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59

[여름 등반여행 1]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 - 2022년 7월 30일(토)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여름 휴가철인 이른바 '7말8초' 기간에 맞추어 나도 클라이밍을 겸한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애초에 이번 등반여행은 4박 5일 일정으로 야심차게 계획했었다.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 암장에서 시작하여 영덕 블루로드 해벽을 거쳐 설악산에서 이틀을 등반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울산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 상에서 5호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이미 허가를 받아 두었던 설악산 장군봉 암벽등반을 취소한다는 문자가 왔다. 아쉬움 속에 2박 3일 일정으로 계획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첫째 날은 문수산 병풍암장, 둘째 날은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장, 셋째 날은 영덕 블루로드 해벽에서 등반하고, 날씨를 봐 가면서 짬짬이 주변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최종적인 일정이 짜여졌다..

설악산 '4인의 우정길' - 2022년 7월 10일(일)

여름철의 설악산 날씨는 그야말로 변화무쌍 하다. 설악동 숙소에서 새벽 4시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에 눈을 떠보니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새벽 5시부터 어프로치를 시작하려던 애초의 계획을 바꾸어 느긋하게 출발하기로 한다. 간단히 조식을 해결하고 짐을 꾸리는 사이에 비는 멈춰 있었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일단은 예정된 '4인의 우정길' 등반을 강행하기로 결정한다. 7시 즈음에 설악동매표소를 통과하여 비룡폭포를 지나 자욱한 안개 속의 토왕골을 거슬러 올라간다. 어프로치를 하는 동안 바윗길이 말라 있기를 바라면서 등반 출발점에 도착한 시각은 8시 30분 무렵이다. 우리 앞에 이미 두 팀이 등반 중이어서 바위 상태는 괜찮을 거라는 기대감에 마음이 놓인다. 첫 피치 출발점 앞의 테라스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설악산 소토왕골 암장 - 2022년 7월 9일(토)

올해는 설악산 등반이 예년보다 조금 늦어졌다. 보통은 6월이 가기 전에 설악산 등반을 다녀오곤 했었다. 금년 상반기는 여느 해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사다난 했다. 마치  수 년 동안 벌어질 일들이 반 년 만에 압축해서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했다. 바쁜 일상 속에 여유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설악산 등반까지 뒤로 밀린 셈이 되었다. 아무리 여유가 없다해도 설악엔 다녀와야 내 삶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 같았다. 이미 여름 휴가철로 접어들었으니 동해안으로 가는 피서 인파를 피하기 위해 서울에서 새벽 4시에 출발했다. 다행히 어떠한 교통체증도 없이 속초에 도착하여 척산온천 부근의 순두집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했는데도 7시 반이 채 지나지 않았다. 하루종일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을 거라는 일기예..

옥천 부소담악 - 2022년 6월 5일(일)

어제에 이어 대둔산 암벽 등반을 계획했었는데,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가 살짝 변해서 비가 예상보다 일찍 내린 것이다. 할 수 없이 관광 모드로 전환하여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충북 옥천의 부소담악을 구경하기로 했다. 잠시 비가 소강 상태를 보이는 틈을 타서 대청호가 품고 있는 절경지인 부소담악을 샅샅이 둘러볼 수 있었다. 예상보다 길게 뻗어 있는 부소담악 끝까지 다녀오는 암릉길은 등반지에 접근하는 것 못지 않게 즐겁고 가슴 설레이는 길이었다. 부소담악 주변은 최근에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까닭인지 생각보다 많은 방문객들과 낚시인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대둔산 솔봉이길 - 2022년 6월 4일(토)

돌아오는 월요일 현충일까지 3일 동안의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새벽 5시 30분에 만난 일행이 출발했는데도 서울 외곽으로 향하는 도로는 벌써부터 정체 현상을 빚고 있었다. 대둔산 케이블카 운행 첫 시간인 9시에 맞추려는 계획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0시 20분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다소 힘들었던 어프로치를 끝내고 솔봉이길 출발점에 도착한 시각은 11시 즈음이다. 내심으로는 양파A길과 B길을 이어서 등반하고 싶었으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오신 팀이 우리 바로 앞에서 양파A길로 접어들고 있어서 솔봉이길로 목적지를 바꾸기로 했다. 우리들 외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고요한 솔봉이길에서 차분하게 등반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대둔산의 바윗길과 빼어난 절경은 새벽부터 먼 길을 달려와 이 아름..

