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59

[남도 등반여행 1 : 용서폭암장] - 2022년 2월 18일(금)

클라이밍과 휴식을 겸할 수 있는 여행을 다녀온다면 무미건조한 삶에 활력이 생길 것이다. 해외등반을 떠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주변 여건이 만만치 않다. 올해엔 국내에서라도 가고 싶은 암벽을 찾아 훌쩍 떠나는 등반여행을 가능하면 자주 추진해 볼 생각이다. 이렇다 할 여행이나 출장이 없었던 겨울방학이 끝나가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발동했다. 새로운 보직을 맡게 될 새학기가 예전보다 바빠질 건 뻔하기 때문에 이 참에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따뜻한 남도로의 등반여행을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지리산 노고단과 섬진강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용서폭암장과 순천만에 지어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실내스포츠클라이밍센터인 몬타렉스에서 클라이밍을 즐겨보자는 것이 이번 2박 3일 등반여행의 주된 목적이다. 자투리 시간엔 구례..

고창 선운산 암장 산책과 할매바위 등반 - 2021년 11월 20일(토)

여수 출장 일정을 마무리 하고 나주의 고향집에 사시는 어머님을 뵙고 하룻밤을 보냈다. 오늘 아침 일찍 고창으로 이동하는데 사방이 짙은 안개에 가려 있어서 운전하는 게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할매바위 근처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안개가 걷히지 않아 등반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아니었다. 그래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운산의 속살바위와 투구바위 암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자연암벽에서의 스포츠클라이밍 성지답게 규모도 크고 고난도 루트들도 많았다. 내년엔 좀 더 열심히 운동해서 선운산 암장을 자주 찾아와 즐거이 등반할 수 있기를 내심 다짐하면서 선운산을 내려왔다. 오후엔 할매바위의 쉬운 루트들을 차례대로 등반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바위에 매달리는 동안 바쁜 업무 탓에..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 - 2021년 8월 3일(화)

햇살 따갑고 무더운 여름 한낮에 내설악의 남교리에서 십이선녀탕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복숭아탕까지 왕복하는 여유로운 산책을 다녀왔다. 이번 여름에 이보다 더 좋은 피서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풍부한 수량의 맑은 계곡물이 힘차게 흐르고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골바람이 불어주는 그늘진 숲길을 걷는 동안 제대로 된 삼림욕을 즐긴 듯한 만족감이 있었던 것이다. 전날의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솜다리의 추억'길 암벽등반의 피로를 풀기 위해 동해안의 한적한 해변길을 걸어볼 생각이었다. 서핑족들이 자주 찾는 송지호 해변과 화진포해수욕장 주변의 산책로를 탐색했으나 뙤약볕에 노출된 그 길은 5분 이상 걷기가 힘들었다. 대안으로 진부령 고개를 넘어서 남교리의 십이선녀탕계곡을 찾아가자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아주 오래 전에..

설악산 토왕골 '솜다리추억' - 2021년 8월 2일(월)

산을 좋아하는 클라이머들의 여름 휴가지는 대자연 속의 바윗길일 수 밖에 없다. 설악산 토왕골에 있는 등반이 허가된 바윗길들 중에서 그간 유일하게 오르지 못했던 '솜다리추억'길을 한적한 평일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날씨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설레는 가슴을 안고 월요일 새벽 5시에 서울을 벗어난다. 서울양양고속도로의 내린천휴게소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간밤에 흠뻑 내린 비에 젖은 주변 산야와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올려다 본다. 플랜B를 고려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싹튼다. 일단 설악동에 도착해서 다음 일정을 결정하기로 마음 먹고 차를 출발하여 장장 11km에 이르는 인제양양터널을 통과한다. 백두대간 아래를 관통하는 터널의 동쪽과 서쪽 날씨가 딴판이다. 동해 바다가 지척인 백두대간 동쪽의 날씨는 맑게 ..

설악산 소토왕골 암장 - 2021년 6월 20일(일)

어제의 미륵장군봉 '미륵2009' 루트는 내게 다소 도전적인 바윗길이었다. 그곳에서의 등반을 안전하고 즐겁게 잘 마쳤다는 안도감과 설악의 맑은 기운 때문이었는지 간밤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잠을 잘 자고 난 후에는 컨디션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아침에 설악동에서 소토왕골 암장으로 접근하는 발걸음이 어제보다는 한결 가벼워졌다. 미륵장군봉은 강원도 인제군에 속하는 장수대 부근에 있다. 장수대탐방안내소가 설악산국립공원의 후문이라면, 속초시 설악동의 신흥사 입구는 설악산의 정문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번 설악산 등반은 후문을 통해 입성하고, 정문을 다음 날 통과한 격이다. 설악동주차장의 많은 차량들과 관광객들은 어제 장수대 인근의 한적함과는 사뭇 다르게 주말 관광지인 설악산의 활기를 전해준다. 비룡교..

