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449

양주 불곡산 - 2022년 12월 24일(토)

연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최강 한파와 남부지방에 내린 폭설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에 마음이 아프다. 집 밖으로 나오기 싫은 귀차니즘을 어렵사리 떨쳐내고 평소 주말보다 늦은 아침 9시 즈음에 서울을 출발하여 가까운 양주의 불곡산으로 향한다. 동부간선도로를 지나면서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하얗게 변한 도봉산과 수락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아이젠을 챙기지 못한 걸 깨닫는다. 강추위에 대한 대비만 신경쓰느라 미처 눈산행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래도 스틱 하나는 들고 왔으니 일단은 산행에 나선 후에 여의치 않으면 곧바로 하산하자는 생각으로 양주별산대놀이마당에서 불곡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접어든다. 예전엔 아이젠이..

국내트레킹 2022.12.25

서울둘레길 3코스(강동-송파 25.6km) - 2022년 12월 17일(토)

서울둘레길 3코스는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에서 출발하여 광진교 위로 한강을 건너고, 강동구의 고덕산과 일자산, 송파구의 성내천과 장지천을 거쳐 탄천에 합류한 후, 강남구의 수서역에서 끝나는 장장 25.6 킬로미터에 이르는 도보길이다. 언젠가는 걸어봐야지 하고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강추위로 산행이 망설여진 이번 주말에 결행하게 되었다. 하루에 완주하겠다는 목표의식보다는 그저 편하게 걷다가 허리통증이 오거나 걷는 게 즐겁지 않을 때에는 언제든 도중에 그만두고 따뜻한 카페를 찾아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설레임과 지리적으로 환해지는 즐거움이 더해져서 그런지 서울둘레길 이정표인 주황색 리본을 따라서 걷다보니 별다른 어려움 없이 완주하게 되어 잔잔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우리..

북한산 칼바위 - 2022년 12월 10일(토)

경황 없이 보낸 12월 초순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11월 말일날 운명을 달리하신 장인어른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후 슬픈 마음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내 앞에 놓여진 일상을 분주하게 처리해야만 했다. 지난 2주간이 마치 이틀처럼 빠르게 흘렀다. 장례식을 치를 때부터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비로소 계절이 겨울임을 실감시켜 주었다. 모처럼 주말에 산에 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오늘처럼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는 것도 귀찮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곧바로 오를 수 있는 북한산이 있어서 감사했다. 칼바위 능선을 따라 산성주릉에 오른 후 구천계곡을 따라서 수유동으로 하산했다. 어느새 계곡엔 얼음이 얼어 있었다. 추운 겨울산에서도 양지바른 테라스에서 햇볕바라기 하면서 망중한을 보낸 그 순간이 소중했다. 모든..

국내트레킹 2022.12.12

단양 구담봉 - 2022년 11월 5일(토)

청풍호반의 절경 한가운데 자리한 숙소에서 좋은 음식, 좋은 술, 좋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매우 즐거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호수 위에 피어 오른 물안개의 몽환적인 풍경으로 시작한 오늘은 구담봉과 옥순봉에 다녀온 후 점심을 먹고 일찍 귀가하는 일정이다. 단양8경에 속하는 구담봉과 옥순봉은 아주 오래 전에 청풍호 유람선 위의 먼발치에서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절경을 감상했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 두 봉우리로 가는 산길이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후로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옥순봉과 구담봉이 갈라지는 삼거리까지는 그야말로 산책하기 좋은 유순한 길이었으나, 구담봉 정상까지 이르는 등산로는 매우 가파른 계단길의 연속이었다. 애초엔 옥순봉까지 다녀올 계획이었으나 시간 관계 상..

국내트레킹 2022.11.06

제천 자드락길 6코스(괴곡성벽길) - 2022년 11월 4일(금)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온 때는 내가 두 번째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2017년 11월이었다. 꿈만 같던 그 시절로부터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해발고도 4130미터에 자리한 ABC(Annapurna Base Camp)까지 이어진 트레일을 8박 9일 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걸었던 당시 멤버들의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들이 모아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남이 자유롭지 못 했던 코로나 공백기 이후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온 오늘 모임의 숙소는 옥순대교와 옥순봉 출렁다리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를 잡은 펜션이었다. 주위를 둘러싼 청풍호반의 수려한 풍광 하나만으로도 펜션은 더없이 좋은 휴식 공간이자 추억 속에 길이 남을 장소였다. 요즘 틈틈이 보고 있는 책 안에는..