구미 금오산 - 2022년 5월 7일(토)

지난 이틀 동안 대둔산 우정길과 대구 연경암장에서 각각 하루씩 암벽등반을 즐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계획한 2박 3일 봄철 등반여행의 마지막 날은 아침 일찍 구미의 진산인 금오산 산행을 하고 내려와서 점심 직후에 상경하는 일정이다. 금오산은 예전부터 오르고 싶은 산이었으나 그동안 인연이 닿지 않았었다. 대구에서 가까운 구미는 서울로 가는 경로 중간에 있으니 이번 기회가 아주 딱 맞는 기회였다. 금오저수지 위의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대혜폭포, 할딱고개를 거쳐서 현월봉 정상을 찍은 후, 정상 바로 아래의 약사암을 구경하고 하산하는 길에 도선굴에 들렀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답게 자연보호운동의 발상지가 바로 이곳 금오산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금오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립공원이라는 안내 문..

대구 연경암장 - 2022년 5월 6일(금)

대구 연경암장은 몇 년만일까?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도통 가늠할 수가 없다. 하여 내 블로그의 기록을 뒤져본다. 허선생님과 함께 연경암장에서 처음 등반했던 때가 2014년 5월의 일이니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요새는 허선생님께서 암벽등반을 즐겨 하지 않는 듯하여 미리 연락을 하지 않고, 오늘 아침에 대둔산 숙소에서 출발하여 연경암장에 도착한 직후에야 전화를 걸었다. 다음 달이면 3년만에 다시 알프스트레킹에 나서는 터라 여러모로 분주하실 허선생님께 부담을 드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출국하기 전에 한 번은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교차했다. 하지만 대구까지 내려와서 연락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 통화가 잘 이루어져 우리팀이 등반을 마칠 무렵인 오후 4시 즈음에 허선생님 부부가 연경암..

대둔산 우정길 - 2022년 5월 5일(목)

어린이날인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계획한 2박 3일 일정의 등반여행을 떠나는 마음이 어린 시절에 어린이날을 고대하던 순간처럼 살짝 설레인다. 하지만 설레임도 잠시 첫 등반지인 대둔산 '우정길'로 향하는 현실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새벽 5시 전에 집을 나섰는데도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낸다면 4일 동안의 연휴를 즐길 수 있는 황금연휴의 시작일이자 교통량 많기로 소문난 어린이날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이번 연휴의 마지막 날은 부처님오신날과 어버이날이 겹친 일요일이다. 천안휴게소에서 간단히 조식을 해결하고 대둔산주차장에 8시 반 즈음에 도착했다. '우정길'은 케이블카 상부 하차장에서 1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바윗길이다. 그래서 ..

[남도 등반여행 3 : 천은사와 섬진강 대나무숲길] - 2022년 2월 20일(일)

남도 등반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다. 지난 이틀 동안 아쉬울 것 하나 없이 만족스런 클라이밍을 즐겼다. 자투리 시간도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찾아 가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아쉽지만 이제 서울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창문 바로 아래로 화엄사계곡이 펼쳐져 있어 졸졸졸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정겨웠던 산장 같은 숙소를 뒤로 하고, 지리산 성삼재 가는 길에 자리한 천은사로 향했다. 양지바른 겨울날 아침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천은사 경내와 절집 아래로 이어지는 천은제 호수 주위를 산책하는 동안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다. 천은제 둑방길에서 올려다본 노고단 정상부는 하얀 설산이어서 이국적인 운치를 더해 주었다. 어머니의 산이라는 지리산의 드넓은 품을 느낄 수 있었던 이번 여행에 대한 감사의 기도가 저..

[남도 등반여행 2 : 순천만 습지와 몬타렉스] - 2022년 2월 19일(토)

구례 화엄사 아래의 숙소에서 순천만 습지까지는 자동차로 40분 정도가 걸렸다. 십오륙 년 전에 와 보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 순천만 습지는 유명세에 걸맞게 그동안 많은 시설들이 새롭게 들어서고 잘 정비되어 있었다. 다소 황량할 수 있는 겨울날 아침의 드넓은 벌판이었지만 철새들을 구경하면서 2시간 남짓 습지 공원을 산책하는 순간이 한없이 즐거웠다. 폐부 깊숙히 맑은 공기를 충분히 들이 마실 수 있어서 그랬는지 새벽부터 밤까지 강행군을 했던 탓에 쌓일 수 밖에 없었던 어제의 피로가 모두 사라진 기분이었다.  준비해 간 간편식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고 오후 시간은 순천만 습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자리한 몬타렉스 실내스포츠클라이밍센터에서 보냈다. 규모면에서 아시아 최고라는 몬타렉스는 실내암장이라 느껴지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