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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배추흰나비의 추억' - 2024년 5월 18일(토)

이른 아침 7시부터 도봉산 광륜사 삼거리에서 악우들을 만나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만월암을 거쳐 '배추흰나비의 추억' 루트 출발점 아래의 공터에 도착한 시간은 8시 반 무렵이다. 우리들 외에는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숲 속에서 산새 소리 들으며 느긋하게 장비를 착용한다. 오늘은 우리팀이 '배추흰나비의 추억' 루트를 독차지 한 듯하여 3피치부터 등반하려던 당초의 계획을 바꾸어 첫 피치부터 차근차근 올라보기로 한다. 내가 선등하고 은경, 성배 순으로 오른다. 비교적 쉬운 1, 2피치를 재빨리 끝내고 3피치로 옮겨간다. 내심 3피치 후반부의 크럭스인 직상 세로 크랙을 자유등반 방식으로 돌파하고 싶었으나, 선등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인공등반 방식으로 오른 것이 못내 아쉽다. '배추흰나비의 추억' 루트 하일라이트..

암빙벽등반 2024.05.19

도봉산 [우이암-오봉-송추폭포-우이령] - 2024년 5월 15일(수)

부처님 오신 날로 모처럼 맞이한 공휴일인데 날씨는 자비롭지 않은 듯하다. 지난 토요일과 비슷하게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다. 암벽등반은 무리라는 생각에 우중 산행을 각오하고 도봉산을 길게 걸어보기로 한다. 우이동에서 07시 30분에 악우들을 만나 원통사로 향하는 등로에 들어선다. 나의 오래된 아지트인 우이능선의 테라스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우이암에서 등반 중인 클라이머들을 구경하면서 도봉주릉에 올라선 후, 오봉으로 향한다. 오봉샘 아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오봉 정상에 오른다. 하산길은 송추폭포를 지나는 숲이 우거진 계곡길로 잡는다. 송추유원지의 음식점에서 인삼튀김을 먹고싶었던 소원은 성취하지 못하고, 대신 해물파전과 감자전에 막걸리 한사발을 걸친다. 길 가던 나그네가 주막집을 들러 쉬어가는 듯한 여..

국내트레킹 2024.05.15

불암산 정상에서 수락산 정상까지 - 2024년 5월 11일(토)

토요일이라 산에 가야 하는데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한다. 자연스레 암벽등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짜증내지 않고 날씨에 순응하여 이참에 도보산행 체력을 길러보기로 마음 먹는다. 6월 말에 떠날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위해서라도 강인한 산행 체력은 필수적이다. 앞으로 틈나는 대로 체력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상계역에서 08시에 출발하여 불암산자락길에서 헬기장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불암산 정상을 찍고 주능선에서 덕릉고개로 내려서기 전 봉우리에 올라 점심시간을 갖는다. 점점 세차지는 바람 속에서 덕릉고개를 건너 수락산으로 접어든다. 수락주릉의 서울시 쪽은 바람이 세찼으나, 반대편 남양주시 방향은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세찬 바람 속에 노출되어 있는 수락산 정상을 빠르게 통과하여 내원암 방향으로 하..

국내트레킹 2024.05.15

설교벽과 인수릿지 - 2024년 5월 4일(토)

온 천지가 푸르고 싱그러운 5월의 첫 주말, 어린이날과 대체휴일이 포함된 3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 아침이 밝았다. 화창한 날씨가 3일 동안 지속된다면 좋으련만,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오늘 하루만 맑음이고 어린이날인 내일부터는 제법 많은 봄비가 3일 내내 이어질 거라는 일기예보이다. 욕심 같아선 연휴 내내 바위에 붙어서 등반하고 싶지만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오늘 하루만이라도 화창한 것에 감사하면서 내심 최대한 길게 아름다운 산의 품에 안겨 놀아보리라는 다짐을 하고, 올해 처음으로 나서는 인수봉 등반 코스로 접근 거리와 등반 길이가 모두 긴 설교벽과 인수릿지를 잇는 등반 궤적을 뇌리에 그려본다. 아침 7시에 다섯 명의 악우들이 우이동에서 만나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휴일이면 항상 붐비는 인..

