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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7] Vernal Falls & Nevada Falls Trail

우리는 캠프4에서 7박 8일을 머물렀다. 체크아웃 전날이자 요세미티 밸리에서 등반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던 7월 6일, 토요일 오전에 '글래이시어 포인트 에이프런(Glacier Point Apron)' 사이트를 찾았으나, 너무 더운 날씨에 바위가 땡볕에 온전히 노출된 상태여서 등반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우리는 어프로치 하던 길에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버널(Vernal) 폭포와 네바다(Nevada) 폭포를 다녀오는 트레일을 하이킹하기로 했다. 이 코스를 여러 차례 다녀오신 윤선생님은 밸리에 남아서 개인적인 일정을 갖기로 하시고, 이성인 선배님을 포함한 6명이 함께 하이킹에 나섰다. 버널 폭포를 거쳐 네바다 폭포 정상까지 이어지는 제법 가파른 산길이지만 워낙 유명한 트레일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6] Yosemite Valley Loop & Four Mile Trail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로 공휴일이다. 이 날은 우리팀에게도 휴식일이었다. 이번 요세미티 원정 등반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대망의 엘캐피탄 '이스트 버트레스' 등반을 15시간에 걸친 대장정 끝에 성공리에 완등한 다음날의 피로를 풀기 위함이었다. 다들 평소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요세미티에 머무는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침을 사먹게 되었다. 캠프4에서 가까운 요세미티 밸리 롯지(Yosemite Valley Lodge)에 자리한 카페테리아 식당인 베이스캠프 이터리(Basecamp Eatery)에서 사먹은 호텔식 조식이었다. 어제 하루 등반을 쉬었던 지선씨가 등반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캠프4에 귀환한 5명의 대원들을 위해 정성스레 차려 주었던 김치볶음밥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YB 친구들과 함께..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5] El Capitan, 'East Buttress'

엘캐피탄(El Capitan)은 요세미티 계곡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장엄하고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거벽(big wall)이다. 엘캐피탄 수직 절벽의 높이는 9백 미터가 넘고 정상의 해발고도는 2,308 미터에 이른다. 스페인어 '엘까피딴(El Capitán)'을 영어로 옮기면 'The Captain'이니 우리말로는 '장군봉'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 이름에 걸맞게 엘캐피탄은 현대 암벽등반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거벽등반의 성지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암벽등반 장비가 엘캐피탄을 비롯한 요세미티의 암벽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스티브 로퍼가 쓴 책인 의 내용을 빌리자면, 1958년 11월 12일, 워렌하딩(Warren Har..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4] Church Bowl

요세미티 빌리지와 아와니(Ahwahnee) 호텔 사이에 위치한 처치보울(Church Bowl) 사이트는 요세미티 밸리에서 그 어느 곳보다 접근이 용이한 사이트이다. 드넓은 아와니 초원(Ahwahnee Meadow) 가장자리에 조성되어 있는 소풍 장소(Church Bowl Picnic Area)의 주차장 바로 옆에 암벽이 펼쳐져 있다. 우리팀은 7월 2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처치보울 사이트에서 등반했다. 7월 2일엔 총 3피치인 'Bishop's Terrace (5.8*****)'를 오른 후에 다음 날 도전할 엘캐피탄 이스트버트레스 등반을 준비했다. 7월 5일엔 글래시어포인트 에이프런(Glacier Point Apron) 사이트에서 등반할 계획이었으나, 커리빌리지 입구에서 자동차 진입을 금지시키는 바..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3] Manure Pile Buttress, 'Nutcracker'

요세미티 밸리의 캠프4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한 다음 날은 7월 1일이었다. 우리는 7월의 첫날, 요세미티에서의 첫 번째 등반지로 머뉴어파일버트레스(Manure Pile Buttress) 사이트의 멀티피치 루트인 '너트크랙커(Nutcracker)'를 찾았다. 주차장에서 평지를 걸어 5분 이내에 루트 출발점 앞에 도착할 정도로 짧은 어프로치 덕택인지 '너트크랙커' 루트는 요세미티 밸리에서도 별점 5개의 높은 인기도를 자랑하는 등반지이다. '머뉴어파일(manure pile)'은 '두엄 더미'를 일컫는데, 멀리서 보는 바위의 형태가 어릴적 고향집 담장 앞에 쌓여 있던 퇴비 무더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새 때문인 듯했다. '버트레스(buttress)'는 성당 건축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벽을 지지해 주는 부벽을 의미하는..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2]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성

