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설악산 소토왕골 암장 - 2021년 6월 20일(일)

빌레이 2021. 6. 21. 11:20

어제의 미륵장군봉 '미륵2009' 루트는 내게 다소 도전적인 바윗길이었다. 그곳에서의 등반을 안전하고 즐겁게 잘 마쳤다는 안도감과 설악의 맑은 기운 때문이었는지 간밤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잠을 잘 자고 난 후에는 컨디션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아침에 설악동에서 소토왕골 암장으로 접근하는 발걸음이 어제보다는 한결 가벼워졌다. 미륵장군봉은 강원도 인제군에 속하는 장수대 부근에 있다. 장수대탐방안내소가 설악산국립공원의 후문이라면, 속초시 설악동의 신흥사 입구는 설악산의 정문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번 설악산 등반은 후문을 통해 입성하고, 정문을 다음 날 통과한 격이다. 설악동주차장의 많은 차량들과 관광객들은 어제 장수대 인근의 한적함과는 사뭇 다르게 주말 관광지인 설악산의 활기를 전해준다.

 

비룡교를 건너서 비룡폭포로 이어지는 계곡 옆의 일반 등산로가 상당 부분 유실되었다. 임시로 개방된 등산로를 따르다가 소토왕골로 향하는 샛길로 접어든다. 아늑한 숲속의 신선함이 오롯히 전해지는 이 오솔길을 걷는 순간이 나는 참 좋다. 소토왕골 암장에 도착해서 올려다본 암벽엔 이미 많은 클라이머들이 중간 확보점에 매달려 있다. 우리팀은 청악산우회가 설치해 놓은 암장안내도 앞의 넓은 공터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여유롭게 장비를 착용한다. 윙윙거리는 모기 소리는 나는데도 나를 물지는 못한다. 스프레이형 벌레기피제를 몸에 뿌린 효과를 톡톡히 보는 듯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다른 팀들이 2피치를 넘어서 등반할 무렵에 우리팀은 벽에 붙기 시작하여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이 지나는 능선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네 마디로 끊어서 올랐다. 그동안 후등으로만 올랐던 소토왕골 암장에서 선등으로 즐겁게 등반했다는 성취감이 남달랐다.        

 

▲ 그동안 후등으로만 올랐던 소토왕골 암장에서 모든 피치를 선등으로 오른 후 정상에서 맛보는 만족감은 남달랐다.
▲ 설악동주차장에서 올려다본 노적봉. 사진 중앙의 노적봉 우측 계곡이 소토왕골이다.
▲ 설악산 정문 느낌의 신흥사 입구를 통과했다. 저 멀리 백두대간인 저항령이 하늘금을 이루고 있다.
▲ 비룡폭포로 이어지는 계곡 옆의 일반 등산로가 유실되어 숲속에 임시 등로가 개설되어 있었다.
▲ 원시림 같이 울창한 숲길이 이어지는 소토왕골 접근로가 신선했다.
▲ 이른 시간부터 소토왕골 암장의 중간 확보점에 많은 등반자들이 매달려 있었다.
▲ 다른 팀들이 모두 2피치 위를 등반하고 있을 때 우리팀은 벽에 붙기 시작했다.
▲ 처음엔 쉬운 루트에서 톱로핑 방식으로 먼저 몸을 풀려는 생각이었으나 계속 등반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 첫 피치 중간 턱에서 우측으로 트래버스하여 50미터 정도를 오른 후에 '물길' 1P 확보점에 안착했다.
▲ 2P 초반부를 등반 중이다.
▲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는 홀드 찾기가 쉽지 않아서 신중하게 길을 찾아야 했다.
▲ 2P 크럭스 직전에서 잠시 쉬고 있는 중이다.
▲ 중간 확보점에서 좌측으로 눈을 돌리면 울산바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 3 피치를 등반 중인데 앞팀의 자일이 늘어뜨려져 있었다. 앞팀의 라스트가 자일 끝을 메고 등반해야 하는데, 이렇게 자일을 늘어뜨려 놓고 등반하다가 바윗틈에 끼기라도 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안전을 위해서 라스트는 반드시 자일 끝에 매듭을 해야 한다.
▲ 소토왕골의 거의 모든 피치는 등반성이 뛰어나고 등반거리도 30미터 안팎으로 긴 편이어서 오름짓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 마지막 4피치를 출발하고 있다.
▲ 사진 속의 4P 크럭스 구간 중간 볼트에서 좌측으로 양호한 손홀드가 있었다.
▲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릿지가 지나는 능선이 소토왕골 암장의 종착점이다.
▲ 소토왕골 맞은편 절벽도 절경이다. 사진 좌측에 두줄폭포가 있고, 사진 우측의 검은 절벽이 국사대폭포이다.
▲ 정상 능선에서는 달마봉과 설악동 숙박촌이 내려다보인다.
▲ 소토왕골 암장의 하강은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먼저 하강하는 사람은 중간 확보점을 지나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실제로 내가 등반하던 중에 옆팀의 하강자가 중간확보점을 지나치는 바람에 큰일이 날 뻔 했다. 다행히 내가 도와줄 수 있어서 그분은 안전하게 하강할 수 있었다.
▲ 하강까지 안전하게 잘 마치고 출발점으로 귀환한 순간의 기쁨과 감사함은 특별했다.
▲ 다음엔 소토왕골 깊숙한 자리에 위치한 다른 루트들도 등반해보고 싶어졌다.
▲ 마당바위 같이 평평한 바위에 걸터 앉아 소토왕골을 따라 흘러내리는 청아한 물소리를 벗삼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 소토왕골 암장과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의 갈림길 주변의 계곡물이 좋아서 손을 담그지 않을 수 없었다.
▲ 하산길에 발견한 죽은 소나무. 활엽수에 둘러싸여 햇빛을 좋아하는 소나무가 고사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 임시 등산로에서 내려다 본 예전의 등산로가 많은 부분 유실되었다.
▲ 비룡교에서 비룡폭포로 이어지는 일반 등산로가 폐쇄되고 우회로가 임시로 개방되어 있다.
▲ 비룡교를 지나면서 다시금 설악산에 올 날을 기대해 본다.
▲ 소토왕골 암장 앞의 계곡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도. 이 안내도 주변에 베이스켐프를 차리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