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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수락계곡 - 2024년 4월 21일(일)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계획한 등반여행의 애초 계획은 1박 2일 동안 대둔산 '새천년길'과 천등산 '민들레길'을 등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이번 주말 날씨는 일주일 전의 예보와 달리 전국에 비가 오는 것으로 변하고 말았다. 천등산의 암벽 루트들은 어제 대둔산 관광지구 아래의 숙소로 가는 길에 잠깐 비가 그친 틈을 놓치지 않고 괴목동천에서 먼 발치로나마 구경할 수 있었다. 간밤에도 대둔산 지역은 이슬비가 멈추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대둔산 정상부는 구름에 잠겨 있었다. 암벽등반은 깨끗이 포기하고 대둔산의 논산시 지역에 속하는 수락계곡을 산책하기로 했다. 두어 차례 와본 적이 있는 수락계곡의 산책로는 이번에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선녀폭포와 수락폭포를 품은 계곡은 신록으로 물들어 더없이..

대전 하나클라이밍짐 - 2024년 4월 20일(토)

대둔산 등반을 위해 새벽 5시에 서울의 집을 나섰다. 어제 확인한 일기예보 상으로는 대둔산에 오후 1시 이후부터나 비가 올거라 했다. 원래 계획했던 '새천년길' 멀티피치 등반은 여러모로 무리일 듯하여, 신선바위 암장에서 등반하다가 비가 오면 하산해서 수락계곡을 우중에라도 산책하면 좋겠다는 것이 출발하면서 뇌리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의 일기예보는 달라져 있었다. 오전 9시부터 대둔산 지역에 비가 내린다는 것이었다. 대둔산 등반은 미련 없이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생각해둔 플랜B를 실행에 옮겨보기로 했다. 우선은 유성의 소고기국밥 맛집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근처의 수통골로 이동하여 봄비 속에 신록의 숲길을 걸었다. 근사한 카페에서 달달한 빵을 곁들인 커피타임을 가진 후에 대전 월드컵경기장 안의..

대전 유성구 수통골 - '버들치'의 기원

블로그 에서 '버들치'는 다음(Daum)과 네이버(Naver)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나의 닉네임이다. 이 명칭을 사용하게 된 동기를 밝히려면 내가 대전에서 거주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의 첫 정규직 직장이었던 한 국책연구소가 대덕연구단지 내에 자리한 까닭에 7년 남짓을 대전의 유성구 주민으로 살았다. 돌이켜 보면 당시는 격동의 시기였다. 취직 후에 곧바로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20세기에서 21세기로, 1천년대에서 2천년대로 넘어가는 시대적 전환기였다. 젊음의 열정을 불태워 불철주야 연구업무에 매진하던 그때 우리 연구원들의 목표는 "국부창출"이었다. 옆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았지만, 아내와 함께 오손도손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 또한 이 때였다. 당시에 유년기를 보내..

나의 이야기 2024.04.22

북한산 자락길 주변의 봄꽃 - 2024년 4월 11일(목)

요새는 봄꽃 구경을 위해 멀리 찾아 다닐 필요가 없다. 아내가 거의 매일 산책하는 집 뒤의 북한산 자락길 주변에도 수많은 봄꽃들이 만개해 있기 때문이다. 5년도 넘게 사용하던 휴대폰과 통신사를 최근에 바꿨다. 단말기 기종은 예전보다 저렴한 보급형 폰이지만 그간의 기술 발달로 인해 내장 카메라의 성능은 오히려 향상 되었다. 새 휴대폰 카메라를 시험해보자는 생각으로 자락길 근처의 봄꽃들을 촬영해 보았다. 꽃샘추위 기간이 길었던 탓인지 올해의 봄꽃은 순서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만개한 듯했다. 오늘 산책에서 본 봄꽃들 중 주인공은 할미꽃과 복사꽃이었다. 철쭉과 라일락도 때이른 꽃을 피웠다. 산에는 산벚꽃이 제철이다. 앞으로는 신록이 더욱 푸르러 산의 아름다운 풍모를 뽐낼 것이다.

나의 이야기 2024.04.12

노적봉 '광클사랑A/B' - 2024년 4월 10일(수)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날로 모처럼 찾아온 주중 공휴일이다. 지난 금요일에 사전투표를 하여 오늘 하루를 홀가분하게 놀 수 있으니 좋다. 우이동으로 가는 경전철 속에서 우연히 은숙씨를 만났다. 기범씨 팀의 일원으로 인수봉 등반에 나서는 길이라 했다. 해빙기 안전진단으로 북한산의 바윗길이 잠시 닫힌 후 처음으로 맞이한 공휴일인 까닭에 이른 아침부터 우이동 도선사 입구는 적잖은 클라이머들로 부산스러웠다. 도선사로 올라가는 택시승강장에서 악우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등반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했던 준수씨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내게는 빵 사러 잠시 나왔다고 둘러댔지만 악우들을 픽업해 주기 위해 일부러 시간 맞춰 나온 게 틀림없어 보였다. 뒤이어 소영, 성배, 은경이 약속시간 내에 도착하여 우리는 편안하게 준수..