암빙벽등반 2024.05.05

월곡산 아카시아 꽃길 - 2024년 5월 3일(금)

화창한 날씨에 모처럼 아내와 함께 평일 오전부터 동네 산책길에 나섰다. 집을 나와서 미아사거리역을 거쳐 창문여고 아래의 방천시장 입구까지는 골목길을 따라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레트로 감성으로 리모델링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성북구 월곡산 일대에 잘 조성된 오동근린공원의 자락길을 찾아갔다. '오동근린공원'이란 명칭이 익숙해서 지도를 찾아보니 가까운 강북구 오패산 주변에도 '오동근린공원'이 있었다. '북서울꿈의숲'을 사이에 두고 같은 명칭의 공원이 두 개 있으니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법하다. 성북구 오동근린공원의 자락길은 월곡청소년센터와 월곡초등학교를 잇는 1.32km의 무장애 데크길이다. 월곡청소년센터 쪽의 입구엔 최근에 들어선 오동숲속도서관이 멋들어진 모..

국내트레킹 2024.05.05

수원 광교호수공원 인공암벽장 - 2024년 4월 21일(일)

대둔산 수락계곡으로 아침 하이킹을 다녀온 후에 수원의 광교호수공원으로 이동했다. 서울로 가는 길 중간에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찾아낸 인공암벽장이 광교호수공원 내에 자리한 까닭이다. 진즉부터 한 번은 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제서야 기회가 닿은 셈이다. 신대호수와 원천호수 사이의 드넓은 공원에 자리한 암장은 멀리서 바라본 모습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다른 인공암벽들과 달리 스피드벽, 직벽, 오버행벽이 세 개의 다른 건물로 분리되어 있어서 그런지 다분히 인상적이었다. 중앙에 자리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타원형 기둥 모양의 건물은 중세시대 성곽의 망루처럼 보였다. 직벽이 설치된 내부는 지붕이 있어서 비 오는 날에도 등반이 가능했다. 돌을 쌓아 축성한 성벽이 연상되는 외부 마감재 또한..

암빙벽등반 2024.04.22

대둔산 수락계곡 - 2024년 4월 21일(일)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계획한 등반여행의 애초 계획은 1박 2일 동안 대둔산 '새천년길'과 천등산 '민들레길'을 등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이번 주말 날씨는 일주일 전의 예보와 달리 전국에 비가 오는 것으로 변하고 말았다. 천등산의 암벽 루트들은 어제 대둔산 관광지구 아래의 숙소로 가는 길에 잠깐 비가 그친 틈을 놓치지 않고 괴목동천에서 먼 발치로나마 구경할 수 있었다. 간밤에도 대둔산 지역은 이슬비가 멈추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대둔산 정상부는 구름에 잠겨 있었다. 암벽등반은 깨끗이 포기하고 대둔산의 논산시 지역에 속하는 수락계곡을 산책하기로 했다. 두어 차례 와본 적이 있는 수락계곡의 산책로는 이번에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선녀폭포와 수락폭포를 품은 계곡은 신록으로 물들어 더없이..

국내트레킹 2024.04.22

대전 하나클라이밍짐 - 2024년 4월 20일(토)

대둔산 등반을 위해 새벽 5시에 서울의 집을 나섰다. 어제 확인한 일기예보 상으로는 대둔산에 오후 1시 이후부터나 비가 올거라 했다. 원래 계획했던 '새천년길' 멀티피치 등반은 여러모로 무리일 듯하여, 신선바위 암장에서 등반하다가 비가 오면 하산해서 수락계곡을 우중에라도 산책하면 좋겠다는 것이 출발하면서 뇌리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의 일기예보는 달라져 있었다. 오전 9시부터 대둔산 지역에 비가 내린다는 것이었다. 대둔산 등반은 미련 없이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생각해둔 플랜B를 실행에 옮겨보기로 했다. 우선은 유성의 소고기국밥 맛집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근처의 수통골로 이동하여 봄비 속에 신록의 숲길을 걸었다. 근사한 카페에서 달달한 빵을 곁들인 커피타임을 가진 후에 대전 월드컵경기장 안의..

암빙벽등반 2024.04.22

대전 유성구 수통골 - '버들치'의 기원

블로그 에서 '버들치'는 다음(Daum)과 네이버(Naver)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나의 닉네임이다. 이 명칭을 사용하게 된 동기를 밝히려면 내가 대전에서 거주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의 첫 정규직 직장이었던 한 국책연구소가 대덕연구단지 내에 자리한 까닭에 7년 남짓을 대전의 유성구 주민으로 살았다. 돌이켜 보면 당시는 격동의 시기였다. 취직 후에 곧바로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20세기에서 21세기로, 1천년대에서 2천년대로 넘어가는 시대적 전환기였다. 젊음의 열정을 불태워 불철주야 연구업무에 매진하던 그때 우리 연구원들의 목표는 "국부창출"이었다. 옆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았지만, 아내와 함께 오손도손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 또한 이 때였다. 당시에 유년기를 보내..

나의 이야기 202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