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 날'에 영등포에서 대학 동창생들과 부부동반 점심 모임을 가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선한 가을 날씨가 좋아서 아내와 함께 청계천과 성북천을 길게 산책한 후, 신혼살림을 차린 딸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모처럼만에 친구들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함이 넘친 하루였으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소 쌀쌀한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었던 까닭인지 어제 아침부터 감기 기운이 찾아들었다. 오늘의 등반을 염두에 두고 어젯밤에 초기 감기약을 섭취한 후 숙면을 취했더니 몸상태는 한결 나아졌다. 용암문에서 위문으로 가는 탐방로가 낙석으로 인해 통제된 후 다시 개방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노적봉 등반을 계획했었다. 기범씨가 K등산학교 강사로 활동하면서 '반도A' 코스를 최근에 재정비했다고 알려주어 이를 확인하고도 싶었다.
개천절 아침의 도선사주차장은 여느 공휴일처럼 부산스러웠다. 회차 지점의 정체 현상을 뚫고 우리팀은 도선사 경내까지 택시를 타고 들어와 용암문을 향해 어프로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반도A'길은 코바위 아래의 슬랩 구간을 세 마디로 끊어서 소나무까지 올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 초반부 구간엔 어떠한 볼트나 확보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우측의 크랙 구간으로 진입하여 트래드클라이밍 시스템을 구사할 수 밖에 없었다. 캠과 슬링으로 앵커와 중간 확보점을 구축하면서 두 피치로 코바위의 코밑에 서있는 소나무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비로소 든든한 쌍볼트와 체인으로 구축된 앵커를 만날 수 있었다. 이후로 나타난 대침니와 크랙 구간은 리볼팅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더없이 여유로운 등반을 즐길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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