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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10월 12일(토)

등반하기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파주의 암장으로 향하는 길에 운전을 조심해야 할 정도로 짙은 안개가 간간히 시야를 가린다. 적성면소재지의 카페에 들러 모닝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암장으로 향하는 짧은 오솔길을 걷던 중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운무에 휩싸인 맞은편 산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가을날의 신선함을 보여주는 아침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익숙한 암장에서의 등반은 여유로워서 좋다. 2암장의 '자유', '수호천사', '자성' 루트에서 몸을 풀고 'JK(5.10d)'를 두 번째 도전만에 만족스럽게 완등한다. 처음부터 퀵드로우세트를 볼트에 클립하면서 완등한 것이니 '핑크포인트'가 아닌 진정한 '레드포인트' 완등이다. 오후엔 3암장에서 등반했다. '선물(5.10c)'을 가볍게 완등하고, '여우비..

암빙벽등반 2024.10.13

서울둘레길 2코스(덕릉고개 코스) - 2024년 10월 11일(금)

지난 주에 아내와 함께 별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걸었던 산길의 종착점이 총 연장 156.5 킬로미터에 이르는 서울둘레길의 기점인 서울창포원이었다. 발길 닿는 대로 산책하듯 편한 발걸음을 옮겼던 그때 서울둘레길이 기존 8개 코스에서 21개 코스로 세분화 되어 새롭게 단장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울창포원의 안내센터에서 서울둘레길 2.0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아내와 나는 스탬프북과 지도를 각각 한 부씩 가져왔었다. 서울둘레길이 8개 코스로 나눠져 있던 시기에 나는 이미 한 차례 두서 없는 완주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런데 문득 21개로 세분된 코스를 아내와 함께 스탬프 찍어 가면서 차례대로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서울둘레길 2코스 시작점인 당고개공원 갈림길에서..

국내트레킹 2024.10.11

인수봉 '인수B' - 2024년 10월 9일(수)

우리 민족의 위대한 유산인 한글이 창제된 것을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인수봉의 '인수B' 코스를 등반하기로 한다. 지난 9월 28일에 '인수A'와 '인수C' 코스를 모두 하루에 등반한 후, 올가을이 가기 전에 '인수B' 코스까지 올라보리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공휴일인 한글날이 주중 한가운데에 끼어 있으니 멀리 행차하기도 부담스러운 노릇이어서 자연스레 가까운 인수봉으로 등반지를 정하게 되었다. 사흘 전에도 인수봉에서 '비원' 코스를 올랐으니, 너무 자주 인수봉에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내친 김에 염두에 두고 있던 '인수B' 코스까지 등반해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대슬랩 좌측에서 출발하여 용암슬랩을 따라 오르는 것으로 등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오..

암빙벽등반 2024.10.09

인수봉 '비원' - 2024년 10월 6일(일)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이었다. 다행히 비 예보는 없어서 등반하는 데엔 별다른 지장이 없을 줄 알았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나의 몸상태도 흐린 날씨 만큼이나 좋지 않았다. 인수봉 동벽을 향해 어프로치 하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기만 했다. 인기 있는 루트들은 모두 점령 당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팀은 상대적으로 주변이 한산한 '비원'길을 오르기로 했다. 기범씨의 선등으로 귀바위 아래의 종착점까지 네 마디로 끊어서 올랐다. 내가 쎄컨을 보고, 은경, 해진씨, 김선생님 순으로 등반했다. 5.11대의 고난도 슬랩 구간은 볼트를 밟지 않고는 도저히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궂은 날씨를 신경쓸 겨를 없이 오롯히 등반에 집중하면서 바윗길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구간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정..

암빙벽등반 2024.10.06

서울둘레길 1코스(수락산 코스) - 2024년 10월 5일(토)

암벽등반 약속이 없는 토요일이다. 집안에 머물기엔 창밖의 가을날씨가 너무나 좋다. 아내와 함께 즉흥적으로 의기투합하여 수락산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우리 부부가 32년 전에 처음으로 신혼살림을 차렸던 상계역 주변의 아파트를 둘러보면서 당시의 추억을 소환해 보는 것으로 하이킹을 시작하여 상계동 주택가를 벗어나 수락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서울둘레길에 올랐다. 당고개공원 갈림길에서 서울둘레길 출발점인 서울창포원까지 걸었는데, 알고보니 이곳이 새롭게 세분된 서울둘레길 1코스였다. 기존 8개 코스를 21개 코스로 세분화 한 서울둘레길 2.0이 탄생한 것이다. 나는 순서에 상관 없이 스탬프 찍는 건 관심도 두지 않은 채 마음 내키는 대로 8개 코스로 나누어서 서울둘레길을 완주한 경험이 있지만, 21개 코스로 새롭게..

