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425

북한산 칼바위 - 2022년 1월 29일(토)

주말 이틀을 포함한 5일간의 설날 연휴가 시작되었다. 예년 같으면 황금연휴라며 들떠있을 법한데, 다시 폭증하기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발생 현황이 운신의 폭을 좁게 한다. 고향집에는 설날 하루 전인 월요일에 내려가기로 하고 오늘은 집에서 곧바로 오를 수 있는 북한산의 칼바위 능선을 산책하듯 밟아보기로 한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쌀쌀한 날씨지만 겨울햇살이 아낌없이 쏟아지는 전망 좋은 테라스에서 한잔의 커피와 함께 보내는 순간의 기쁨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산이 곁에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트레킹 2022.01.30

가평 화악산 - 2022년 1월 22일(토)

가평의 화악산은 경기도 최고봉이고, 과천 관악산, 포천 운악산, 파주 감악산, 개성 송악산과 함께 경기5악으로 불린다. 공군기지가 들어서 있는 화악산 정상은 높이가 1468m로 기록되어 있으나, 현재는 정상 바로 옆의 중봉(1446m)까지만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다. 화악산은 오늘이 처음이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오르고 싶은 산이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그동안 나와 화악산의 인연은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등산로 초입에 이르기까지 집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한북정맥의 여러 봉우리에 올라 먼 발치에서도 정상에 공군기지가 있어 또렷히 구별되는 화악산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었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화악터널에서 이어진 군사도로를 따라 다녀오는 최단코스로 화악산..

국내트레킹 2022.01.23

제천 금수산 - 2022년 1월 15일(토)

새벽 6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해서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금수산 등산로 입구인 상천마을 주차장에 도착했다. 내려오는 길에 중앙고속도로의 치악휴게소에서 모닝커피와 함께 준비해 간 음식으로 차 속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금수산 등산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이웃 블로거님들의 산행기를 보면서 어느 코스를 선택할지 고민했었다. 단양의 상학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정상을 다녀오는 최단경로지만, 용담폭포와 수리바위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제천의 상천주차장을 초입으로 하는 코스가 내 마음에 더 끌렸다. 퇴계 선생이 비단을 수놓은 듯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이름지었다는 금수산은 과연 듣던 대로 풍광 좋은 명산이었다. 봄날처럼 포근하고 쾌청했던 날씨에 청풍호와 기암괴석의 절경이 어우러진 풍광을 만끽할 수 있었던 멋진 산행..

국내트레킹 2022.01.16

포천 청계산과 청계호수 - 2022년 1월 8일(토)

경기도에만 내가 아는 청계산이 3개 있다. 인기도 면에서 순서를 정하자면 서울 서초구와 과천에 걸쳐 있는 청계산, 한강기맥에 속하는 양평의 청계산, 한북정맥에 속하는 포천의 청계산일 것이다. 이 중에서 나는 양평의 청계산을 가장 많이 올라 보았다. 과천의 청계산은 한 번 올랐었고, 포천의 청계산은 오늘이 두 번째 행차이다. 지금까지도 생생히 뇌리에 남아 있는 2016년 봄의 포천 청계산 산행에서의 기억은 온 산을 쩌렁쩌렁 울리던 멧돼지 무리의 공포스런 울음소리로 가득하다. 두 멧돼지 가족의 영역 다툼으로 보였던 그들만의 전투는 마치 영화 속에서 본 공룡들의 싸움소리를 방불케 했었다. 그때 써 두었던 산행기를 다시 읽어보니 그날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라 미소를 머금게 된다. 2016년의 봄산행 때는 한북정맥..

국내트레킹 2022.01.09

한양도성 동편 순성길 - 2022년 1월 4일(화)

나이가 들어갈수록 모든 일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음력으로 쇠는 내 생일이 바로 오늘인데 이렇다 할 감흥은 없다. 아들과 딸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인 지난 주말에 집에서 조촐한 생일파티를 가진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도 생일날 일만 하긴 뭐해서 오전 일과를 마친 후에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랍시고 오후 시간엔 한양도성의 미답지를 둘러보는 도보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정릉동의 연구실을 나서서 성북동을 거쳐 서울과학고까지 걸어간 후에 경신고 울타리를 따라 이어지는 한양도성 순성길에 올라섰다. 혜화문, 낙산, 흥인지문(동대문), 광희문을 차례로 지나서 목멱산(남산)구간에 들어서기까지 그동안 밟아보지 않았던 부분이 퍼즐 맞추듯 이어지니 걷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남산구간은 이..

