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미륵장군봉 '미륵2009' 루트는 내게 다소 도전적인 바윗길이었다. 그곳에서의 등반을 안전하고 즐겁게 잘 마쳤다는 안도감과 설악의 맑은 기운 때문이었는지 간밤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잠을 잘 자고 난 후에는 컨디션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아침에 설악동에서 소토왕골 암장으로 접근하는 발걸음이 어제보다는 한결 가벼워졌다. 미륵장군봉은 강원도 인제군에 속하는 장수대 부근에 있다. 장수대탐방안내소가 설악산국립공원의 후문이라면, 속초시 설악동의 신흥사 입구는 설악산의 정문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번 설악산 등반은 후문을 통해 입성하고, 정문을 다음 날 통과한 격이다. 설악동주차장의 많은 차량들과 관광객들은 어제 장수대 인근의 한적함과는 사뭇 다르게 주말 관광지인 설악산의 활기를 전해준다.
비룡교를 건너서 비룡폭포로 이어지는 계곡 옆의 일반 등산로가 상당 부분 유실되었다. 임시로 개방된 등산로를 따르다가 소토왕골로 향하는 샛길로 접어든다. 아늑한 숲속의 신선함이 오롯히 전해지는 이 오솔길을 걷는 순간이 나는 참 좋다. 소토왕골 암장에 도착해서 올려다본 암벽엔 이미 많은 클라이머들이 중간 확보점에 매달려 있다. 우리팀은 청악산우회가 설치해 놓은 암장안내도 앞의 넓은 공터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여유롭게 장비를 착용한다. 윙윙거리는 모기 소리는 나는데도 나를 물지는 못한다. 스프레이형 벌레기피제를 몸에 뿌린 효과를 톡톡히 보는 듯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다른 팀들이 2피치를 넘어서 등반할 무렵에 우리팀은 벽에 붙기 시작하여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이 지나는 능선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네 마디로 끊어서 올랐다. 그동안 후등으로만 올랐던 소토왕골 암장에서 선등으로 즐겁게 등반했다는 성취감이 남달랐다.
'암빙벽등반 > 국내등반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 - 2021년 8월 3일(화) (0) | 2021.08.04 |
---|---|
설악산 토왕골 '솜다리추억' - 2021년 8월 2일(월) (0) | 2021.08.04 |
설악산 미륵장군봉 '미륵2009' - 2021년 6월 19일(토) (0) | 2021.06.21 |
용인 조비산암장 - 2021년 5월 30일(일) (0) | 2021.05.30 |
대둔산 수락계곡 - 2021년 5월 29일(토) (0) | 2021.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