국내트레킹 2024.10.06

여주 예솔암 - 2024년 10월 4일(금)

아직까지 가보지 않은 새로운 암장을 물색하던 중 눈에 들어온 곳이 여주의 예솔암이다. 지류인 섬강이 본류인 남한강과 만나는 합수 지점에 위치한 예솔암은 일명 뚝바위로도 불리는 강변의 암벽에 개척된 암장이다. 여주시의 대표적인 둘레길인 '여강길' 2코스에 속하는 자산강변길을 따라 30분을 어프로치 하니 암장에 닿을 수 있었다. 소암은 그런대로 등반이 가능한 상태였지만, 중암과 대암 주변은 잡초가 무성하여 현재 상태에서는 도저히 등반할 수 없는 악조건이었다. 제초작업을 하지 않는한 안전하게 빌레이 볼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듯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강변 풍광은 으뜸이었으나, 암벽등반을 하기 위해서 다시 찾고 싶은 암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암에서 등반이 가능한 4개의 루트를 등반한 후, ..

암빙벽등반 2024.10.05

북한산 노적봉 '반도A' - 2024년 10월 3일(목)

이틀 전,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 날'에 영등포에서 대학 동창생들과 부부동반 점심 모임을 가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선한 가을 날씨가 좋아서 아내와 함께 청계천과 성북천을 길게 산책한 후, 신혼살림을 차린 딸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모처럼만에 친구들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함이 넘친 하루였으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소 쌀쌀한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었던 까닭인지 어제 아침부터 감기 기운이 찾아들었다. 오늘의 등반을 염두에 두고 어젯밤에 초기 감기약을 섭취한 후 숙면을 취했더니 몸상태는 한결 나아졌다. 용암문에서 위문으로 가는 탐방로가 낙석으로 인해 통제된 후 다시 개방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노적봉 등반을 계획했었다. 기범씨가 K등산학교 강사로 활동하면서 '반도A' 코스를 최근에..

암빙벽등반 2024.10.03

인수봉 '인수A변형, 인수C' - 2024년 9월 28일(토)

북한산 등산로가 평소의 주말보다 붐빈다는 건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 도래했다는 방증이다. 평상시에 산을 멀리하던 사람들도 등산객들 틈에 끼고 싶도록 유혹하는 자연 환경이 바로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 가을 하늘, 가을 단풍이다. 오늘 하루 도선사에서 백운대 정상에 이르는 주등산로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백운대를 오르내리는 일반 산객들 뿐만 아니라 트레일런닝을 즐기는 크루들과 인수봉을 등반하고자 하는 클라이머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등산로를 가득 채웠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어서 아침 7시 30분에 우이동에서 악우를 만나 택시를 타고 도선사주차장에 도착했다. 곧바로 어프로치를 시작하여 8시 30분 즈음에 인수봉 대슬랩 앞에서 부지런히 장비를 착용한 후, 두 피치를 등반하여 재빨리 오아시스에 올랐다. ..

암빙벽등반 2024.09.28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화적연 → 비둘기낭 폭포] - 2024년 9월 21일(토)

지리한 무더위와 열대야가 물러나고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제부터 비로소 가을의 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밤 사이 비는 폭우로 변했다. 시간 당 100 밀리미터가 넘는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인 지역도 있다고 했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극단으로 치닫는 기후위기를 대할 때마다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런 때일수록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그 소중함을 스스로 깨닫는 행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운악산 우중산행을 계획하고 아침 8시에 서울을 나설 때만 해도 빗줄기는 제법 굵직했다. 포천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 몸상태도 별로인 듯하여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 겨울, 화적연 가는 길에 예기치 못한 폭설로 돌아서야만 했..

국내트레킹 2024.09.22

인수봉 '은정, 모설, 심우, 벗' - 2024년 9월 18일(수)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일반 산객들과 클라이머들이 뒤섞인 도선사 주차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북적거렸다. 인수봉을 향해 오르는 대기 속엔 기분 좋지 않은 습기가 가득했다. 9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넘어가는 시기인데도 가을의 선선함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땀에 절은 몸을 이끌고 인수봉 동편 끝자락에 도착하니 이미 오늘 등반할 체력은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은숙, 기범, 은경, 승호, 나, 이렇게 5명이 함께 등반했다. 먼저 '은정'길 1피치를 올라서서 '모설'길 2, 3피치를 묶어서 올랐다. 오랜만에 오르는 코스라서 그런지 낯설고 힘겨웠지만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등반이었다. 점심 후에는 '심우'길 두 피치 크랙과 '벗'길 한 피치 슬랩에서 연습등반을 했다. 물기 머금은 바위 표면 탓인지 심..

암빙벽등반 2024.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