14

북한산 등산로가 평소의 주말보다 붐빈다는 건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 도래했다는 방증이다. 평상시에 산을 멀리하던 사람들도 등산객들 틈에 끼고 싶도록 유혹하는 자연 환경이 바로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 가을 하늘, 가을 단풍이다. 오늘 하루 도선사에서 백운대 정상에 이르는 주등산로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백운대를 오르내리는 일반 산객들 뿐만 아니라 트레일런닝을 즐기는 크루들과 인수봉을 등반하고자 하는 클라이머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등산로를 가득 채웠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어서 아침 7시 30분에 우이동에서 악우를 만나 택시를 타고 도선사주차장에 도착했다. 곧바로 어프로치를 시작하여 8시 30분 즈음에 인수봉 대슬랩 앞에서 부지런히 장비를 착용한 후, 두 피치를 등반하여 재빨리 오아시스에 올랐다. '인수A변형' 코스엔 이미 3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붙어 있었다. 다행히 우리가 그 뒤를 이어서 등반할 수 있었고, 이렇다 할 지체 현상을 겪지 않은 채 여유로움 속에서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인수봉 정상을 밟은 시각은 12시 10분 전이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데도 정상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이들이 많았다. 한가롭게 점심을 먹고 서면으로 하강을 완료한 시각은 12시 30분, 이대로 내려가기엔 너무 이르다는 판단 하에 '인수C' 코스를 올라보기로 했다. 내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일명 '모사길'로 불리는 '인수C' 코스는 정확히 10년 전인 2014년 9월 27일에 등반했던 기록이 남아 있었다. 피치마다 쌍볼트 확보점들이 새롭게 설치된 전체 4피치의 '인수C' 코스를 세 마디로 끊어서 등반하고, 인수릿지와 만나는 '인수C' 코스 종착점에서 두 번을 하강하여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오랜만에 하산길은 백운산장을 거치는 경로를 선택했다. 천천히 하산하면서 산딸나무 열매도 보고, 윤선씨, 기범씨, 성배씨의 등반팀 등 낯익은 많은 클라이머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오늘 등반한 피치를 생각해 보니 총 12피치가 넘었다. 모처럼 인수봉에서 긴 바윗길을 등반했다는 뿌듯함이 남는 하루였다.         

 

▲ [08:14] 하루재를 넘어서 나타난 인수봉. 청명한 가을 하늘이 인상적이었다.
▲ [08: 54] 대슬랩 동편에서 붙으면 2피치로 오아시스에 도착할 수 있다.
▲ [08:59] 첫 피치는 50미터 정도의 슬랩이다.
▲ [09:17] 둘째 피치도 50미터 정도를 오르면 오아시스가 나타난다.
▲ [09:44] 오아시스에서 '인수A' 코스로 오른다. '의대길'엔 윤선씨가 포함된 등산학교 졸업등반팀이 붙어 있고, '인수A변형' 코스엔 3명이 등반 중이었다.
▲ [10:07] '인수A변형' 코스로 오른다. '궁형'길 같이 가는 구간이다.
▲ [10:11] '궁형'길 '교대'길과 확보점을 공유하는 곳에 도착한 순간이다.
▲ [10:21] 확보점에서 내려다 본 대슬랩 풍경. 많은 클라이머들이 붙어있다.
▲ [10:31] 오늘의 5피치는 트래버스 구간이다.
▲ [11:00] 오늘의 6피치는 비교적 쉬운 슬랩. 우측의 클라이머는 '궁형'길을 등반 중이다.
▲ [11:09] 오늘의 7피치를 출발하기 직전이다.
▲ [11:11] 7피치는 책바위 형태의 크랙을 좌측으로 넘어선 후, 시야 너머의 촉스톤 구간도 좌측으로 넘어서면 된다.
▲ [11:25] 8피치 영자 크랙을 올라서고 있다.
▲ [11:28] 영자 크랙 우측의 크랙을 따라 처음으로 올라보았다. 홀드가 양호하고 왼쪽 크랙보다 편했다.
▲ [11:38] 참기름 바위는 고정 로프를 잡고 올랐다.
▲ [11:54] 정상에서 샌드위치에 어울리는 커피 맛에 감탄하면서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가졌다.
▲ [12:06] 인수봉 정상에서 바라본 백운대 정상에도 많은 산객들이 보였다.
▲ [12:33] 서면으로 하강을 완료했는데도 시간이 널널하여 '인수C' 코스에 붙기로 했다.
▲ [13:00] 배낭은 출발점에 데포시켜 놓고, 크랙이 잘 발달되어 있는 '인수C' 코스를 다녀오기로 했다.
▲ [13:11] 예전엔 1피치 확보점이 커다란 말뚝 형태의 피톤이었는데, 제거된 흔적만 남아 있었다.
▲ [13:11] 새롭게 설치된 '인수C'길 1피치 확보점이다.
▲ [13:17] 2피치 사선크랙 구간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예전과 달리 크랙이 끝나는 지점에 볼트 하나가 설치되어 있었다.
▲ [13:29] 예전엔 3, 4 피치로 구분되어 있었던 피치의 구분이 없어졌다. 30미터 정도의 어렵지 않은 크랙을 올라서면 '인수C'길 정상이다.
▲ [11:36] '인수C'길 정상은 인수릿지와 만난다. 마지막 피치는 손홀드가 아주 좋은 크랙이어서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 [13:47] 인수릿지와 만나는 마지막 확보점에서는 도봉산이 잘 보인다.
▲ [13:48] 마지막 확보점에서 하강하기 직전이다.
▲ [13:51] 70미터 자일로 두 번을 하강하니 '인수C'길 출발점에 내려설 수 있었다.
▲ [14:42] 다시 서면 하강 포인트로 돌아와서 보니 형형색색의 하강용 로프들이 걸려 있었다.
▲ [14:43] 오늘 하루 열심히 등반했다는 뿌듯함을 안고 하산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 [14:59] 백운산장 벤치에서 쉬면서 올려다 본 백운대와 인수봉.
▲ [15:19] 내려오는 길에 산딸나무 열매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