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425

감악산 둘레길 순환코스(20.5 km) - 2021년 12월 4일(토)

감악산 자락을 온전히 한 바퀴 도는 궤적의 둘레길 순환코스는 경기도 북부의 양주시, 연천군, 파주시에 걸쳐 있다. 양주시에 속하는 신암저수지를 기점으로 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하루종일 이 길을 걸었다. 서두르지 않고 유유히 걷는 발걸음으로 아침 9시 즈음에 시작한 트레킹이 해 질 무렵인 오후 5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트레일 런을 하는 어떤 블로거님이 달포 전인 지난 10월 중순에 이 코스를 3시간 50분만에 주파하셨다는 기록을 인터넷에서 접하고, 나는 한적한 겨울날에 나그네처럼 천천히 이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이 발동했었다. 이 순환코스는 지난 10월 30일에 신암저수지에서 임꺽정봉의 암벽데크길을 다녀오던 길에 눈여겨 봐 두었던 길이기도 하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더이상 암벽등반이 어려운 이번 주말..

국내트레킹 2021.12.05

북한산둘레길(솔샘길-명상길-평창마을길-옛성길-구름정원길) - 2021년 11월 26일(금)

과로 탓인지 몸이 버겁다는 신호를 보낸다.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 이틀 동안 초기감기약을 복용했는데도 별다른 차도가 없다. 이럴 때 나는 산에 가야 한다. 산이 나의 병원이고 산행이 나의 치료약인 셈이다. 일이 밀려있지만 어차피 주말에 출근해야 하니 그때 못 갈 산을 오늘 땡겨서 가기로 한다. 집에서 나와 곧장 북한산둘레길에 들어선다. 둘레길 구간 중 유일하게 미답지인 '옛성길'을 밟아보기 위하여 평소와 달리 시계방향으로 진행한다.  가끔 다니던 '명상길'을 거쳐서 딱 한 번 걸어본 적이 있는 '평창마을길'로 들어선다. 고급 주택가 사이로 난 포장도로의 연속인 이 구간을 더울 때 걸어서 그랬는지 다시 걷고 싶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따스한 햇볕을 벗삼아 멋진 집들을 구경하면서 걸으니 ..

북한산과 도봉산의 만추 - 2021년 11월 12(금), 13일(토)

매년 11월은 몹시 바쁘다. 그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한주간을 보냈다.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 애쓰던 야근도 해야 했다. 금요일 오후엔 갑갑한 연구실을 탈출하여 일부러 북한산의 산길을 돌고 돌아서 퇴근했다. 정릉계곡에서 내원사를 거쳐 칼바위능선길을 따라 집으로 왔다. 한적한 산길을 걸으니 답답한 마음이 좀 달래지는 듯했다. 플라스틱 구슬처럼 빛나는 보라색의 작살나무 열매들이 산길 주변에 유난히 많았다. 쌀쌀한 바람 속이었지만 맑은 공기로 폐부를 정화시키면서 산길을 걸어서 퇴근할 수 있다는 게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토요일엔 도봉산에 올랐다. 우이남능선의 테라스에서 맞이한 따스한 햇볕을 두 팔 벌려 환영하듯 온몸으로 받아낸 순간의 행복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20년 가..

국내트레킹 2021.11.13

양주시 신암리에서 오른 감악산 - 2021년 10월 30일(토)

감악산 정상부의 하늘금은 파주시와 양주시의 경계선을 이룬다. 일반인들이 주로 찾는 감악산의 주등산로는 출렁다리와 법륜사에서 출발하는 파주시 지역에 속한다. 그동안 몇 차례 오른 적이 있는 감악산이지만 모두 파주시 방향에서만 올랐었다. 화악산, 운악산, 송악산, 감악산, 관악산을 경기 5악이라 하는데, 파주시 방향에서 오르면 감악산이 험준한 악산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양주시 신암리에서 하늘길 데크를 통해 임꺽정봉에 오른 감악산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산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감악산이 경기 5악에 속할 자격이 충분한 악산이라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신암저수지에서 숲길을 따라 선일재에 올라선 후 능선길을 따라 임꺽정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

국내트레킹 2021.10.31

북한산 소귀골의 단풍 - 2021년 10월 27일(수)

이틀 전 허리에 신경주사 치료를 받았다. 1년 전 오른쪽 부위에 한 방 맞은 이후로 두 번째다. 이번엔 왼쪽 부위에 맞았다. 허리 통증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으나 전반적인 몸상태가 회복되지 않았다. 목과 어깨에 담이 들어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일단은 산에서 길게 걷는 나만의 자연치료법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 평상시보다 두어 시간 일찍 퇴근해서 곧장 정릉계곡을 따라서 산에 들었다. 보국문까지 가는 동안 간간히 단풍이 보였지만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오후의 햇살이 가득 머물고 있는 등로 옆의 벤치에 앉아서 커피 한 잔과 함께 김기섭의 시집 을 펼쳐본 순간이 행복했다. 대동문을 거쳐 소귀골 계곡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단풍철에는 처음인 듯한 소귀골은 화려한 단풍의 경연장 같았다. 햇빛이 없..