국내트레킹 2022.01.05

새해 첫 산행 - 북한산 상장능선과 둘레길 - 2022년 1월 2일(일)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눈산행을 기대했었다. 아파트 주변이 새벽에 내린 눈으로 하얗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행 출발지인 우이동 시가지 주변엔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북한산과 도봉산 정상부는 구름에 갇혀 있었다. 우이동에서 9시 즈음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여 서산에 노을이 질 때까지 8시간 동안 북한산의 품 안에서 길게 걸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상장능선을 밟아 보았다. 모든 게 새롭고 신선했다. 바위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소나무들의 자태가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다. 척박한 암릉에 굳건히 뿌리내린 소나무처럼 이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도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고, 건강을 위한 운동과 클라이밍에도 최선을 다하는 새해를 가꾸어 가자는 마음가짐을 다졌다. 산행 후반전은 ..

국내트레킹 2022.01.03

장성 백양사 - 2021년 12월 24일(금)

광주의 처갓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천안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장만한 아들집으로 가는 길에 장성 백양사에 들렀다. 장성호의 상류 지점에 위치한 백양사이기에 중간에 잠시 장성호국민관광지에 있는 임권택 감독의 시네마테크 주변도 둘러보았다. 단풍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명 관광지이지만 겨울날 찾은 백양사는 적막할 정도로 조용했다.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서 빛나고 있는 백학봉 아래의 약사암과 영천굴까지 다녀왔다. 약사암에서 햇볕바라기 하면서 내려다본 백양사의 전경이 평화로웠다. 내려오는 길에 백양사 경내의 찻집에서 마신 쌍화차의 깊은 맛이 기억에 남았다.

국내트레킹 2021.12.25

담양호 용마루길 - 2021년 12월 23일(목)

크리스마스를 앞둔 때라서 그런지 홀로 외로이 노년을 보내고 계시는 어머님과 장인어른을 찾아뵈야지 싶었다. 어느 정도 학기말 업무가 정리된 홀가분한 시점이라 잠시 짬을 낼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새벽길을 달려 나주의 고향집에 도착하여 어머님과 함께 점심까지 시간을 보내고, 오후엔 광주에서 홀로 살고 계시는 장인어른을 모시고 담양호의 용마루길을 산책했다. 편안한 여생을 즐기셔야 할 두 분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힘든 나날을 견디셔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자주 연락드리고 잠깐이나마 시간 날 때 찾아뵙는 도리 밖에는 없는 듯하다. 오후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걸을 수 있었던 용마루길은 어르신들 모시고 가족과 함께 산책하기엔 더없이 좋은 치유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트레킹 2021.12.25

북한산둘레길과 우이천변길 - 2021년 12월 18일(토)

맑은 하늘에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강추위로 아침을 시작한다. 국민들의 일상생활까지 통제하고 싶어하는 관공서는 오후엔 대설주의보까지 내릴 것이니 외출을 자제하라는 명령성 안전안내문자를 중복해서 발송한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니 가볍게 무시하기로 한다. 망설일 것 없이 동계 산행 채비를 철저히 갖추어 집밖으로 나온다. 북한산둘레길을 따르다가 칼바위능선길로 오른다. 손발이 시릴 정도로 추운 겨울날이지만 청명한 하늘아래 양지바른 테라스에서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온몸에 온기가 퍼진다. 이 순간 이 보다 더 값진 것을 상상할 수는 없다. 햇볕바라기와 커피의 온기로 따스해진 몸에 추위는 어느새 아득히 물러난다.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 순간 칼바위 정상 아래에서 처음 걸어보는 능선길로 하산한다. 4·19..

국내트레킹 2021.12.19

한양도성 따라 인왕산에서 남산까지 - 2021년 12월 16일(목)

'서울두드림길'은 서울시에서 지정한 도보 중심의 길을 통칭한 것으로 서울둘레길, 한양도성길, 근교산자락길, 한강/지천길, 생태문화길로 크게 구분된다. 인구밀도 높고 대규모 공원이 없는 서울에도 거주지 인근에 걷기 좋은 길이 풍부해졌다는 게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근자엔 각 둘레길을 스탬프 찍어가면서 완주하여 서울시장 명의의 완주인증서를 받는 이들도 많은 모양이다. 아직까지 완주인증서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나는 마음 내킬 때마다 서울두드림길 곳곳을 발길 닿는 대로 틈틈이 걷거나 산책했었다. 집과 직장에서 쉽게 닿을 수 있는 한양도성길 중 성곽이 보존되어 있는 구간은 대부분 밟아 보았다. 인왕산, 북악산(백악산), 낙산, 남산(목멱산)의 마루금을 따라 차례로 이어지는 한양도성은 지금까지도 잘 보전..

국내트레킹 202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