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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출렁다리와 현등사 - 2024년 5월 25일(토)

운악산에 출렁다리가 생겼다고 하여 진즉부터 구경하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기회가 닿았다. 몸살감기 기운을 떨쳐내지 못한 몸이 무거워 강촌에서의 암벽등반을 일찍 접고 남은 오후 시간에 운악산을 찾은 것이다. 출렁다리는 기대보다 실망스러웠다. 현등사 진입로 위를 가로질러 놓여 있는 위치부터가 억지스러웠다. 눈썹바위를 다녀와서 현등사 경내를 구경하는 시간이 좋았다. 풍성한 꽃무리를 피워낸 수국과 찔레꽃이 한창이었다. 발 아래에 앙증맞게 피어난 바위채송화와 초롱꽃이 예뻤다. 한국 최초라는 적멸보궁도 구경할 수 있었다. 싱그러움 가득한 현등사 계곡을 산책했던 순간이 피로에 지친 심신을 치유한 소중한 시간으로 남았다.

국내트레킹 2024.05.26

강촌 유선대 암장 - 2024년 5월 25일(토)

이번 학기 들어 가장 빡빡한 일정으로 한 주간을 보낸 탓인지 그제 저녁부터 몸이 물 먹은 솜이불처럼 무거워졌다. 그간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임계점을 넘겨 몸살감기가 찾아든 것이다. 주말 등반을 거를까 싶었지만 집안에 있으면 더욱 늘어질 듯하여 악우와 함께 강촌의 유선대 암장을 가기로 한다. 내게는 굳이 등반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강촌이다. 때마침 임플란트 시술로 고생 중인 악우도 맘 놓고 운동을 할 처지가 아니어서 등반은 흉내만 내고 철수한다. 남은 오후 시간은 운악산 출렁다리와 현등사를 구경하는 산행을 가기로 한다. 오늘처럼 암벽 앞에서 등반 의욕이 발동하지 않은 건 참 드문 현상이다. 이마저도 물 흐르듯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평온한 마음으로 진중하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

암빙벽등반 2024.05.26

'장사익과 친구들' 효 콘서트 - 2024년 5월 21일(화)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서 주최한 효 콘서트에 자랑스런 아들을 앞세우고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우수 직원으로 선정된 사원들과 부모들을 초청한 행사였다. 가정의 달인 5월 중 21일은 둘이 하나 된다는 의미의 '부부의 날'이라고 한다. 아들의 직장인 하나은행의 명칭을 담은 이번 효 콘서트의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도 모두 하나가 된다는 뜻을 지닌 "하나·같이"였다. 날짜 선정에서부터 초청 가수까지 여러모로 정성스럽게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답게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이 세상에서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뻔한 사실을 깨닫고 확인하는 순간은 상대적으로 드물지 싶다. 돌이켜 보면 부모로서 고마울 정도로 독립심이 강해서 스스로 자기 앞길을 잘 헤쳐나갔던 대견한 아들이다. 오늘의..

나의 이야기 2024.05.24

도봉산 '배추흰나비의 추억' - 2024년 5월 18일(토)

이른 아침 7시부터 도봉산 광륜사 삼거리에서 악우들을 만나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만월암을 거쳐 '배추흰나비의 추억' 루트 출발점 아래의 공터에 도착한 시간은 8시 반 무렵이다. 우리들 외에는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숲 속에서 산새 소리 들으며 느긋하게 장비를 착용한다. 오늘은 우리팀이 '배추흰나비의 추억' 루트를 독차지 한 듯하여 3피치부터 등반하려던 당초의 계획을 바꾸어 첫 피치부터 차근차근 올라보기로 한다. 내가 선등하고 은경, 성배 순으로 오른다. 비교적 쉬운 1, 2피치를 재빨리 끝내고 3피치로 옮겨간다. 내심 3피치 후반부의 크럭스인 직상 세로 크랙을 자유등반 방식으로 돌파하고 싶었으나, 선등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인공등반 방식으로 오른 것이 못내 아쉽다. '배추흰나비의 추억' 루트 하일라이트..

