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대둔산 새천년길 - 2021년 5월 29일(토)

빌레이 2021. 5. 30. 19:05

인공암벽과 한 피치의 자연암벽에서 스포츠클라이밍으로 꾸준히 운동해 온 보람을 멀티피치 등반에서 찾고 싶다는 바램과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내 허리 상태를 감안해서 어프로치가 긴 등반은 자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염려가 마음 속에서 교차했다. 하지만 이 좋은 계절에 설악이나 대둔산 같은 대자연 속에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우선은 가능하면 가볍고 단촐하게 장비를 챙겨서 접근 길이가 짧은 대둔산의 '새천년길' 등반부터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두기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새천년길'을 처음으로 등반한 후에 찾아든 만족감은 예상보다 컸다.

 

총 다섯 피치의 '새천년길'을 오르는 동안 기암괴석이 즐비한 대둔산의 절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심신이 모두 여유로웠던 등반이 치유의 효과를 발휘한 덕택인지 우려했던 허리통증도 거의 없었다. 아기자기한 바위를 오르내리는 릿지 등반 코스처럼 재미 있었던 하산길에 구경한 돼지바위와 책바위 암장의 이색적인 풍광 또한 일품이었다. '새천년길'의 출발점으로 돌아와 좌측에 있는 신선암장에서 한 피치를 추가적으로 등반했던 순간도 좋았다. 오늘의 대둔산 '새천년길' 등반은 앞으로도 무리하지 않고 지혜롭게 준비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대자연 속의 바윗길에서도 얼마든지 등반을 즐길 수 있겠다는 희망을 새롭게 심어준 계기가 되었다.         

 

