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425

도봉산(우이능선-오봉-송추폭포) - 2022년 6월 25일(토)

아파트 리모델링 기간 동안 갑자기 악성림프종이라는 암 진단을 받으신 장인어른을 다시 입주한 직후부터 우리집에 모시기로 했다. 치료 받을 병원도 가깝고 자식들 집 중에서는 당신께서 가장 맘 편히 투병 생활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나마 새롭게 단장한 집에 모실 수 있게 되어 다행이지 싶지만, 연로하신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 아내의 고충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운 한 주간이었다. 입주 후의 집안 정리도 끝날 줄 모르는 일이어서 이제 겨우 서재의 책 정리를 일단락 지었을 뿐이다. 이래저래 심신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동안 나에게 남는 건 목과 허리의 통증이었다. 어제 오늘은 장마가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장마철 특유의 습도 높고 불쾌지수 높은 날씨다. 목디스크로 인한 통증이 좀처..

국내트레킹 2022.06.25

북한산 칼바위-산성주릉-위문-영봉-육모정고개 (2022년 6월 19일(일))

차라리 소나기라도 시원하게 퍼부었으면 좋겠다싶게 하루종일 잔뜩 흐리기만한 날씨가 지속되었다. 집 근처의 둘레길에서 시작한 산행은 칼바위능선에 올라선 후 구름 속에 잠겨서 시야가 답답한 칼바위 정상을 지나 산성주릉을 따라 이어졌다. 용암문 직전의 대피소에서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주말의 산객들로 붐비는 구간인 용암문부터 위문, 백운산장, 하루재까지는 쉼 없이 진행하다가 영봉 정상에서야 비로소 한가한 휴식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팔부능선에서는 안개비가 날리고 습도 높은 후텁지근한 날씨 탓인지 영봉 정상에서 영접한 아이스바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겨울에만 사용하던 보온병 속에 얼음과 함께 채워서 가져온 아이스바는 냉동실에서 갓 꺼낸 듯 단단했다. 상장능선을 따라 육모정 고개에서 우이동으로 천천히 하산했다. 엄..

국내트레킹 2022.06.19

서울둘레길 5코스(관악산-호암산 둘레길) - 2022년 6월 11일(토)

사당역에서 출발하여 석수역까지 이어지는 13km 거리의 서울둘레길 5코스를 걸어보기로 한다. 4주째로 접어드는 호텔 생활로 인해 일상의 리듬이 깨진 요즘엔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오후에 소나기 예보도 있어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암벽등반은 오늘 쉬기로 했다. 그 대안으로 오랜만에 용산의 호텔에서 가까운 관악산의 숲길을 편한 마음으로 걷고 싶었던 것이다. 관악산에서 삼성산과 호암산 둘레길이 차례로 연결된 서울둘레길 5코스의 완만한 숲길을 여섯 시간 가까이 쉬엄쉬엄 걸었다. 벌써 한여름처럼 무더운 날씨였으나 울창한 녹음이 짙어져 그늘진 숲길은 생각보다 시원하고 상쾌했다. 걷는 동안 코로나 걱정일랑 전혀 없었던 2019년 2월에 서울둘레길 4코스를 수서역에서 출발하여 오늘의 출발지인 사당역에 도착하는 1..

북한산 칼바위에서 소귀천 계곡으로 - 2022년 5월 13일(금)

몸이 안 좋다 싶으면 발걸음은 자연스레 산으로 향하게 된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학생들이 등교하여 모처럼 캠퍼스엔 활기가 넘쳤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해오던 내 강의도 모두 대면수업으로 전환되었다. 마치 새롭게 개강을 한 듯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나도 몰래 과로를 했던 모양인지 금요일이 되니 몸은 축 늘어졌다. 몸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 오후 시간에 집 뒤로 이어지는 북한산 칼바위 능선을 올랐다. 둘레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아카시아꽃 향기가 온 산을 뒤덮고 있었다. 계속 맡아도 전혀 질리지 않는 자연의 꽃향기는 최고급 향수가 부럽지 않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다는 꼬마자동차 붕붕처럼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다. 칼바위 정상부의 테라스에서 보낸 망중한은 효과 만점의 피로회복제였다. 무릎 뒷쪽의 슬..

