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59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 - 2024년 3월 1일(금)

삼일절이 금요일인 덕택에 3일 동안의 연휴가 주어진다. 개강 직전에 선물처럼 찾아온 마지막 연휴를 허투루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스한 봄기운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남녘으로의 1박 2일 등반여행을 계획한다.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와 영덕 블루로드 해벽에서 클라이밍을 즐기고, 자투리 시간에 주변 관광지도 둘러보는 일정이다. 4일 후면 경칩이라 포근한 봄날을 기대했건만 날씨는 우리의 여행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하다. 일기예보는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 전국적으로 강풍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거라며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협박성 멘트를 동반한다. 이에 굴하지 않고 현지 환경이 클라이밍에 적합하지 않으면 해파랑길 트레킹이나 관광으로 대체하자는 플랜B를 염두에 두면서 원래의 계획을 밀어부치기..

포항 죽장면 학담암 - 2023년 6월 4일(일)

어제는 내연산 등반을 마치고 인근의 동해안 화진해수욕장 부근에 자리한 숙소에서 잘 쉬었다. 오늘 아침엔 숙소 창문을 통해서 동해의 수평선 위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참으로 오랜만에 감상할 수 있었다.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오늘은 오전에만 등반하기로 했다. 포항에 왔으니 궁금했던 죽장면의 학담암장을 구경하자는 생각으로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했으나, 길가엔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포항의 등산학교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던 탓에 우리팀이 편안히 등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맨 오른쪽 벽에 있는 두 개의 루트에 붙어서 학담암의 맛만 보는 것에 만족하고 청송의 주산지를 구경하기 위해 일찍 철수했다.

포항 내연산 선일대 릿지 - 2023년 6월 3일(토)

내연산 관음폭포 계곡의 절경은 언젠가 한번은 꼭 내 두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협곡의 깍아지른 절벽과 시원한 폭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은 유명 산수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안과 수술의 여파 탓인지 더욱 분주해진 일상은 주말 등반의 여유마저 앗아가 버렸다. 우물쭈물 하다 보니 올해 봄 등반시즌은 물 건너 가버렸다. 유월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올해의 첫 멀티피치 등반을 결행할 수 있게 되었다. 모처럼 맞이한 주말 등반지로 별안간 뇌리에 떠오른 곳이 포항 내연산 선일대 릿지였다. 서울에서 다소 먼 거리여서 잠시 망설였으나, 오랜만에 찾아온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일단은 머릿속에 떠오른 바를 행동에 옮겨보기로 작정을 했다.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8시 반이 되기 전에 내연산 보경사 앞을 통..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 - 2023년 2월 5일(일)

영축산 통도사 앞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처음 와본 통도사이기에 울산 문수산으로 이동하기 전에 통도사 경내를 산책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큰 절답게 사람들이 많았다. 정월 대보름날 행사가 있는 모양인지 통도사를 찾는 불자들의 분주한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통도사 경내를 둘러보던 중 막 개화를 시작한 홍매화를 만날 수 있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맞이한 봄꽃이다. 멋들어진 자태를 뽐내는 노송들이 즐비한 무풍한송로까지 구경하고 암벽등반을 위해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로 향한다. 문수산 암장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작년 여름에 처음 문수산 병풍바위 암장을 찾았을 때, 현지의 클라이머 분들이 문수산은 햇볕이 좋아서 겨울에도 등반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양산 천태산 알프스암장 - 2023년 2월 4일(토)

봄은 기다림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유독 봄은 빨리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겨울 추위에 웅크리고 두터운 옷 속에 갇혀 지내야 하는 답답함에 지쳐갈 무렵이면 봄은 서서히 우리 곁을 찾아온다. 24절기는 태양의 황도 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이 바로 오늘이다. 달력에서 봄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날이다. 물론 위도에 따라 봄을 체감하는 시기에는 차이가 있다. 당연히 남녘에서의 봄이 빠를 것이다. 때마침 토요일이 입춘, 일요일이 정월 대보름날이어서 봄 기운을 느껴보고자 조금은 먼 남녘으로의 등반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새벽 5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대구-부산 고속도로 삼랑진 나들목을 빠져나와 경남 양산시의 천태사 고갯길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월출산 연실봉 암장 - 2022년 11월 20일(일)

고창 할매바위에서의 등반을 마치고 자동차로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서 영암 월출산 천황사 입구의 민박집에 도착하니 주위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정성민 선생님을 비롯한 다섯 분의 광주 바자울산악회 회원님들이 음식점에서 서울에서 내려온 우리 여섯 명의 일행를 푸짐한 저녁식탁으로 환영해 주셨다. 닭가슴살 육회에서 황칠백숙까지 코스로 이어지는 남도식 닭한마리 요리는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식사 후에는 밤하늘 별빛 아래에 타오르는 모닥불 주위로 모든 멤버가 모여들었다. 광주팀과 서울팀이 하나 되어 암장 개척기, 등반 후일담, 소소한 일상 이야기 등을 주고 받는 정겨움 가득한 시간이 흘러갔다. 간밤엔 찜질방이 부럽지 않은 민박집 온돌방에서 오랜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간단한 ..

