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425

도봉산 산길 10시간 걷기 - 2021년 2월 13일(토)

이번 설날 연휴엔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보고 싶은 가족과 친지들을 맘 놓고 만날 수 없다는 게 여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3주 전 평일에 잠시 짬을 내어 1박 2일 일정으로 어머니와 장인어른을 찾아뵙고 온 까닭에 서운함은 덜었지만 명절을 명절답게 보내지 못하는 답답함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서울에서 보내게 된 연휴 동안 산에 자주 가자는 계획을 세웠다. 본의 아니게 너무 많이 먹게 되어 건강을 해치는 누를 범하곤 하는 명절증후군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허리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체중 감량부터 하라는 실내암장 선배님의 조언을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요즘이다. 귀향하지 않았으니 적게 먹고 운동 많이 하자는 기본 원칙을 이번 설 연휴에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여..

국내트레킹 2021.02.14

지장산 습설 산행 - 2021년 2월 6일(토)

근래 들어 가장 힘겨운 산행이었다. 3일 전에 많은 눈이 내린 이후로 아무도 걸어간 흔적이 없는 등산로를 더듬어 길을 찾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물기 잔뜩 머금은 습설은 아이젠을 찬 발바닥에 떡처럼 들러붙어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 고역이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축구하듯 발을 앞으로 차고 눈을 털어 내면서 걷다보니 체력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산행을 계획했을 때만 해도 15km 남짓의 지장산 등산로가 아무리 험해도 7시간이면 넉넉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아침 9시 전에 첫 발걸음을 뗀 오늘의 산행은 주위가 어두워질 무렵인 6시 반 경에야 끝낼 수 있었다. 자그마치 9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 것이다. 겨울산은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던 교훈적인 산행이었다. 중리저..

국내트레킹 2021.02.07

북한산(칼바위-대동문-소귀골) - 2021년 1월 23일(토)

내일 빙벽등반 약속이 잡혀서 오늘은 집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쉴까 하다가 비 개인 뒤의 신선함에 이끌려 뒷산으로 향한다. 어느 산을 갈까 망설일 때 복잡한 생각 없이 발길을 옮길 수 있는 동네 뒷산이 있어서 다행이고, 그 산이 북한산이라서 더욱 좋다. 간밤에 봄비처럼 흠뻑 내린 비가 산하를 깨끗이 청소해 놓았다. 산행 코스도 고민하기 싫어서 익숙한 칼바위 능선과 대동문을 거쳐 소귀골로 하산한다. 스티브님과 함께 했던 새해 첫 산행코스와 비슷한 경로이다. 칼바위 정상에서 바라본 노적봉,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의 자태가 오늘따라 유난히 깨끗하게 보인다. 간밤의 비에 씻긴 바위 표면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우이동으로의 하산 코스로 소귀골 계곡은 진달래 능선보다 좋은 점이 많은 듯하다. 비 온 뒤의 신선함과 봄..

국내트레킹 2021.01.25

강촌의 산길 걷기(강선봉-검봉산-문배마을-봉화산) - 2021년 1월 16일(토)

이른 아침 애마에 몸을 싣고 서울을 벗어난다. 춘천시에 속하는 강촌역 주차장에 도착하여 애마를 쉬게 한다. 도로가 막히지 않으니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강촌에 올 땐 경춘선 전철을 이용했을 것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친구들과 놀러왔었고, 근자엔 삼악산 등산과 암벽등반을 위해 가끔 찾아왔던 강촌은 내게 익숙한 휴양지다. 이 곳의 신선한 아침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서울 생활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기분이다. 예전에 발목골절 수술 후의 재활산행을 목적으로 공기 좋은 경춘선과 중앙선 전철 주변의 여러 육산을 연계해서 길게 걸었던 적이 있다. 그때 굴봉산역과 강촌역 사이를 잇는 산길을 몇 차례 오갔었고, 그 코스 중간 갈림길에서 벗어난 문배마을과 ..

국내트레킹 2021.01.17

도봉산 주변길 걷기(우이령길-사패산-백석천-중랑천-도봉산역) - 2021년 1월 13일(수)

어제는 오후에 함박눈이 내렸다. 재택근무를 한답시고 하루종일 문지방을 넘지 못했다. 따뜻한 아파트 거실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발을 구경만 했다. 오늘 아침엔 밖으로 나가서 눈길을 오래 걷고 싶었다. 방학 중에는 대체로 일정이 자유로우니 아무리 바빠도 주중에 하루는 짬을 내어 산에 가리란 마음 속의 계획을 실천하고도 싶었다. 우이령길을 통해 교현리로 넘어가서 원각사에서 사패산에 오르고, 안골에서부터 백석천과 중랑천의 산책로를 따라서 도봉산역까지 8시간 30분을 꾸준히 걷는 것으로 마음 먹은 바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땅콩카라멜과 파워젤을 간간히 먹으면서 걸으니 한결 피로가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 걸을 땐 행동식으로 에너지를 적절히 공급해 주는 게 좋다는 사실도 실험해 볼 수 있..

