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425

북한산 칼바위에서 정릉계곡으로 - 2021년 8월 7일(토)

계절과 시간의 흐름처럼 어김 없는 것이 있을까? 아직도 한낮엔 폭염이 지속되고 있지만 어느덧 입추가 되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바람이 서늘하여 오늘이 입추란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어프로치가 길었던 설악산 등반의 후유증인지 경미한 허리통증이 감지되어 암벽등반은 쉬기로 했다. 가볍게 챙겨서 북한산 둘레길로 접어든 후 칼바위 능선 동쪽의 허리길을 따라 발길 닿는 대로 유유자적하며 그늘진 숲길을 걸었다. 적당한 쉼터를 만나면 쉬어 가고 전망 좋은 곳에서는 시원한 바람 맞으며 뭉개구름 피어 오르는 하늘과 그 아래에 놓인 산줄기의 풍광을 즐겼다. 새로 산 릿지화의 성능을 테스트 한다는 명목으로 쉬운 볼더링도 해봤다. 칼바위 정상부의 전용 쉼터를 들러 산성길에서 대성문을 통과하여 정릉계곡으로 하산했다. 냉..

국내트레킹 2021.08.07

북한산 형제봉 능선 - 2021년 7월 3일(토)

오후부터 본격적인 장맛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다. 오전엔 대학입시 관련 업무 차 출근해야 했다. 업무가 끝난 직후에 대학에서 제공해준 점심도시락을 미리 준비해 둔 배낭에 챙겨서 곧장 북한산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찾아간 까닭에 접근로마저 생소한 테라스의 노송 아래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녹음 짙은 숲과 확트인 전망이 함께 한 덕인지 도시락 속의 샌드위치와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형제봉 능선을 따라서 대성문에 도착할 때까지는 비가 잘 참아주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성문 안쪽의 벤치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보온병 속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이 행복했다. 산성주릉을 따라 보국문을 거쳐 대동문에 이르자 서서히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성벽 안쪽의 등산로 주변에서 싱그러운 들꽃들이 간간히 반겨주었다..

국내트레킹 2021.07.04

인왕산과 안산 자락길 - 2021년 7월 1일(목)

서울의 날씨가 이번 주 초 3일 동안은 꼭 동남아시아 같았다. 매일 내리던 소나기는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에서 겪었던 스콜처럼 맹렬히 쏟아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뚝 그쳤다. 7월의 첫날이자 목요일인 오늘은 모처럼 소나기 예보가 없는 날이다. 지난 주까지 한 학기를 무사히 잘 마무리지었다. 이번 주부터는 여름방학이라지만, 본격적으로 매진해야 할 연구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다음 학기를 위한 강의 준비도 지금부터 신경써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피곤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한 박자 쉬어가기로 한다. 어제는 실내암장에서 가장 경사각이 쎈 벽의 지구력 문제를 처음으로 완등했다. 그동안 꾸준히 운동한 보상으로 상반기의 마지막 날을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개운함을 맛보았다. 그 여운을 즐기기 위해 오늘은 암장..

국내트레킹 2021.07.01

감악산과 파평산 - 2021년 6월 26일(토)

이른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린다. 거인암장에서 등반하기로 한 계획을 수정하여 플랜B를 가동하기로 한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동안 먼저 감악산 정상까지 우중산행을 다녀온다. 빗줄기는 정오가 지났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비가 내리고 있는 중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잠시 둘러본 거인암장의 사정도 등반을 하기엔 여의치가 않다. 파평산 체육공원으로 이동하여 늦은 점심을 먹은 후에 파평산 정상까지 여유로운 산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오후 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실내암장에서 같이 운동하던 기철씨와 일본인 대학원생인 코헤이씨가 처음으로 동행한 산행에서 즐겁고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비록 계획했던 암벽등반을 하지는 못했지만 날씨에 순응하여 우중산행을 다녀옴으로써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트레킹 2021.06.28

남한산성 한 바퀴 돌기 - 2021년 5월 22일(토)

화창한 날씨에 남한산성의 불당리에 있는 범굴암에서 암벽등반을 즐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암장에 도착했을 때 바위는 간밤에 내린 비로 젖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쉬운 루트라도 올라볼 생각으로 장비를 착용하려는데 내 안전벨트가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짐을 꾸릴 때 나도 몰래 빠트렸던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잠시 나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으나, 이내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이니 암벽등반은 깨끗이 포기하고, 기분 전환한다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남한산성길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로는 처음 걸어본 남한산성은 예상보다 훨씬 멋진 트레일이었다. 북문에서 시작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성벽길을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북문으로 오는 데에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성벽..