고창 할매바위 - 2022년 11월 19일(토)

기범씨가 계획한 1박 2일의 남도 등반여행에 동참하기로 한다. 고창 할매바위 암장에서 첫째 날을 보내고, 월출산 아래의 숙소로 이동하여 1박한 후, 둘째 날은 광주 바자울산악회와 연합하여 최근에 개척된 연실봉 암장에서 등반하는 일정이다. 2년 전 한여름에 북상한 장마전선을 피해 "남쪽으로 튀어 보자"란 생각으로 결행했던 것과 비슷한 여정이다. 새벽 5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서해안 고속도로의 군산휴게소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9시 무렵에 할매바위 암장에 도착했다. 예전에 비해 암장 주변이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드넓은 주차장에 간이 화장실과 세면대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새롭게 단장된 암장을 기념하는 의미인지 암벽에는 다음 주 일요일에 '제1회 고창 할매바위 전국 암벽등반대회'를 개최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

설악산 소토왕골 암장 - 2022년 9월 25일(일)

소토왕골 암장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멀티피치 루트인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와 '산빛JK'를 경험해 보기로 한다. 2001년 개척 당시엔 인공등반 루트이던 것을 자유등반 루트로 재탄생 시킨 것이라고 한다. 지난 7월 초에 왔을 때엔 암벽이 젖어 있어서 오를 엄두도 못 냈었는데 오늘은 루트의 상태가 아주 좋아 보였다. 어제 다녀왔던 유선대 등반의 피로가 아직 남아 있고, 루트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 먹고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루트부터 올랐다. 3피치까지만 오른 후에 하강하여 잠시 쉰 후에 다시 '산빛JK' 루트에 붙었다. 총 3피치로 구성된 이 루트는 끝까지 올라보고 싶었으나, 2피치의 오버행 턱을 넘어서면 빌레이어의 시야가 막히기 때문에 더이..

[여름 등반여행 3] 영덕 블루로드 해벽 - 2022년 8월 1일(월)

영남알프스 신불산 아래의 등억온천단지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영덕군 축산항 근처에 있는 블루로드 해벽을 찾아간다. 고속도로를 따라가는 경로는 아직 없는 모양인지 네비게이션은 경주와 포항을 거쳐 영덕에 이르는 국도로 안내한다. 중간 경유지인 경주를 통과하던 중에 즉흥적으로 불국사를 잠깐 둘러보고 가기로 한다. 불국사와 석굴암 모두 관람 시간인 9시 전에 도착한 까닭에 석굴암 입구까지 올라가서 주차하고 1시간 정도의 산행으로 토함산 정상에 다녀온다. 언제나 그렇듯 관광객들로 붐비는 석굴암과 불국사를 재빠르게 구경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블루로드 해벽으로 이동한다. 시간이 빠듯할 듯하여 차 속에서 간단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부지런히 달려서 축산항에 도착하니 오후 1시 즈음이다. 축산항에서 해파랑길을 따라 남쪽으로..

[여름 등반여행 2]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장 - 2022년 7월 31일(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에 자리한 등억온천단지 내의 숙소에서 아침 일찍 깨어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락가락 내리던 빗줄기 속에서 배내고개와 청도 운문사를 다녀오는 것으로 오전 시간을 보냈다. 오후 시간엔 간간히 이슬비가 스치듯이 내렸지만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장에서 등반하는 데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각종 클라이밍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설이라는 소개에 걸맞게 인공암벽장은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우선 리드벽에서 쉬운 난이도의 루트 서너 개를 오른 후, 야외와 실내 볼더링장으로 이동하여 내가 완등할 만한 수준으로 셋팅된 문제들을 풀어 보았다. 비록 인공암벽장이지만 영남알프스의 신불산 자락이라는 새로운 자연 환경 속에서 등반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설레임이 있었다. 첫 방문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