▲ '새천년길'의 마지막 구간인 5피치를 출발하고 있다.
▲ 용문골의 다리를 건너 신선바위에서 우측 길로 접어들면 '새천년길' 출발점이 나온다.
▲ 등반 출발점에 설치된 '새천년길' 개념도. 1P 등반거리는 개념도와 달리 40미터에 달한다.
▲ 새벽길을 달려 와서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바윗길에 첫 발을 내딛는 감회가 남달랐다. 1P를 출발하는 순간이다.
▲ 첫 피치 초반부는 최근의 잦은 비로 인해 물기가 흐르고 있어서 미끄러웠다. 둘째 볼트에 클립하고 넘어가는 동작이 까다로웠다.
▲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니 등반이 즐거워졌다. 중간에 하켄이 하나 있었고, 캠 두 개로 추가적인 확보점을 구축하면서 올랐다.
▲ 첫 피치는 상단부가 출발점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확보점 직전의 오버행 구간은 확보자가 선등자를 볼 수 없기에 특히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첫 피치 확보점으로 직상하는 오버행 구간에 있는 볼트가 위에서는 보였으나, 선등할 때는 잘 보이지 않았다.
▲ 첫 피치 종착점에서 15미터를 하강하면 2피치 출발점이 나온다.
▲ 둘째 피치는 홀드 양호한 크랙이 길게 이어지는 구간으로 몸이 풀려서 등반하는 재미가 솔솔 느껴지기 시작했다.
▲ 적절한 곳에 손홀드가 잘 잡혀서 등반이 더욱 즐거웠던 2피치였다.
▲ 2피치는 등반거리도 40미터에 이른다.
▲ 2P 확보점에서 쉬운 슬랩을 15미터 정도 걸어서 올라가면 3P 출발점이 나온다.
▲ 3P 출발점 직전에서 좌측으로 본 풍경이다. 몇 번 등반한 적이 있는 '구조대길'에도 한 무리의 등반자들이 붙어있었다.
▲ 3P 출발점으로 향하는 중에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도 절경은 이어진다.
▲ 3P 출발점 앞에서 편하게 쉬면서 앞팀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 참나무 좌측이 3P 출발점이다. 손홀드와 발홀드 모두 좋아서 동작만 잘 찾으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 왼손으로 좌향 크랙을 잡고 첫 볼트에 클립한 후 우측 턱으로 넘어섰다. 힘을 한 번은 써야 했으므로 턱을 올라서서 팔을 털어주었다.
▲ 3P는 첫 구간만 잘 돌파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 3P 첫 볼트 이후엔 좌측 방향으로 등반해야 손홀드가 양호하다.
▲ 3P 첫 볼트를 넘어선 이후엔 볼트가 없으므로 캠으로 중간확보점을 구축해야 한다. BD 캐머롯 1호와 2호, 2개의 캠을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3P 확보점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2P를 등반 중인 다른 팀이 내려다보인다.
▲ 4P는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볼트 간격이 멀어서 안전을 위해 캠으로 중간 확보점을 만들면서 올랐다.
▲ 4P 확보점 좌측 건너편으로 케이블카역이 보인다.
▲ 5P 출발점에서는 좌측 크랙에 확실한 손홀드를 잡고 첫 볼트에 클립하는 동작에서 힘을 한 번 써야 했다.
▲ 5P는 첫 볼트를 올라서기만 하면 그 이후는 어렵지 않다.
▲ '새천년길'의 종착점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으뜸이다. 정상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 5P 확보점에서 오버행 20미터를 하강해야 등반이 종료된다.
▲ 오버행 구간에서 처음 하강하는 사람은 여러모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5P에서의 하강은 거의 다 오버행 구간이다.
▲ 처음 하강하는 사람은 자칫하면 좌측의 낭떨어지로 갈 수 있다. 발이 벽에 닿은 후에 팬둘럼 등반하듯이 안부로 와야 한다. 두 번째 하강자부터는 앞 사람이 줄을 당겨주면 안전하다.
▲ 오버행 하강까지 모두 안전하게 마치고, 눈 앞에 펼쳐진 절경을 감상하면서 먹었던 점심이 꿀맛이었다.
▲ '새천년길'은 하산길도 재미 있었다. 하산길 처음부터 클라이밍다운을 해야 한다. 사진에서 우측 봉우리가 '새천년길' 정상인데 이 방향으로 하강 포인트를 정했었다면 더 안전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하산길에서 만나는 작은 굴이다. 사진 속의 우물 같이 생긴 홈으로 내려가면 작은 바윗틈새가 보인다.
▲ 우측의 작은 바윗틈새로 배낭을 벗고 빠져나와야 했다. 고정자일을 잡고 내려올 수도 있었지만 동굴을 통과하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었다.
▲ 멋들어진 와송이 있는 이 넓은 테라스는 좋은 쉼터일 듯하다.
▲ 와송을 지나 나타나는 큰 바윗틈에 생긴 석문을 통과하면 고정자일을 이용해서 내려갈 수 있다.
▲ 자연적인 석문을 통과해서 내려오는 재미가 있는 구간이다.
▲ 하산길 좌측으로 돼지바위 암장이 펼쳐진다.
▲ 클라이밍다운 해야하는 구간이 몇 차례 있었지만 홀드가 좋아서 괜찮았다.
▲ 돼지바위암장 아래의 책바위암장엔 거대한 오버행 바위가 있다.
▲ 이색적인 바위와 개척되어 있는 루트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하산길이 즐거웠다.
▲ 책을 펼쳐놓은 듯한 이 침니 구간 때문에 책바위로 불리는 듯하다. 책바위암장엔 5.13급까지의 고난도 루트가 여럿 개척되어 있었다.
▲ '새천년길' 출발점 좌측에 자리한 신선암장의 개념도를 보고 있다.
▲ 신선암장은 등반교육에 자주 이용되는 모양이다.
▲ 신선암장은 일부러 와서 하루종일 놀아도 좋을만큼 암벽이 웅장했다. 긴 루트는 120미터에 이를만큼 충분히 높았다.
▲ 크랙에 물이 흐르는 것이 살짝 걱정이었지만, 홀드가 좋아보이는 '연합(5.9)' 루트에 붙어보기로 했다.
▲ '연합'은 적절한 홀드를 찾는 재미가 좋아서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 '연합'을 완등한 후에 톱로핑으로 한 차례 더 올랐다. 몇 루트를 더 오르고 싶었으나, 체력이 소진된 듯하여 신선암장에서의 등반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 신선암장 아래에 있는 신선바위 안에는 약수터가 있다. 예전엔 이곳에 암자가 있었다.
▲ 신선바위가 용의 입 모양이라는 설명의 안내판이 용문골 등산로 초입에 설치되어 있다.
▲ '새천년길'과 신선암장에서의 등반을 잘 마치고 용문골로 내려가는 동안에 밀려오는 만족감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