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위대한 유산인 한글이 창제된 것을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인수봉의 '인수B' 코스를 등반하기로 한다. 지난 9월 28일에 '인수A'와 '인수C' 코스를 모두 하루에 등반한 후, 올가을이 가기 전에 '인수B' 코스까지 올라보리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공휴일인 한글날이 주중 한가운데에 끼어 있으니 멀리 행차하기도 부담스러운 노릇이어서 자연스레 가까운 인수봉으로 등반지를 정하게 되었다. 사흘 전에도 인수봉에서 '비원' 코스를 올랐으니, 너무 자주 인수봉에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내친 김에 염두에 두고 있던 '인수B' 코스까지 등반해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대슬랩 좌측에서 출발하여 용암슬랩을 따라 오르는 것으로 등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오랜만에 올라보는 이 코스가 무척이나 낯설었다. 두 피치로 '인수B' 코스의 오아시스에 도착했는데, 이미 한 팀이 등반 중에 있었다. 3피치는 선등자가 느린 진행을 보이는 앞팀의 양해를 얻어 중간에 출발하여 항아리 크랙 좌측의 직상 크랙 바로 아래에 설치된 확보점을 사용했다. 크로니길을 통해 올라온 두 명의 팀이 4피치의 직상 크랙으로 먼저 올라가겠다고 하여 우리도 양보해 주었다. 앞팀의 라스트가 오른 후 직상 크랙에 처음으로 붙어보았다. 세로로 곧게 뻗은 크랙은 약간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손재밍과 발재밍을 확실히 하는 방법 외에는 오를 방법이 없었다. 크랙은 BD 0.75호부터 2호 사이의 캠이 든든하게 잘 먹혔으나,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는 완력이 필요하여 중간에 두 차례 정도 쉬면서 올라야 했다. 세로 크랙을 올라선 후에는 BD 3호 캠으로 중간 확보점을 하나 더 설치한 후에 4피치 확보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5피치는 옆으로 누운 소나무를 따라 좌측으로 트래버스 하여 크랙에서 잠시 멀어졌다. 비교적 쉬운 6피치를 올라서 다시 크랙으로 진입하여 길게 이어진 7피치를 등반했다. 8피치는 참기름바위를 올라서서 정상에 도착하는 경로를 따랐다. 매 피치가 40미터에서 60미터 사이에 이를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 3피치 확보점에서 우리팀의 뒤에 붙은 2명의 일본팀이 정상까지 줄곧 우리를 따라왔다. 라스트를 본 은경이의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일본팀의 선등자는 등반 속도가 빨랐다. 베테랑 클라이머들로 보이는 일본인들은 인수봉이 처음은 아닌 듯했다. 그들은 남산, 관악산, 한강, 여의도, 롯데타워 등이 훤히 보이는 인수봉 정상에서 내가 서울 주변의 지리를 알려주니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몇 차례 등반했던 경험이 있는 '인수B' 코스였지만, 오늘의 등반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 주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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