국내트레킹 2021.10.28

남양주시 축령산과 서리산 - 2021년 10월 24일(일)

단풍철이면 북적이게 마련인 유명한 산들을 피하여 호젓한 가을산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남양주시에 있는 축령산과 서리산을 오랜만에 찾았다. 겨울철이면 천마지맥길을 자주 다녔던 때가 있었다. 마루금을 길게 걷는 도보산행에 재미를 붙였던 그 시절에 천마지맥에 속하는 주금산에서 곁가지로 뻗어내린 서리산과 축령산의 마루금을 이어서 걸었던 기억이 있다. 더웠던 어느 초여름날에 서리산에서 축령산으로 이어지는 임도처럼 넓은 산길에서 만났던 하얀나비들의 군무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함박눈이 날리는 것처럼 하늘을 수놓았던 하얀나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요절한 가수 김정호의 노래 를 들을 때면 무조건 반사처럼 떠오르곤 하는 영상이다. 축령산 휴양림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서리산을 먼저 오른 후, 축령산 정상을..

국내트레킹 2021.10.24

구곡폭포와 문배마을 - 2021년 10월 23일(토)

서울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하여 강촌으로 향했다. 북한강변이 가까워지자 주위가 온통 안개 속이었다. 유선대 암장에서 즐겁게 등반하기 위해서는 안개가 걷히고 햇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기다리는 동안 구곡폭포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강촌에 여러 차례 왔지만 정작 구곡폭포는 대학시절 이후에 처음으로 구경할 수 있었다. 겨울철에는 빙벽등반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상하게도 구곡폭포에서 등반할 기회는 그동안 잘 닿지 않았었다. 옛 추억을 더듬어 보면서 희미한 안개 속에 호젓한 숲길을 거닐었다. 문배마을까지 다녀오니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따스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국내트레킹 2021.10.24

명성산 - 2021년 10월 11일(월)

한글날의 대체공휴일인 월요일에 계획에 없던 명성산 산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이번 3일 간의 연휴 중 처음 이틀은 장마철 같이 비가 내렸다. 많은 비가 내려 야외 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일요일엔 출근해서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주말 이틀 동안 마음 먹었던 클라이밍을 하지 못하니 몸이 근질근질 했다. 자연암벽은 젖어 있을 것이기에 포천인공암벽장에서 열심히 매달려 볼 생각으로 아침 개장시간인 9시에 맞춰 도착했건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휴일이었다. 대안으로 워킹 산행이나 하기로 마음 먹고 즉흥적으로 결정한 곳이 바로 가을철 억새로 유명한 명성산이었다. 한북정맥과 철원평야 사이에서 장쾌한 눈맛을 선사하는 마루금을 걷는 게 좋아서 한적한 겨울철에 가끔 올랐던 명성산을 사람들이 붐비는 억새철에 간다는 게 썩 마..

국내트레킹 2021.10.12

강촌 '물깨말 산마루길'과 '밤나무 추억길' - 2021년 10월 9일(토)

한글날 이른 아침에 서울을 빠져나와 두 시간여 만에 강촌의 강선사 앞에 도착한다. 대체공휴일 지정으로 기분 좋은 3일 연휴의 시작일인데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간간히 이슬비마저 흩날린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비가 오지 않을 것이란 일기예보를 믿고 유선대 암장에서 등반할 계획으로 강촌에 왔는데 정작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날씨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니 불편한 현실이지만 빨리 받아들이기로 하고, 북한강 물줄기가 내려다보이는 데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에 하늘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산책길에 나서기로 작정한다. 그동안 유선대에서 암벽등반만 하느라 둘러보지 못했던 강촌의 '물깨말 산마루길'과 '밤나무 추억길' 코스를 따라서 천천히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코스 모두 춘천을 대표하는 둘레길인 '..

국내트레킹 2021.10.10

북한산 우중 산행 - 2021년 8월 21일(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호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빗줄기는 굵어졌다. 우산을 쓰고 산행하기엔 버거울 정도였다. 오랜만에 우비를 입고 세차게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산 등산로와 둘레길 이곳 저곳을 마음 내키는 대로 걸어 다녔다. 집을 나설 때까지 주중의 업무가 좀 과했던지 등에 담이 들어 불편했었는데 산길을 걸었더니 한결 나아졌다. 적당한 곳에서 산행을 멈추고 안전하게 비를 피하면서 장맛비처럼 퍼붓는 비를 구경하는 시원함과 재미를 만끽했다. 오후에 잠시 맑은 하늘이 드러난 순간 작은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풍성한 물줄기와 폭포를 발견하는 기쁨도 있었다. 하산주와 곁들인 족발은 그야말로 역대급 맛이었다.

국내트레킹 2021.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