국내트레킹 2022.11.06

남양주시 철마산 단풍 - 2022년 10월 15일(토)

지하철 4호선의 종점이 진접역까지 확장된 이후로는 처음으로 당고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를 통과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속하는 오남역에서 하차하여 오남저수지까지 1시간 여를 걸어서 이동했다. 도로변을 따라 이어지는 보도를 걸어야 하는 이 구간은 오남역 3번 출구에서 연계되는 버스를 이용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남저수지에서 복두산을 통해 천마지맥에 이르는 익숙한 등산로는 언제든 걷기 좋은 오솔길이다. 간간히 피어난 단풍을 구경하면서 철마산 정상에 올랐다. 천마지맥길 주변은 단풍과 함께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철마산에서 내마산으로 가는 길 중간에 점심을 먹고 광릉내의 신창아파트로 하산하는 능선을 따라서 내려왔다. 4킬로미터 가까이 길게 이어진 하산로의 초반부는 ..

국내트레킹 2022.10.18

북한산 산성주릉의 단풍 - 2022년 10월 14일(금)

틈만 나면 산길을 걷고 싶은 가을날이다. 금요일 오후 시간에 짬을 내어 익숙한 칼바위 능선길에 들었다. 칼바위 정상에서 산성주릉에 올라 대동문 방향으로 걸었다. 성벽길 주변에서 간간히 꽃처럼 피어난 단풍을 만날 수 있었고, 동장대 주변의 억새는 가을의 서정을 일깨워 주었다. 내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50K/100K'라는 산악마라톤(Ultra Trail Running) 대회가 진행된다는 표식이 보였다. 100 킬로미터에 이르는 전체 코스를 내 구미와 체력에 맞게 몇 구간으로 나누어 천천히 완주해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있겠지 싶었다. 용암문에서 도선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 것으로 산성길을 벗어났다. 명산인 북한산이 곁에 있어서 산행하기 더없이 좋은 가을날 오후를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

국내트레킹 2022.10.18

북한산-안산-서울불꽃축제 : 2022년 10월 8일(토)

산에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게 뻔할 정도로 청명한 가을 아침이다. 24절기 중 17번째 절기인 한로(寒露)답게 차가워진 공기가 신선함을 더해 준다. 한글날의 대체공휴일까지 3일 간의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이지만 내일부터는 일기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예보이다. 주중의 바빠진 업무로 인해 미처 암벽등반 약속을 잡지 못한 오늘은 산길을 오래 걸어 보기로 한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서 곧바로 칼바위 능선 끝자락을 타고 이어진 등산로에 접어든다. 아침 8시 즈음에 칼바위탐방안내소를 통과하여 중간에 한 번 쉬고 칼바위 정상의 테라스에서 커피타임을 갖는다. 저 멀리 용문산 너머의 가평 산군에 펼쳐진 운해가 이채롭다. 칼바위 정상에서 바라보는 삼각산과 도봉산의 봉우리들이 오늘 따라 유난히 선명하다. 산성주릉에 올라서서 보..

국내트레킹 2022.10.09

불암산과 수락산 둘레길 우중 산행 - 2022년 10월 3일(개천절)

시월의 서막을 알린 3일 간의 황금연휴 중 절반은 비가 내렸다. 어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을비는 개천절인 오늘 아침부터는 차분히 강수량을 늘려 나갔다. 집안에 들어 앉아 연휴의 남은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기가 아까웠다. 이른 아침에 간단히 행장을 꾸려 불암산으로 향했다. 제법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바람은 잠잠해서 우산 쓰고 둘레길을 걷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비를 피하면서 쉬어 갈 수 있는 정자가 둘레길 중간에 심심찮게 있었다. 정자에 앉아 빗줄기 구경하면서 커피와 차를 마셨던 순간들이 소중했다. 점심 무렵엔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불암산과 수락산 둘레길을 따라 도봉산 입구까지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중간에 하산했다. 빗소리 들으며 천천히 우산 쓰고 걸었던 4시간 즈음의 우중 산행을 ..

국내트레킹 2022.10.03

강촌 둘레길 - 2022년 9월 3일(토)

예상보다 힘겨웠던 조각상 릿지 등반을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강촌시가지로 내려와서 먹은 춘천닭갈비와 막국수의 맛은 일품이었다. 과식을 절제할 의지는 부족하여 식후 산책을 다녀온 후에 귀경하기로 했다. 강촌 주변엔 걷기 좋은 산책로가 즐비하다. 강촌테마랜드 주변을 둘러보다가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시냇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강변 산책로를 따르다가 구곡폭포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걸었다. 한적하기 그지 없는 숲길이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을 산책하는 시간이 더없이 평화로웠다. 돌아오는 길에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며 징검다리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여유로운 시간도 누려 보았다.

국내트레킹 2022.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