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북한산 노적봉 '반도A' - 2024년 10월 3일(목)

빌레이 2024. 10. 3. 21:01

이틀 전,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 날'에 영등포에서 대학 동창생들과 부부동반 점심 모임을 가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선한 가을 날씨가 좋아서 아내와 함께 청계천과 성북천을 길게 산책한 후, 신혼살림을 차린 딸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모처럼만에 친구들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함이 넘친 하루였으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소 쌀쌀한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었던 까닭인지 어제 아침부터 감기 기운이 찾아들었다. 오늘의 등반을 염두에 두고 어젯밤에 초기 감기약을 섭취한 후 숙면을 취했더니 몸상태는 한결 나아졌다. 용암문에서 위문으로 가는 탐방로가 낙석으로 인해 통제된 후 다시 개방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노적봉 등반을 계획했었다. 기범씨가 K등산학교 강사로 활동하면서 '반도A' 코스를 최근에 재정비했다고 알려주어 이를 확인하고도 싶었다.

 

개천절 아침의 도선사주차장은 여느 공휴일처럼 부산스러웠다. 회차 지점의 정체 현상을 뚫고 우리팀은 도선사 경내까지 택시를 타고 들어와 용암문을 향해 어프로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반도A'길은 코바위 아래의 슬랩 구간을 세 마디로 끊어서 소나무까지 올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 초반부 구간엔 어떠한 볼트나 확보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우측의 크랙 구간으로 진입하여 트래드클라이밍 시스템을 구사할 수 밖에 없었다. 캠과 슬링으로 앵커와 중간 확보점을 구축하면서 두 피치로 코바위의 코밑에 서있는 소나무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비로소 든든한 쌍볼트와 체인으로 구축된 앵커를 만날 수 있었다. 이후로 나타난 대침니와 크랙 구간은 리볼팅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더없이 여유로운 등반을 즐길 수가 있었다.        

▲ 도선사 경내까지 택시를 타고와서 용암문으로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 용암문 앞에 설치되어 있던 안내문.
▲ 노적봉으로 가는 길에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단풍을 보았다.
▲ '반도A'길 출발점에서 예전엔 코바위 바로 아래의 소나무까지 슬랩으로 오를 수 있었는데, 중간 볼트나 확보점이 모두 제거되어 있었다.
▲ 하는 수 없이 우측의 크랙을 따라서 올랐다.
▲ 크랙 구간은 별로 어렵지 않아서 캠으로 앵커와 중간 확보점을 구축하면서 소나무까지 두 피치로 끊어서 올랐다. 트래드 클라이밍 시스템을 연습하기엔 더없이 좋은 구간이라는 생각이다.
▲ 코바위 코밑에 있는 소나무 바로 옆에 새로운 쌍볼트 확보점이 설치되어 있었다.
▲ 소나무에서 코바위 우측의 침니로 출발하는 중이다. 오늘의 세 번째 피치.
▲ 대침니 안의 3피치 앵커도 위 아래로 두 개의 쌍볼트 체인이 설치되어 있어서 등반자와 확보자가 동시에 서있기에 아주 편리했다.
▲ 4피치 후반부에 침니를 빠져나오기 직전 모습이다.
▲ 예전보다는 한결 여유있게 침니를 빠져나온 후에 4피치 등반을 완료한 순간이다.
▲ 4피치 확보점에서 올려다 본 5피치. 예전엔 좌측의 크랙을 따라 스태밍 자세로 시작했는데, 오늘은 우측 슬랩에 새롭게 설치된 2개의 볼트가 보여서 그쪽 루트를 선택하기로 했다.
▲ 5피치 초반부는 캠을 설치하고 우측으로 진행했다.
▲ 사선크랙이 끝나는 구간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니 두 개의 볼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 5피치의 새로운 등반선은 좌측의 크랙을 따르는 루트보다 한결 깨끗하여 등반이 즐거웠다.
▲ 6피치 초반부를 등반 중이다.
▲ 우측 페이스에서 올라오는 루트의 볼트가 보여서 그쪽으로 진행하려다가 다시 되돌아 왔다. 생각보다 트래버스가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 6피치를 완료한 순간이다.
▲ 6피치 등반선은 크랙을 따라 이어진다.
▲ 7피치 초반부를 오르고 있다. 이 피치가 끝나면 넓은 쉼터가 나온다.
▲ 7피치 쉼터에서 바라본 오늘의 하늘. 시야가 정말 좋았다.
▲ 마지막 8피치 구간도 새로운 루트로 올랐다. 예전에 없던 볼트가 보여서 처음으로 올라봤다.
▲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까다로웠던 8피치 초반부. 첫 2개의 볼트를 올라서는 게 만만치 않았다.
▲ 정상 바로 아래의 8피치 확보점에 도착한 순간이다.
▲ 가을 하늘의 뭉개구름이 그 어느 때보다 멋졌다.
▲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오르는 클라이머들과 산객들이 정말 많았다.
▲ 이번 가을에 다시 한 번 등반하고픈 '시인 신동엽길'도 눈여겨 보고...
▲ 노적봉 정상에서 내려와 아늑한 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순간이 더없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