설악산 미륵장군봉 '미륵2009' - 2021년 6월 19일(토)

올해 들어 첫 설악산 등반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의 동홍천IC를 빠져나와 44번 국도로 접어든다. 비로소 설악에 간다는 설레임이 찾아든다. 새롭게 단장된 화양강휴게소에서 간단히 조식을 해결한다. 휴게소 앞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는 홍천강의 평화로운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침햇살 비치는 전망 좋은 통유리창 앞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참 좋다. 오늘의 미륵장군봉 등반도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되기를 내심 바래본다. 어머니의 팔순잔치와 학기말의 분주한 일상을 막 헤쳐나온 심신은 피로누적으로 지쳐 있는 상태다. 그래도 홀가분해진 마음만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천천히 굽이치는 홍천강의 물줄기처럼 평안하다. 장수대에서 미륵장군봉으로 접근하는 그늘진 숲길에 들어선다. 신선함을 가득 품고 있는 오솔길이 오랜만의..

용인 조비산암장 - 2021년 5월 30일(일)

어제 다녀온 대둔산 새천년길 등반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탓인지 몸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아침 일찍 대둔산 아래의 숙소를 출발하여 9시 즈음에 조비산 아래에 도착했으나, 암벽에 붙어보니 생각과는 달리 몸상태가 별로였다. 오전에만 등반하고, 점심 직후에 교통혼잡을 피해 일찍 상경하기로 했다. 조비산에 온 이후로 암장이 가장 한적했던 날이어서 마음껏 등반하지 못한 아쉬움은 조금 남았으나, 초급 난이도의 다섯 개 루트에서 몸풀기 삼아 등반하고 나니 그런대로 기분은 괜찮아졌다.

대둔산 수락계곡 - 2021년 5월 29일(토)

대둔산은 전북 완주군, 충남 금산군, 충남 논산시에 걸쳐서 자리하고 있다. 설악산이나 금강산 같은 골산의 절경을 간직하고 있어서 일반 산객들과 클라이머들이 주로 찾는 코스는 관광용 케이블카가 있는 대둔산 남쪽의 전북 완주군 지역이다. 충남에 속하는 대둔산 북쪽 지역은 전북 지역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북동쪽의 충남 금산군에 속하는 유명한 사찰인 태고사를 통해 낙조대까지 이어지는 경로는 몇 년 전에 올라 본 적이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둘러본 대둔산 북서쪽의 수락계곡은 논산시 벌곡면에 자리 잡고 있다. 새천년길과 신선암장에서의 암벽등반을 마치고 하산하여 이른 저녁식사 후에 소화를 위한 산책길에 나섰다. 앞마당이 풍성한 들꽃으로 장식된 태고사 입구 주변의 한정식집에서 밥을 먹고 근처에 있는 청림저수..

대둔산 새천년길 - 2021년 5월 29일(토)

인공암벽과 한 피치의 자연암벽에서 스포츠클라이밍으로 꾸준히 운동해 온 보람을 멀티피치 등반에서 찾고 싶다는 바램과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내 허리 상태를 감안해서 어프로치가 긴 등반은 자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염려가 마음 속에서 교차했다. 하지만 이 좋은 계절에 설악이나 대둔산 같은 대자연 속에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우선은 가능하면 가볍고 단촐하게 장비를 챙겨서 접근 길이가 짧은 대둔산의 '새천년길' 등반부터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두기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새천년길'을 처음으로 등반한 후에 찾아든 만족감은 예상보다 컸다. 총 다섯 피치의 '새천년길'을 오르는 동안 기암괴석이 즐비한 대둔산의 절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

[설악산 등반여행 7 : 수바위] - 2020년 8월 19일(수)

K 등산학교 암벽반의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오후 늦게 등산학교 졸업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어서 무리한 등반은 피하기로 한다. 북설악의 화암사에서 가까운 수바위 정상에 올랐다. 수바위 암장은 다른 조들의 암벽반 기초교육이 진행되었던 곳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간의 등반여행을 정리할 수 있는 장소로 택한 곳이 바로 수바위 릿지 등반이다. 뜀바위 구간이 두 군데 있었지만 암벽화도 갈아신지 않고 오를만큼 부담 없는 코스였다. 울산바위가 지척이고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수바위 정상에서의 조망은 으뜸이었다. 화암사 경내를 산책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 후 마지막 식사로 산채비빔밥을 함께 먹으며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준비했다. 이기범 선생과 나는 서울, 인호씨는 안양, 세령씨는 구미, 치득씨는 부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