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암벽과 한 피치의 자연암벽에서 스포츠클라이밍으로 꾸준히 운동해 온 보람을 멀티피치 등반에서 찾고 싶다는 바램과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내 허리 상태를 감안해서 어프로치가 긴 등반은 자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염려가 마음 속에서 교차했다. 하지만 이 좋은 계절에 설악이나 대둔산 같은 대자연 속에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우선은 가능하면 가볍고 단촐하게 장비를 챙겨서 접근 길이가 짧은 대둔산의 '새천년길' 등반부터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두기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새천년길'을 처음으로 등반한 후에 찾아든 만족감은 예상보다 컸다.
총 다섯 피치의 '새천년길'을 오르는 동안 기암괴석이 즐비한 대둔산의 절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심신이 모두 여유로웠던 등반이 치유의 효과를 발휘한 덕택인지 우려했던 허리통증도 거의 없었다. 아기자기한 바위를 오르내리는 릿지 등반 코스처럼 재미 있었던 하산길에 구경한 돼지바위와 책바위 암장의 이색적인 풍광 또한 일품이었다. '새천년길'의 출발점으로 돌아와 좌측에 있는 신선암장에서 한 피치를 추가적으로 등반했던 순간도 좋았다. 오늘의 대둔산 '새천년길' 등반은 앞으로도 무리하지 않고 지혜롭게 준비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대자연 속의 바윗길에서도 얼마든지 등반을 즐길 수 있겠다는 희망을 새롭게 심어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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