국내트레킹 2021.01.14

양주시 불곡산 둘레길 - 2021년 1월 9일(토)

북극한파라고 한다. 오늘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4도를 가리키고 있다. 어제는 영하 17도를 기록했다. TV 속의 일기예보는 내가 마음 먹었던 토요 산행을 망설이게 할 정도로 외출을 자제하라는 위협성 멘트를 동반한다. 여기에 굴하지 않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서서 애마를 타고 45분 만에 양주별산대놀이 주차장에 도착한다. 3년 전 추운 겨울날에 불곡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았던 순간이 아직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는 전철을 타고 와 양주역에서부터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약 15km 거리를 걸었다. 오늘은 차를 가져왔으니 온전히 둘레길 13.3km만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원점회귀 코스를 걷기로 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둘레길 중에서 하룻 동안 산 하나를 완벽하게 돌 수 있는 길은 드물지 싶다. 불곡산 ..

국내트레킹 2021.01.10

북한산(칼바위-백운대-영봉-우이천) - 2021년 1월 6일(수)

새해를 맞이하여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 한 번은 다녀오고 싶었다. 주말과 휴일엔 백운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부러 피하기 마련이다. 주중에 오른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북극 한파가 몰려온다는 일기예보에 오늘 산행을 잠시 망설였지만 기왕 마음 먹은 것이니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아침 9시에 집을 나서서 곧바로 칼바위 능선에 들어선다. 평일이니 주등산로가 한적하다. 영하 11도의 아침기온이지만 햇살 밝고 차가운 바람 없으니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다. 칼바위 정상의 쉼터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산성주릉을 따라 여유롭게 걷는다. 대동문, 동장대, 용암문, 봉암문(위문)을 차례로 거쳐서 백운대 정상을 밟는다. 실로 오랜만에 와보는 백운대다. 시간은 오후 1시 반이다. 백운대 일원의 쉼터가 마땅..

국내트레킹 2021.01.07

북한산(칼바위-대동문-소귀골) - 2021년 1월 1일(금)

신축년 새해 첫 산행으로 북한산 칼바위에 올랐다. 허선생님이 운영하시는 Daum 카페 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친숙해진 스티브님과 처음으로 만나서 신년 산행을 함께 했다. 카페의 댓글을 통해서 이미 서로 교감을 나눈 때문인지 초면인데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직장 일로 대구에 거주하고 계시는 스티브님께서 신년연휴를 서울 자택에서 보낼 예정이며, 가능하면 나와 같이 칼바위 능선 산행을 하고 싶다는 댓글을 며칠 전에 에 남기셨다. 나로서는 영광스런 일이 아닐 수 없어서 흔쾌히 일정을 약속하여 새해 첫날 가슴 설레이는 우리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첫 접선은 아침 9시 즈음 우리 집앞의 솔샘터널 버스정류장에서 이루어졌다. 보자마자 서로를 알아본 우리는 곧바로 칼바위 능선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들어섰다. 우..

국내트레킹 2021.01.01

운악산 백호능선에서 청룡능선으로 - 2020년 12월 26일(토)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을 집에서 조용히 보내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연일 천 명을 넘나드는 3차 대유행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멀리 가지 못하는 관계로 크리스마스 날 오후에 집 근처의 북한산으로 산책을 나가봤지만 평소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몰린 탓에 신경이 쓰였다. 한적한 산길을 오래 걷고 싶은 마음에 오늘은 아침 이른 시각에 집을 나선다. 공장을 다녀와서 말끔해진 애마를 타고 가평군의 운악산 현등사 입구로 향한다. 그동안 무심했던 내차를 좀 더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꼭 그 존재감을 표현하기 마련이다. 자가용 차가 있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이렇듯 쉽게 이동할 수 있으니 ..

국내트레킹 2020.12.27

북한산(정릉계곡-영취사-대성문-보국문-칼바위)-2020년 12월 23일(수)

오늘부터는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전면 금지된다. 연말연시의 각종 모임으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가장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021년 1월 3일까지 시행되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통제사회 속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휘두르는 어설프고 사려깊지 못한 정책이 선량한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어제 저녁에는 한 해 동안 등반을 함께 했던 악우들 네 명이 뒷풀이 장소로 애용하던 우이동의 작은 식당에 모여서 조촐한 송년회를 가졌다.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시책을 따른다는 명목 하에 오늘은 출근하지 않았다. 오전에 집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처리를 끝내고 점심 후에 집을 나섰다. 산객들이 많아서 평소엔 잘 선택하지 않던 북한산의 주등산로를 평일인 만큼 부담없..

국내트레킹 202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