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60

북한산 자락길 주변의 봄꽃 - 2024년 4월 11일(목)

요새는 봄꽃 구경을 위해 멀리 찾아 다닐 필요가 없다. 아내가 거의 매일 산책하는 집 뒤의 북한산 자락길 주변에도 수많은 봄꽃들이 만개해 있기 때문이다. 5년도 넘게 사용하던 휴대폰과 통신사를 최근에 바꿨다. 단말기 기종은 예전보다 저렴한 보급형 폰이지만 그간의 기술 발달로 인해 내장 카메라의 성능은 오히려 향상 되었다. 새 휴대폰 카메라를 시험해보자는 생각으로 자락길 근처의 봄꽃들을 촬영해 보았다. 꽃샘추위 기간이 길었던 탓인지 올해의 봄꽃은 순서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만개한 듯했다. 오늘 산책에서 본 봄꽃들 중 주인공은 할미꽃과 복사꽃이었다. 철쭉과 라일락도 때이른 꽃을 피웠다. 산에는 산벚꽃이 제철이다. 앞으로는 신록이 더욱 푸르러 산의 아름다운 풍모를 뽐낼 것이다.

나의 이야기 2024.04.12

노적봉 '광클사랑A/B' - 2024년 4월 10일(수)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날로 모처럼 찾아온 주중 공휴일이다. 지난 금요일에 사전투표를 하여 오늘 하루를 홀가분하게 놀 수 있으니 좋다. 우이동으로 가는 경전철 속에서 우연히 은숙씨를 만났다. 기범씨 팀의 일원으로 인수봉 등반에 나서는 길이라 했다. 해빙기 안전진단으로 북한산의 바윗길이 잠시 닫힌 후 처음으로 맞이한 공휴일인 까닭에 이른 아침부터 우이동 도선사 입구는 적잖은 클라이머들로 부산스러웠다. 도선사로 올라가는 택시승강장에서 악우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등반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했던 준수씨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내게는 빵 사러 잠시 나왔다고 둘러댔지만 악우들을 픽업해 주기 위해 일부러 시간 맞춰 나온 게 틀림없어 보였다. 뒤이어 소영, 성배, 은경이 약속시간 내에 도착하여 우리는 편안하게 준수..

암빙벽등반 2024.04.11

당고개 인공암벽 - 2024년 4월 7일(일)

어제 포천 명성산 등반을 함께 다녀왔던 5명의 악우들이 당고개 인공암벽에서 다시 뭉쳐서 운동했다. 모두들 열심히 벽에 매달린 덕택에 자칫하면 나른해질 수 있는 일요일 봄날 오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간밤에 모처럼 마신 위스키 석잔으로 알딸딸해진 기분 속에서 야식까지 곁들인 탓에 내 몸상태를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막상 벽에 붙어보니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우측 오버벽의 '5.10b' 난이도의 루트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단번에 완등했고, 비록 완등은 못했지만 중앙벽에 있는 난이도 '5.10c' 루트 두 개에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운동이었다. 은경이는 맨 마지막으로 붙은 중앙벽의 '5.10c' 루트를 극적으로 완등함으로써 우리들에게 치맥으로 풍성한 뒷풀이를 제공하는 기쁨을 ..

암빙벽등반 2024.04.08

명성산 '호수에 빠진 시' - 2024년 4월 6일(토)

산정호수를 품고 있는 포천 명성산은 예전부터 내가 자주 오르던 산이다. 가을철이면 정상부의 억새평원과 산정호수 주변의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산이지만, 나는 명성산이 품고있는 암벽과 폭포들 뿐만 아니라 시원한 조망과 함께 길게 이어지는 주능선의 장쾌한 풍모를 좋아했다. 그래서 특별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코스로 수 차례 올랐던 추억이 깃든 산이다. 겨울이면 여러 빙폭에서 빙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명성산이고 보면 병풍처럼 펼쳐진 슬랩에 암벽등반 루트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근자에 책바위 부근과 자인사 위의 바위에 등반 루트가 개척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언젠가 한번은 올라봐야지 하는 생각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의 개나리, 벚꽃, 목련 등속을 ..

암빙벽등반 2024.04.06

당고개 인공암벽 - 2024년 3월 31일(일)

부활주일 1부 예배를 참석한 후, 오후엔 우이동의 북한산클라이밍센터에서 운동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막상 성배씨의 차를 타고 북클에 도착해 보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주차장은 초만원이고 벽에도 거의 모든 루트들이 점령 당해 있었다. 어느 곳 하나 맘 놓고 줄을 걸 수도 없을 듯한 광경이었다. 어제도 조비산 암장에서 많은 등반자들과 변덕스런 날씨 탓에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오늘까지 군중 속에 섞여서 벽에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곧이어 도착한 은경이와 상의하여 당고개 인공암벽장으로 이동했다. 이 선택이 신의 한 수였다. 당고개 암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하여 우리들 셋이서 오붓하게 등반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성배씨는 경쾌한 몸놀림으로 5.10c 난이도까지 모든 루트를 깔끔하게 완등했다..