암빙벽등반 2024.05.19

도봉산 [우이암-오봉-송추폭포-우이령] - 2024년 5월 15일(수)

부처님 오신 날로 모처럼 맞이한 공휴일인데 날씨는 자비롭지 않은 듯하다. 지난 토요일과 비슷하게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다. 암벽등반은 무리라는 생각에 우중 산행을 각오하고 도봉산을 길게 걸어보기로 한다. 우이동에서 07시 30분에 악우들을 만나 원통사로 향하는 등로에 들어선다. 나의 오래된 아지트인 우이능선의 테라스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우이암에서 등반 중인 클라이머들을 구경하면서 도봉주릉에 올라선 후, 오봉으로 향한다. 오봉샘 아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오봉 정상에 오른다. 하산길은 송추폭포를 지나는 숲이 우거진 계곡길로 잡는다. 송추유원지의 음식점에서 인삼튀김을 먹고싶었던 소원은 성취하지 못하고, 대신 해물파전과 감자전에 막걸리 한사발을 걸친다. 길 가던 나그네가 주막집을 들러 쉬어가는 듯한 여..

국내트레킹 2024.05.15

불암산 정상에서 수락산 정상까지 - 2024년 5월 11일(토)

토요일이라 산에 가야 하는데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한다. 자연스레 암벽등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짜증내지 않고 날씨에 순응하여 이참에 도보산행 체력을 길러보기로 마음 먹는다. 6월 말에 떠날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위해서라도 강인한 산행 체력은 필수적이다. 앞으로 틈나는 대로 체력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상계역에서 08시에 출발하여 불암산자락길에서 헬기장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불암산 정상을 찍고 주능선에서 덕릉고개로 내려서기 전 봉우리에 올라 점심시간을 갖는다. 점점 세차지는 바람 속에서 덕릉고개를 건너 수락산으로 접어든다. 수락주릉의 서울시 쪽은 바람이 세찼으나, 반대편 남양주시 방향은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세찬 바람 속에 노출되어 있는 수락산 정상을 빠르게 통과하여 내원암 방향으로 하..

국내트레킹 2024.05.15

설교벽과 인수릿지 - 2024년 5월 4일(토)

온 천지가 푸르고 싱그러운 5월의 첫 주말, 어린이날과 대체휴일이 포함된 3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 아침이 밝았다. 화창한 날씨가 3일 동안 지속된다면 좋으련만,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오늘 하루만 맑음이고 어린이날인 내일부터는 제법 많은 봄비가 3일 내내 이어질 거라는 일기예보이다. 욕심 같아선 연휴 내내 바위에 붙어서 등반하고 싶지만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오늘 하루만이라도 화창한 것에 감사하면서 내심 최대한 길게 아름다운 산의 품에 안겨 놀아보리라는 다짐을 하고, 올해 처음으로 나서는 인수봉 등반 코스로 접근 거리와 등반 길이가 모두 긴 설교벽과 인수릿지를 잇는 등반 궤적을 뇌리에 그려본다. 아침 7시에 다섯 명의 악우들이 우이동에서 만나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휴일이면 항상 붐비는 인..

암빙벽등반 2024.05.05

월곡산 아카시아 꽃길 - 2024년 5월 3일(금)

화창한 날씨에 모처럼 아내와 함께 평일 오전부터 동네 산책길에 나섰다. 집을 나와서 미아사거리역을 거쳐 창문여고 아래의 방천시장 입구까지는 골목길을 따라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레트로 감성으로 리모델링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성북구 월곡산 일대에 잘 조성된 오동근린공원의 자락길을 찾아갔다. '오동근린공원'이란 명칭이 익숙해서 지도를 찾아보니 가까운 강북구 오패산 주변에도 '오동근린공원'이 있었다. '북서울꿈의숲'을 사이에 두고 같은 명칭의 공원이 두 개 있으니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법하다. 성북구 오동근린공원의 자락길은 월곡청소년센터와 월곡초등학교를 잇는 1.32km의 무장애 데크길이다. 월곡청소년센터 쪽의 입구엔 최근에 들어선 오동숲속도서관이 멋들어진 모..

국내트레킹 2024.05.05

수원 광교호수공원 인공암벽장 - 2024년 4월 21일(일)

대둔산 수락계곡으로 아침 하이킹을 다녀온 후에 수원의 광교호수공원으로 이동했다. 서울로 가는 길 중간에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찾아낸 인공암벽장이 광교호수공원 내에 자리한 까닭이다. 진즉부터 한 번은 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제서야 기회가 닿은 셈이다. 신대호수와 원천호수 사이의 드넓은 공원에 자리한 암장은 멀리서 바라본 모습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다른 인공암벽들과 달리 스피드벽, 직벽, 오버행벽이 세 개의 다른 건물로 분리되어 있어서 그런지 다분히 인상적이었다. 중앙에 자리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타원형 기둥 모양의 건물은 중세시대 성곽의 망루처럼 보였다.  직벽이 설치된 내부는 지붕이 있어서 비 오는 날에도 등반이 가능했다. 돌을 쌓아 축성한 성벽이 연상되는 외부 마감재 또..