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형제길'은 백운대 남서벽의 가파른 암릉을 밑단부터 정상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이은 경로를 가진 바윗길이다. 이 바윗길 우측 사면에서 크랙을 따라 이어지는 '시인 신동엽길'과 나란히 진행하는 총 10피치의 'SR 형제길'은 완력을 요하는 오버행 인공등반 구간과 제법 짭짤한 슬랩 위의 크럭스 구간이 쉬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산 일대의 다른 어떤 바윗길보다 등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듯하다. 막상 등반을 해보니 인터넷 상에서 검색해 봐도 다수로 구성된 등반팀이'SR 형제길'을 개운하게 완등했다는 등반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를 감안하여 우리팀은 도선사주차장을 07시 30분에 출발해서 백운산장과 위문을 통과하여 'SR 형제길' 초입에 09시가 채 지나기 전에 도착했다. 오늘의 등반팀은 기범씨, 김선생님, 은경, 나, 이렇게 4명이다.
기범씨가 45미터와 70미터 로프 두 동을 이끌고 선등한 후, 나, 은경, 김선생님 순서로 올랐다. 쎄컨을 맡은 나와 은경이가 거의 동시에 오르는 시스템이므로 2명이 등반하는 속도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재빠른 등반시스템을 구사한 것이다. 선등자인 기범씨가 09시 15분에 첫 피치 등반을 시작했고, 15시 10분에 라스트를 맡은 김선생님이 정상에 도착하셨다. 'SR 형제길' 전체 10피치를 4명으로 구성된 등반팀이 6시간 내에 깨끗이 완등한 건 무척이나 빠른 진행이 아니었나 싶다. 인수봉의 바윗길처럼 자유등반이 가능한 구간들이 깔끔하게 이어지는 등반선을 선호하는 기범씨의 눈에는 부자연스런 인공등반 구간이 뒤섞인 'SR 형제길'의 등반 경로가 다소 억지스러워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후등자인 내 입장에서는 백운대 정상을 향하는 직등 루트에 의미를 두고 개척했을 거라 생각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고생스러운 만큼 충분한 재미와 보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바윗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