암빙벽등반 2024.03.31

용인 조비산 암장 - 2024년 3월 30일(토)

5명의 악우들이 아침 7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했다. 늘 그렇듯 조비산 암장은 이른 시간부터 등반자들로 붐볐다. 동굴 주변의 메인 섹터에 자리한 인기 많은 루트들은 하루종일 끼어들 틈이 거의 나지 않았다. 동굴 우측으로 이어진 루트들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조비산 암장에서 오붓하고 한가한 등반을 즐기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란 걸 다시금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비어 있는 루트인 '금빛모래(5.9)'와 'Stay high(5.10a)'에서 워밍업을 하고, 그나마 한적한 맨 안쪽 섹터의 4개 루트에서 우리들만의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막내들의 합창(5.10a)', '꿈의 대화(5.11a)', 'THK(5.10b)', '칼로 물배기(5.10d)' 루트에서 나름대로 ..

암빙벽등반 2024.03.31

석모도에서 만난 봄 - 2024년 3월 23일(토)

강화도 서쪽 섬인 석모도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각적인 봄을 만날 수 있었다. 상리암장에서 악우들과 함께 봄맞이 암벽등반을 즐겨보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아지랭이 피어오르는 봄날의 따스한 대기는 아침안개로 시작하여 서서히 문을 열었다. 봄바다를 살짝 가리운 옅은 해무는 파스텔톤으로 빛날 봄날의 서막이었다. 상주산 중턱에 자리한 암벽엔 따사로운 봄볕이 아낌 없이 쏟아졌다. 숲에서는 활짝 피어난 진달래꽃과 생강꽃이 봄날의 환희를 발하고 있었다. 등반을 마치고 석모도의 대표적 관광지인 보문사 앞에서 서해의 일몰이 함께 한 저녁을 먹었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저녁 시간의 보문사 경내는 한적하고 고요한 산사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보름달과 진배없는 둥근 달과 총총한 별빛이 어우러진 봄밤의 정취에 취하지 않을 ..

국내여행기 2024.03.24

강화 석모도 상리암장 - 2024년 3월 23일(토)

아침 7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강화도와 석모도를 이어주는 연도교인 석모대교에 이르렀을 때 주위는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외포리 선착장을 통과하여 해무 가득한 석모대교 위에 올라섰으나, 바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석모도에 뿌리를 내린 다리의 끝지점은 희미한 소실점으로 뭉개져 있었다.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공간이동 하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이었다. 불현듯 김승옥의 분위기 소설 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상리마을 외곽의 공터에 주차하고 상주산 중턱에 자리한 암장으로 올라가는 오솔길 주변에서는 진달래꽃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올 들어 처음 만나는 진달래꽃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무채색의 숲 속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참꽃의 화사한 분홍빛은 자신만을 드러내고자 애쓰는 인공적인..

암빙벽등반 2024.03.24

불암산 천지암장 - 2024년 3월 16일(토)

당고개역에서 10시에 악우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너무 많은 등산객들이 운집하여 성배씨와 은경이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바야흐로 주말 봄산행을 즐기려는 나들이객들과 암장에서 시산제를 하거나 자연바위에서 야외 등반의 기지개를 켜보려는 클라이머들로 당고개역 1번 출구는 초만원이었다. 우리 세 악우들이 천지암장에 도착해서도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암장 아래의 모든 공터는 이미 다른 팀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천지암장 끝자락에 옹색하게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별로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그저 슬랩등반에 적응해 보자는 생각으로 천지암장의 밋밋한 두 코스를 오른 후 멀티피치인 '암운장구'에 붙었다. 총 6피치의 '암운장구' 루트 중 1, 2, 3피치를 등반한 후, 4피치는 다른 팀이 한창 등반 중이어서 바로..

암빙벽등반 2024.03.17

불암산 슬랩 산책 - 2024년 3월 10일(일)

주일예배에 다녀온 후 오후 시간엔 실내암장에서 가볍게 운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제 산행에서 먼지 쌓인 등산화를 세척하는 동안 아파트 베란다로 쏟아지는 햇볕이 너무나 화사해서 별안간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새로 구입한 릿지화의 접지력 테스트나 하자는 요량으로 간만에 불암산 슬랩을 걸어보기로 결정한다. 상계역에서 출발하여 불암산 자락길을 통과하고 헬기장으로 향하는 슬랩을 찾아서 오른다. 양지바른 곳의 생강나무는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릿지화 밑창의 접지력에 오롯히 의지하여 슬랩 위를 자유롭게 걷는 기분이 남다르다. 오늘 처음으로 개시한 파이브텐사의 캠프포미드 릿지화가 아직은 발을 조금 불편하게 하지만, 접지력 하나만큼은 더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확실하다. 헬기장에서 ..

국내트레킹 202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