국내트레킹 2022.05.15

서울 남산 벚꽃길 산책 - 2022년 4월 10일(일)

집안에서 머물기엔 너무 화창한 봄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점심 직후에 아내와 함께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단지 안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벚꽃놀이는 충분하다 싶었지만, 나온 김에 즉흥적으로 남산에 가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충무로역에서 내려 남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2번 시내버스로 갈아탔다. 언제부턴가 오르막길을 힘겨워 하는 아내를 위해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산책코스를 생각해낸 것이었다. 화려하게 만개한 벚꽃이 이어진 남산 순환로를 따라 정상에서 필동으로 내려오는 2시간 남짓의 도보여행은 아내도 즐겁게 동행할 수 있었기에 더욱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국내트레킹 2022.04.10

봄비 개인 날 오후의 산책 - 2022년 3월 26일(토)

어젯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렸다. 제주도에선 물난리를 걱정할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다행히 서울에 내린 봄비는 그야말로 봄비다운 봄비였다. 점심 후에 집을 나서서 오패산 데크길, 우이천변길, 초안산 능선길을 연결하여 꽤나 먼 거리를 돌아서 다시 우이천변길로 접어들어 수유동에서 오늘의 도보여행을 마쳤다. 매화와 산수유꽃은 대부분 피어났고, 진달래꽃은 꽃봉오리를 머금은 상태였다. 개나리꽃과 수양버들도 제 색깔로 갈아입을 준비를 이미 끝낸 모양새였다. 배나무 과수원이 있던 자리에 새롭게 들어선 초안산의 하늘꽃정원에 꽃들이 만발하고 우이천변에 벚꽃이 만개할 즈음에 다시 한 번 이 코스를 걸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트레킹 2022.03.28

함박눈 속의 둘레길 - 2022년 3월 19일(토)

새벽부터 함박눈이 내렸다. 아침에 집밖으로 나와 북한산둘레길을 걸었다. 주변이 온통 하얀 나라로 변해 있었다. 형형색색의 봄꽃이 피어야 할 때인데, 벚꽃보다 더 화려한 눈꽃이 피었다. 낮부터 눈은 서서히 진눈깨비와 비로 변해갔다. 눈비를 맞으며 걷다가 올봄 들어 처음으로 진달래꽃을 만났다. 겨울은 봄에게 시절을 양보하기 싫어 때늦은 함박눈을 뿌려대는 것으로 심술을 부렸던 모양이지만, 어김없이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눈 속에 외로이 피어난 진달래꽃은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알려주는 전령 같았다. 오후 늦은 시간 귀가길의 아파트 화단에서는 노오란 산수유꽃이 반겨주었다. 봄은 이렇게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불현듯 찾아들 것이다.

국내트레킹 2022.03.19

도봉주릉 종주 - 2022년 3월 12일(토)

내 몸이 힘겨워 하고 있다는 신호를 목디스크 통증으로부터 감지했다. 지난 수요일, 대통령선거일에 유선대 암장에서 하루종일 너무 열심히 매달렸던 모양이다. 다음 날 곧바로 출근하느라 이렇다 할 휴식을 취할 겨를이 없었다. 자연스런 노화 현상의 하나인지 누적된 피로감은 등반 하루가 지난 금요일 아침에서야 뒤늦게 찾아왔다. 목덜미 근육이 경직되어 고개를 들 때마다 통증이 심해서 얼굴을 찡그릴 수 밖에 없었다. 개강 직후부터 쉼 없이 몸을 혹사시켰다는 반성을 해 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예정된 강의 녹화를 거를 수는 없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할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일을 마친 후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고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니 어느 정도 살 것 같았다. 이번 주말엔 무리하지 않고 암벽등반은 쉬기로 했다...

국내트레킹 2022.03.13

감악산 숲길 - 2022년 3월 1일(화)

삼일절이자 3월의 첫날인 오늘은 새벽부터 아침까지 봄비가 내렸다. 이미 약속된 등반을 위해 장비를 챙겨서 파주의 거인암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 중간에도 이슬비는 간간히 흩뿌렸다. 이런 날씨에 암벽등반은 무리일 듯하여 거인암장 도착 전에 위치한 신암저수지에 주차하고 감악산 숲길을 걷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3개월 전인 작년 12월 초에 20km가 넘는 거리의 감악산 둘레길 순환코스를 완보하면서 봐 두었던 트레일이 바로 감악산 숲길이다. 숲길 안내도를 보고 신암저수지, 원당저수지, 봉암저수지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라운드 코스를 택했다. 자욱한 아침안개 속에서 신암저수지를 출발하여 선일재를 넘어 원당저수지 윗마을인 폭포동을 거쳐 봉암저수지와 맞닿아 있는 초록지기마을에 도착했다. 길이 헷갈릴 수 있는 갈림..

국내트레킹 2022.03.02

수락산 - 2022년 2월 26일(토)

오후 늦게 비가 온다는 예보다.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 아래서 암벽등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수락산에 오르기로 한다. 산행 약속이 없었다면 집 밖으로 나오기 싫을 정도로 몸은 날씨만큼이나 찌뿌듯하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걷고 싶어서 남양주시 청학리에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무허가 건물들이 철거되고 계곡 주변을 새롭게 정비하는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인 초입을 지나 마당바위에서 사기막고개로 접어든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 서두를 것 없는 길인지라 산행 초반부터 사기막고개 아래에 있는 벤치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내원암장의 대슬랩을 왼편에 두고 오르는데 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세차지만 그리 차갑지는 않다. 겨울바람과 봄바람의 중간 느낌이다. 우수는 지났고 일주일..

국내트레킹 2022.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