국내트레킹 2021.05.22

꽃향기 가득했던 북한산 산행 - 2021년 5월 15일(토)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대면수업을 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스승의 날은 이제 그 형식조차 사그라들고 있는 듯하다. 내가 학생 시절이었던 과거의 스승의 날 행사는 좀 과한 면이 없지 않았다. 강단에 선 이후로도 부자연스런 스승의 날 행사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어색했었다. 그래서 올해의 스승의 날이 조용히 넘어가는 게 오히려 홀가분하고 편한 마음이다. 그래도 이 즈음이면 자연스레 나와 얽힌 사제지간의 정을 떠올리게 된다. 그제는 졸업해서 어엿한 직장에 취업한 제자들이 찾아와서 정담을 나누는 기쁨을 누렸고, 어제는 전화 상으로나마 은퇴하신 은사님의 근황을 여쭐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어느 누구의 선생으로 불리기엔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한 점 투성이지만, 스승의 날이니 만큼 내게 주어진 소명이나마..

국내트레킹 2021.05.15

북한산둘레길과 북악하늘길 - 2021년 5월 1일(토)

푸른 오월의 첫 날이자 첫 주말에 봄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모처럼 우중산행이나마 길게 해보자는 마음을 먹는다. 암벽등반은 내일 날씨가 화창하게 개일 것을 기대하면서 하루 미루기로 한다.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하여 좀 서두르기로 한다. 이른 아침 7시에 집을 나선다. 북한산둘레길을 따라서 화계사까지 걷다가 칼바위 능선을 향해 오른다. 삼성암 위의 전망바위에서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오늘의 산행 경로를 대충 그려본다. 최근 3개월 동안 허리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시작한 체중 조절에 성공하여 몸무게가 근 10kg이 줄었다. 허리 둘레도 2~3 인치가 줄어서 등반용 안전벨트를 새로 장만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모처럼 종로5가에 있는 등반장비점까지 도보로 가보자는 계획을 즉흥적으로 세운다..

국내트레킹 2021.05.01

북한산 봄꽃 산행 - 2021년 4월 2일(금)

아침부터 몸이 축 늘어진다. 무엇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오늘 하루는 쉬기로 한다. 학기초부터 별다른 여유 시간 없이 달려온 탓에 좀 지친 모양이다. 집안에 가만히 있으면 갑갑할 듯하여 간단히 여장을 꾸려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온다. 어제까지 해야할 강의녹화는 모두 마쳤고, 오늘은 다행히 특별한 일정이 없다. 이번 주말에도 비가 온다고 하니 금요일인 오늘 산에 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란 생각에서 피곤한 몸인데도 밖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사전투표 첫날이니 정릉천변의 동사무소에서 투표하고 보국문을 향해서 북한산에 들기로 한다. 정릉계곡을 따라서 보국문으로 이어지는 등로 주변엔 노랑제비꽃들이 한창이다. 가끔가다가 흰색과 보라색 제비꽃도 보인다. 산성길에서 칼바위 능선으로 내려..

국내트레킹 2021.04.02

봄비 속의 북한산 - 2021년 3월 20일(토)

봄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토요일에 주로 하던 암벽등반을 하루 늦추기로 한다. 그 대신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의 산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걸으면서 봄마중을 나가 보기로 한다. 아침 8시 반 경에 집에서 이어지는 북한산둘레길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봄꽃들이 반겨준다. 매화, 산수유꽃, 개나리꽃이 차례로 나타나 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산허리길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우산을 써야할 정도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위 사면이 봄비에 젖는 것을 바라보면서 인적이 드문 오솔길을 따라 걷는 동안 노란 생강나무꽃이 심심찮게 반겨준다. 해마다 산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봄의 전령사이건만 생강나무꽃은 화려한 개나리나 진달래꽃에 비하여 그 존재감이 큰 봄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봄비를 머금은 생강나무꽃이 ..

국내트레킹 2021.03.20

무의도 호룡곡산 - 2021년 3월 13일(토)

하나개 암장에서의 등반을 마치고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산책하듯 호룡곡산 정상을 다녀왔다. 해벽 아래로 바닷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시간인 오후 3시 즈음에 등반을 마무리 하고, 그냥 집으로 귀환하자니 남는 낮시간이 아까웠다. 그동안 암장에서 등반만 하고 정작 호룡곡산 정상엔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호룡곡산의 등산로를 따라 두 발로 걸어서 몸소 정상을 밟아본 후에야 비로소 무의도라는 섬 전체의 지형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산에는 진달래가 피어나고 길가엔 버들강아지가 무성했다. 비록 햇살 가득한 날은 아니었지만 봄기운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었던 호령곡산 산행이었다.

국내트레킹 2021.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