암빙벽등반 2024.04.11

당고개 인공암벽 - 2024년 4월 7일(일)

어제 포천 명성산 등반을 함께 다녀왔던 5명의 악우들이 당고개 인공암벽에서 다시 뭉쳐서 운동했다. 모두들 열심히 벽에 매달린 덕택에 자칫하면 나른해질 수 있는 일요일 봄날 오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간밤에 모처럼 마신 위스키 석잔으로 알딸딸해진 기분 속에서 야식까지 곁들인 탓에 내 몸상태를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막상 벽에 붙어보니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우측 오버벽의 '5.10b' 난이도의 루트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단번에 완등했고, 비록 완등은 못했지만 중앙벽에 있는 난이도 '5.10c' 루트 두 개에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운동이었다. 은경이는 맨 마지막으로 붙은 중앙벽의 '5.10c' 루트를 극적으로 완등함으로써 우리들에게 치맥으로 풍성한 뒷풀이를 제공하는 기쁨을 ..

암빙벽등반 2024.04.08

명성산 '호수에 빠진 시' - 2024년 4월 6일(토)

산정호수를 품고 있는 포천 명성산은 예전부터 내가 자주 오르던 산이다. 가을철이면 정상부의 억새평원과 산정호수 주변의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산이지만, 나는 명성산이 품고있는 암벽과 폭포들 뿐만 아니라 시원한 조망과 함께 길게 이어지는 주능선의 장쾌한 풍모를 좋아했다. 그래서 특별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코스로 수 차례 올랐던 추억이 깃든 산이다. 겨울이면 여러 빙폭에서 빙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명성산이고 보면 병풍처럼 펼쳐진 슬랩에 암벽등반 루트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근자에 책바위 부근과 자인사 위의 바위에 등반 루트가 개척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언젠가 한번은 올라봐야지 하는 생각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의 개나리, 벚꽃, 목련 등속을 ..

암빙벽등반 2024.04.06

당고개 인공암벽 - 2024년 3월 31일(일)

부활주일 1부 예배를 참석한 후, 오후엔 우이동의 북한산클라이밍센터에서 운동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막상 성배씨의 차를 타고 북클에 도착해 보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주차장은 초만원이고 벽에도 거의 모든 루트들이 점령 당해 있었다. 어느 곳 하나 맘 놓고 줄을 걸 수도 없을 듯한 광경이었다. 어제도 조비산 암장에서 많은 등반자들과 변덕스런 날씨 탓에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오늘까지 군중 속에 섞여서 벽에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곧이어 도착한 은경이와 상의하여 당고개 인공암벽장으로 이동했다. 이 선택이 신의 한 수였다. 당고개 암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하여 우리들 셋이서 오붓하게 등반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성배씨는 경쾌한 몸놀림으로 5.10c 난이도까지 모든 루트를 깔끔하게 완등했다..

암빙벽등반 2024.03.31

용인 조비산 암장 - 2024년 3월 30일(토)

5명의 악우들이 아침 7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했다. 늘 그렇듯 조비산 암장은 이른 시간부터 등반자들로 붐볐다. 동굴 주변의 메인 섹터에 자리한 인기 많은 루트들은 하루종일 끼어들 틈이 거의 나지 않았다. 동굴 우측으로 이어진 루트들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조비산 암장에서 오붓하고 한가한 등반을 즐기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란 걸 다시금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비어 있는 루트인 '금빛모래(5.9)'와 'Stay high(5.10a)'에서 워밍업을 하고, 그나마 한적한 맨 안쪽 섹터의 4개 루트에서 우리들만의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막내들의 합창(5.10a)', '꿈의 대화(5.11a)', 'THK(5.10b)', '칼로 물배기(5.10d)' 루트에서 나름대로 ..

암빙벽등반 2024.03.31

석모도에서 만난 봄 - 2024년 3월 23일(토)

강화도 서쪽 섬인 석모도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각적인 봄을 만날 수 있었다. 상리암장에서 악우들과 함께 봄맞이 암벽등반을 즐겨보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아지랭이 피어오르는 봄날의 따스한 대기는 아침안개로 시작하여 서서히 문을 열었다. 봄바다를 살짝 가리운 옅은 해무는 파스텔톤으로 빛날 봄날의 서막이었다. 상주산 중턱에 자리한 암벽엔 따사로운 봄볕이 아낌 없이 쏟아졌다. 숲에서는 활짝 피어난 진달래꽃과 생강꽃이 봄날의 환희를 발하고 있었다. 등반을 마치고 석모도의 대표적 관광지인 보문사 앞에서 서해의 일몰이 함께 한 저녁을 먹었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저녁 시간의 보문사 경내는 한적하고 고요한 산사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보름달과 진배없는 둥근 달과 총총한 별빛이 어우러진 봄밤의 정취에 취하지 않을 ..

국내여행기 202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