오웬스리버고쥐에서 등반을 마치고 크롤리레이크 캠핑장에 돌아와 보니 지선씨와 아란씨가 사용했던 기영형 소유의 MSR 텐트는 바람에 날아가버렸고, 내 텐트도 팩이 뽑힌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텐트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진 탓에 간밤엔 남자들 4명이 윤선생님의 텐트에서 함께 낑겨 자고, 두 여자들은 내 텐트를 이용했다. 일요일인 6월 30일 아침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 중간에 맘모스타운의 장비점에 들러 새 텐트를 구입했다. 기영형을 비롯한 모든 멤버가 텐트 실종 사건을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한 것에 마음이 놓였다.  우리는 모노호수(Mono lake)가 내려다보이는 리바이닝(Lee Vining) 나들목에서 티오가패스(Tioga pass) 입구를 거쳐..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1] Owen's River Gorge

밸리(valley, 계곡)와 캐니언(canyon, 협곡)을 구분짓는 기준은 갈라진 골짜기의 폭(가로 길이)과 깊이(세로 길이) 중 어느 것이 더 큰가에 있다. 깊이보다 폭이 더 크면 밸리, 그 반대인 경우는 캐니언이라 한다. 고쥐(gorge)는 캐니언 중에서도 목구멍(throat)처럼 특별히 폭이 좁은 지형을 일컫는다.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윤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깨알 상식이다. '2024 요세미티 원정대'의 첫 번째 등반지는 오웬스리버고쥐(Owen's river gorge)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인 오웬스리버고쥐를 처음 본 순간 비로소 미국땅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 아래에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벌판에 마치 지진으로 땅이 갈라진 것처럼 움푹..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프롤로그] 카르페 디엠(Carpe diem)

암벽등반이 내 인생에 들어온 이후로 요세미티 원정 등반은 마음 한구석에 또아리를 튼 채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던 소망이었다. 언젠가는 현실로 다가올 그날을 상상하면서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의 암벽등반지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첫 안식년 기간이던 2010년 6월에 나홀로 유럽알프스 트레킹을 다녀온 직후, 등산학교에서 암벽과 빙벽등반을 배웠다. 하지만 이듬해 등반 중 불의의 발목 골절상을 당하고 말았다. 수술 후 재활에 매진하던 시기인 2011년 8월에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미국 UCSB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는 출장길에 올랐었다. 출장 일정을 마치고 휴가를 내어 동료교수들과 함께 2박 3일 동안 요세미티 국립공원 일대를 자동차로 샅샅이 훑고 다녔다. 요세미티의 절경을 두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

무의도 하나개 해벽 - 2024년 6월 23일(일)

어제는 거의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파주의 웅담리 암장에서 등반은 하지 못하고 타프 안에서 악우들과 함께 수다를 떨면서 빗속의 낭만을 즐긴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오후에 빗속을 뚫고 감악산에 올랐던 것이 큰 위안을 주었다. 오늘은 요세미티 등반여행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윤길수 선생님팀과 함께 하나개 암장에서 등반하는 날이다. 어제의 피로가 덜 풀린 듯하여 무의도로 가는 길에 영종대교 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어갔다. 살랑살랑 시원하게 불어오는 해풍이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순도 높은 그 바람은 오래 전 그리스의 크레타섬 출장길에서 만난 에게해의 바람을 닮아 있었다. 개장을 한 하나개 해수욕장은 아침부터 나들이 인파로 붐볐다.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있는 시간이..

암빙벽등반 2024.06.24

감악산 우중 산행 - 2024년 6월 22일(토)

파주 웅담리 암장에서 한가롭게 단피치 등반을 즐기고 싶었다. 어제의 일기예보와 달리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인지라 베이스캠프를 구축할 때부터 비가림용 천막을 설치한다. 맘 편히 커피 한잔을 마시고, 등반을 시작하기 위해 안전벨트를 착용하려는 순간 후두둑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미리 대비를 잘한 덕택으로 로프를 비롯한 암벽등반 장비들이 비에 젖지 않아 다행이지 싶었다. 나뭇잎과 천막 위로 떨어지는 정겨운 빗소리를 들으며 세 악우들이 오손도손 등반 관련 이바구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 요세미티 원정을 준비하면서 요즘 틈틈이 읽고 있는 등반서적인 의 내용을 악우들에게 소개시켜 주면서 일독을 권하자 성배씨는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책을 구매한다. 이번엔 나만 다른 팀에 합류하여 미국 원정 등반을 ..

국내트레킹 202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