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북한산과 도봉산의 만추 - 2021년 11월 12(금), 13일(토)

빌레이 2021. 11. 13. 20:18

매년 11월은 몹시 바쁘다. 그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한주간을 보냈다.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 애쓰던 야근도 해야 했다. 금요일 오후엔 갑갑한 연구실을 탈출하여 일부러 북한산의 산길을 돌고 돌아서 퇴근했다. 정릉계곡에서 내원사를 거쳐 칼바위능선길을 따라 집으로 왔다. 한적한 산길을 걸으니 답답한 마음이 좀 달래지는 듯했다. 플라스틱 구슬처럼 빛나는 보라색의 작살나무 열매들이 산길 주변에 유난히 많았다. 쌀쌀한 바람 속이었지만 맑은 공기로 폐부를 정화시키면서 산길을 걸어서 퇴근할 수 있다는 게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토요일엔 도봉산에 올랐다. 우이남능선의 테라스에서 맞이한 따스한 햇볕을 두 팔 벌려 환영하듯 온몸으로 받아낸 순간의 행복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이능선에 오를 때마다 미리 예약해 둔 카페의 내 전용 좌석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테라스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값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우이암에서 암벽등반을 준비하는 클라이머들을 구경하면서도 전혀 부럽지가 않았다. 제법 차가운 산바람을 이겨내면서 바위와 한판 씨름하는 것도 좋겠지만, 오늘만은 산길을 여유롭게 걷고 싶었다. 보문능선으로 하산하여 아직까지 단풍이 남아 있는 도봉산 둘레길을 걸었다. 정의공주의 묘 부근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은 만두전골 맛이 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